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드디어 나온 조민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3.02.13 16:39:51
  • 호수 141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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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부끄럽지 않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3년 넘게 이어진 재판 끝에 1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조 전 장관의 딸과 아들의 입시 비리 혐의 8개 중 7개를 유죄로 인정했다. 그리고 그의 딸 조민이 세상 밖으로 나왔다.

지난 3일 조국 전 장관은 법원서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아내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와의 공모관계가 성립할 수 없다고 주장했으나 거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유죄로 인정된 자녀 입시 비리 부분에 대해 조 전 장관은 침묵했다. 자신의 무죄 부분을 강조하는 모습과는 대조된 모습이다. 1심 판결문에는 조 전 장관 부부가 벌인 입시 비리가 담겨있다.

1991년생
화려한 코스

가장 논란이 된 것은 조 전 장관의 딸인 조민씨다. 조씨의 논란이 시작된 것은 조 전 장관이 전 청와대 민정수석서 법무부 장관 후보가 됐던 2019년부터다. 조씨는 1991년생으로, 조 전 장관이 ‘하버드-옌칭 연구소’ 방문학자로 미국에 체류하던 2005~2006년 미국 메사추세츠주에 있는 벨몬트고등학교에서 유학했다.

귀국해서 방산중학교 졸업 후 외국 거주자 특례전형으로 한영외국어고등학교에 입학했다. 고등학생 때는 공주대학교 생명과학연구소 인턴을 했다. 조씨는 한영외고 유학반이었으나, 대학은 고려대학교 생명과학대학 환경생태공학부에 ‘세계 선도 인재 전형’으로 합격했다. 2010년에 입학해 2014년에 졸업했다. 

대학을 졸업한 이후에는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환경계획학과 환경관리학 전공 석사과정에 진학했다. 동시에 의학전문대학원 입시를 준비했고, 부산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에 합격한 뒤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은 질병 휴학원을 제출했다. 


조씨는 2015년 부산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의 수시모집 전형 중 학부 평점 평균(GPA)과 국가 공인 국어능력시험 일정 성적 이상을 취득한 자로서 의학교육입문검사(MEET)를 평가에 반영하지 않는 일반전형에 지원해 입학했다. 입학 첫 학기인 2015년 1학기에는 세 과목을 낙제해 유급됐고, 2018년 2학기에도 1 과목을 낙제해 유급됐다. 

입시를 둘러싼 ‘조민 7대 허위 스펙’은 ▲동양대 총장 표창장 ▲동양대 보조연구원 ▲단국대 의과학연구소 인턴 및 논문 제1 저자 ▲공주대 생명공학연구소 인턴 ▲KIST 인턴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 ▲부산 아쿠아펠리스 호텔 인턴이다.

2019년부터 논란이 된 것은 조씨의 논문 등재 및 장학금 수령이었다. 조씨가 고등학교부터 시험을 보지 않고 진학했다는 사실도 재조명됐다. 2019년 8월20일 언론 보도에 따르면, 조씨는 한영외고 유학반 재학 중일 때 단국대 의대 의과학연구소에서 2주가량 인턴에 참여했다. 

이후 단국대 의대 교수를 책임저자로 2008년 12월 대학 병리학회에 제출된 <출산 전후 허혈성 저산소 뇌병증(HE)에서 혈관내피 산화질소 합성효소 유전자의 다형성>이라는 제목의 논문에 제1 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 논문은 당시 교수와 조씨 등 6명을 저자로, 2009년 3월 정식으로 국내 학회지에 오른 것이다.

‘조민 7대 허위 스펙’ 모두 유죄 판결
허위 인턴부터 논문 공동 발표자까지

우선 조씨는 대학 입학 과정 중 제출했던 자기소개서에 제1 저자로 논문에 등재된 사실을 기재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시험 디자인 및 결과 해석 수준이 고등학교 신분이던 조씨가 했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조씨가 동양대 인근 경북지역 청소년들에게 영어 봉사활동을 했다고 조 전 장관은 주장했지만 이 역시 거짓이었다. 이 활동은 경북지역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영어 에세이 첨삭 지도 등 어학 봉사활동이었는데, 조씨는 이를 통해 동양대서 표창장을 받았다.


하지만 공소장을 보면, 검찰은 정 전 교수가 자신이 동양대 교육센터장으로 재직하고 있던 점을 이용해 조씨의 봉사활동 확인서를 허위로 만들어줬다고 판단했다.

정 전 교수는 2013년 3월 동양대서 사용하는 용지에 조씨가 총 116시간 동양대 교육센터서 영재교육 프로그램의 튜터링과 작문 교정 등의 봉사활동을 했다는 내용을 적어 허위 확인서를 만들었다. 

정 전 교수는 이 같은 봉사활동 확인서를 제출해 조씨가 의학전문대학원에 불합격하자, 아들 명의의 동양대 표창장을 이용해 조씨에 대한 동양대 총장상을 위조하기도 했다. 그는 같은 해 6월, 아들의 표창장을 스캔한 뒤 이를 워드 문서에 삽입해 그중 동양대 총장 직인 부분을 오려냈다.

이후 컬러 프린터로 준비한 동양대 상장 용지에 총장 직인을 붙여넣는 방법으로 조씨의 허위 표창장을 만들었다.

공주대 생명과학연구소 인턴도 문제였다. 조 전 장관은 조씨가 2009년 3월부터 8월까지 공주대 생명공학연구소에서 적극적으로 인턴 활동을 했고, 이를 통해 국제조류학회의 공동 발표자로 추천됐다고 주장했다.

조 전 장관은 2019년 8월24일, 인사청문회 준비단을 통해 “딸이 공주대 생명공학연구소에서 조류의 배양과 학회 발표 준비 등 연구실 인턴 활동을 했다. 적극적인 활동이 인정돼 2009년 8월2일부터 8일까지 일정인 일본 도쿄 국제조류학회의 공동 발표자로 추천됐다”고 해명했다.

7개의 스펙
논란 시작은?

인턴십 활동이나 국제조류학회의 발표자로 선정되기 위해 공주대 교수에게 청탁한 사실도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검찰 조사 결과 조씨는 2008년 7월부터 2009년 4월까지 10개월간 집에서 선인장 등 작은 동식물을 키우면서 생육 일기를 쓰거나 독후감을 써 정 전 교수의 대학 동창인 공주대 교수에게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씨는 2009년 5월부터 7월까지 한 달에 1~2번 공주대 생명과학연구소에 가서 수초 접시의 물을 갈아주는 등 고등학생 수준의 체험활동을 한 사실도 밝혀졌다.

이에 관해 공주대 대학원생이 증인으로 나와 증언한 바 있다.

해당 대학원생은 재판에서 “조민을 만난 적이 없던 시기에 그의 이름이 추가됐고, 이름을 갑자기 넣기로 한 사람은 김모 교수다. ‘학생이 학회에 같이 가고 싶어 한다’는 당시 상황 설명을 들었다. 다른 연구원의 연구 기여도가 40~50%에 달하지만, 조민은 1~5%된다”고 증언했다. 

같은 날 오후 증인으로 출석한 공주대 김 교수는 자신이 직접 작성한 조씨의 공주대 체험활동 확인서 중 일부가 “사실과 다르다. 부끄럽다”며 “정 교수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는 것이 사실”이라고 증언했다. 김 교수는 정 전 교수의 대학 동창으로 정 전 교수로부터 딸 조씨의 인턴 체험활동을 부탁받은 셈이었다.


2008년 12월 대학 병리학회에 제출된 <출산 전후 허혈성 저산소 뇌병증(HE)에서 혈관내피 산화질소 합성효소 유전자의 다형성> 논문도 문제였다. 조 전 장관은 이 논문이 고려대 입시에 활용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반면 검찰은 조씨가 2007년 7월23일부터 8월3일까지 약 2주간 단국대 의과대서 체험활동을 했으나 의학 지식이 부족해 대학원생 지도하에 실험실 견학 등을 주로 경험했다고 판단했다.

해당 논문을 작성하기 위한 실험 과정에서 조씨는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했다. 그러나 장영표 단국대 의대 교수는 2009년 8월 대학입시 활용 목적으로 체험활동에 대한 확인서 발급을 요청받자, 조씨가 제1 저자로서 능력을 갖추고 실험에도 기여한 것처럼 꾸며 체험활동 확인서를 발급했다.

조씨는 이를 한영외고에 제출해 생활기록부에 기재했다.

고려대에 따르면 조씨는 2010학년도 입시서 고려대 세계 선도 인재전형에 어학 점수·학교생활기록부를 토대로 1단계 서류평가와 면접 등 2단계를 거쳐 합격했다. 결국 고교 생활기록부로 입학한 것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이다.

조씨가 부산대 의전원 입학 당시 자기소개서에 “KIST 분자인식연구센터 학부생 연구 프로그램에 참여해 3주간 인턴으로 근무했다”고 기재한 것도 문제가 됐다.


검찰은 조씨가 2011년 7월12일 KIST의 분자인식연구센터장 면접을 본 뒤 연수 허가를 받고, 2011년 7월21일까지 3~4일만 나왔으며, 그 기간에도 실험에 참여하지 않고 불성실한 태도를 보이다 나오지 않아 7월22일자로 연수가 종료됐다고 결론내렸다. 

“또래에
미안해”

KIST 역시 “2011년 7월18일부터 8월19일까지 연수하기로 했으나, 연수 시작 후 5일 만에 학생이 자발적으로 중단했다”고 밝혔다. 

조 전 장관은 조씨의 입시 비리와 관련해 학부모 참여 인턴십에 관여한 적 없고, 조씨가 재학 중인 고등학교 담당 교사가 만들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 과정에서 ‘스펙 품앗이’ 논란이 불거진 장 교수와도 연락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검찰은 정 전 교수가 당시 서울대 교수였던 조 전 장관의 지위와 인맥을 활용해 딸 조씨로 하여금 일반 고등학생이 접근하기 어려운 논문 저자 등재, 국책 연구기관 인턴 등 허위 스펙을 만들어 상급학교 진학 시 이를 활용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판단했다.

이에 조씨가 고등학교 1학년으로 재학 중이던 2007년 7월 한영외고 동급생 부친인 장 교수에게 체험활동 및 논문 저자 등재를 부탁해 승낙받았다고 봤다. 

부산 아쿠아펠리스 호텔 인턴은 조 전 장관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연구실 PC서 발견된 조씨의 코넬대 경영학과 추천서에 담긴 내용이다. 아쿠아펠리스 호텔의 시니어 매니저가 조씨를 추천했다는 영문 파일의 작성자는 조 전 장관과 정 전 교수였다.

해당 파일에는 ‘조씨가 3년 동안 아쿠아펠리스 호텔서 주어진 일을 성공적으로 해냈다’고 적혀 있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해당 내용을 모두 허위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호텔서 조민을 본 적도, 그런 추천서를 본 적도 없다”는 아쿠아펠리스 직원들의 법정 진술을 근거로 조씨가 호텔서 인턴을 하지 않았다고 봤다.

아쿠아펠리스 호텔의 식음료 팀장으로 근무했던 직원은 법정서 “조민이 3년간 일했다는 2007~2009년까지 고등학생이 주말에 인턴 또는 실습을 한 적이 없다”고 증언했고, 호텔 관리실장으로 근무했던 직원 역시 “조민이 호텔서 인턴을 한 적이 없다. 고등학생이 3년간 호텔에 있었다면 눈에 띄었을 텐데 그런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유튜브 채널 출연 뒤 SNS 활동 시작
조국 판결 후 당당하게 세상 밖으로

정 전 교수 측은 이 호텔과 업무제휴를 맺은 서울 인터콘티네탈호텔서 조씨가 인턴을 했다고 반박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입증할 증거 역시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아쿠아펠리스 직원들은 “인터콘티네탈호텔과 업무제휴도 맺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조 전 장관이 조씨가 서울대 의전원 지원 시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 확인서 등을 허위로 발급·제출했다고 판단했다.

이 같은 사법부의 판단에도 조씨는 당당했다. 그는 지난 6일,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 공장>에 출연해 “검찰이나 언론이나 정치권서 제 가족을 지난 4년 동안 다룬 것들을 보면 정말 가혹했다고 생각한다. 과연 본인들은 스스로에, 아니면 그들의 가족에게 똑같은 잣대를 적용하는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버지가 실형을 선고받으시는 걸 지켜보면서 ‘나는 떳떳하지 못한가?’라고 곰곰이 생각해보게 됐다. 나는 떳떳하고 부끄럽지 않게 살았다. 그래서 결심했다. 이제 조국 딸이 아니라 조민으로 당당하게 숨지 않고 살고 싶다”고 인터뷰에 나선 배경에 대해 언급했다.

조씨는 의사라는 직업에 대해 “표창장으로 의사가 될 순 없다. 입시에 필요한 항목들에서 제 점수는 충분했고 어떤 것들은 넘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선배 의사들이 의사로서의 실력도 이야기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자질이 충분하다고 들었다. 다만 저와 관련한 재판이 끝나기 전에는 의료 지식을 의료봉사에만 사용하려 한다”고 답변했다.

김씨는 “지난 4년간 세상을 보는 마음의 자세가 달라졌느냐”는 김어준씨의 질문에 “부족하지 않은 저의 환경 자체가 누군가에게 특권으로 비칠 수 있다는 것을 진심으로 깨닫게 된 것 같다. 제 또래 친구들에게 미안함을 느끼는 것도 자연스러운 과정인 것 같다”고 답했다.

한편, 박근혜정부 국정 농단 사건으로 복역 중인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가 조씨를 연일 비판했다.

정씨는 같은 날 페이스북에 조씨의 인터뷰 기사를 공유하면서 “내 승마 선수로서의 자질은 뭐가 그렇게 부족했길래 너희 아빠는 나한테 그랬을까. 웃고 간다. 네 욕이 많겠냐, 내 욕이 많겠냐”고 날을 세웠다. 이어 “불공정은 댁이 아직 의사를 하는 것”이라며 “좌파가 뭐라고 해도 내 메달은 위조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갑툭튀 정유라 
“자격 박탈해야”

정씨는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마장마술 단체전에 국가대표로 출전해서 금메달을 획득한 바 있다. 

정씨는 이후에도 자식의 게시글 댓글을 통해 조씨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자신을 응원하는 네티즌이 “이 정도면 정유라의 학위를 회복시켜줘야 한다”는 댓글에 정씨는 “난 그런 거 필요 없고 조민도 의사 자격 박탈시켜주길 간청한다”고 답글을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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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