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태고발> ‘환자 반란’ A정신병원에선 무슨 일이…

환자를 노예로…돈 받고 노동착취

[일요시사=사회팀] 환자를 상대로 한 정신병원의 횡포는 비단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최근 A정신병원에서 환자들을 노예처럼 부린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환자를 결박하고 강제로 주사를 투하하거나 폭행·감금에서 끝나지 않는다. 병실 관리 직원이 부족해 환자에 청소를 시키는 등 횡포가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한다. 보호해야할 환자를 소모품 취급하는 정신병원의 행태를 파헤쳤다.



환자를 치료·보호해야할 책임이 있는 정신병원에서 오히려 환자들에게 병실청소를 떠넘기는 등 소모품으로 부린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의 제보에 따르면 이 병원은 약 180여명의 환자를 수용하고 있으나 화장실이나 욕실은 2∼3개밖에 구비되지 않았다. 청소 직원도 2명 남짓으로 턱없이 모자라 180여명의 환자를 수용하는 병실을 다 관리할 수 없기 때문에 정신이 온전하지 못한 환자들은 자신의 몸을 추스르기도 힘든데 병실청소까지 떠안아야 하는 수고를 감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정신병원에 강제로 감금당하고 노동착취를 당했다는 한 남성이 <일요시사>에 억울함을 알려왔다.

한약 때문에
정신병자로 몰려

올해 32세의 강모씨는 사회생활을 하던 평범한 남성이었다. 20대 초반 술·담배를 많이 해 몸이 쇠약해질 대로 쇠약해졌다. 급기야 폐렴증세까지 도졌고, 심한 기침감기에 걸렸다. 숨이 차 거의 죽을 뻔한 아찔했던 순간도 몇 번 있었다. 개인병원이나 종합병원 등을 전전하며 의사에게 진단을 받았지만 아무 병명도 듣지 못했다.

한끼라도 굶으면 기력이 없어 누워서 생활해야 할 정도로 건강이 악화됐지만 막상 무언가 먹게 되면 소화가 잘 안 돼 먹을 것을 입에 대기가 두려웠다. 왼쪽 목부터 발끝까지 혈액순환이 안 돼 거동이 불편해졌고 직장생활도 물론 포기해야 했다.

이렇게 끼니를 거르며 기력 없이 살던 강씨는 급기야 몸무게가 68kg에서 50kg으로 급격하게 줄었고 몸져누운 상태로 지내야했다. 양의학이 맞지 않음을 깨달은 강씨의 부모는 강씨를 데리고 한약방으로 찾아갔다. 그 한약방의 약을 처방해주는 할머니는 의사면허증이 없는 불법 침시술자였다.

그런데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여러 병원을 가서 검사나 치료를 받아도 낫지 않던 강씨의 병은 그 한약방 주인의 한약과 침 치료만으로 건강이 호전된 것이다. 비록 불법으로 한약방을 운영하고 있던 주인에게 치료를 받았지만 강씨는 지속적으로 한약복용과 침 치료를 받으면서 예전 몸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몸을 거동할 수 있게 되자 강씨는 사회생활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시민단체에 들어가 봉사활동과 영어과외를 병행했다. 여기저기 면접을 보며 취업준비에도 열정적으로 임했다.


한약을 꾸준히 복용하기만 한다면 그도 정상인과 별다를 바가 없었지만 한약에 집착한 게 문제였다. 강씨는 5∼6년 동안 한약을 복용해왔는데, 약을 복용하지 않으면 건강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까봐 두려운 마음이 앞서서였다. 몸 왼쪽 전체가 마비 돼 평생 사회생활을 하지 못 할까봐 걱정이 되기도 했다. 강씨의 불안 증세를 평소 못마땅하게 생각한 그의 부모는 당장 한약을 끊으라며 처방을 못 받게 했다. 

입원비만큼
시설은 엉망

특히 30년에 달하는 베테랑 군인장교 출신인 강씨의 아버지로써는 아들이 약에 의존하고 사는 게 심히 우려가 됐다. 그가 차라리 운동을 하며 조금씩 기력을 회복하길 바랐다. 그의 아버지는 아들이 약에 대한 집착증, 즉 정신적 문제 때문에 한약에 집착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아들에게 “한약을 당장 끊어라. 그것만이 네가 악화된 건강을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타일렀다. 강씨는 부모의 압박 이후 한약을 처방받지 못하자 불안증세가 더 심해졌다. 급기야 충동적으로 손을 찌르기도 했다.

아들의 불안증이 심각하다고 생각한 강씨의 부모는 2011년 강씨를 대전의 모 종합병원에 입원시켰다. 강씨는 병원에서 정신과 약을 복용함으로써 한약을 대신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강씨의 불안증세가 줄어들었고 곧 퇴원할 수 있었다. 불안증세는 그쳤지만 기력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몸을 가눌 힘이 없어 사회생활을 제대로 못 했던 강씨는 부모로부터 점점 신뢰를 잃어갔다. 강씨는 한약에 대한 집착증에서 이제는 사회생활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부모와 또다시 대립됐고 두 번째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되는 시련을 겪어야했다.

강씨는 부모의 의견에 따라 지방의 A정신병원에 입원했다. 그곳은 오랫동안 폐교가 있던 자리였는데, 폐교를 없앤 뒤 정신폐쇄병동이 설립됐다. 단층의 군대 온돌방 같은 내부로 이뤄져 있는 병원은 총 40개의 병실과 300개의 병상규모를 갖추고 있다. 그곳에는 약 180여명의 알코올 중독자 및 정신질환자, 치매노인 등이 입원해있는데, 정신질환자가 대부분이었다.

“7인실에 10명씩”병실·시설 턱없이 부족
관리 인력 부족해 환자들에 청소 등 강요

넓은 초원이 병원 앞에 펼쳐져 평화로울 것만 같던 이 병원을 강씨는 못마땅해 했다. 그에 따르면 A정신병원에는 4인실부터 10인실까지 있는데, 인원이 넘치는 데도 불구하고 좁은 병실에 환자들을 억지로 채워 넣었다. 예를 들어 7인 병실을 10명이 사용하게 해 불편을 겪었다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180명 정도 되는 환자 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화장실과 욕실도 문제였다. 내부 면적에 비해 환자 수도 많아 화장실과 복도를 이동할 때도 큰 불편은 뒤따랐다. 병원 측은 단지 감사가 나올 때만 일시적으로 환자들을 강당에 모아뒀다가 병원의 넉넉함을 강조한 뒤, 감사가 끝나면 원위치 시키는 꼼수를 밥 먹듯 했다고 한다.




그는 “환자가 180명 가까이 되는데 화장실은 겨우 3개에 용변기 칸은 총 8개밖에 되지 않았다. 소변기도 10개 남짓이다. 식후 양치를 하고 싶어도 엄청 기다렸다가 겨우 할 수 있었고, 샤워실도 2개밖에 없어 다른 환자들이 모두 자고 있을 때 밤에 몰래 빠져나와 겨우 샤워를 할 수 있었다”라고 토로했다.      

그의 입을 통해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병원의 부당한 규정에 대해서도 엿들을 수 있었다. 병원 측에서 환자들에게 불합리한 노동을 시킨다는 것. 강씨가 말한 노동은 병실청소와 정리 등이었다. 병원이 고용한 청소부 아주머니는 단 2명뿐이었다. 그들은 거의 매일 환자복 세탁과 화장실, 강당 등을 청소한다고 한다. 그러나 정작 환자들이 자고 활동하는 병실은 일체 청소를 하지 않는다고 전해졌다. 인력이 부족해 병실청소까지 하기엔 부담이 적지 않다는 것.

그는 이 때문에 정신이 온전하지 못한 환자들이 직접 걸레를 빨아 매일 병실청소를 떠안게 됐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식당도 구축되지 않아 병실 안에서 환자들이 밥상을 스스로 펴고 밥을 챙겨 먹어야 하는 수고로움을 감수해야하며 밥상도 스스로 닦아야 한다고 했다. 바닥에 떨어진 밥풀 등 찌꺼기 청소도 물론 환자들의 몫이었다.

인건비 아끼려
환자를 청소부로?

강씨는 “대전의 대학병원에서 잠깐 입원했을 당시, 그곳 직원들은 환자에게 아무 노동의 책무를 맡기지 않았다. 간호사나 보호사들이 환자의 손과 발이 되 줄 정도로 거들어 줬다. 한 달에 100만원 가까이 되는 거액의 입원비 때문이라서 그런지 싶다”며 “반면 A정신병원은 한달 입원비가 40만원 가량으로 비교적 저렴한 편이다. 그래서 환자들에게 불필요한 노동을 시키며 인건비를 줄이려는 꼼수를 부리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그가 언급한 병원의 부조리한 행태들을 좀 더 소개하면 20대의 한 남성의 이야기가 있다. 한창 나이의 이 남성은 4년 정도 입원해 있었는데 정신적인 결함은 전혀 없어보였다고 한다. 요즘 사람들에 안 맞게 문맹자였을 뿐 말귀는 정상인처럼 다 알아듣고 이해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런 그에게 담당의사와 남성의 부모는 정신분열 및 우울증이라는 병명으로 4년 넘게 입원시켰다는 것이다. 6개월마다 환자들은 군수나 구청장으로부터 심사청구를 받는데, 이 때 입원의 연장유무가 결정된다고 한다.

이 남성은 무려 4년간 A정신병원에 입원해 있으면서 사람들과 잘 어울리며 예민하고 난폭했던 성격도 많이 완화됐지만, 보호자의 동의로 입원을 지속해야한다고 했다. 남성의 보호자인 부모의 동의가 사전에 이뤄진 것이었다. 그런데 여기에는 거치지 않은 단계가 있었다. 입원 연장 시에는 환자의 동의가 반드시 있어야 하는데, 병원이 보호자의 동의만 받은 채 입원을 연장시킨 것은 명백히 규정에 어긋나는 행위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환자 동의 없이 맘대로 입원 연장
“정체불명 약 때문에 성기능만 저하”

이 같은 불법입원연장은 이 남성 외에도 파다하다고 강씨는 말한다. 그는 A정신병원이 지방의 외진 곳에 위치해있고 환자 수도 많지 않아 운영이 어렵게 되자, 한번 들어온 환자는 장기적으로 입원시키려는 경향이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그가 A정신병원에 입원했을 당시 주위 환자들은 “너 어떻게 하다 여기까지 오게 됐니? 이 병원 한 번 들어오면 나가기 정말 힘들다”라며 걱정했다고 한다. 제일 오래 입원한 환자는 망상증에 시달리는 50대 남성이라고 한다. 이 남성은 무려 10년 넘게 이 병원에서 갇혀 살고 있다고.

강씨가 목소리 높여 말하는 A정신병원의 문제점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수익창출을 목적으로 환자의 병명을 제대로 진단하지 않고 환자의 퇴원을 늦춘다는 것. 병원에서 환자들이 퇴원을 자주 한다면 병원운영이 잘 될 리 만무하기 때문에 모든 환자들을 상대로 입원연장과 퇴원연기를 하고 있다고 한다. 위치상 환자도 자주 들어오지 않고 입원비도 저렴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입원시킬 환자들만 받는 것 같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2개월가량 입원 후 담당의사는 내게 정신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진단했지만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며 퇴원을 미뤘다. 이후 정신과약만 계속 먹이려고 애썼다. 내가 정신질환이 없다고 의사에게 진단을 받았는데 왜 약을 복용해야하냐고 반발하자 간호사와 남자 보호사 2명이 나를 결박한 후 강제로 주사를 투하했다. 주사를 맞지 않거나 약을 복용하지 않으면 퇴원을 안 시켜주겠다고 협박하기도 했다”고 억울한 심경을 내뱉었다.


강씨는 해당병원의 간호사와 보호사들이 환자의 안면 쪽에 주먹을 휘두르며 폭력을 행사한 것을 목격하거나 타인으로부터 전해 들었다고 언급했다. 병원의 분위기가 환자를 보호한다는 느낌보다는 강제로 청소와 같은 노동을 시키거나 결박하고 위협을 준다는 느낌이 더 강하게 든다고 한다.

건강해지려다
발기부전 얻어

강씨는 시험응시를 목적으로 현재 그 병원에서 퇴원한 상태지만 정신과약은 계속 복용하고 있다. 그의 부모가 강씨에게 약을 복용하지 않으면 다시 병원에 입원시키겠다고 으름장을 놓았기 때문이다. 강씨는 정신과약의 부작용에 시달려 복용하고 싶지 않지만 어쩔 수없이 먹어야 하는 자신의 신세를 탓하기도 했다.

그는 “말이 많이 어눌해지고 뇌기능도 한참 저하된 것 같다. 제일 중요한 것은 정신과약을 먹으면서 성기능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이성을 봐도 전혀 두근거림을 느끼지 못하고 불감증을 겪고 있으며 발기도 되지 않는 등 성기능 저하가 왔다”며 “불편하게 생활하는 환자들을 위해 입원환경조차 개선시키지 않고 정상적인 몸에 오히려 병을 얹어준 병원의 행태를 낱낱이 고발하고 싶었다”고 솔직한 심경을 전했다.


김하은 기자 <jisun86@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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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