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유기견 대모’ 박소연의 민낯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01.21 10:37:57
  • 호수 120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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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구조하더만 결국 돈 때문?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박소연 케어 대표가 수년간 구조한 동물을 안락사 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동물 사체를 암매장했다는 의혹과 반려인의 동물을 안락사했다는 폭로도 이어지고 있다. 그는 ‘구조의 여왕’인가 ‘안락사의 여왕’인가. 
 

“케어의 ‘안락사 없는 보호소’는 모두 거짓임이 드러났다. 많은 결정이 대표의 독단적인 의사결정으로 이뤄지는 시스템서 직원들은 안락사와 같이 중요한 사안에 대해 듣지 못한 채 근무했다. 내부 고발에 따르면 지난해 한 해만 동물 80마리,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250마리가 안락사 됐다. 대부분의 안락사는 보호소 공간 확보를 위해 이뤄졌다.”

2015년부터 
250마리 작업

지난 12일 오후 2시 ‘케어 대표 사퇴를 위한 직원연대’는 광화문광장서 기자회견을 열고 “죄송하다. 직원들도 몰랐다”며 “케어 직원도 속인 박소연 대표는 사퇴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전날 전직 케어 직원이 박소연 케어 대표가 구조한 동물들을 무더기로 안락사했다는 폭로가 이어진 직후다. 

동물보호단체 케어는 2002년도에 동물을 사랑하는 연합으로 시작됐다. 문재인 대통령의 반려견으로 알려진 토리가 케어서 입양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더구나 최근에 서천 등 특정 지역의 개 농장서 성공적으로 동물을 구조했으며, 유명 인사들의 지지를 받으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케어의 핵심은 안락사 없는 동물보호단체다. 그런데 케어서 수년간 안락사가 이루어졌다는 폭로가 나오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케어의 동물관리국장으로 일하던 A씨는 지난 11일 언론과 인터뷰서 “박 대표의 지시에 따라 2015년 1월부터 4년 가까이 230마리 이상 안락사시켰다”며 “안락사의 기준이 ‘치료하기 힘든 질병’이나 ‘순치 불가능할 정도의 공격성’ 등 합당한 이유가 아니라 ‘보호소 공간 부족’이었다”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구조한 투견을 입양 보냈다고 속인 뒤 안락사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지난 2017년 2월 KBS <추적 60분>은 ‘죽음을 향한 게임 투견’ 편을 방영했다. 당시 KBS 제작진과 경찰이 투견장을 급습하는 현장에 케어의 박 대표가 참여했다. 이날 <추적 60분>은 “2016년 9월에도 충남 서산경찰서가 서산 투견장을 급습해 투견 16마리를 압수했으며, 이 중 8마리가 미국으로 입양됐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서산경찰서에서 인계받은 투견 중 미국으로 입양간 개는 한 마리도 없던 것으로 전해진다. 내부 고발자는 당시 보도와 달리 서산경찰서에서 케어가 인계받은 투견은 12마리였고, 이 중 6마리가 안락사당했다고 주장했다.

안락사 된 투견에 대한 취재가 시작되자, 박 대표는 다른 투견을 사오라고 지시했다.

안락사 논란 ‘케어’ 보호소에 무슨 일?
센터 후원금 사적으로 유용한 의혹도

탐사보도 언론 <셜록>이 입수한 통화 음성파일에는 “비슷한 투견 세 마리를 구해야 한다”는 박 대표의 목소리가 담겼다. 녹취록에 따르면 박 대표는 투견의 근황을 확인하는 서산경찰서의 전화를 받은 뒤 내부 직원에게 연락했다. 박 대표는 “어떤 기자가 형사한테 전화해서 서산경찰서에서 케어로 인계한 투견이 안락사 당했다고 말했다더라”며 A씨에게 “투견이 몇 마리가 남았느냐”고 물었다. 

박 대표는 이 직원에게 “한 곳에서 한꺼번에 (투견을) 데려오면 의심받을 수 있으니 여기저기서 조금씩 데려오자. 주둥이는 염색해서 검은색으로 두 마리는 그렇게 해보고”라고 말했다.
 

▲ 박소연 케어 대표

케어는 2015년부터 구조한 동물은 1100여마리에 달하는데, 이들 중 745마리가 입양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통계가 조작됐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내부고발자는 “(박 대표가)안락사한 명단을 입양간 것으로 처리했다”며 통계 조작이 있었음을 시인했다.

그는 “많은 동물을 구조할 경우 보호소가 과밀 상태에 이르게 되고 결국 개체수를 조절하기 위해 안락사시키게 된다”며 “박 대표가 간부들을 중심으로 은밀하게 안락사를 지시·승인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체 처리 비용을 치료비인 것처럼 보이도록 시도하거나 안락사한 개를 위탁 보호한 것으로 가장하는 등 안락사 은폐 정황이 담긴 카카오톡 메시지를 공개하기도 했다.

박 대표에겐 케어의 후원금을 사적으로 유용한 의혹도 제기됐다. 전직 케어 활동가들은 박 대표가 후원금을 변호사 비용과 실손 의료 보험료 지급 등에 사용했다는 것이다. 

복수의 전직 케어 활동가들은 “2017년 하반기 박 대표가 ‘변호사 비용으로 쓰려 하니 3300만원을 달라’고 해서 준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대표가 달라고 해서 줬을 뿐 어디에 사용했는지 직원들은 알 수 없었다”고 전했다.

없었다더니…
거짓말 들통

이에 대해 박 대표는 “근무시간 외 직접 작성한 글을 토대로 모금한 금액의 일부다. 케어 활동을 방해하는 세력으로부터 케어를 보호하기 위한 법률적 대응에 사용했다”고 해명했다. 박 대표가 언급한 ‘방해 세력’은 박 대표와 함께 동물보호 활동을 하다 의견 충돌로 사이가 틀어진 전·현직 활동가들을 지칭한 것으로 전해진다.

박 대표 개인 보험료를 단체 후원금으로 내온 사실도 드러났다. 한 전직 직원은 “매월 5만원 정도씩 박 대표의 실손 보험료가 후원금에서 지출됐다”고 말했다. 직원들의 말을 들어보면, 과거 후생 복지 차원서 직원들에게 단체로 보험을 가입시켜줬다고 한다. 그런데 다른 직원들은 퇴사하고 2016년 이후 박 대표 보험료만 계속 후원금서 빠져나갔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박 대표가 후원금으로 부동산을 샀다는 의혹도 나왔다.

박 대표 관련 의혹 제보를 여럿 받았다고 밝힌 손수호 변호사는 지난 17일 한 언론과 인터뷰서 “박 대표가 사단법인 케어의 자금을 개인적으로 유용한 정황이 있다”며 “케어가 충주에 동물보호소를 만들려고 시도하는 과정서 수상한 내용들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손 변호사에 따르면 케어는 경기도 포천의 내촌 보호소 등이 꽉 찼다는 이유로 새로운 보호소 건립을 위한 모금을 진행해 2012년 2억원의 후원금을 거뒀다. 이후 2016년 9월경 1억8000만원을 들여 충북 충주시에 있는 토지를 매입했다. 

손 변호사는 보호소 설립에 쓰겠다고 구매한 땅이 박씨 명의인 것과 관련해 두 가지 이유를 들었다. 우선 박씨가 자금을 횡령하거나 착복했을 가능성, 또 현행법상 법인 명의로 농지를 구매할 수 없기 때문에 박씨가 명의를 빌려줬을 가능성이다.


이에 대해 손 변호사는 “편의상 이름을 빌려준 것이라고 해명한다면 그 자체가 ‘명의신탁’으로 부동산 실명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보호소 지을 땅이 전국에 그곳뿐이었는가’ ‘굳이 왜 법인 이름으로 살 수 없는 땅을 샀는가’ ‘이건 혹시 보호소를 세울 수 없는 땅을 산 것 아닌가’ 등 여러 의문이 계속 꼬리를 물고 있다”고 말했다.

모금 돈으로
부동산 샀나

박 대표에 대한 평판은 극과 극으로 엇갈린다. 뮤지컬 배우 출신인 그가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것은 2002년 케어의 전신인 동물사랑실천협회의 대표가 되면서부터다. 그는 헌신적인 구조 활동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아왔고 육견단체와의 마찰이나 논쟁도 마다하지 않았다.

특히 개 농장서 식용견을 구출하는 과정을 인터넷으로 실시간 중계하거나 구조 작업에 유명 연예인을 동원하는 등 미디어를 활용하는 능력이 남달랐다. 하지만 박 대표는 과거에도 수차례 안락사 문제로 구설에 올랐다. 박 대표와 동사실의 역사는 곧 논란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6년 동사실은 경기도 남양주와 구리시로부터 위탁을 받아 보호소를 운영했다. 당시 동물보호소로 들어온 ‘주인 없는 동물’은 열흘 뒤면 안락사가 가능했다. 공립 보호소 입찰에 동물보호단체가 참여한 것 자체가 이례적이었다. 


보호소를 운영하며 직접 약물주사를 투여해 안락사시켰다는 의혹도 받는다. 이때 박 대표는 구조한 동물 수를 허위로 보고하고 보조금을 가로챈 사실이 적발돼 사기 혐의로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기도 했다. 같은 해 인천 남동구 장수동 재개발 지역에 방치된 개들을 구조하며 언론의 주목을 받았으나 구조된 개 상당수를 안락사해 논란에 휩싸였다. 

2011년 3월에도 그는 안락사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박 대표는 경기도 포천에 있는 동물보호소서 아무런 가림막 없이 다른 개들이 보는 가운데 개 20마리를 안락사시킨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경찰 조사 결과 주인이 있는 위탁견 2마리 등 안락사 대상이 아닌 개까지 죽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그를 기소의견으로 송치했으나 검찰은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연평도서의 반려동물 구조활동도 논란이 됐다. 해당 사실은 2010년 12월 북한의 포격으로 주민들이 떠난 연평도서 반려동물 구조활동을 벌였다. 주인 없이 방치돼있던 고양이 ‘노랑둥이’를 발견해 서울로 데려왔으나 고양이가 호흡기 질환에 걸리자 안락사시켰다. 이를 두고 동물단체는 불필요한 구조로 고양이가 끔찍한 최후를 맞았다며 공개 비판하기도 했다.

박 대표의 구조 방식도 논란거리였다. 2011년 11월에는 경기도 과천의 한 야산에 있는 동물 우리서 개 5마리와 닭 8마리를 구조했으나 특수절도죄로 이듬해 기소돼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그럼에도 박 대표는 언론 등을 통해 동물 안락사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후원금 더 모으려고?
개체 조절하기 위해?

는 2011년 한 언론 인터뷰서 “동물보호소 내 개체 수가 과도하게 증가하면, 전체 동물들이 스트레스를 받고 질병이 확산하는가 하면, 서열 다툼이 생기는 등 전체적으로 동물의 복지 상태가 나빠진다”며 “불가피한 안락사는 인도적인 것임에도 불구하고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기소한다면, 우리 단체는 앞으로 어떤 동물도 구조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고 주장했다.

또 “동물보호소는 폐쇄적이고 소수의 선택된 동물만을 보호하는 곳일 수는 없으므로 더 많은 동물에게 기회를 주어야 하기에 안락사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케어는 동물 학대 의혹이 있는 동물병원 수의사를 단체서 채용했다는 의혹으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박 대표는 “해당 병원 원장이 직접 한 행위는 아니었고 직원들이 한 일이었으며 이로 인해 수의사가 스스로 문을 닫았고 기회를 주는 측면서 그를 고용했다”고 해명한 바 있다.

한편 박 대표는 지난해 9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서 ‘2010년 전까지는 소수 안락사가 불가피했다. 하지만 2011년부터는 안락사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케어 내부고발자의 폭로로 2015년부터 200여마리가 넘는 동물을 안락사시킨 사실이 알려지며 안락사 사실을 은폐하며 후원금을 모았다는 비난에 직면하게 됐다.
 

박 대표의 민낯이 드러나면서 케어가 휘청이고 있다. 케어 홈페이지에는 후원을 중단하고, 탈퇴하겠다는 글이 잇따랐다. 또 불신이 다른 단체까지 확산되는 조짐도 보인다. 케어와 함께 대표적인 동물보호단체로 꼽히는 동물자유연대나 동물권행동 카라에도 후원을 중단하겠다는 회원들이 나타난 상황이다. 

카라는 지난 15일 회원들에게 메일을 보내 “생명 존중 원칙을 어긴 적이 한 차례도 없다”고 주장했다. 동물자유연대 역시 이날 홈페이지에 구조된 동물을 보호소에 입소시킨 뒤 입양, 사후 관리하는 과정 등을 상세히 보여줬다.

잇단 후원 중단
다른 단체 불똥

케어 직원은 박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전직 직원은 박소연 대표를 횡령 등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다. 하지만 박 대표는 자발적 사퇴를 사실상 거부했다. 지난 15일 밤 페이스북에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며 금주 내에 기자회견을 통해 입장을 표명하겠다고 밝혔다. 자신의 거취에 대해선 “사퇴 문제를 이사회나 대책위원회에서 결정되는 대로 따르겠다”며 “직위에 연연하지 않고 케어를 정상화시키고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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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한미 정상회담 팩트시트가 공개되자, 가장 큰 화제가 된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에 대해 “문구가 추상적이어서 모호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자극 받은 일본도 핵잠수함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핵잠수함 건조를 현실화하지 않으면 “일본에 핵 보유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의 국내 정치용으로 활용하게 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29일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타결된 한미 관세·안보 협상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가 지난 14일 공개됐다. 가장 큰 논란은 핵 추진 잠수함(이하 핵잠수함) 관련 합의 문구였다. 산 너머 산 구체성 없다 팩트시트를 통해 확인되는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선 “구체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팩트시트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 민간·해군의 원자력 프로그램 ▲한미 원자력 협정에 부합하고 미국의 법적 요건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한국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로 귀결될 절차 등을 지지한다. 이어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고, 한국과 조선 사업 요건 진전·연료 조달 방안 등을 포함해 긴밀히 협력한다. 미국은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 지지·승인·협력할 뿐이다. 이를 두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한미 정상의 논의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에서 건조하는 게 전제였다”며 “우리 핵잠수함을 미국에서 건조하는 방안은 거론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같은 날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며 “국내 건조 장소 합의는 팩트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기자들 앞에서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을 발표하면서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건조될 것”이라며 “미국 조선업이 곧 대대적인 부활을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잠수함이 건조되려면, 산적한 현안을 모두 해결해야 한다. 팩트시트엔 건조 장소가 적시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명시해 발표했기 때문에, 미국이 순순히 양보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같은 회담 결과를 두고 양국의 주장이 엇갈리는 자체가 논란이 되고 있다.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및 핵연료 재처리엔 ▲한미 원자력 협정 부합 ▲미국의 법적 요건 준수 ▲한국의 평화적 이용 등 단서가 붙는다. 기술 이전 과정에도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핵잠수함 보유국은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인도 등 6개국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30일 “미국이 핵잠수함 기술을 공유한 사례는 1950년대 최우방국 영국과 협력한 사례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미국의 핵잠수함 기술은 미군이 보유한 가장 민감하고 철저히 보호돼온 기술”이라며 “가까운 동맹인 영국·호주와 체결한 핵잠수함 협정에서도 직접 기술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우리에겐 우라늄 농축·재처리 기술이 없어서 미국으로부터 핵연료를 공급받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하지만 연료 공급 장소·방식은 팩트시트에 명시되지 않았다. 연료 공급 방법을 확보하지 못하면, 핵잠수함을 만드는 의미가 없다. 핵잠 건조 추상적인데 “고정밀지도 내놔” 발 빠르게 비핵 3원칙 수정하려는 일본 미국의 법률 개정 절차도 거쳐야 한다. 미국 원자력법은 ‘미국이 다른 나라와 군사적 목적의 원자력 협력을 하려면, 원자력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한미 원자력 협정을 개정한 후 미국 상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국제 무기 거래 규정도 상원의 동의를 얻어 개정해야 한다. 원자력 협정 개정이 팩트시트에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선 “미국 에너지부의 반대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미국 일각에서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한단 것이다.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는데, 우리는 미국에 고정밀지도를 넘겨야 하는 상황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팩트시트엔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포함한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정책에 있어 미국 기업이 차별당하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이 있다. 또 “위치·재보험·개인정보에 대한 것을 포함해 정보의 국경 간 이전을 원활하게 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도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온라인플랫폼의 ▲자사 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등을 막는 내용이 담긴 우리의 온플법 제정을 반대했다. 팩트시트를 따르면,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가 어려워진다. 아울러 우리는 구글·애플이 요청하는 1:5000 축척 고정밀지도 국외 반출 요청을 수용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정부는 애플이 요청한 지도 반출 여부를 다음 달에, 구글의 요청은 내년 2월 결정할 예정이다. 팩트시트에 게재된 합의 사항대로라면, 애플·구글의 요청을 수용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15일 논평을 통해 팩트시트 속 위험요소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정부는 ‘농·축산물 개방은 없다’고 말해 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대로 농·축산물 개방 문구가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고정밀 지도 반출 등 대한민국의 디지털 주권과 직결된 사안까지 미국의 요구를 반영해 슬그머니 끼워 넣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반도체 관세에 대해서도 ‘다른 나라보다 불리하지 않게 한다’는 모호한 문구만 있다”며 “경쟁국 대만과 비교해 어떻게 적용할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팩트 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50억달러(약 36조7183억원) 규모의 미국산 군사 장비를 5년 동안 구매하고, 주한미군에 대해 330억달러(약 48조4682억원)를 포괄적으로 지원하면, 천문학적인 재정 부담을 떠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핵잠수함 건조 과정은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라서 장밋빛 전망만 내세울 때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고정밀지도 반출 가능성 실제로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가 실현되기까지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해서 실질은 아직 불투명하다”며 “선언이 지나치게 앞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핵잠수함 나비효과가 일본으로 번졌단 점이다.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자, 일본 정치권도 크게 술렁였다.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은 지난 12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미국·중국은 이미 핵잠수함을 갖고 있고, 지금은 핵잠수함을 보유하지 않은 한국·호주가 앞으로 보유하게 된다”며 “일본의 억지력·대응력을 강화하려면, 전고체·연료전지·원자력 등 다양한 동력원에 대해 폭넓게 논의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일본은 1967년 사토 에이사쿠 당시 총리가 선언했던 비핵 3원칙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비핵 3원칙은 “핵무기를 만들지도, 가지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선언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일찍부터 핵무기 반입 금지 방침 완화를 주장했다.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도 같은 날 “현 시점에선 재검토 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국회 연설에서 “내년 중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위해 검토를 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3대 안보 문서는 ▲국가안보 전략 ▲국가방위 전략 ▲방위력 정비 계획 등을 말한다. 여기엔 비핵 3원칙이 모두 포함돼있다. 일본은 이미 지난 2022년 “반격 능력을 보유하고, 장거리 미사일 전력을 향상한다”는 내용을 3대 안보 문서에 포함했다. 묘한 것은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이 일본 국내 정치구도까지 뒤흔들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카이치 총리가 선출될 당시 라이벌이었다. 지난달 4일 진행된 자민당 총재 선거 1차 투표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183표(31.1%)를 얻었고, 고이즈미 방위상은 164표(27.8%)를 얻었다. 결선투표에선 다카이치 총리가 185표(54.3%)를, 고이즈미 방위상은 156표(45.7%)에 머물렀다. 하마터면 다카이치 총리는 자민당 총재·총리로 선출되지 못할 뻔했다.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통하는 다카이치 총리에 반발한 공명당이 지난달 10일 자민당과의 연정에서 탈퇴했기 때문이다. 당시 공명당 사이토 데쓰오 대표는 고이즈미 방위상에 대해선 “정치자금 규제와 관련된 공명당의 처지를 이해하고 있었다”면서 호평했다. 고이즈미 방위상도 “지금까지 정책 실현에 대해 힘써 주신 것에 대해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고 화답했다. 미일 협력 중국 견제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0일 기적적으로 일본유신회와의 각외 협력 형태의 연립 정권 구성에 합의했다. 각외 협력은 연립 정권 구성엔 합의하지만, 내각엔 참여하지 않는 형태를 말한다. 일본유신회가 제시한 조건은 ▲오사카 부수도 지정 구상 수용 ▲국회의원 정원 10% 감축 ▲기업·단체 후원 폐지 ▲평화 헌법 개정 ▲방위력 강화 등이었다. 자민당과 다카이치 총리는 이를 모두 수용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1일 내각을 출범시키면서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했다. 가장 큰 정치적 의미는 ‘당내 정적 포용’이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전혀 없는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해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가 있다. 정반대의 의미를 강조하는 해석도 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없는 고이즈미를 현안이 산적한 방위성 장관으로 임명해 자멸을 유도한다”는 취지의 해석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주어진 현안은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 ▲자주적 방위력 강화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 ▲방위 장비 수출 운용지침 폐지 등이다. 이중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은 ‘중국 견제’라는 미국·일본의 공통 이해관계로부터 시작됐다. 일본은 군사력을 강화해 더 광범위한 지역에서 역할을 맡으려고 한다. 미국은 일본의 적극적인 역할을 통해 더 효율적으로 중국을 견제할 수 있다. 문제는 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 “방위비를 GDP(국내총생산)의 3.5%로 증액하라”고 요구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8일 진행된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위비 증액·방위력 강화 방침을 설명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음 날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을 만나 “방위비를 올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오는 2028년 3월까지 방위비를 GDP의 2%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 방위 정책과 관련해 국내 정세와 가장 민감하게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을 곤란하게 할 사안이 있다. 바로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이다. 일본 오키나와현 소재 후텐마 기지는 기나완시 시가지 한복판에서 시 면적의 1/4을 차지하고 있다. 후텐마 기지는 1945년 건설됐고, 일본에서 크고 작은 논란을 일으켰다. 오키나와현의 주민 중 상당수는 미군의 범죄와 소음 피해 등을 이유로 기지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팩트시트’ 고이즈미 날개 다나 견제 압박 와중에 뜻밖의 호재 지난 2004년엔 후텐마 기지 소속 헬리콥터가 오키나와국제대학에 추락하는 등 사고도 여러 번 발생했다. 오키나와가 일본에 편입된 시점은 1879년이었다. 1945년부터 1972년까진 미국의 지배를 받았다. 따라서 오키나와에선 반미 감정이 강하고, 자민당 지지율이 낮은 편이다. 후텐마 기지와 관련해서도 일본 정부는 오키나와섬 내 나고시 헤노코 이전을 추진했지만, 오키나와 현·주민의 반대가 강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23년엔 다마키 데니 현지사가 방위성이 신청한 비행장 설계 변경 신청을 승인하지 않고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은 일본의 역사적 맥락과 맞물려 수십년 넘게 해결되지 못한 사안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중국 견제를 위한 새 안보 질서와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정치적 압박을 가할 수도 있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2019년 고이즈미 방위상을 환경상으로 발탁했다. 이 임명에 대해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무게를 키우면서도, 문제가 발생하면 그를 정치적으로 낙마시킬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의 아버지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퇴임 이후 강력한 원자력 발전소 폐지론자가 됐다. “아버지의 활동이 아들의 정치적 미래를 흐리게 할 수 있어 고이즈미 방위상을 견제하는 묘수”란 평가도 있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기후 변화 문제는 펀하고, 쿨하고, 섹시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등 적당히 괴상한 발언을 하는 등 바보 행세를 하면서 견제를 피했다. 한동안 일본에선 고이즈미 방위상이 진짜로 바보인지, 바보인 척 연기를 하는지 장난 섞인 논쟁이 오랫동안 이어졌다. 이후 고이즈미 방위상은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고노 다로 전 외상과 연합해 이시바 내각 탄생에 큰 공을 세웠다. 이어 농림수산상으로서 쌀값 폭등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지난 2023년엔 자민당 내 정치자금 문제가 불거지자, 조기 의회 해산 및 총선거 진행을 적극적으로 제안한 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당시 자민당은 중의원 과반에 미달하는 의석을 얻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더 큰 패배를 당하기 전에 적절한 시점에서 중의원 해산을 건의했다”며 긍정적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방위상 취임 이후엔 어떻게 구 아베파·아소파의 견제를 피할 것인지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한 사안은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견제 수위를 낮추면서 자민당·내각의 협조를 얻을 수 있는 뜻밖의 호재로 다가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이 일본의 핵잠수함 도입을 주도한다면,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가 될 수도 있다. 견제 회피 일거양득 우리의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일본 정치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사안이 된 것이다. 만약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불확실해지면, 이재명정부는 이 때문에 더욱 큰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일본의 군비 증강에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미래를 위한 발판을 제공한 것”이란 비판이 따라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핵잠수함 나비효과는 이렇게 일본으로 번졌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