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대출광고 늘린 이유

고리대금업 활개 금융당국은 뒷짐

[일요시사 경제팀] 김태구 기자 = 그간 대부업체들은 과도한 광고를 통해 국민에게 고금리 대출을 무차별적으로 유도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런 심각성을 인식한 금융당국도 대부업의 저축은행 인수 조건으로 광고비용을 3년간 매년 20% 이상 감축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 3분기까지 집계된 대부업체의 광고비용은 전혀 줄지 않았고 대부업계열 저축은행 광고 부분은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대부업에 대한 금융당국의 제재가 강화되자 해당 업체들이 저축은행을 활용해 또다시 전 국민적 빚내기를 촉구하고 있다는 비판을 자초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대부업체에 인수된 웰컴·OK·친애 저축은행 등이 올해 케이블TV 광고편성 부분 상위 5개 업체 리스트에 새롭게 이름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내부거래 의혹
 
이 3곳의 광고는 9월 한 달에만 2만145회 케이블 TV에 방송됐다. 대부업체 1위인 아프로서비스그룹(러시앤캐시)의 OK저축은행 광고가 1만1107회로 가장 많았고 웰컴 저축은행(웰컴크레디라인)이 9019회로 뒤를 이었다. 각각 매일 370회, 300회 가량 대출을 유도하는 광고가 일반 대중에게 노출된 셈이다. 또 VOD/IPTV를 통해서도 대부업계열 저축은행 3곳의 광고가 9월 한 달 동안 499만2806회 노출됐다. 특히 OK저축은행은 전체의 82%에 해당하는 410만5806회를 광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금액으로 보면 케이블TV협회에 등록된 방송채널사용사업자의 관련 매출액은 지난해 100억원에서 112억원으로 증가했다. 이것도 올해 9월까지의 집계액임을 고려하면 연말까지 저축은행 관련 광고 매출액은 14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대부업계열 저축은행 광고 횟수와 비용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지만 이 업체들의 지주사 역할을 하는 러시앤캐시, 미즈사랑(이상 아프로서비스), 웰컴크레디라인 등 대부업체 광고도  여전히 광고편성 상위권을 유지했다. 광고 매출액도 9월까지 243억원, 연말까지 지난해 매출액 270억원은 무난히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결과는 금융당국이 대부업체의 저축은행 인수를 허용하면서 내건 광고비용 감축 조건을 무색게 하고 있다.
 

저축은행 광고의 물량공세에 대해 업계에서는 ‘내부 거래 등을 통한 편법 자금조달’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아프로서비스그룹이 계열사인 러시앤캐시와 OK저축은행 등의 광고비를 총괄하고 있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이러한 의혹에 설득력을 싣고 있다. OK저축은행과 러시앤캐시의 광고비 규모와 집행에 대한 최종 결정권은 결국 지주사인 아프로서비스그룹이란 시각이다. 즉 엄마가 형에게 주는 용돈을 덜주고 새롭게 사업을 시작한 동생에게 더 나눠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아프로서비스 측은 이런 의혹에 대해 “그룹차원에서 광고비 전체를 파악하고 있지만 러시앤캐시와 OK저축은행은 엄연히 다른 회사다”며 내부거래 의혹에 대해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저축은행에 진입한 후 이를 알리기 위해 광고비를 지난해 보다 많이 집행한 것은 사실이지만 (저축은행 인수 후)대부업쪽의 광고비는 점차 줄여나는 중”이라고 밝혔다. 다른 저축은행도 답변은 대동소이했다.
 
고금리 대출 전년보다 2배 증가
제도권 비용 20% 감축 의도 무색
 
의혹을 듣고 있는 업체들의 입장과 달리 금융권에서는 대부업계 저축은행의 광고 물량공세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익명의 금융권 한 관계자는 “저축은행 광고라도 해도 단박 대출, 신속 대출을 강조하는 대부업체 광고와 하등에 다를 바가 없다”면서 “저축은행 대출 광고로 인한 부작용과 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광고에 대한 규제와 심의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금융당국에서도 업계의 우려를 인지하고 저축은행의 광고 증가 상태를 예의 주시하고 있는 상태다. 최건호 금융감독원 저축은행감독국 국장은 “금융당국도 애초 이런 풍선 효과를 인지하고 있었지만, 대부업보다 저금리인 저축은행 상품을 알리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판단하에 지켜보는 입장이었다”면서 “인수조건 불이행에 대한 문제점을 인지한 이상 대부업 광고의 노출 빈도나 내용에 있어서 문제가 있는지 검토할 계획”임을 밝혔다.
 
 

대부계열 저축은행들의 광고 증가에 우려를 표명하는 이유는 이들 저축은행의 주력 상품이 높은 금리의 개인 신용 대출이기 때문이다.
 
금감원 자료에 따르면 대부업계 저축은행의 대출 규모는 전체적으로는 1조9536억원에서 1조4657억원으로 25%로 감소했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업계의 우려가 기우가 아님을 알 수 있다. 대출 구성면에서 기업대출이 1조5829억원에서 4689억원으로 70% 감소한 반면 개인 신용대출은 2655억원에서 8482억원으로 219% 급증했다. 기업부문 대신 개인신용 대출을 강화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특히 OK저축은행의 신용대출금액은 기존 저축은행 인수 후 개인대출이 약 287배 증가한 577억원으로 집계됐다. 일본계인 친애 저축은행 또한 인수 후 3413억원 증가한 5320억원의 신용대출 실적을 올린 것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문제는 이들의 개인신용대출 대부분이 연 25% 이상의 고금리 대출이라는 데 있다. 웰컴·OK 저축은행 등이 취급하는 주력 상품 대부분이 연 25%이상의 고금리 상품이다. 국감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식 의원이 “대부업체가 간판만 저축은행으로 바꾸고 금융기관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사실상 기존의 고리대금 행태를 지속하고 있다”며 비판한 부분도 충분히 납득되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지주계열 저축은행 관계자는 “대부업체의 저축은행 진출은 서민 금융을 제도권에서 관리하는 차원에서 긍정적이 면이 있지만, 최근 과도한 고금리 대출 상품 광고로 저축은행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게 바뀔 수 있다”며 고금리 대출에 대한 광고비 급증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대부업 습성 여전
 
반면 지난 10월 초에 만난 금융감독원 한 관계자는 “저축은행 인수로 대부업 계열의 금리가 연 34.9%에서 29.9%로 5%포인트 하락한 측면이 있다”면서 “인수 조건으로 내건 최고 금리 29.9%선을 지키고 있기 때문에 문제없다”는 식의 반응을 보였다. 금융당국이 실태 점검을 표방하고 있지만 다양한 금리의 금융상품 개발이나 금리 인하를 유도하려는 의지가 있는지는 의문스럽다는 게 업계의 평이다. 
 
대출을 권하는 광고 홍수 속에 저축은행을 찾은 서민들은 고금리에 놀라고 금융 당국의 무관심에 상처만 깊어갈 뿐이다.
 
 
<kt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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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