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에 보는 부동산 동향] 불붙은 층간소음 마케팅

‘쿵쿵’아이들 뛰어도 좋은 집 ‘알랑가몰라’

[박민우 부동산전문기자] 이웃간 살인까지 부르는 층간소음. 건설사들이 사회문제로 대두한 층간소음을 최소화한 아파트와 오피스텔을 선보이고 있다. 어린 자녀가 있는 부모들의 관심은 유독 남다를 수밖에 없다. 조용한 집을 원하는 수요자들에게도 인기다.

아래-위층 이웃간 소음분쟁 사건사고 잇달아
중재센터 월 620건 민원 “뾰족한 대책 없다”

죽음을 부른 이웃간 층간소음 분쟁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13일 인천 부평구 십정동의 한 빌라에서 층간소음 문제로 다투던 집주인이 세입자 집에 불을 질러 2명이 숨지는 사건이 일어났다. 2층에 사는 집 주인 임모씨와 1층 세입자 박모씨는 층간소음 문제로 시비가 붙었다.

흥분해 살인까지
사회문제로 대두

 
임씨는 시끄럽다고 항의했고, 박씨는 맘대로 하라고 버텼다. 화를 참지 못한 임씨는 둔기를 휘두르다 인화성 물질을 박씨 집에 뿌린 뒤 불을 질렀다. 이 불로 박씨의 딸과 남자친구가 숨졌다. 임씨도 다리에 화상을 입었다.

층간소음 갈등이 살인사건으로 번진 것은 올 들어 두 번째다. 지난 2월 서울 중랑구 한 아파트에서 김모씨가 층간소음 문제로 다투던 30대 형제 2명을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층간소음으로 인한 사건사고도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2월 양천구 목동 한 다세대주택에서 박모씨는 홍모씨 집에 불을 질러 홍씨 등 일가족 6명이 다쳤다. 지난 3월엔 부산 북구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이모씨가 시끄럽게 한다며 위층에 사는 정모씨와 정씨의 어머니에게 수차례 흉기로 위협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웃간 층간소음 다툼 발생 시 직접 대면을 삼가라 등의 대처법을 조언하지만 뾰족한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한국환경공단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3월 센터 설립 이후 연말까지 접수된 민원은 총 7021건에 달한다. 매달 620건 가량의 민원이 제기된 셈이다. 올 들어선 지난 1월에만 1500여 건의 민원이 폭주했다.


이웃간 살인까지 부르는 층간소음. 건설사들은 사회문제로 대두한 층간소음을 최소화한 아파트와 오피스텔로 ‘손님’을 끌고 있다. 어린 자녀가 있는 부모들의 관심은 유독 남다를 수밖에 없다. 조용한 집을 원하는 수요자들에게도 인기다. 다음은 층간소음을 완화한 아파트와 오피스텔이다.

▲목동 센트럴 푸르지오 = 대우건설은 양천구 목1동에 ‘목동 센트럴 푸르지오’주상복합 아파트를 짓고 있다. 지하 5층∼지상 31층, 2개동에 전용면적 84∼127㎡ 249가구로 구성됐다. 이중 181가구를 지난해 일반분양했다. 현재 분양률은 80%를 넘어섰다. 잔여물량에 대해 선착순 분양 중이다.
3.3㎡ 평균 2200만원대인 분양가로 인근지역 시세 3.3㎡당 2600만∼3000만원보다 낮게 책정됐다. 단지 바로 옆에 지하철 5호선 오목교역이 있다. 오피스 밀집 지역인 여의도까지는 10분대에 도착 가능하다. 광화문과 김포공항도 20∼30분대로 접근할 수 있다. 서부간선도로와 올림픽대로 이용도 간편해 교통여건이 뛰어나다.
편의시설로는 현대백화점 목동점, 이마트, 홈플러스, 코스트코 등이 있고, 목동야구장, 목동 아이스링크가 가까워 레저시설도 우수한 편이다. 교육환경도 우수하다. 강남 대치동과 우위를 다툴 정도로 대형 학원가가 밀집해 있다. 단지 인근에 서울 내 명문학교로 꼽히는 목동초중, 목운중이 있으며, 한가람고·양정고와 같은 명문 고등학교도 학군에 속해 있다.
무엇보다 차별화된 설계가 눈에 띈다. 층간소음을 최소화하기 위해 바닥에 비드법보온판 등을 추가했다. 또 천장마감을 보강해 500∼650㎜로 설계했다. 구형 아파트 270∼300㎜와 비교하면 바닥두께가 최대 2배를 넘는 규모다.

▲신화명 리버뷰자이 = GS건설은 부산 북구 금곡동에서 ‘신화명 리버뷰자이’를 분양 중이다. 금곡1주택재개발정비구역을 재개발한 아파트로 지하 3층~지상 29층 8개동에 전용면적 59∼84㎡ 729가구로 구성됐다. 지난 3월 1, 2순위 청약을 받은 결과 총 2149명이 접수해 4개 주택형 가운데 3개 주택형이 모두 마감됐다. 전용면적 59㎡는 1순위에서 최고 46.8대 1을 기록했다. 84㎡의 경우 84㎡A는 4.5대 1을 기록했으며, 84㎡C는 1.8대 1을 나타냈다. 다만 84㎡B는 0.7대 1의 경쟁률로 모집가구수를 다 채우지 못했다. GS건설은 “분양가상한제로 인근 아파트보다 최고 2000만원가량 저렴해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특히 이 아파트는 층간소음을 줄이는 공사로 지어진다. GS건설은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서 정한 표준바닥구조로 시공할 예정이었으나 완충재의 두께를 강화해 층간소음 문제를 줄이기로 했다. 원래 완충재를 20㎜로 설계했으나 50% 더 강화해 30㎜ 두께로 시공한다. GS건설은 “최근 층간소음 문제가 사회문제로 부각되면서 이를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동탄 센트럴자이 = GS건설은 지난해 8월 청약이 마감된 경기도 동탄2신도시 ‘동탄 센트럴자이’아파트에도 층간소음을 줄이는 시공법을 사용했다. 이 결과 국내 10대 건설사가 수도권에서 공급한 아파트 중 층간소음차단 인정등급 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 아파트는 청약자가 대거 몰리면서 전 주택형이 1순위에 마감됐다. 특별공급(44가구)을 제외한 515가구를 모집한 동탄센트럴자이 1, 2순위 청약접수 결과 모두 4237명이 접수했다.
이중 1순위 지원자만 3868명으로 평균 7.5대 1의 청약률을 기록했고, 모든 주택형에서 1순위 마감했다. 84㎡E형의 경우 141대 1의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84㎡D형도 61대 1의 경쟁률을 보이는 등 전 평형에서 높은 청약률을 보였다. 지상 25층 10개동, 전용면적 72㎡(222가구), 84㎡(337 가구) 등 559가구로 이뤄졌다. 평형별로 72㎡형은 4개 타입, 84㎡형은 9개 타입으로 구성됐다.

바닥재 강화에
천장마감 보강

▲광주 서희스타힐스 = 서희건설은 경기도 광주시 쌍령동에서 ‘광주 쌍령동 서희스타힐스’를 분양 중이다. 지하 1층∼지상 15층 5개동 규모로, 전용면적 84∼125㎡ 198가구로 구성됐다. 주변에 다양한 생활 인프라가 갖춰진 점이 이 단지의 매력이다. 인근에 이마트 등 다양한 쇼핑공간은 물론 광주종합운동장·미술관 등 문화공간도 들어서 있다. 광주종합터미널, 청석체육공원 등도 가까이 입지해 있어 이용이 편리하다. 인근엔 쌍령초교, 광주중앙·경희여자고도 가까워 통학환경이 좋다.
이 아파트엔 최첨단 주거시스템과 함께 웰빙시스템도 도입된다. 최근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층간 소음문제를 방지하고자 소음방지재를 시공했다. 인체 무해한 친환경 벽지와 바닥 마감재를 사용해 새집증후군의 위험도 줄인다.

바닥두께 늘려 소음 최소화
1층·키즈시설 특화단지 인기


▲구로동 로제리움 2차 = 신세계건설은 서울시 구로구 구로동 97번지 일대에 ‘로제리움 2차’를 공급하다. 로제리움 2차는 층간소음 차단을 위해 국토부 표준바닥시공규제 두께인 19∼21㎝ 보다 두꺼운 22㎝로 시공된다. 층고의 경우 기존에 보급된 여느 오피스텔보다 높은 2.4m로 시공되며, 수익형부동산에서 보기 힘든 우물천장으로 마감된다.
세대 간 소음문제도 해결했다. 국토해양부 규격 50㎝를 초과한 세대 간 벽 칸막이 공사를 55㎝ 두께로 시공해 옆 세대 간의 갈등의 소지를 없앴다. 지하 2층∼지상 20층 규모로 전용면적 20㎡ 이하의 372실로 구성됐다. 취득세·재산세 100% 면제, 업무시설 임대 시 부가세 환급, 1가구 2주택, 종부세, 양도세 중과 제외 등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계약조건은 계약금10%, 중도금 50% 무이자로, 무제한 전매가 가능하다.

▲내포신도시 빌앤더스 = 현대그룹 계열사 현대아산은 충남 내포신도시 2구역 업무시설용지 1-3블록에서 ‘현대아산 빌앤더스’오피스텔을 분양 중이다. 지하 3층~지상 7층, 528실(전용 23·29㎡) 규모로 구성된다. 3.3㎡당 분양가는 500만원 초반대.
각 실엔 빌트인냉장고·붙박이장·가전소물장 등 풀퍼니시드 시스템이 적용되고 층간 소음 방지재가 시공된다. 분양 조건은 계약금 10%, 중도금 60% 무이자가 제공된다.

▲1층 안전지대 = 자녀가 있는 수요자라면 아파트 1층이 ‘안전지대’다. 건설사들은 그동안 애물단지였던 1층을 특화보완하면서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층간소음 문제가 커지면서 실속형 수요자들에게 아파트 1층이 재조명 받고 있다”며 “어린 자녀가 있는 집은 항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어 1층이 인기”라고 전했다.
경기도 용인시 신봉동 ‘수지 신봉센트레빌’도 그중 하나다. 전체 940가구 규모. 동부건설은 1층 계약자들에게 최대 30%까지 할인혜택을 준다. 149㎡의 경우 당초 분양가 7억9900만원에서 1억2000만∼1억4000만원까지 깎아줘 5억원대에 매입이 가능하다. 3층 이상은 분양가의 15%를 할인해준다. 1층에 필로티를 설치해 지상 2층으로 띄워 1층 세대의 프라이버시 침해를 방지하고 개방감을 확보했다. 동부건설은 “1층에 필로티를 설치해 1층 같지 않은 1층인데다가 가격 파격 할인을 진행해 가격 부담을 내렸고 또 6억원 이하라 양도세 감면혜택 대상도 되면서 최근 젊은 층들의 계약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동원개발은 고양시 삼송지구 A17블록에 짓는 ‘삼송 동원로얄듀크’의 지대를 8m 이상 높여 1층이 인근 다른 단지의 2∼3층 높이로 조망권을 확보했다. 현대산업개발은 서울 종로구 무학 연립2구역을 재건축한 ‘인왕산 2차 아이파크’의 5개 동 중 2개 동 1∼3층에 테라스하우스를 제공한다. 코오롱건설은 대구 수성구에서 분양한 ‘수성못 코오롱 하늘채’ 1층 가구에 공용 홀을 거치지 않고 바로 현관 출입이 가능하도록 전용 현관문을 조성했다.

▲키즈특화 단지 = 독특한 방법으로 층간소음 예방에 나선 건설사들도 있다. 단지 내 아이들을 위한 키즈특화 시설을 갖추고 있는 것.
롯데건설은 동탄2신도시 A28블록에 분양 중인 ‘동탄롯데캐슬 알바트로스’에 키즈카페와 부모의 휴식공간인 맘스카페를 결합한 ‘캐슬 맘&키즈카페’를 조성한다. 현대엠코가 울산 동구 화정동 일대에 공급하는 ‘엠코타운 이스턴베이’에도 맘스&키즈카페가 조성된다. SK건설은 화성시 반월동에 분양 중인 ‘신동탄 SK VIEW Park’에 어린이 피트니스센터, 자연채광 인공 해수풀, 방음 레슨실, 복층형 도서관 등을 마련한다.

항상 가슴 졸이는
스트레스서 탈출

동부건설은 인천시 계양구 귤현동에 지은 ‘계양 센트레빌’에 아이들이 사계절 맘껏 뛰어 놀 수 있는 실내놀이터, 맘스카페, 어린이 도서관, 보육시설 등이 있는 복합문화센터 ‘센트웰’을 만들었다. 대원은 동탄2신도시 A33블록 ‘동탄2신도시 대원칸타빌 2차’에 동탄신도시 최초로 대규모 다목적 실내 스포츠파크를 비롯해 아이들이 자유롭게 뛰어 놀 수 있는 공간인 키즈클럽, 보육시설 등 자녀들을 위한 다양한 커뮤니티 시설을 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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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