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드라 처벌법을 아시나요?” 어느 차주의 하소연

정주차 차량에 되레 침 세례…법조계 “재물손괴죄 가능성”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한국서 아파트나 빌라 등 공동주택에 거주 중인 입주민들의 주차난은 어제오늘의 일만은 아니다. 주차 시비로 인해 이웃집과 얼굴을 붉히게 되는 일은 다반사다. 또 문제가 심화될 경우 감정싸움 끝에 칼부림으로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7일,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주차 문제로 인한 아파트 입주민과의 분쟁을 호소하는 글이 게재됐다. 이날 글 작성자 A씨는 ‘본인 잘못도 모르고 남의 차에 침 뱉는 히드라 처벌법을 아시나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저녁에 퇴근 후 집에 와서 차를 대려고 봤는데 오른쪽에 GV70 차량이 주차 라인에 걸치게 주차했다. 다른 곳에 댈까 하다가 자리도 없고 해서 ‘알아서 타거나 연락 오겠지’ 하는 마음에 왼쪽으로 주차한 후 집으로 들어왔다”고 운을 뗐다.

A씨에 따르면 전날 저녁부터 아침까지 아무런 연락이 없던 터라, 해당 차주는 차량을 이용하지 않은 것으로만 알고 있었다.

다음날 아침, 출근을 위해 주차장으로 내려간 A씨는 차량에 문콕 등 별다른 상처를 발견하지 못했는데, 오른쪽 사이드미러가 접혀져 있지 않고 펴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뭔가 찝찝해서 블랙박스를 돌려 보니 GV70 차주가 옆에서 무슨 짓을 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데 차에 침 뱉는 게 떡 하니 찍혀 있었다”며 “차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이기는 하나, 다른 흠집 난 것도 그 차주가 했는지 알 도리도 없다”며 답답해했다.


이어 “일단 침 뱉은 건 확실하고, 블박에 차 빼고 나서도 뭘 확인하는 것 같은 모습이 찍혔는데 이건 심증이라 확실치가 않다”고 의심했다.

아울러 “이럴 때는 어떻게 조치하는 게 맞을까요?”라며 자문을 구했다.

히드라(히드라리스크)는 1990년대 말에 등장하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전략시뮬레이션 게임 ‘스타크래프트’ 저그 종족의 생물로 입에서 나오는 침을 뱉으며 지상·지공이 가능한 유닛을 말한다. 공격 시 특유의 침 뱉는 소리로 해당 게임 마니아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흉내를 내봤을 정도로 유명하다.

A씨는 글과 함께 6장의 사진을 함께 첨부했다. 공개된 사진 속에는 두 대의 차량이 주차돼있는데, 눈길을 끄는 건 우측의 GV70 차량이다. A씨의 차량은 주차라인 안에 적절히 들어가 있는 데 반해 GV70 차량은 주차 라인을 밟고 있는 모습이다.

게다가 GV70 차량의 오른쪽 주차 라인은 필요 이상으로 넓어 한 눈에 봐도 왼쪽으로 치우쳐 주차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A씨가 첨부한 사진에는 블랙박스에 담긴 GV70 차주의 모습과 함께 앞 유리창 하단에 침으로 보이는 액체가 흘러내려 얼룩진 자국이 선명히 찍혀 있다.

해당 글을 접한 보배 회원들은 “같은 아파트 사시는 거라면 좋게 좋게 서로 침 뱉고 끝내시면 될 듯” “저라면 출력해서 얼굴 가린 뒤 엘리베이터에 ‘아파트에 히드라가 산다’고 붙여 놓을 것 같다” “출력해서 눈만 가리고 ‘가래침 주의’라고 엘리베이터에 붙이겠다” 등의 촌철살인식 댓글을 달았다.

이에 A씨는 “아파트 단톡방에 ‘다들 히드라 조심하시고 저 차 옆에 차 대지 마시라’고 공개 저격할까 생각 중”이라고 응수했다.


회원 ‘아OO’는 “저도 똑같은 경험을 한 적이 있었다. 블박 확인하고 그 차 보일 때마다 블박 사각지대로 가서 침 뱉어줬다”고 경험담을 털어놨다. 회원 ‘곧이OOO’는 “대상이 특정되는 만큼 저런 사람은 다른 데 가서도 저럴 거라 법적 조치를 취하시는 게 좋을 것으로 생각된다”며 “명예훼손 조치 당하지 않는 선에서 아파트에 사건 공개하시면 될 듯”이라고 조언했다.

회원 ‘자일베모OOOOOO’은 “공개 저격하면 법적으로 걸릴 수 있다. 블박 들고 경찰서 가서 재물손괴죄로 고소할 수 있는데 이게 가장 편하다”며 “경찰서 조사 나오라고 하면 잘못했다고 전화와 봐달라고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GV70 차주를 옹호하는 듯한 댓글도 달렸다.

한 회원은 “침 뱉은 상대방 차주가 잘못한 거지만 주차 당시 GV70 차량의 우측 차량이 주차선을 넘어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좌측 주차선을 밟고 주차했을 수도 있다”며 “그래서 저 같은 경우는 ‘좋은 게 좋은 거’라고 기둥 뒤에 문 열 공간이 있으면 같은 아파트 주민일 텐데 서로 얼굴 붉힐 일 없도록 좌측으로 바짝 붙여서 주차한다”고 말했다.

A씨의 경우처럼 옆 차주가 차량에 침을 뱉었다면 어떤 처벌을 받을까?

형법 제366조에 따르면 타인의 재물 등을 손상하고 파괴(손괴)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효용을 해칠 경우 재물손괴죄에 해당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있다.

물건에 꼭 물리적인 피해가 아닌 해당 물건의 효용을 해쳤다고 판단될 경우로 크게 자동차는 미적 요소인 ‘외관’과 본래 기능인 ‘주행 가능’ 여부로 나뉜다.

이번 사례처럼 앞 유리창에 침을 뱉었을 경우는 미적 요소인 외관의 효용을 해쳤다고 볼 수 있다.

한 재경 소재 변호사는 “법이 해석하는 자동차의 효용이라는 것은 상당히 유연하다. 타인 자동차의 미적 가치를 훼손했을 뿐만 아니라 중고차 매매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인 만큼 재물손괴죄의 소지가 다분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만약 법정까지 가게 될 경우 고의성 여부가 유무죄 판단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고의성이 인정될 경우 재물손괴죄 처벌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부연했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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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탈옥했다

[단독]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탈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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