<일요초대석> 부패 척결 전문가 고철용 비리행정척결운동본부장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04.22 10:24:58
  • 호수 121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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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과 함께 끝까지 파헤친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경기도 고양시는 2017년 국민권익위원회가 발표한 전국 시·군·구 지자체에 대한 청렴도 조사에서 내부청렴도 5등급으로 최하순위를 기록했다. 부정부패가 만연한 기초자치단체로 인식된 것. 이런 고양시에 비리척결 전문가가 있다. 비리행정척결운동본부의 고철용 본부장이다. 
 

▲ 기자와 대화 나누는 고철용 부패 척결 전문가

경찰이 경기 고양시의 킨텍스 활성화 지원용지 헐값 매각 의혹에 대한 실태 조사에 착수했다. 고양경찰서는 킨텍스 지원부지 매각 과정서 제기된 여러 의혹과 관련, 진행 중인 내사를 정식 수사로 전환했다고 지난 2일 밝혔다. 경찰은 이를 위해 회계전담 전문수사관 등을 포함해 7∼8명의 전담팀도 구성했다.

경찰은 고양시에 2014년 부지 매각 전후 작성된 기안문과 매매·양도양수 계약서 등 수사에 필요한 관련 자료를 요구했다. 일부 확보한 자료에 대해 분석 작업에 들어간 경찰은 수백억원대의 매각 규모와 방대한 자료 등도 정밀하게 살펴볼 계획이다.

고철용 비리행정척결운동본부(이하 비리척결본부) 본부장은 그동안 고양시의 킨텍스 부지 헐값 의혹을 줄기차게 제기해왔다. 고 본부장은 “지역에서는 부패가 일반 시민들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고, 사기업과 정치인·행정가들 간의 관계서 일어난다”며 “킨텍스 문제는 이 같은 경우에 해당된다”고 진단했다.

고 본부장은 2017년 5월 시민단체인 비리척결본부를 발족해 고양시의 비리행정을 감시해왔다. 그는“시민단체와 시민운동가들이 지자체를 감시·견제를 하지 않으면, 부정부패는 계속될 것”이라며 “한때 망가졌던 고양시를 바로잡기 위해 부패척결 운동에 나섰다”고 말했다. 

고 본부장은 고양 출생으로 고등학교부터 총학생 회장을 하며 학생운동에 투신했다. 대학생 시절 일찍이 정치권에 뛰어들어 고양서 무소속 국회의원으로 출마하기도 했다. 고 본부장은 당시 대권 후보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과 고 정주영 현대자동차 창업주의 수족이었다. 


하지만 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유죄를 선고받아 피선거권이 박탈되면서 정치인의 꿈을 접어야만 했다. 꿈을 잃은 그는 수년간 객지생활을 하며 방황했다. 그랬던 그가 돌연 비리척결본부를 발족한 이유는 무엇일까. 다음은 고 본부장과의 일문일답이다. 

-비리척결본부는? 

▲그동안 고양시는 전국서 청렴도가 가장 낮은 지자체 중 하나였다. 부정부패가 만연하다고 해도 할 말이 없을 정도였다. 비리척결본부는 고양시의 부패사건과 잘못된 행정을 비판하고 바로 고치는 일을 한다. 이를 수용하지 않거나 개선의 여지가 없으면 수사기관에 고발하는 일을 하고 있다. 

-이 일은 시작한 이유는? 

▲민선 5·6기 시정을 이끈 최성 전 고양시장에게 매우 실망했기 때문이다. 8년 동안 자행된 ‘인사 적폐’와 ‘전시행정’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이 표출됐다. 나 역시도 이런 걸 지속적으로 비판했다. 최성 시장 시절인 2016년 3월 ‘의회에 바란다’라는 글을 썼는데, 당시 이 글이 화제가 됐다. 시민단체를 만들라는 고양시민들의 요구가 빗발쳤다. 전직 기초단체 의원들이 모여 비리척결본부를 출범한 것이다. 모든 건 내 사비로 하며 후원도 받지 않는다. 일각에선 ‘정치하려고 하는 게 아니냐’고 바라보지만 정치에는 일절 뜻이 없다. 다만 남은 일생을 내 고향 고양시를 바로잡고, 살기 좋은 도시로 만드는 게 이 일을 시작한 이유다. 

-고 본부장이 생각하는 부패란 무엇인가?

▲부패는 공적인 자금과 관직(선출 또는 임명)을 개인적 또는 사적 이득을 위해 사용할 때 발생한다. 나는 보다 제한적 의미서 부패의 정의를 지지하는데, 이것은 뇌물·공모 행위·착취·족벌주의 등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 고철용 비리행정척결ㅇ룬동본부장이 고양시청 앞에서 최성 전 고양시장과 최은상 요진개발 대표에 대한 1인 시위를 갖고 있다.

-고양시에는 어떤 비리가 있나?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요진개발 기부체납 의혹과 킨텍스 부지 매각 의혹이다. 모두 다 고양시와 연관돼있다. 이 비리는 둘 중 하나라고 보는데 고양시가 잘못된 행정을 집행했거나 정경유착이다. 

말 많고 탈 많은 고양시 파수꾼
킨텍스 헐값 매각 의혹 등 제기

-요진개발 기부체납 의혹은?

▲2016년 6월20일 요진개발이 아파트 등 약 2400세대를 시공하기 전, 고양시에 기부체납을 완료하기로 했다. 그런데 고양시가 1원도 안 받고 준공 허가를 내줬다. 고양시 행정에 엄청난 피해를 준 셈이다. 요진개발에 특혜를 준 게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 비리척결본부서 이걸 지속적으로 비판하고 문제제기를 했다. 다행히도 이재준 시장 체제서 약 500억원의 업무용지 2000평을 찾아왔다. 비리척결본부의 큰 성과 중 하나다. 

-킨텍스 부지 매각 의혹?

▲고양시는 2008~2017년 킨텍스 지원 활성화 부지 14곳 중 C4부지를 뺀 13곳(28만2735㎡)을 민간에 매각했다. 시는 이 중 최성 시장 재임 당시인 2014년 C1-1(1만7148㎡), C1-2(1만6631㎡) 부지를 부동산 개발업체에 매각하면서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에 따른 시의회의 사전 의결 절차를 생략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C1-1 부지는 3.3㎡당 948만원에, C1-2 부지는 3.3㎡당 975만원에 각각 개발업체에 매각됐는데 인근 한류월드 위시티 부지(3.3㎡당 2066만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값에 팔아 각종 의혹이 제기됐다. 이때 팔린 C1-1·C1-2 부지엔 현재 고층 오피스텔 2070여실이 건설 중이어서 주택공급의 과잉 우려를 낳고 있다. 고양시가 잘못된 정책을 펴고 있는 것이다. 현재 경찰서 이 부분을 수사 중인데 끝까지 킨텍스 부지 매각 의혹의 실체를 밝힐 것이다. 

-부패를 예방하기 위한 바람직한 모델은?

▲그동안의 민주주의와 선거는 시민들이 의사결정 과정서 목소리를 내고 진정한 주인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좋은 환경을 만드는 데 실패했다. 이상적인 정부 모델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공공부문의 집중이 분산되고, 시민들의 건전한 비판을 겸허히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민간부문의 경우 사기업들의 투명성이 확보된 규제하에서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한다.


<cmp@ilyosisa.co.kr>

 

[고철용 본부장은?]


▲경기 고양군 출생
▲성균관대 법정대학 졸업
▲비리행정척결운동본부 본부장
▲2018년 ‘대한민국 소비자만족대상’ 최우수상 수상
▲2019년 ‘대한민국 사회공헌대상’ 최우수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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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