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외환 조기통합 추진 노림수

빨리빨리 서두르는 이유가 ‘헉’

[일요시사 경제팀] 김태구 기자 = 하나금융지주(이하 하나금융)가 7월부터 추진하던 외환은행과 하나은행의 조기통합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달 29일 두 은행은 각각 이사회를 열어 조기통합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어 하나금융 이사회를 거쳐 두 은행은 전격 합병계약을 체결했다. 이사회 의결과 계약 체결에 따라 하나금융은 이달 초 금융위원회에 통합승인을 신청할 계획이다.
 
연내 합병을 마무리하고자 하는 하나금융의 행보에 청신호가 켜진 것이다. 하지만 조기통합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높여 온 외환은행노조(이하 외환노조)에는 비상이 걸렸다. 그 동안 하나금융의 조기통합 움직임에 대해 “2012년 노사정이 체결한 2·17합의를 이행하라”며 구축해 온 저지선이 돌파된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하나금융 김정태 회장은 지난 7월 전격적으로 두 은행의 조기합병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하면서 ‘경영위기론’을 명분으로 삼았다. 지주측은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수익성이 다른 대형은행에 비해 훨씬 빠른 속도로 악화되고 있어 향후 생존 기반이 위협된다고 언급했다. 따라서 예측되는 경영상 위협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은행 간 조기합병을 통한 비용절감과 시너지 창출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김정태 회장 연임
위해 합병 추진?
 
외환은행과 하나은행의 합병에 대한 기대효과는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 두 은행이 합칠 경우 여신규모 158조원의 대형은행으로 거듭나서 업계 2위인 우리은행에 버금가는 수준이 된다. 특히 대기업 여신 부분은 가장 규모가 큰 신흥강자로 부상할 수 있다. 더불어 외환시장에서의 압도적인 장악력도 기대된다. 지난해 한국의 외환시장 규모는 외환, 우리, 국민 등 주요 8개 은행 기준 1645조6000억원 규모.
 

이 가운데 외환은행의 점유율은 34.3%, 하나은행은 8.5% 수준이다. 물론 금년 상반기 실적만을 따진 수치지만 두 은행의 합병으로 인한 외환시장 점유율은 42.8%에 달한다. 최근 금융계가 저금리로 수익성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임을 고려해 볼 때 외환시장의 장악력은 곧 상당한 수수료 창출로 이어질 전망이다. 결국 ‘합병 지연으로 인해 경영악화가 예상되니 조기통합을 해야 한다’는 논리가 나름 설득력이 있는 셈이다.
 
문제는 이러한 논리에 대한 다른 식의 접근 또한 타당성을 갖는다는 점이다.
 
조기통합에 반대하는 외환노조 측은 일단 ‘심각한 경영상의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며 하나금융의 주장에 대해 “침소봉대 하고 있다”는 논리로 맞서고 있다. 최근 하나금융이 발표한 상반기 경영실적을 보면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모두 상반기 순이익이 전년 대비 60% 이상 크게 증가했다. 외환은행의 상반기 순이익이 5562억원이고, 하나은행은 3195억원에 이르는 만큼, 경영악화를 배경으로 한 조기통합론이 과장됐다는 노조의 주장도 타당성이 있는 셈이다.
 
금융계의 반응은 조기통합에 대한 하나금융의 명분보다 노조 측의 반론에 무게를 싣고 있다. 조기통합에 따른 비용절감 효과는 대략 3000억원에 불과할 것이라는 게 금융전문가들의 분석이다. 3000억을 절감할 수 있다는 하나금융의 논리가 틀린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노사정이 체결한 2·17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할 정도로 긴박한 위기도 아니고, 비용절감 효과도 그다지 크지 않다는 얘기다.
 
3년 전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자회사로 편입하는 과정에서 체결한 2·17합의는 당시 금융위의 수장인 김석동 위원장 입회 아래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윤용로 한국외환은행장, 김기철 외환은행 노조위원장 등의 서명으로 체결된 합의사항이다. 핵심 내용은 향후 5년간 외환은행을 독립법인으로 유지시키고, 경영에 대한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하나금융의 일체의 간섭금지, 인위적인 구조조정 금지 등이다.
 
‘경영위기론’ 명분 연내 합병 급물살
노사정 합의 헌신짝…회장 연임 포석?
 

따라서 하나금융이 추진하고 있는 조기통합은 합의서의 제1조 1항 ‘자회사 편입 이후에도 별도의 독립법인으로 존속하기로 한다’는 부분과 2항 ‘5년 경과 후 상호합의를 통하여 합병을 협의할 수 있다’는 조항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셈이다. 외환노조가 “아직 5년도 지나지 않았고, 노조와의 협의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하나금융이 일방적으로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고 비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외환노조는 하나금융의 조기통합 강행 이유를 ‘경영악화에 따른 대책’이 아닌 ‘하나금융 김정태 행장의 연임을 위한 대책’이라고 보고 있다. 금융계의 시선도 노조측 주장에 쏠리는 분위기다. 하나금융이 내세우는 논리가 노사정이 맺은 합의를 깨트리는 명분이 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시각이다. 수익 2조원 대에 진입한 신한금융에 비해 절반 수준이라고는 하지만 그것이 곧 경영악화로 몰아갈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런 배경으로 하나금융의 조기통합 추진은 김정태 회장의 연임을 위한 대책 아니냐는 시각이 생긴 것이다. 이에 대해 하나금융 관계자는 “전혀 근거없는 소문”이라며 “어려운 금융 환경이 가장 큰 요인이다”고 의혹을 일축했다.

조기합병으로 
경영실패 물타기?
 
반면 외환노조 측은 “노조와 아무런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합병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한 것 자체가 합의 위반”이라며 “김회장의 개인적 입지 강화를 위해 외환은행을 희생양 삼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노조총회를 개최해 조기통합에 대한 반대 입장을 정리하고 항의와 파업 등 선택 가능한 대응수단을 강구하고 나선 것이다.
 
노조의 반발에 대해 하나금융의 대응은 강력했다. 사측은 외환은행 노조가 2·17합의 이행을 촉구하기 위해 개최한 노조총회에 참석했던 외환노조원 898명에 대해 징계조치를 내렸다. 징계사유는 은행 인사규정과 취업규칙에 근거한 업무지시 거부, 업무 방해, 근무지 무단이탈 등이다. 이 징계안은 지난 28일 38명 징계로 대폭 축소된 상황이다.
 
하나금융이 외환노조의 반발에 강력대응을 하면서까지 조기통합 추진하는 배경에 대해 금융권에서는 ‘김정태 회장의 연임을 위한 재무적 투자자(FI) 비위 맞추기’로 해석하고 있다.
 
올 초 하나금융 이사회가 회장임기에 대해 ‘3년 임기, 1년 단위로 연임 결정’에서 3년 단위로 연임여부를 결정하는 것으로 정관을 변경한 점을 주목한 해석이다. 이번에 연임되면 김정태 회장은 2018년까지 회장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연임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 이사진도 대폭 물갈이 됐다. 최흥식 전 하나금융지주 사장, 윤용로 전 외환은행장, 임창섭 전 하나대투증권 사장 등이 일제히 퇴임했고 김승유 전 회장 시절 선임된 사외이사들도 대거 물러났다. 내부정리를 마친 셈이다.
 
문제는 하나금융의 실적이 신통치 않다는 점이다. 김회장의 연임이 성사되기 위해서는 나름대로 경영의 성과를 보여줘야 하는데 이게 만만치 않다. 하나은행은 몇 달 전 금융계를 뒤집어 놨던 ‘KT ENS 허위 매출채권 사기사건’으로 1600억원의 손실을 봤고, 구조조정 대상인 동부제철을 채권단 공동관리에 넣기로 하면서 발생한 충당금 1050억원도 하나금융의 부담이다. 게다가 하나은행이 출자한 태산엘시디의 상장폐지로 출자금 4338억원 중 99.6%인 4321억원의 손실을 입은 것도 지난 3월이다. 김회장이 말하는 경영위기는 금융환경의 악화라기보다는 경영의 실패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하나, 투기성자본에 잘 보이려 외환 압박?
 

경영실패에 대한 투자자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하나금융이 론스타로부터 외환은행을 인수할 당시 2조원 가량을 투자했던 재무적 투자자(FI)의 불만이 팽배한 상황이다. 재무적 투자자는 경영에 직접 참여해 장기적인 이득을 추구하는 전략적 투자자(SI)와 달리 일정한 수익만 얻는 것이 주요목적. 기업의 가치가 떨어지면 손해를 보게 되기 때문에 주가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런데 하나금융의 주가는 최근 3년간 크게 오르지 않았다. 재무적 투자자의 불만이 폭발하기 직전이란 말이 금융권을 돌고 있는 배경이다.
 
이런 이유로 초라한 성적표를 들고 연임을 위한 시험장에 들어갈 수 없었던 김회장이 꺼내 든 카드는 조기통합 외에는 없었던 것 아니냐는 견해가 생긴 것이다. 그동안의 경영실패를 덮고, 외부 투자자의 불만을 달래기 위해서는 두 은행 간 조기통합이 필요하고 이를 반대하는 외환노조에 강경대응을 주문했다는 것이 금융권 시각이다.
 
외환노조는 하나금융의 합병 강행에 강력대응을 천명하고 있다. 하나금융의 방침에 따라 직원 징계에 나선 김환조 외환은행장과 경영진을 조합원 총회 방해 등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15일 서울지방노동청에 고소하는 등 맞대응에 나섰다.
 
직원들의 징계결정과 노동청 고소가 맞붙는 가운데 쌍방 간의 비방도 도를 넘고 있다. 하나금융 측은 “외환은행 대부분의 직원들은 합병에 찬성하고 있는데 일부 노조 집행부만 반대하고 있다”는 식으로 노조를 압박하고 있다. 언론과의 접촉에서도 외환노조를 “사리사욕만 채우는 귀족노조”라고 표현하기를 서슴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 “조기통합이 필요한 만큼 통합이사회를 열고 이어 금융위에 조기통합에 대한 승인신청을 낼 계획”임을 강조했다. 어떻게든 조기합병을 강행하겠다는 의지표명인 셈이다.
 
이에 대해 외환노조 측은 “하나금융이 악의적인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며 발끈하고 있다. 노조가 사측과의 대화를 거부할 까닭도 없거니와 외환은행 직원들이 합병을 찬성하고 있다는 주장은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그 근거로 온라인 전자설문업체를 통해 외환은행 직원 70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조사결과에는 응답자의 88.1%가 조기합병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한노조 김보헌 본부장은 “외환은행은 IMF 당시 4000명의 직원들을 떠나보냈고, 투기성 자본인 론스타에 넘어갔다가 돌아오는 과정에서 남다른 아픔을 겪은 조직이다. 따라서 노조는 대규모 구조조정이 수반되는 일방적인 합병 추진을 절대 좌시할 수 없다”며 노조의 강경 대응 입장을 설명했다. 다만 파업 강행에 신중을 기하면서 하나금융에 대화 재개를 촉구할 방침이다. 하나금융이 독립경영을 보장한 2·17합의를 위반한 사실을 인정하면 진정성 있는 대화와 협상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개입 꺼리는 금융위
적극 중재 나서야
 
또한 협상에 대한 전제 조건은 직원들에 대한 징계철회와 금융위의 중재 수용을 내걸었다. 외환노조가 금융위의 중재를 언급하는 것은 금융당국이 개입하면 하나금융의 논리만 일방적으로 전개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금융당국은 개입을 꺼리는 눈치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노사의 일은 노사가 풀어야 할 일”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조기통합은 노조를 포함한 모든 관계자가 자발적으로 합의했을 때 논의될 수 있다”는 원론적인 수준의 발언만 거듭하고 있다. 2·17 노사정 합의서가 무시되는 것에 대해서는 별다른 입장표명을 내놓지 않고 있는 상태다.
 
조기통합을 강행하는 하나금융과 이를 저지하려는 외환노조, 직접적인 개입을 꺼리는 금융당국 간의 입장 차이에 2012년 2월17일 자로 체결된 합의서만 색이 바래가고 있다.
 
 
<kt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나-외환 합병 변수는?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공식 합병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노조가 반대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두 은행은 지난달 29일 각각 이사회를 열어 조기통합을 추진하기로 의결했다. 이어 하나금융지주 이사회를 거쳐 두 은행간 합병 계약을 맺었다. 
 
합병비율은 하나은행 보통주 1주당 외환은행 보통주 2.97주다. 합병에 따른 존속법인은 외환은행으로 정했다. 공식적인 통합 은행의 명칭은 통합추진위원회가 추후에 결정하기로 했다.
 
하나금융은 이사회 의결과 계약 체결에 따라 11월 초 금융위원회에 통합 승인을 신청할 계획이다. 통합 승인에 걸리는 기간이 60일 정도인 것을 고려하면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이 강조해 온 연내 통합이 이뤄질 수도 있다.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의 5년간 독립경영을 보장한 ‘2·17 합의’를 깨고 3년만에 조기통합을 추진한 명분은 경영 위기다.
 
이에 대해 두 은행 이사회는 공동으로 “저성장·저마진 환경 속에서 국내 은행산업은 수익성 악화가 지속할 것”이라며 “잠재적 위기에 미리 대응하고 그룹의 지속적인 발전과 성공적인 글로벌 금융그룹 도약을 위해 통합이 최선의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하나금융은 조기통합 시 연간 비용절감 2692억원에 수익증대 효과 429억원까지 더해 매년 3121억원에 이르는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규모 면에서도 두 은행이 합병을 하게 되면 총자산이 334조원으로 KB국민은행(292조원), 우리은행(273조원), 신한은행(263조원)을 압도한다.
 
한편 외환은행 노조는 29일 성명을 내고 “노조 요구를 무시하고 통합 이사회를 강행했다는 것은 대화 의지가 없다는 것으로 본다”며 “합병 절차 강행 등으로 진정성 있는 대화를 위한 노조의 제의가 거부되면 합병 저지 투쟁 재개가 불가피하다”고 조기통합에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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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