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승자박’ 이재명 SNS 이중 플레이

고비마다 발목을 잡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쏟은 물과 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 없다’. 언제나 말조심하라는 뜻이다. SNS가 발달하고부터는 ‘잊혀질 권리’가 사라진 수준이다. 특히 정치인의 말과 글은 무게감이 남달라서 오랜 시간 떠돈다. 사이다 발언으로 인기를 끌기도 하지만 족쇄가 돼 발목을 단단히 붙잡기도 한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앞뒤가 꽉 막힌 상황에 부닥쳤다. 대선 경선 때 처음 불거진 사법 리스크가 눈덩이처럼 커졌다. 윤석열정부 들어 전열을 재정비한 검찰은 이 대표를 수사하는 데 공력을 쏟아붓고 있다. 당내 상황도 녹록지 않다. 총선이 다가오면서 불붙은 주도권 경쟁서 이 대표는 비명(비 이재명)계의 눈치도 봐야 한다.

사면초가
출구 없다

여기에 정치권이 중시하는 명절 ‘밥상머리 이야기’ 주제로 관심이 옮겨갈 위기에 봉착했다.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또다시 체포동의안 표결이 도마 위에 오를 예정이다. 정치권의 표결에 따라 가결되든 부결되든 이야기는 좋은 방향으로 흐를 수 없다.

민주당 역시 자연스럽게 이 대표와 얽힌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두고 민주당이 오랜 시간 골머리를 썩는 이유다. 

국민 여론이 싸늘한 것도 부담이다. 2주 넘게 단식을 이어왔지만 실제 곡기를 끊은 건지를 두고 의심의 눈초리가 많다(18일 오전, 그는 건강 악화로 병원에 이송됐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등을 문제삼아 단식을 시작했지만 지난달 말, 횟집서 민주당 의원들과 회를 먹은 사실이 드러나 명분도 약해졌다.


단식 농성 전날이자 오염수 방류 일주일째 되던 때였다. 

문제는 출구전략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정치인의 단식은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대의명분을 내세운다는 의미가 있는 만큼, 이른바 저항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일정 기간 단식이 이어지면 상대가 먼저 중단을 권유하고 협의를 진행하는 모습을 보이곤 했다. 하지만 이 대표의 단식에는 그런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더 문제가 되는 부분은 이 대표의 과거다. 성남시장, 경기도지사 등을 지내면서 SNS에 올린 글이 이 대표의 발목을 잡는 족쇄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SNS 게시글이 부메랑으로 작용하면서 ‘조만대장경’이라는 조롱 섞인 별명을 얻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빗대기도 한다. 

조 전 장관의 SNS 게시글은 ‘조국의 주장은 조국으로 반박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누리꾼은 물론 언론서 활발하게 인용됐다. 역으로 말하면 SNS 게시글의 생명력이 그만큼 끈질기다는 뜻이다. 불과 몇 초 사이에 게시글을 지워도 누군가는 캡처한 뒤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유포한다. 이후 손쓸 새도 없이 퍼져나간다.

사법 리스크 커지면서
과거 SNS 글 소환돼

특히 정치인의 경우 언론에 ‘박제’되는 일이 대부분이다. 정치인이 사용하는 수사는 여러 해석을 낳기 때문에 파괴력이 크다. 게시글을 올리면 올리는 대로, 지우면 지우는 대로 화제가 된다. 이 대표는 SNS를 활발하게 사용하는 정치인 가운데 한 사람이다. 성남시장 시절부터 정책 홍보 등에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최근 이 대표를 가장 괴롭히고 있는 문제는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 사건이다.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2019년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요청으로 경기도가 냈어야 할 북한 스마트팜 조성 지원 사업비 500만달러를 비롯해 당시 북측이 요구한 경기도지사의 방북 비용 300만달러 등 총 800만달러를 북한에 보냈다는 내용이다. 


검찰은 지난달 이 대표를 ‘제3자 뇌물죄’ 피의자로 전환해 조사를 진행했다. 검찰이 주력하는 지점은 이 대표가 이 전 부지사의 행보를 알았는지다. 이 전 부지사는 재판 과정서 진술을 번복하는 등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전 부지사의 입에 이 대표의 운명이 달린 상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단 이 대표는 이 전 부지사에게 ‘책임 떠넘기기’ 모드로 나섰다. 법조계 등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 9일 이 대표를 조사하는 과정서 경기도가 북한에 쌀 10만톤을 추가 지원하는 내용이 담긴 공문을 제시했다. 검찰이 보여준 공문은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 대표가 결재한 서류였다. 

올리면
퍼진다

이 대표는 “참 황당하다. 이화영이 나도 모르게 도지사 직인이 찍힌 서류를 만든 것이고 서류를 가져오니 결재한 것일 뿐”이라는 취지로 답했다고 알려졌다. 이 전 부지사가 도지사의 승인 없이 사기업을 동원해 대북사업을 독단적으로 진행했다는 주장을 펼친 것으로 풀이된다. 자신이 ‘결재는 했지만 내용은 몰랐다’는 것이다.

이 대표의 변호인은 이 대표의 답변을 운전면허증 발급에 비유했다. 박균택 변호사는 “운전면허증에 경찰청장 직인이 찍혔다고 해서 경찰청장이 발급해줬다는 것이냐?”는 뉘앙스로 말했다. 이어 “아랫사람들에게 위임했고 전결권에 따라 서명하면 관인은 저절로 찍히는 건데, 관인이 찍혔다고 해서 도지사가 결재했다는 의미는 아니죠”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알았으면 공범, 모르면 무능’이라면서 이 대표가 공범보다는 무능 쪽을 택했다는 말이 나왔다. 하지만 이 대표가 과거 SNS 올린 글이 드러나면서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라는 조롱이 나왔다. 성남시장 시절인 2017년 100만원의 예산 집행도 자신의 결재 없이는 안 된다는 내용의 글을 올린 것. 

당시 이 대표는 “성남시는 보도블록 교체 시 재활용을 원칙으로 단돈 백만원이 들어가는 예산 집행도 시장 결재 없이는 하지 못합니다”라면서 연말에 보도블록을 재정비하는 지자체를 비판하는 내용의 기사를 올렸다. 대북사업은 보도블록 교체 사업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대규모 예산이 소요되는 ‘도정’이다.

홍보·족쇄
양날의 검

2018년 10월2일에는 대북사업 관련 게시글도 올렸다. 이날 올린 SNS 게시글에는 이 대표와 이 전 부지사가 함께 등장한다. 당시 이 대표는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남북교류 협력사업부터 시작하겠다”며 이 전 부지사의 방북 가능성을 언급한 기사를 공유했다.

같은 달 25일에도 “이화영 평화부지사님 수고하셨습니다. 평화와 경제 번영을 이뤄나가는 길에 경기도가 함께 합니다”라는 글과 함께 기사를 올렸다. 최근 검찰서 한 진술과 배치되는 대목이다.

대선 사흘 전 공개된 김만배씨와 신학림 전 언론노조위원장의 허위 인터뷰 의혹과 관련해서도 이 대표 연루설이 솔솔 나오고 있다. 이 대표는 <뉴스타파>의 최초 보도 이후 <경향신문>이 기사를 받아쓰기 전, 먼저 SNS에 공유하면서 “널리 알려주십시오. 적반하장 후안무치의 이 생생한 현실을. 우리가 언론입니다”라고 적었다.

해당 인터뷰는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이 확대되던 시점인 2021년 9월15일에 진행됐다. 2011년 부산저축은행 수사 당시 윤석열 대통령(당시 검사)이 대출 브로커 조우형씨(천화동인 6호 실소유주)에게 커피를 타주고 수사를 무마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은 해당 내용을 배경으로 대선 당시 윤 대통령을 공격했다. 하지만 검찰 조사 과정서 조씨가 윤 대통령을 모른다고 답하고 남욱 변호사가 진술을 바꾼 사실 등이 알려지면서 ‘허위 인터뷰 의혹’으로 비화했다. 이 대표의 SNS 게재 시점을 두고 여권에서는 ‘사전교감설’을 제기하는 등 맹공을 퍼붓고 있다. 

대북송금 의혹 ‘발뺌’
‘혜경궁 김씨’ 논란도

앞서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성남시-희망살림-네이버-성남FC가 맺은 4자 간 협약서를 공개한 것도 이 대표다. 이 대표는 당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이 네이버의 성남FC 우회 지원을 지적하자 SNS에 협약서를 올렸다. 네이버가 희망살림에 40억원을 후원금 명목으로 지원하고, 희망살림이 이 중 39억원을 광고비 명목으로 성남FC에 낸다는 내용이다. 

4자 간 협약서를 근거로 다양한 논란이 불거졌다. 성남의 한 시민단체가 4자 간 협약에 참석한 이들의 대표성 논란 등을 제기했고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김상헌 당시 네이버 대표, 민주당 제윤경 전 의원 등을 고발했다. 4자 간 협약에 포함된 희망살림을 둘러싼 의혹도 증폭됐다.

희망살림이 진행하던 빚 탕감 프로젝트는 이 대표가 강하게 밀어붙였던 정책이었다.

이 대표를 둘러싼 SNS 논란은 앞서 경기도지사 선거 때도 제기됐다. 당시 논란은 대선서도 다시 언급될 만큼 파급력이 컸다. 2018년 지방선거서 닉네임 ‘정의를 위하여’ 주소 ‘@08_hkkim’ 계정을 운영하는 ‘혜경궁 김씨’가 이 대표의 배우자 김혜경씨가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진 것. 


혜경궁 김씨는 성남시장 재직 시절부터 이 대표를 적극적으로 옹호한 반면, 다른 정치인은 비난하고 모욕하는 내용의 게시글을 올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검찰과 경찰의 수사까지 진행됐지만 불기소 처분된 바 있다. 국민의힘은 2021년 혜경궁 김씨가 김씨라는 주장을 펼치면서 수사를 재개해야 한다는 입장을 펼쳤다.

최근에는 이 대표가 대선 기간에 올린 SNS 글을 삭제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국민의힘 이철규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에 “어느 날 갑자기 이재명 대표의 페북(페이스북)글이 사라졌다”라며 “대통령선거 기간인 2022년 1월26일부터 3월8일 사이 포스팅한 글들을 왜 지워 버렸는지 궁금하다. 숨기고자 한 글은 무엇일까요”라고 적었다. 

글 삭제
증거인멸?

김만배-신학림 인터뷰 기사 링크를 올린 게시글도 사라졌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가 자신에게 불리한 내용의 게시글을 삭제한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왔다. 이 대표 측은 언론 인터뷰서 “게시글에 대해 이뤄진 조치는 없다. 이제 와 그 내용을 비공개하거나 삭제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을 일축한 상태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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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탈옥했다

[단독]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탈옥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박모씨와 조직원 3명이 필리핀 현지 수용소서 탈옥한 것으로 확인됐다. 8일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박씨와 함께 보이스피싱 등의 범행을 함께한 조직원 포함 총 4명은 최근 필리핀 루손섬 남동부 지방 비콜 교도소로 이감됐던 것으로 확인된다. 이후 지난 4월 말, 현지서 열린 재판에 출석한 박씨와 일당은 교도소로 이송되는 과정서 도주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 수사 당국 관계자는 “박씨와 일당 3명이 교도소로 이송되는 과정서 도주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구체적인 탈출 방식 등 자세한 내용을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박씨는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 출신의 전직 경찰로 알려져 충격을 안겼던 바 있다. 2008년 수뢰 혐의로 해임된 그는 경찰 조직을 떠난 뒤 2011년부터 10년간 보이스피싱계의 정점으로 군림해왔다. 특히, 박씨는 조직원들에게 은행 등에서 사용하는 용어들로 구성된 대본을 작성하게 할 정도로 치밀했다. 경찰 출신인 만큼, 관련 범죄에선 전문가로 통했다는 후문이다. 박씨는 필리핀을 거점으로 지난 2012년 콜센터를 개설해 수백억원을 편취했다. 10년 가까이 지속된 그의 범죄는 2021년 10월4일에 끝이 났다. 국정원은 수년간 파악한 정보를 종합해 필리핀 현지에 파견된 경찰에 “박씨가 마닐라서 400km 떨어진 시골 마을에 거주한다”는 정보를 넘겼다. 필리핀 루손섬 비콜교도소 수감 보이스피싱 이어 마약 유통까지 검거 당시 박씨의 경호원은 모두 17명으로 총기가 허용되는 필리핀의 특성상 대부분 중무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가 위치한 곳까지 접근한 필리핀 이민국 수사관과 현지 경찰 특공대도 무장 경호원들에 맞서 중무장했다. 2023년 초까지만 해도 박씨가 곧 송환될 것이라는 보도가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박씨는 일부러 고소당하는 등의 방법으로 여죄를 만들어 한국으로 송환되지 않으려 범죄를 계획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또, 박씨는 새로운 마약왕으로 떠오르고 있는 송모씨와 함께 비콜 교도소로 이감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비쿠탄 교도소에 수감돼있는 한 제보자에 따르면 “박씨의 텔레그램방에 있는 인원이 10명이 넘는다. 대부분 보이스피싱과 마약 전과가 있는 인물들로 한국인만 있는 것도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씨는 본래 마약과는 거리가 멀었던 인물이다. 송씨와 안면을 트면서 보이스피싱보다는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사업에 빠지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교도소 내에서 마약 사업을 이어왔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경찰 안팎에서는 “새로운 조직을 꾸리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당시 일각에서는 이들이 비콜 교도소서 탈옥을 계획 중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비쿠탄 교도소 관계자는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서 약 100만페소(한화 약 2330만원) 정도면 인도네시아로 밀항이 가능하다. 비콜 지역 교도소는 비쿠탄보다 탈옥이 쉬운 곳”이라고 증언한 바 있다. 한편, 지난 7일 외교부와 주필리핀 대한민국 대사관 측은 정확한 탈출 방식이나 사건 발생 일자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고 일축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