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유기견 대모’ 박소연의 민낯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01.21 10:37:57
  • 호수 1202호
  • 댓글 0개

그렇게 구조하더만 결국 돈 때문?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박소연 케어 대표가 수년간 구조한 동물을 안락사 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동물 사체를 암매장했다는 의혹과 반려인의 동물을 안락사했다는 폭로도 이어지고 있다. 그는 ‘구조의 여왕’인가 ‘안락사의 여왕’인가. 
 

“케어의 ‘안락사 없는 보호소’는 모두 거짓임이 드러났다. 많은 결정이 대표의 독단적인 의사결정으로 이뤄지는 시스템서 직원들은 안락사와 같이 중요한 사안에 대해 듣지 못한 채 근무했다. 내부 고발에 따르면 지난해 한 해만 동물 80마리,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250마리가 안락사 됐다. 대부분의 안락사는 보호소 공간 확보를 위해 이뤄졌다.”

2015년부터 
250마리 작업

지난 12일 오후 2시 ‘케어 대표 사퇴를 위한 직원연대’는 광화문광장서 기자회견을 열고 “죄송하다. 직원들도 몰랐다”며 “케어 직원도 속인 박소연 대표는 사퇴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전날 전직 케어 직원이 박소연 케어 대표가 구조한 동물들을 무더기로 안락사했다는 폭로가 이어진 직후다. 

동물보호단체 케어는 2002년도에 동물을 사랑하는 연합으로 시작됐다. 문재인 대통령의 반려견으로 알려진 토리가 케어서 입양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더구나 최근에 서천 등 특정 지역의 개 농장서 성공적으로 동물을 구조했으며, 유명 인사들의 지지를 받으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케어의 핵심은 안락사 없는 동물보호단체다. 그런데 케어서 수년간 안락사가 이루어졌다는 폭로가 나오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케어의 동물관리국장으로 일하던 A씨는 지난 11일 언론과 인터뷰서 “박 대표의 지시에 따라 2015년 1월부터 4년 가까이 230마리 이상 안락사시켰다”며 “안락사의 기준이 ‘치료하기 힘든 질병’이나 ‘순치 불가능할 정도의 공격성’ 등 합당한 이유가 아니라 ‘보호소 공간 부족’이었다”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구조한 투견을 입양 보냈다고 속인 뒤 안락사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지난 2017년 2월 KBS <추적 60분>은 ‘죽음을 향한 게임 투견’ 편을 방영했다. 당시 KBS 제작진과 경찰이 투견장을 급습하는 현장에 케어의 박 대표가 참여했다. 이날 <추적 60분>은 “2016년 9월에도 충남 서산경찰서가 서산 투견장을 급습해 투견 16마리를 압수했으며, 이 중 8마리가 미국으로 입양됐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서산경찰서에서 인계받은 투견 중 미국으로 입양간 개는 한 마리도 없던 것으로 전해진다. 내부 고발자는 당시 보도와 달리 서산경찰서에서 케어가 인계받은 투견은 12마리였고, 이 중 6마리가 안락사당했다고 주장했다.

안락사 된 투견에 대한 취재가 시작되자, 박 대표는 다른 투견을 사오라고 지시했다.

안락사 논란 ‘케어’ 보호소에 무슨 일?
센터 후원금 사적으로 유용한 의혹도

탐사보도 언론 <셜록>이 입수한 통화 음성파일에는 “비슷한 투견 세 마리를 구해야 한다”는 박 대표의 목소리가 담겼다. 녹취록에 따르면 박 대표는 투견의 근황을 확인하는 서산경찰서의 전화를 받은 뒤 내부 직원에게 연락했다. 박 대표는 “어떤 기자가 형사한테 전화해서 서산경찰서에서 케어로 인계한 투견이 안락사 당했다고 말했다더라”며 A씨에게 “투견이 몇 마리가 남았느냐”고 물었다. 

박 대표는 이 직원에게 “한 곳에서 한꺼번에 (투견을) 데려오면 의심받을 수 있으니 여기저기서 조금씩 데려오자. 주둥이는 염색해서 검은색으로 두 마리는 그렇게 해보고”라고 말했다.
 

▲ 박소연 케어 대표

케어는 2015년부터 구조한 동물은 1100여마리에 달하는데, 이들 중 745마리가 입양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통계가 조작됐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내부고발자는 “(박 대표가)안락사한 명단을 입양간 것으로 처리했다”며 통계 조작이 있었음을 시인했다.

그는 “많은 동물을 구조할 경우 보호소가 과밀 상태에 이르게 되고 결국 개체수를 조절하기 위해 안락사시키게 된다”며 “박 대표가 간부들을 중심으로 은밀하게 안락사를 지시·승인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체 처리 비용을 치료비인 것처럼 보이도록 시도하거나 안락사한 개를 위탁 보호한 것으로 가장하는 등 안락사 은폐 정황이 담긴 카카오톡 메시지를 공개하기도 했다.

박 대표에겐 케어의 후원금을 사적으로 유용한 의혹도 제기됐다. 전직 케어 활동가들은 박 대표가 후원금을 변호사 비용과 실손 의료 보험료 지급 등에 사용했다는 것이다. 

복수의 전직 케어 활동가들은 “2017년 하반기 박 대표가 ‘변호사 비용으로 쓰려 하니 3300만원을 달라’고 해서 준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대표가 달라고 해서 줬을 뿐 어디에 사용했는지 직원들은 알 수 없었다”고 전했다.

없었다더니…
거짓말 들통

이에 대해 박 대표는 “근무시간 외 직접 작성한 글을 토대로 모금한 금액의 일부다. 케어 활동을 방해하는 세력으로부터 케어를 보호하기 위한 법률적 대응에 사용했다”고 해명했다. 박 대표가 언급한 ‘방해 세력’은 박 대표와 함께 동물보호 활동을 하다 의견 충돌로 사이가 틀어진 전·현직 활동가들을 지칭한 것으로 전해진다.

박 대표 개인 보험료를 단체 후원금으로 내온 사실도 드러났다. 한 전직 직원은 “매월 5만원 정도씩 박 대표의 실손 보험료가 후원금에서 지출됐다”고 말했다. 직원들의 말을 들어보면, 과거 후생 복지 차원서 직원들에게 단체로 보험을 가입시켜줬다고 한다. 그런데 다른 직원들은 퇴사하고 2016년 이후 박 대표 보험료만 계속 후원금서 빠져나갔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박 대표가 후원금으로 부동산을 샀다는 의혹도 나왔다.

박 대표 관련 의혹 제보를 여럿 받았다고 밝힌 손수호 변호사는 지난 17일 한 언론과 인터뷰서 “박 대표가 사단법인 케어의 자금을 개인적으로 유용한 정황이 있다”며 “케어가 충주에 동물보호소를 만들려고 시도하는 과정서 수상한 내용들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손 변호사에 따르면 케어는 경기도 포천의 내촌 보호소 등이 꽉 찼다는 이유로 새로운 보호소 건립을 위한 모금을 진행해 2012년 2억원의 후원금을 거뒀다. 이후 2016년 9월경 1억8000만원을 들여 충북 충주시에 있는 토지를 매입했다. 

손 변호사는 보호소 설립에 쓰겠다고 구매한 땅이 박씨 명의인 것과 관련해 두 가지 이유를 들었다. 우선 박씨가 자금을 횡령하거나 착복했을 가능성, 또 현행법상 법인 명의로 농지를 구매할 수 없기 때문에 박씨가 명의를 빌려줬을 가능성이다.


이에 대해 손 변호사는 “편의상 이름을 빌려준 것이라고 해명한다면 그 자체가 ‘명의신탁’으로 부동산 실명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보호소 지을 땅이 전국에 그곳뿐이었는가’ ‘굳이 왜 법인 이름으로 살 수 없는 땅을 샀는가’ ‘이건 혹시 보호소를 세울 수 없는 땅을 산 것 아닌가’ 등 여러 의문이 계속 꼬리를 물고 있다”고 말했다.

모금 돈으로
부동산 샀나

박 대표에 대한 평판은 극과 극으로 엇갈린다. 뮤지컬 배우 출신인 그가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것은 2002년 케어의 전신인 동물사랑실천협회의 대표가 되면서부터다. 그는 헌신적인 구조 활동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아왔고 육견단체와의 마찰이나 논쟁도 마다하지 않았다.

특히 개 농장서 식용견을 구출하는 과정을 인터넷으로 실시간 중계하거나 구조 작업에 유명 연예인을 동원하는 등 미디어를 활용하는 능력이 남달랐다. 하지만 박 대표는 과거에도 수차례 안락사 문제로 구설에 올랐다. 박 대표와 동사실의 역사는 곧 논란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6년 동사실은 경기도 남양주와 구리시로부터 위탁을 받아 보호소를 운영했다. 당시 동물보호소로 들어온 ‘주인 없는 동물’은 열흘 뒤면 안락사가 가능했다. 공립 보호소 입찰에 동물보호단체가 참여한 것 자체가 이례적이었다. 


보호소를 운영하며 직접 약물주사를 투여해 안락사시켰다는 의혹도 받는다. 이때 박 대표는 구조한 동물 수를 허위로 보고하고 보조금을 가로챈 사실이 적발돼 사기 혐의로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기도 했다. 같은 해 인천 남동구 장수동 재개발 지역에 방치된 개들을 구조하며 언론의 주목을 받았으나 구조된 개 상당수를 안락사해 논란에 휩싸였다. 

2011년 3월에도 그는 안락사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박 대표는 경기도 포천에 있는 동물보호소서 아무런 가림막 없이 다른 개들이 보는 가운데 개 20마리를 안락사시킨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경찰 조사 결과 주인이 있는 위탁견 2마리 등 안락사 대상이 아닌 개까지 죽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그를 기소의견으로 송치했으나 검찰은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연평도서의 반려동물 구조활동도 논란이 됐다. 해당 사실은 2010년 12월 북한의 포격으로 주민들이 떠난 연평도서 반려동물 구조활동을 벌였다. 주인 없이 방치돼있던 고양이 ‘노랑둥이’를 발견해 서울로 데려왔으나 고양이가 호흡기 질환에 걸리자 안락사시켰다. 이를 두고 동물단체는 불필요한 구조로 고양이가 끔찍한 최후를 맞았다며 공개 비판하기도 했다.

박 대표의 구조 방식도 논란거리였다. 2011년 11월에는 경기도 과천의 한 야산에 있는 동물 우리서 개 5마리와 닭 8마리를 구조했으나 특수절도죄로 이듬해 기소돼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그럼에도 박 대표는 언론 등을 통해 동물 안락사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후원금 더 모으려고?
개체 조절하기 위해?

는 2011년 한 언론 인터뷰서 “동물보호소 내 개체 수가 과도하게 증가하면, 전체 동물들이 스트레스를 받고 질병이 확산하는가 하면, 서열 다툼이 생기는 등 전체적으로 동물의 복지 상태가 나빠진다”며 “불가피한 안락사는 인도적인 것임에도 불구하고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기소한다면, 우리 단체는 앞으로 어떤 동물도 구조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고 주장했다.

또 “동물보호소는 폐쇄적이고 소수의 선택된 동물만을 보호하는 곳일 수는 없으므로 더 많은 동물에게 기회를 주어야 하기에 안락사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케어는 동물 학대 의혹이 있는 동물병원 수의사를 단체서 채용했다는 의혹으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박 대표는 “해당 병원 원장이 직접 한 행위는 아니었고 직원들이 한 일이었으며 이로 인해 수의사가 스스로 문을 닫았고 기회를 주는 측면서 그를 고용했다”고 해명한 바 있다.

한편 박 대표는 지난해 9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서 ‘2010년 전까지는 소수 안락사가 불가피했다. 하지만 2011년부터는 안락사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케어 내부고발자의 폭로로 2015년부터 200여마리가 넘는 동물을 안락사시킨 사실이 알려지며 안락사 사실을 은폐하며 후원금을 모았다는 비난에 직면하게 됐다.
 

박 대표의 민낯이 드러나면서 케어가 휘청이고 있다. 케어 홈페이지에는 후원을 중단하고, 탈퇴하겠다는 글이 잇따랐다. 또 불신이 다른 단체까지 확산되는 조짐도 보인다. 케어와 함께 대표적인 동물보호단체로 꼽히는 동물자유연대나 동물권행동 카라에도 후원을 중단하겠다는 회원들이 나타난 상황이다. 

카라는 지난 15일 회원들에게 메일을 보내 “생명 존중 원칙을 어긴 적이 한 차례도 없다”고 주장했다. 동물자유연대 역시 이날 홈페이지에 구조된 동물을 보호소에 입소시킨 뒤 입양, 사후 관리하는 과정 등을 상세히 보여줬다.

잇단 후원 중단
다른 단체 불똥

케어 직원은 박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전직 직원은 박소연 대표를 횡령 등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다. 하지만 박 대표는 자발적 사퇴를 사실상 거부했다. 지난 15일 밤 페이스북에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며 금주 내에 기자회견을 통해 입장을 표명하겠다고 밝혔다. 자신의 거취에 대해선 “사퇴 문제를 이사회나 대책위원회에서 결정되는 대로 따르겠다”며 “직위에 연연하지 않고 케어를 정상화시키고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적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이 당심 반영 비율을 늘린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이어 장동혁 대표를 필두로 지방선거 전략으로 ‘반명 빅텐트론’을 지난 대선에 이어 또 거론했다. 국민의힘이 6년째 내리 실패한 전략을 또 끌고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힘이 지난달 25일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대변인을 맡은 조지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기획단 회의 후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중을 기존 50%에서 70%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심보다 당심으로?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은 당원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 30%가 혼합돼 결정된다. 만 44세 이하 청년은 가점을 부여받고, 여성 신인은 만 45세 이상이어도 가산점이 부여된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자는 청년 인재 오디션을 거쳐 선출해 최우선 순위로 당선권에 배치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시행했던 공직 후보자 기초 자격 평가는 기초자치단체장·기초의원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장은 5선 나경원 의원이 맡고 있다. 나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후보군 중 1명으로 거론된다. 현 시점에선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각에선 “나 의원이 사심 때문에 경선 규칙을 정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중적 인기는 높지만, 당내 기반은 약하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되는 의심이다. 새로 정한 경선 규칙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태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실질적인 수권 전략을 실현하려면,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 규칙은 국민경선 100% 제도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했다. 윤 의원은 “민심이 곧 천심이고, 민심보다 앞서는 당심은 없다”며 “민의를 줄이고 당원 비율을 높이는 것은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이고, 폐쇄적 정당으로 비칠 수 있는 위험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사법부 압박 논란과 대장동 항소 포기 문제까지 있었는데도 우리 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여당 지지율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이겠느냐”며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성찰과 혁신 없이 표류하는 야당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43%였고,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였다. 지난 7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 면접 여론조사 당시 국민의힘 지지율이 19%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높지만, 두드러진다고 보긴 어렵다. 내부 비판 이어지는데 당심 비중↑ 비상계엄 사과 두고도 ‘옥신각신’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당분간 크게 오르긴 어렵다”는 일각의 예측도 있다. 다음 달 3일은 비상계엄 1주년이라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임 중 실정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불참 ▲윤 전 대통령 체포 저지 시도 ▲심야 대선후보 교체 시도 등 지난 1년 동안 국민의힘이 여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행보들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비상계엄 사과 등을 통한 윤 전 대통령과의 확실한 절연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지난 2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좀 더 명확한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당내에서도 나온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역사와 국민 앞에 누군가 사과해야 할 상황이고, 국민의힘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측할 수 없었던 돌발적인 계엄이 있었고, 탄핵에 이어 정권을 잃은 후 국정의 주도권을 넘겨줬다”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당 김재원 최고의원은 같은 달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회성 사과로 과거의 잘못을 끊어내고 새로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사과를 자꾸 하는 것은 오히려 현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며 “사과하는 것보단 앞으로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는 게 더 낫다”고 역설했다. 장 대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다. 그는 같은 달 25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후 “사과 메시지를 내는 것은 지금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지금 싸워야 할 대상은 무도한 이재명정권과 의회 폭거를 이어가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미역 광장에서 진행된 민생 회복·법치 수호 경북 국민대회에 참석해 “저들이 똘똘 뭉쳐 우리를 공격하고 손가락질할 때, 우리가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비판하는 게 부끄럽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대한민국과 자녀 세대를 위해 소리치는 우리가 아스팔트 세력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나라가 쓰러져가는데도 한마디도 못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사과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돌발적인 계엄이다? 이재명 대통령·민주당에 대한 투쟁을 강조하는 장 대표의 주장은 빅텐트론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나 의원도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국민의힘은 네 탓 공방을 벌이면서 분열에 빠져 있다”며 “정당의 뿌리를 흔드는 내부는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나로 뭉쳐 민주당의 독재 완성 계략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각종 선거와 정국에 대응할 때마다 빅텐트론이 거론됐다. 시작은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재임했던 지난 2019년이다. 이듬해엔 “각 정당·정파가 참여하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자유민주 세력과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전 대표는 “통합 없이는 절대 이길 수 없단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 나라를 망치려는 사람들은 통합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가 주장했던 빅텐트론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란 헌법 가치를 공유한다면, 태극기 세력부터 중도 보수 인사까지 아우른다”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을 토대로 자유한국당은 미래통합당으로 바뀌었다. 황 전 대표는 제21대 총선 패배 후 물러났다. 이 대표는 빅텐트론에 일관적으로 반대하면서 세대 포위론을 토대로 지난 2022년 대선을 지휘했다. 지난 6월 대선에 출마했던 이 대표는 국민의힘 등 보수 각계로부터 후보 단일화 요구를 받았다. 이 대표는 당시에도 국민의힘 등에서 주장했던 ‘반명 빅텐트론’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대선을 완주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의 빅텐트론을 놓고 “혁신 요구가 나올 때마다 제기되는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빅텐트론의 핵심은 통합이다. 통합은 정치권에서 반대 계파·의견을 억압하는 수사로 활용되는 예가 잦다. 빅텐트의 핵심은 조정 능력이다. 여기엔 다양한 계파·의견을 조율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장 대표는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체제 전쟁 깃발 아래 모일 수 있는 모든 우파가 함께 모여서 이재명정권이 사회주의 독재체제로 가려는 걸 막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체제 전쟁’의 근거는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민주당의 배임죄 폐지·대법관 증원 시도 등이다. 장 대표는 공식적으로 국민의힘과 관계없는 황 전 대표가 지난 12일 내란 선동 혐의를 받아 내란 특검에 의해 체포되자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어지는 재탕 삼탕 이어 “국민의힘만으로 이재명정부·민주당과 싸우긴 어렵다”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주도하는 자유민주당 ▲새누리당 조원진 전 의원이 주도하는 우리공화당 ▲황 전 대표가 주도하는 자유와혁신 등을 연대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모두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에 반해 개혁신당과 이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비판한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빅텐트론은 김문수 전 대선후보 등이 주장했던 빅텐트론과 큰 차이가 없다. 당시 김 전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이기기 위해선 어떤 경우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덕수 전 총리 ▲황 전 대표 ▲이낙연 전 총리 ▲이 대표 등을 통합 대상으로 지명했다.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는 김 전 후보·한 전 총리의 단일화를 지지하면서, 당시 당내 주류와 불화했던 국민의힘 김상욱 당시 의원(현 민주당 의원)에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장 대표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게 당원 게시판 의혹 관련 압박을 가한 것과 비슷하다. 당시 권 전 원내대표는 “당원 대부분은 민주당 이 후보에게 대항하기 위해선 반명 빅텐트가 필요하단 의견을 갖고 있다”며 “지도부는 당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연대를 주장하면서, 개혁신당과의 연대설도 공개적으로 부정하진 않는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장 대표·이 대표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관측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9월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이후 꾸준히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후 정치권 일각에선 “오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다시 출마하고,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하면 수도권에서 보수 진영이 선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달 28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특별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ARS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 시장은 보수 진영에서 민심 27.5%·당심 50.3%의 지지를 얻어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한 후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워 오 시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간다면, 재선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민심을 끝내 얻지 못하면, 오 시장으로선 힘겨운 선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체제 전쟁” 명분으로 사과 거부 홍 “국힘은 보수 참칭 사이비 레밍” 당내에서도 나 의원 등 막강한 경쟁자가 있어 본선행을 확실하게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변화·쇄신 목소리가 전혀 안 나온다”며 “연대를 함께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 이어 1990년대식 ‘뭉치면 이긴다’ 구호만 내세운다”며 “그 전략으로 패배한 사람은 황 전 대표였는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부에도 연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강경 보수의 주장을 가장 강하게 내세우는 김민수 최고위원은 같은 달 25일,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서 “이 대표는 당내 많은 분쟁을 가져온 사람이라서 화합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며 “개혁신당과의 연대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주장은 오 시장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개혁신당은 보수 정당인지, 진보 정당인지 모르겠고, 그 사이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최고위원이 되기 전부터 우측으로의 연대를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대선은 기동전·총력전 성격이 강한 반면, 지방선거는 진지전 성격이 강하다. 선거의 성격이 다르지만, 국민의힘에선 똑같이 ‘반명 빅텐트’라는 구호를 거론하고 있다. 역사엔 위기 상황에서 변화를 거부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한 사례가 다수 기록돼있다.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이 그 집단을 주도할 때, 이 사례는 더욱 빈번하게 재현된다. 중국 청나라에선 수구파를 이끌던 서태후가 변법자강운동을 주도하던 광서제에게 반대해 정변을 일으켜 성공한 후 광서제를 유폐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08년 광서제의 능을 공식 발굴 조사한 결과, 광서제는 급성 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3세 나이로 즉위한 청나라 황제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의 주인공인 선통제다. 선통제는 영화 제목 그대로 마지막 황제였다. 광서제의 개혁 시도는 청나라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취사 선택해 그 정보를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 불리한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성향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지역구 관리에만 능하고, 기득권·이익 추구에만 관심을 두는 의원들이 당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언더 찐윤’이란 집단이 거론된다. 확증편향 소탐대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변화·혁신에 거부감을 느끼면서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핵심 이유로 언더 찐윤을 거론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6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이념도 없는, 보수를 참칭한 사이비 레밍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여러 번 선거에서 패배한 전략임에도 확증편향·소탐대실을 근거로 같은 선택을 고집한다면, 무리 지어 절벽에서 떨어지는 레밍과 비교되는 수모를 또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또 빅텐트론이 반복되고 있다. 빅텐트는 국민의힘 주변을 배회하는 유령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