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에 보는 부동산 동향] 불붙은 층간소음 마케팅

‘쿵쿵’아이들 뛰어도 좋은 집 ‘알랑가몰라’

[박민우 부동산전문기자] 이웃간 살인까지 부르는 층간소음. 건설사들이 사회문제로 대두한 층간소음을 최소화한 아파트와 오피스텔을 선보이고 있다. 어린 자녀가 있는 부모들의 관심은 유독 남다를 수밖에 없다. 조용한 집을 원하는 수요자들에게도 인기다.

아래-위층 이웃간 소음분쟁 사건사고 잇달아
중재센터 월 620건 민원 “뾰족한 대책 없다”

죽음을 부른 이웃간 층간소음 분쟁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13일 인천 부평구 십정동의 한 빌라에서 층간소음 문제로 다투던 집주인이 세입자 집에 불을 질러 2명이 숨지는 사건이 일어났다. 2층에 사는 집 주인 임모씨와 1층 세입자 박모씨는 층간소음 문제로 시비가 붙었다.

흥분해 살인까지
사회문제로 대두

 
임씨는 시끄럽다고 항의했고, 박씨는 맘대로 하라고 버텼다. 화를 참지 못한 임씨는 둔기를 휘두르다 인화성 물질을 박씨 집에 뿌린 뒤 불을 질렀다. 이 불로 박씨의 딸과 남자친구가 숨졌다. 임씨도 다리에 화상을 입었다.

층간소음 갈등이 살인사건으로 번진 것은 올 들어 두 번째다. 지난 2월 서울 중랑구 한 아파트에서 김모씨가 층간소음 문제로 다투던 30대 형제 2명을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층간소음으로 인한 사건사고도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2월 양천구 목동 한 다세대주택에서 박모씨는 홍모씨 집에 불을 질러 홍씨 등 일가족 6명이 다쳤다. 지난 3월엔 부산 북구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이모씨가 시끄럽게 한다며 위층에 사는 정모씨와 정씨의 어머니에게 수차례 흉기로 위협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웃간 층간소음 다툼 발생 시 직접 대면을 삼가라 등의 대처법을 조언하지만 뾰족한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한국환경공단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3월 센터 설립 이후 연말까지 접수된 민원은 총 7021건에 달한다. 매달 620건 가량의 민원이 제기된 셈이다. 올 들어선 지난 1월에만 1500여 건의 민원이 폭주했다.


이웃간 살인까지 부르는 층간소음. 건설사들은 사회문제로 대두한 층간소음을 최소화한 아파트와 오피스텔로 ‘손님’을 끌고 있다. 어린 자녀가 있는 부모들의 관심은 유독 남다를 수밖에 없다. 조용한 집을 원하는 수요자들에게도 인기다. 다음은 층간소음을 완화한 아파트와 오피스텔이다.

▲목동 센트럴 푸르지오 = 대우건설은 양천구 목1동에 ‘목동 센트럴 푸르지오’주상복합 아파트를 짓고 있다. 지하 5층∼지상 31층, 2개동에 전용면적 84∼127㎡ 249가구로 구성됐다. 이중 181가구를 지난해 일반분양했다. 현재 분양률은 80%를 넘어섰다. 잔여물량에 대해 선착순 분양 중이다.
3.3㎡ 평균 2200만원대인 분양가로 인근지역 시세 3.3㎡당 2600만∼3000만원보다 낮게 책정됐다. 단지 바로 옆에 지하철 5호선 오목교역이 있다. 오피스 밀집 지역인 여의도까지는 10분대에 도착 가능하다. 광화문과 김포공항도 20∼30분대로 접근할 수 있다. 서부간선도로와 올림픽대로 이용도 간편해 교통여건이 뛰어나다.
편의시설로는 현대백화점 목동점, 이마트, 홈플러스, 코스트코 등이 있고, 목동야구장, 목동 아이스링크가 가까워 레저시설도 우수한 편이다. 교육환경도 우수하다. 강남 대치동과 우위를 다툴 정도로 대형 학원가가 밀집해 있다. 단지 인근에 서울 내 명문학교로 꼽히는 목동초중, 목운중이 있으며, 한가람고·양정고와 같은 명문 고등학교도 학군에 속해 있다.
무엇보다 차별화된 설계가 눈에 띈다. 층간소음을 최소화하기 위해 바닥에 비드법보온판 등을 추가했다. 또 천장마감을 보강해 500∼650㎜로 설계했다. 구형 아파트 270∼300㎜와 비교하면 바닥두께가 최대 2배를 넘는 규모다.

▲신화명 리버뷰자이 = GS건설은 부산 북구 금곡동에서 ‘신화명 리버뷰자이’를 분양 중이다. 금곡1주택재개발정비구역을 재개발한 아파트로 지하 3층~지상 29층 8개동에 전용면적 59∼84㎡ 729가구로 구성됐다. 지난 3월 1, 2순위 청약을 받은 결과 총 2149명이 접수해 4개 주택형 가운데 3개 주택형이 모두 마감됐다. 전용면적 59㎡는 1순위에서 최고 46.8대 1을 기록했다. 84㎡의 경우 84㎡A는 4.5대 1을 기록했으며, 84㎡C는 1.8대 1을 나타냈다. 다만 84㎡B는 0.7대 1의 경쟁률로 모집가구수를 다 채우지 못했다. GS건설은 “분양가상한제로 인근 아파트보다 최고 2000만원가량 저렴해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특히 이 아파트는 층간소음을 줄이는 공사로 지어진다. GS건설은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서 정한 표준바닥구조로 시공할 예정이었으나 완충재의 두께를 강화해 층간소음 문제를 줄이기로 했다. 원래 완충재를 20㎜로 설계했으나 50% 더 강화해 30㎜ 두께로 시공한다. GS건설은 “최근 층간소음 문제가 사회문제로 부각되면서 이를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동탄 센트럴자이 = GS건설은 지난해 8월 청약이 마감된 경기도 동탄2신도시 ‘동탄 센트럴자이’아파트에도 층간소음을 줄이는 시공법을 사용했다. 이 결과 국내 10대 건설사가 수도권에서 공급한 아파트 중 층간소음차단 인정등급 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 아파트는 청약자가 대거 몰리면서 전 주택형이 1순위에 마감됐다. 특별공급(44가구)을 제외한 515가구를 모집한 동탄센트럴자이 1, 2순위 청약접수 결과 모두 4237명이 접수했다.
이중 1순위 지원자만 3868명으로 평균 7.5대 1의 청약률을 기록했고, 모든 주택형에서 1순위 마감했다. 84㎡E형의 경우 141대 1의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84㎡D형도 61대 1의 경쟁률을 보이는 등 전 평형에서 높은 청약률을 보였다. 지상 25층 10개동, 전용면적 72㎡(222가구), 84㎡(337 가구) 등 559가구로 이뤄졌다. 평형별로 72㎡형은 4개 타입, 84㎡형은 9개 타입으로 구성됐다.

바닥재 강화에
천장마감 보강

▲광주 서희스타힐스 = 서희건설은 경기도 광주시 쌍령동에서 ‘광주 쌍령동 서희스타힐스’를 분양 중이다. 지하 1층∼지상 15층 5개동 규모로, 전용면적 84∼125㎡ 198가구로 구성됐다. 주변에 다양한 생활 인프라가 갖춰진 점이 이 단지의 매력이다. 인근에 이마트 등 다양한 쇼핑공간은 물론 광주종합운동장·미술관 등 문화공간도 들어서 있다. 광주종합터미널, 청석체육공원 등도 가까이 입지해 있어 이용이 편리하다. 인근엔 쌍령초교, 광주중앙·경희여자고도 가까워 통학환경이 좋다.
이 아파트엔 최첨단 주거시스템과 함께 웰빙시스템도 도입된다. 최근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층간 소음문제를 방지하고자 소음방지재를 시공했다. 인체 무해한 친환경 벽지와 바닥 마감재를 사용해 새집증후군의 위험도 줄인다.

바닥두께 늘려 소음 최소화
1층·키즈시설 특화단지 인기


▲구로동 로제리움 2차 = 신세계건설은 서울시 구로구 구로동 97번지 일대에 ‘로제리움 2차’를 공급하다. 로제리움 2차는 층간소음 차단을 위해 국토부 표준바닥시공규제 두께인 19∼21㎝ 보다 두꺼운 22㎝로 시공된다. 층고의 경우 기존에 보급된 여느 오피스텔보다 높은 2.4m로 시공되며, 수익형부동산에서 보기 힘든 우물천장으로 마감된다.
세대 간 소음문제도 해결했다. 국토해양부 규격 50㎝를 초과한 세대 간 벽 칸막이 공사를 55㎝ 두께로 시공해 옆 세대 간의 갈등의 소지를 없앴다. 지하 2층∼지상 20층 규모로 전용면적 20㎡ 이하의 372실로 구성됐다. 취득세·재산세 100% 면제, 업무시설 임대 시 부가세 환급, 1가구 2주택, 종부세, 양도세 중과 제외 등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계약조건은 계약금10%, 중도금 50% 무이자로, 무제한 전매가 가능하다.

▲내포신도시 빌앤더스 = 현대그룹 계열사 현대아산은 충남 내포신도시 2구역 업무시설용지 1-3블록에서 ‘현대아산 빌앤더스’오피스텔을 분양 중이다. 지하 3층~지상 7층, 528실(전용 23·29㎡) 규모로 구성된다. 3.3㎡당 분양가는 500만원 초반대.
각 실엔 빌트인냉장고·붙박이장·가전소물장 등 풀퍼니시드 시스템이 적용되고 층간 소음 방지재가 시공된다. 분양 조건은 계약금 10%, 중도금 60% 무이자가 제공된다.

▲1층 안전지대 = 자녀가 있는 수요자라면 아파트 1층이 ‘안전지대’다. 건설사들은 그동안 애물단지였던 1층을 특화보완하면서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층간소음 문제가 커지면서 실속형 수요자들에게 아파트 1층이 재조명 받고 있다”며 “어린 자녀가 있는 집은 항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어 1층이 인기”라고 전했다.
경기도 용인시 신봉동 ‘수지 신봉센트레빌’도 그중 하나다. 전체 940가구 규모. 동부건설은 1층 계약자들에게 최대 30%까지 할인혜택을 준다. 149㎡의 경우 당초 분양가 7억9900만원에서 1억2000만∼1억4000만원까지 깎아줘 5억원대에 매입이 가능하다. 3층 이상은 분양가의 15%를 할인해준다. 1층에 필로티를 설치해 지상 2층으로 띄워 1층 세대의 프라이버시 침해를 방지하고 개방감을 확보했다. 동부건설은 “1층에 필로티를 설치해 1층 같지 않은 1층인데다가 가격 파격 할인을 진행해 가격 부담을 내렸고 또 6억원 이하라 양도세 감면혜택 대상도 되면서 최근 젊은 층들의 계약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동원개발은 고양시 삼송지구 A17블록에 짓는 ‘삼송 동원로얄듀크’의 지대를 8m 이상 높여 1층이 인근 다른 단지의 2∼3층 높이로 조망권을 확보했다. 현대산업개발은 서울 종로구 무학 연립2구역을 재건축한 ‘인왕산 2차 아이파크’의 5개 동 중 2개 동 1∼3층에 테라스하우스를 제공한다. 코오롱건설은 대구 수성구에서 분양한 ‘수성못 코오롱 하늘채’ 1층 가구에 공용 홀을 거치지 않고 바로 현관 출입이 가능하도록 전용 현관문을 조성했다.

▲키즈특화 단지 = 독특한 방법으로 층간소음 예방에 나선 건설사들도 있다. 단지 내 아이들을 위한 키즈특화 시설을 갖추고 있는 것.
롯데건설은 동탄2신도시 A28블록에 분양 중인 ‘동탄롯데캐슬 알바트로스’에 키즈카페와 부모의 휴식공간인 맘스카페를 결합한 ‘캐슬 맘&키즈카페’를 조성한다. 현대엠코가 울산 동구 화정동 일대에 공급하는 ‘엠코타운 이스턴베이’에도 맘스&키즈카페가 조성된다. SK건설은 화성시 반월동에 분양 중인 ‘신동탄 SK VIEW Park’에 어린이 피트니스센터, 자연채광 인공 해수풀, 방음 레슨실, 복층형 도서관 등을 마련한다.

항상 가슴 졸이는
스트레스서 탈출

동부건설은 인천시 계양구 귤현동에 지은 ‘계양 센트레빌’에 아이들이 사계절 맘껏 뛰어 놀 수 있는 실내놀이터, 맘스카페, 어린이 도서관, 보육시설 등이 있는 복합문화센터 ‘센트웰’을 만들었다. 대원은 동탄2신도시 A33블록 ‘동탄2신도시 대원칸타빌 2차’에 동탄신도시 최초로 대규모 다목적 실내 스포츠파크를 비롯해 아이들이 자유롭게 뛰어 놀 수 있는 공간인 키즈클럽, 보육시설 등 자녀들을 위한 다양한 커뮤니티 시설을 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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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2024년 12월3일 오후 10시27분,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국가 최고 통수권자의 선택은 정치권을 넘어 대한민국 전역을 강타했다. 내란의 밤이 지나고 탄핵의 강을 건너 마침내 대선 정국까지 넘었다.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여의도 곳곳에 계엄의 여파가 남아 있다. 그날 오후 10시 무렵 윤석열 전 대통령이 예산안 관련 긴급 발표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정보지가 돌았다. 얼마 뒤 정장 복장으로 대통령실 브리핑룸 카메라 앞에 나타난 윤 전 대통령은 다소 격양된 어투로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스스로 걸어간 자멸의 길 민주당이 주요 예산을 전액 삭감해 국가 기능을 훼손하고 대한민국을 공황 상태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더니 돌연 야당을 반국가 세력으로 몰아세웠다. 윤 전 대통령은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1979년 이후 45년 만에 내려진 비상계엄이었다.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국회가 봉쇄됐고 헬기를 타고 도착한 무장 군인들이 안으로 들이닥쳤다. 국회 밖에서는 시민이, 안에서는 야당 보좌진들이 군인과 대치하면서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이 이어졌다. 먼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입장을 냈다. 한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이라며 “국민과 함께 막겠다”고 밝혔다. 이후 한 전 대표는 탄핵을 찬성한다는 의미의 ‘찬탄파’로 찍혀 친윤(친 윤석열)계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민주당 당시 이재명 대표는 실시간 방송을 통해 “대통령의 불법적인 비상계엄 선포는 무효”라며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인 국회를 지키기 위해 신속히 국회로 와달라는 말을 남겼다. 내란 사태가 지나고 난 뒤 이 대통령은 이날을 회상하며 “이 상황을 최대한 빨리 많은 시민에게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실시간 방송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뒤이어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가 비상 의총을 소집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국회 예결위 회의장으로 의총을 소집했다가 10분 뒤 장소를 여의도 당사로 옮겼다. 그리고 약 20분 뒤 다시 국회 예결위장으로 바꿨다. 이는 현재 추 전 원내대표가 받는 ‘비상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과 연결된다. 다음 날 새벽인 4일 오전 1시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국회에 상정됐다. 국회경비대가 국회 출입을 통제하자 담을 넘어서 국회로 진입한 우원식 국회의장은 결의안 상정에 앞서 “(윤 전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면 국회에 지체 없이 통보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있으나 통보가 없었고, 이는 대통령의 귀책사유”라며 “우리는 그와 관계없이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결의안은 여야 의원 190명이 참석한 가운데 190명 전원이 찬성해 가결됐다. 국회 본청에 투입됐던 계엄군은 철수했고 이로써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은 약 세 시간 만에 무효가 됐다. 비상계엄의 끝은 탄핵 정국의 시작으로 이어졌다. 민주당을 비롯한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6당은 계엄이 해제된 당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들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규정하고 “하야하지 않으면 탄핵소추를 진행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추인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는 과정을 겪으며 당이 벼랑 끝까지 몰렸던 점 등을 의식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렸다. 대통령에서 내란수괴 피의자로 썩은줄 알면서도 못 놓는 윤 동아줄 이날을 기점으로 국민의힘에서는 분열의 조짐이 보였다. 탄핵을 반대하는 ‘반탄파’의 친윤계와 찬탄파 친한(친 한동훈)계로 당원들이 갈라서면서 내부 총질이 시작된 것이다. 당초 한 전 대표 역시 탄핵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비상계엄 당시 자신을 포함한 주요 정치인을 체포하려고 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부터 시작된 두 계파의 갈등 또한 현재진행형이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나흘 뒤인 7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정족수 미달로 국회에서 부결돼 자동 폐기됐다. 재적 의원 300명 중 195명이 참석한 가운데 탄핵이 상정됐지만 국민의힘 의원 대다수가 불참하면서 투표가 불성립된 것이다. 이날 표결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은 김예지, 김상욱, 안철수 의원뿐이었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의원 105명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호명하며 본회의장으로 와줄 것을 요구했다. 두 번째 탄핵소추안은 일주일 뒤인 14일 국회에 상정됐다. 당시 국민의힘은 “표결 참석을 제안한다”면서도 탄핵 반대 당론을 유지했다. 결국 300명 가운데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표 8표로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11일 만에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공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로 넘어갔고 긴 진통 끝에 지난 4월4일 헌법재판관의 만장일치로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됐다. 현직 대통령의 파면에 따라 조기 대선이 치러졌고 민주당에서는 이변 없이 이재명 대표가 대선주자로 나섰다. 국민의힘에서는 여전히 찬탄파와 반탄파가 대립했고 어느 날 늦은 밤을 틈타 ‘대선후보 날치기’를 시도하는 등 웃지 못할 촌극도 벌어졌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 청산’을 앞세웠다. 이 후보는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비상 경제 대응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약속하는 등 경제 성장을 강조하면서도 “내란 세력의 죄는 단호하게 벌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역시 “이번 선거는 내란 정권에 대한 준엄한 심판”임을 강조하며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심판론을 부각시켰다. 두 번의 선거 강경파만 남았다 6·3 조기 대선 투표 결과 이재명 후보가 49.42%를 득표하면서 21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41.15%로 이 후보가 8.27%p 차이로 앞섰다. 계엄 극복과 내란 청산을 외친 민주당이 국민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국민의힘이 윤 전 대통령과 완전히 절연하지 못한 점 또한 보수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원인으로 꼽힌다. 탄핵 정국 당시 앞장서서 윤 전 대통령을 엄호한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불참’에 따른 역풍을 우려하던 당 의원에게 자신이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서 반대한 점을 언급하며 “나는 끝까지 갔다. 그때 욕 많이 먹었다. 그런데 1년 후에는 ‘윤상현 의리 있어 좋아’(라고 하면서) 무소속으로 나와도 다 찍어줬다”고 말했다. 김문수 후보 역시 대선 투표 직전까지 윤 전 대통령에게 단호히 탈당을 요구하지 못했다. 김 후보는 “대통령 탈당(여부)은 본인 뜻”이라며 “자기가(국민의힘이) 뽑은 대통령을 탈당시키는 방식으로 책임이 면책될 수 없고, 도리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대선에서 패배했지만 아직도 윤 전 대통령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 친윤계를 비롯한 중진 의원의 지역구가 보수의 심장인 TK(대구·경북)임을 고려했을 때, 윤 전 대통령과 결별하는 것은 핵심 지지층을 놓는 것과 같다는 우려에서다. 지난 8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서도 반탄파인 장동혁 후보가 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장 후보는 탄핵 정국 당시 극우 색채가 짙은 탄핵 반대 집회를 찾아가 강성 지지층에게 표심을 구애하는가 하면 찬탄파들을 향해 “내부 총질 세력과는 같이 갈 수 없다”는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당선 직후에는 “우파 시민들과 연대해 이재명정부를 끌어내리는 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며 강경 노선을 예고하기도 했다. 그의 말처럼 장 대표는 지난 9월 장외투쟁을 통해 이정부와 본격적으로 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국민의힘이 장외투쟁에 나선 것은 ‘조국 사태’ 이후 6년 만이다. 당 지도부는 대구를 시작으로 전역을 돌며 여론전을 통해 반격에 나설 기회를 보고 있다. 민주당은 “내란 옹호 대선 불복 세력의 장외‘투정’”이라고 비꽜다. 마찬가지로 지난 8월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받아 대표로 당선된 정청래 대표는 “윤어게인 내란 잔당의 역사 반동을 국민과 함께 청산하겠다”며 국민의힘 청산을 강조했다. 강경파인 정 대표와 장 대표가 당권을 잡으면서 국회는 점차 극한으로 치달았다. 정면충돌 치킨 게임 계엄 1년을 앞두고는 민주당의 ‘내란 세력 척결’에 국민의힘이 ‘내란 팔이’라고 맞불을 놓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민의힘 강경파 의원들의 입은 점점 더 거칠어지고 있고, 민주당은 그때마다 계엄 카드를 꺼내며 “내란 옹호 세력과 협치할 수 없다”고 반격했다. 내란 팔이라는 단어는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의 메시지로 시작됐다. 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특검 연장은 오로지 내란 정국을 연장하려는 민주당의 정략일 뿐”이라며 “내란팔이 없이는 국민의 마음을 얻을 자신도, 국정을 책임질 정책 능력도 없으니 이 지경”이라고 몰아세웠다. 민주당 주도로 ‘더 센 특검법’이 통과하자 이를 지적한 것이다. 나 의원은 “에라잇, 맨날 내란, 내란하다 보면 국민들도 결국 지쳐버릴 것”이라며 “소위 내란 약발도 곧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계엄 1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된 사과나 해명도 없이 여전히 민주당 뒷다리만 잡는 게 국민의힘”이라며 “내란팔이라는 말을 하기 전에 그동안 국민의힘이 보여준 태도를 돌아보시라.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하기 위해 구치소로 뛰어간 것이며 극우 집회에서 마이크를 든 것까지, 사과의 기미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벌써부터 ‘지겹다’는 경솔한 표현은 국민께 비판받을 일”이라고 지적했다. 오는 3일 계엄 1년 메시지를 통해 양당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민주당은 정당해산 심판을 꺼내든 반면, 국민의힘은 메시지 톤을 놓고 여전히 갈팡질팡하면서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달 26일 “내일(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추경호 전 원내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이 이뤄진다. 추 전 원내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불법 계엄 당시 의원총회(이하 의총) 장소를 여러번 변경하며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을 의도적으로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며 “총을 든 계엄군이 국회 창문을 깨고 진입하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 의총 장소를 국회 밖으로 공지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것은 다분히 의도적이고 적극적인 계엄 해제 방해로밖에 볼 수 없는, 충분히 의심되는 상황”이라며 거듭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경파만 살아남은 포스트 탄핵 여의도 계엄 1년 메시지, 여야 모두 주목 국민의힘 내에서는 메시지의 세기를 놓고 충돌 조짐이 보인다.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지도부는 강경 메시지를 주장한 반면, 원내지도부를 비롯한 일부 초선 의원들 사이에서는 사과를 포함한 톤다운된 메시지를 요구하는 등 온도 차가 생긴 것이다. 초선인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지난해 극한 여야 대립 속에 다수 야당(민주당)의 입법 전횡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계엄으로 군대를 동원해서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건 국가 발전이나 국민통합, 보수 정치에 있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불법적이고 무모하고 과격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간 1년 동안 국민의힘이 비상계엄을 어떻게 생각해 왔는지 등에 대한 규명이 필요하다. 그것이 규명되면 사과와 반성은 당연한 일”이라며 “단순히 사과와 반성으로만 끝나서도 안 된다. 앞으로 국민의힘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에 대한 메시지까지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상계엄이 지난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여야가 보이는 양상은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와 비슷하다는 평이다. 탄핵 이후 조기 대선에서 당선된 문재인 전 대통령은 해결 과제로 적폐 청산을 내걸었고, 이 대통령은 ‘내란 청산’을 주장했다. 사면초가인 국민의힘 상황 역시 10년 전 탄핵 후폭풍을 직면하고 분열한 새누리당과 닮아있다. 이듬해 6월 지방선거가 예정된 점까지, 지금의 여야가 과거를 그대로 답습할지 이목이 쏠린다. 당시 새누리당은 자유한국당으로 간판까지 교체했지만 2018년 지방선거에 참패하면서 국회 바닥에 무릎을 꿇고 국민에게 사죄했다. 지금 국민의힘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내년 지방선거의 운명이 달라질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CBS 라디오에서 ‘중도층 등 외연 확장을 위해 계엄에 대한 사과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투표율을 55%에서 60% 정도로 봤을 때 중도층은 투표를 하지 않는 계층일 경우가 많다. 오히려 진영에 속한 사람들이 투표한다”고 분석했다. 김 최고위원은 “정치 고관여층보다는 정치 무관심층을 따라가야 한다고 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건가. 보수는 아직도 분열돼있고 내부 싸움도 있는 상황에서 지금 당장 이동해 갔을 때 벌어질 손실도 굉장히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언은 선거에 직면하면 중도층 포섭을 위한 전략을 세워야 하지만, 아직 당이 불안정한 만큼 중심이 되는 지지층을 단단히 잡아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10년 전 데자뷔? 비상계엄 사과 메시지에 대해서는 “우리가 배출한 대통령이 탄핵당한 것이 우리 숙명인데 그분들이 탈당했다고 해서 벗어나 지겠느냐”며 “자꾸 절연, 절연하는데 인연이 끊기겠느냐. 없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회성 사과로 과거 잘못을 끊어내고 새롭게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우리가 어떤 정치를 할 것인가를 보다 고민하는 그런 모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쉽게 사과하고 끝날 문제가 아니”라며 “사과하는 모습보다는 우리가 앞으로 이런 정치를 해나가고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겠다는 것이 더 낫다”고 주장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