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586 용퇴론과 97그룹 단일화론

이재명 싫어서 뭉치는 비명 전선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마땅한 인물을 내세우지 못했던 비명(비 이재명)계 쪽에 최근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다수의 젊은 의원이 대표직에 도전하고 있는 것이다. 바람에 대한 당내 요구가 커지고 있는 분위기도 상당수 감지된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재명 대세론은 흔들림 없는 모양새다. 이 의원을 잡겠다고 나선 의원이 너무 많은 탓이다. ‘단일화’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다음 달에 있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전당대회 구도가 벌써부터 잡혀간다. 당초 ‘친명(친 이재명계)’ 대 ‘친문(친 문재인계)’ 혹은 ‘친낙(친 이낙연계)’의 싸움으로 흘러갈 것이란 예측과는 달리, 현재 구도는 친명 대 비명(비 이재명계)의 싸움으로 잡혀가고 있다.

재부상하는
세대교체론

특히, 비명계의 당권주자들 중 젊은 의원들이 전당대회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다. 민주당의 세대교체론을 주장하며 출사표를 던진 ‘97그룹 (90년대 학번·70년대 생)’이 그 주축이다.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은 지방선거 운동이 한창이던 지난 5월 말 ‘586 용퇴론’을 주장했다가 민주당 중진들로부터 뭇매를 맞은 바 있다.

박 전 위원장은 기자회견을 갖고 혼자 단상에 서서 “586의 사명은 민주주의 정착이었는데, 이제 그 사명을 다 완수했다”며 “이제 아름다운 퇴장을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용퇴론 발언은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며 당내에 논란이 된 바 있다.


당시 민주당 내부에서는 곧바로 박 전 위원장에 대한 비토가 쏟아져 나왔다. 메시지는 둘째 치고 왜 하필 지금, 이 시점에서 당내 분란을 조장하냐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후보로 뛰고 있는 586세대가 있을뿐더러 당의 얼굴이었던 송영길 전 대표가 스스로 말했던 ‘586용퇴론’을 깨고 서울시장직에 도전하고 있던 중이었다.

이후 지방선거에서 대패한 민주당은 이때 박 전 비대위원장의 발언을 재조명하기 시작했다.

계속 지기만 하는 정당에는 새 정치가 필요하고, 결국 새 정치를 실행할 ‘새 지도부’를 구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이들은 그 시작점이 지금까지 기득권을 차지하고 있던 지도부가 ‘물러날 때’라고 생각하고 있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당시 ‘박 전 위원장의 용퇴론’에 동조하는 의원이 상당수 있었다. 권력을 차지하고 있던 지도부에 직접 의견을 피력하지 못한 개혁 성향의 민주당 의원들은 박 전 의원장의 ‘586 용퇴론’에 대부분 동조하고 있었고, 발표 직후 그에게 격려 전화와 문자를 전했다.

당시 격려는 현재 전당대회 판세에서 서서히 드러나는 중이다. 비명 진영 측에 젊은 의원이 하나둘 출마하는 중이고, 중립지대에 있는 많은 의원들이 이들을 뒤에서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개혁과 쇄신의 방향을 ‘새 리더’로 하자는 의견에 다수 의원들이 동조하고 있는 분위기인 것이다.

“기득권 타파하자” 커지는 목소리
뭉치나? 심상찮은 비명계 움직임


중립지대에 있는 민주당 한 재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586 기득권을 타파하자는 목소리는 예전부터 있었고, 박 전 위원장의 발언 당시에도 상당히 많은 분이 공감했다”며 “특히 송영길 전 대표가 586 용퇴론을 스스로 이야기한 뒤 본인이 그걸 뒤집고 다시 서울시장에 출마하는 정말 씻을 수 없는 실책을 범했다고 생각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전당대회는 이변이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의원들이 많기 때문이다. 일각에서 흘러나오는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이라는 구호가 틀릴 수도 있을 것”이라 덧붙였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방증한 것이 얼마 전 있었던 ‘전당대회 룰 파동’이다. 전당대회 전 급하게 꾸려진 ‘혁신형’ 비대위는 전당대회 룰 개정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부여받았다. 지난달부터 룰에 민감한 각 계파를 어우르고 공정한 전당대회를 장려하라는 민주당 지지자들의 요구를 받아왔다.

비대위는 지난달 20일 전당대회준비위원회(전준위)를 출범시키며 이들의 요구에 부응하려 했다. 전준위 위원장은 4선의 안규백 의원(서울 동대문구갑)이 낙점됐다.

안 의원은 본래 ‘정세균계’로 분류되는 인물로 현재 싸우고 있는 계파들에 속하지 않는, 비교적 계파색이 옅은 인물로 알려져 있다. 선거관리위원장에는 3선의 도종환 의원(충북 청주시)이 발탁됐다.

도 의원은 친문으로 분류되는 인사다. 그 또한 현재 계파 싸움에는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인물로 안 의원과 함께 중립지대에 있는 중진 의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친명’과 ‘비명’ 간의 대립을 의식한 비대위가 고심 끝에 두 인물을 전준위에 배치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몇 주간 양 계파의 의견을 수렴해왔고, 공정한 룰 제정에 온 힘을 다한 것으로 알려진다.

각 계파는 각자의 입맛에 맞는 룰을 전준위 구성원들에게 전달했고, 각각의 의견을 수렴한 전준위는 양측의 입장을 수렴한 절충안을 만들어 비대위 측에 전달했다. 

전준위가 내놓은 최종안은 예비경선(1차 컷오프)에서 ‘중앙위(당원투표) 70%와 대국민 여론조사 30%’, 본투표에서 대의원 45%, 권리당원 40%, 여론조사 10%, 일반당원 5%‘였다.

민주당 취재기자들에 따르면, 몇몇 친명계 인사는 여론조사의 비중을 크게 늘릴 것을 전준위 측에 제안했다. 이들의 주장은 여론조사를 50%까지 늘려 일반 국민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자는 것을 골자로 한다.

명분은 국민의힘(이하 국힘) 측의 쇄신을 본받자는 것이다. 국힘은 지난해 전당대회에서 국민 여론조사 50%를 반영한 바 있다. 그 결과 이준석이라는 새로운 인물이 당의 키를 쥐게 되었고, 국힘은 서서히 변화할 수 있었다.

친명계로 분류되는 5선 중진 안민석 의원은 지난 8일 라디오에서 “우리들은 여전히 대의원 투표 비율이 45%다. 표의 등가성이 일반 당원들과 1:90 정도 가까이 된다”며 “기존의 고루한 정당에서 당원 중심의 민주당으로 바꾸는 것이 전당대회의 의미이기 때문에 룰을 바꿔야 한다. 우리가 바꿀 수 있는 것, 실천할 수 있는 것은 과감하게 바꿔내는 환경에서 전당대회를 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인물 없다?

그러나 비명계에서는 지난해 국민의힘과 지금의 민주당이 다른 점이 하나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시는 현재의 민주당 이재명 의원처럼 영향력이 크고 인지도 있는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다. 마땅한 인물이 없던 상황에서 전당대회에 여론조사를 대폭 도입하니 혁신이 일어날 수 있었던 것이다는 논리다. 

비명계 측은 전당대회에 여론조사를 도입하면 압도적인 인지도의 이 의원이 유리할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국민들의 의견을 반영하자는 것은 민주당 쇄신의 방향과 일치하지만 현재의 여론조사 도입은 오히려 쇄신하지 못할 ‘독’이 된다는 주장이다.

이런 이유로 비명계는 지속해서 룰 개정을 반대해왔다.

그동안 민주당 전당대회는 1차 컷오프에서 중앙위원회의 100%를 투표를 유지해왔다. 이는 민주당 당헌·당규에 기인한다. 친명계의 주장대로 여론조사를 넣으려면 당헌 당규를 고쳐야 한다. 그동안 아무 문제없이 적용돼왔던 전당대회 룰을 바꾸자는 주장에 비명계는 특정후보를 밀어주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출마를 선언했던 비명계 강병원 의원은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여론조사를 하게 되면 이 사람이 갖고 있는 가치나 비전이라기보다는 그 전에 해왔던 정치 행태로 인지도 싸움이 돼 버릴 것”이라며 “그런 부분들에 관해서 당은 우려한 것 같다. 적어도 우리가 국회의원을 공천할 때도 공천 심사로, 기준에 맞는 사람들을 우리 국민에게 선보이지 않느냐”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같은 비명계의 주장도 진영 논리의 일부분이라는 해석이 존재한다. 기존 당의 영향력이 막강했던 친문과 친낙계 인사들이 중앙위에 다수 포진돼있기 때문이다. 비명계는 중앙위 100%가 이 의원에게 불리할 것이고, 지금 기준을 그대로 적용한다면 1차 컷오프에서 탈락할수도 있다고 인식한다.

지난 2개월 간의 전대 룰 갈등은 곧 계파 싸움이었다. 지금은 당내 주류로 인식되고 있는 친명계가 주장하는 ‘여론조사 대폭 도입’이 현실화될지, 안 될지 많은 이가 지켜보고 있었다.

사실 비대위와 전준위는 당내 분위기를 충분히 살핀 후 최종 결정을 하는 당내 기관이다. 만일 친명계의 강력 반발만 있고 비명계 의원들의 목소리가 작거나, 소극적인 주장만 펼쳤다면 ‘여론조사 도입’은 그냥 이뤄질 수 있던 분위기였다.

그러나 최종 결정일 하루 전날이었던 지난 5일, 비대위는 뜻밖의 결정을 내렸다. 전준위 안을 폐기하고 현행(중앙위 100%)대로 진행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친명 쪽이 불리할 수밖에 없는 결정에 민주당 내 인사들, 그리고 취재기자들까지 의아해했다.

비명계의 입김이 아직 남아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두고 
찬반 투표?

이 같은 결정에 한 정치평론가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이재명 의원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보였다. 현재 민주당에는 당을 혁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며 “그 혁신에 이재명 의원은 낄 수가 없다. 계파를 만들어낸 당사자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로부터 하루 뒤인 6일, 비대위는 전날 결정을 결국 번복하고 1차 컷오프에 여론조사 30%를 반영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전날 있었던 룰 파동은 아직도 당내서 회자되고 있다. 비명계 의원들의 반전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예측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이유다.

그러나 그런 예측을 하는 사람들도 지금의 구도에서는 이 의원의 독주를 막을 수 없다고 보고 있다. 비명계 측에서 나온 후보가 너무 많은 탓이다. 이 의원을 제외하고 현재까지 당 대표직에 나선 사람은 총 여명이다. 

지난달 17일 일찌감치 당권 도전을 선언한 5선의 설훈(경기 부천을), 97그룹으로 분류되는 재선의 강병원(서울 은평을), 강훈식(충남 아산을), 박용진(서울 강북을), 박주민(서울 은평구갑) 의원과 3선의 김민석(서울 영등포구을) 의원이다.

설·김 의원을 제외하면 재선의 네 사람은 많이 닮아있다. 모두 재선이라는 점, 또 개혁적인 성향이라는 점, 계파색이 옅다는 점에서 이들은 통한다. 실제로 97그룹으로 묶인 뒤 네 사람은 몇 차례 회동을 가졌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중 언론에 알려진 것은 지난 지난달 28일 있었던 4선 중진의 이인영 의원과의 오찬회동이다.

정치권에 따르면 이 의원은 이날 ‘양강양박’ 의원 네명을 한자리에 불러 모아 조찬 모임을 진행하고, 다음 달 28일로 예정된 전당대회 출마를 부탁했다.

가장 먼저 대표직에 출마하며 스타트를 끊은 강병원 의원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오찬회동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이 의원이) 이 세대교체론이 사그라지면 안 된다고 의원들이 이렇게 이야기했다”며 “여러분들(97그룹)이 결단하고 뭔가 역할을 해줘야 하는 거 아니냐고 주문하셨다”고 밝혔다.

전당대회 룰 두고 갈등 재점화
당내에선 이 몰아내기에 열중?

이날 이 의원의 부탁대로 강 의원은 지난 3일 당대표 도전의 스타트를 끊었다. 그후 강훈식, 박용진, 박주민 의원이 차례대로 당 대표에 출마를 선언했다.

네 의원은 출마의 변에서 모두 ‘당의 쇄신’을 이유로 들었고, 이를 위해 젊은 의원이 당권을 잡아 계파 정치를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들의 돌풍에도 불구하고, 이재명 대세론은 아직 흔들림이 없는 모양새다. <스트레이트뉴스>가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조사한 민주 당대표 적합 후보 여론조사에 따르면, 현재 이 의원은 33.2%로 1위를 달리고 있고, 박용진 의원이 15%로 뒤를 추격하고 있다.

박 전 비대위원장은 8.8%, 김 의원은 5.2% 순이었다. 없음, 잘 모름은 24.6%였다.

이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 의원의 지지율은 나머지 후보 모두의 지지율을 합한 것보다 높다. 민주당 내 분위기에 비해 비명계 측의 지지율은 크게 나오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벌써부터 ‘단일화’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기는’ 선거를 위해서라면 의원들이 뜻을 모아 한 명의 인물을 추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97그룹 네 의원의 개혁 방향과 세대교체라는 대의명분이 합쳐진다면 단일화가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먼저 젊은 네명의 의원이 단일화를 이룬 뒤 김 의원이나 설 의원을 설득한다면 이재명 의원과의 1:1 구도도 가능하다. 그러나 현재로선 모두 말을 아끼고 있다.

벌써부터 단일화를 주장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의견이다. 강훈식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단계에서 논의할 사항은 아니다. 지금 누구로 단일화하자는 것 보다는 각자의 소신과 비전으로 승부할 시간”이라며 “당원들과 국민의 지지를 거쳐서 결국은 민주당이 혁신의 바람을 만드는 것이 우선 과제”라고 주장했다.

강병원 의원도 “지금은 너무 빠르다. 지금 승리의 비법은 단일화가 아니라 나를 잘 알리는 것”이라며 “우선은 강병원이 누군지 국민들에게 알려야 하지 않겠나”고 <일요시사>에 알려왔다.

두 의원 모두 현재로선 단일화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못 박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가능할 것이라는 말을 우회적으로 돌린 것이다. 현재 단일화를 주장하고 있는 사람들은 많으나 정작 본인들은 아직 단일화 논의조차 진행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대의 위해?
본인 위해?

끝내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기기 위해서’는 단일화가 필수조건이지만 이기는 게 목적이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단일화론을 부정하는 일각에서는 이들이 차차기 당권과 대권을 노리고 있다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당 대표직에 나온 것이 ‘본인 인지도를 쌓으려 하는 것 아나냐’는 의심에서다. 이들이 진심으로 세대교체론에 뜻을 품고 있을지, 아니면 자기 정치를 하기 위해 전대를 이용하는 것일지는 곧 드러날 전망이다.


<ingyu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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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샘 시흥공장 그린벨트 훼손 의혹

[단독] 한샘 시흥공장 그린벨트 훼손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우리나라는 개발이 제한돼있는 토지가 있다. 해당 토지들의 개발을 위해선 지자체장의 승인이나 대통령령 승인이 있어야 한다. 부동의 가구 1위 기업인 한샘이 개발제한구역을 마음대로 훼손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대상은 시흥 제1공장 부지 주변 필지다. 행정조치가 완료됐다고는 하지만 완전히 원상복구는 되지 않았다. 한샘은 주방·인테리어가구를 판매·제조하는 대한민국 부동의 1위 가구 업체다. 1970년 9월 한샘으로 창립한 뒤 1977년 국내 최초로 주방가구를 수출해 1979년에 수출 100만달러 돌파의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한샘의 2023년도 기준 매출액은 1조9669억원에 달한다. 영업이익은 19억4660만원이다. 최초의 공장 성장 시발점 한샘의 성장은 시흥 공장과 함께했다. 조창걸 명예회장이 자본금 200만원으로 은평구 대조동에 23.1㎡의 매장으로 시작했던 한샘은 1976년 시흥시 조남동에 최초의 공장다운 공장을 설립했다. 제1공장을 통해 한샘은 생산 체계를 크게 개선하며 큰 실적 향상을 이뤘다. 한샘은 현재 시흥과 안산 등에 4개의 물류센터·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당초 한샘 시흥 공장은 조남동 ▲594-1번지 ▲91-144번지 ▲91-145번지 세 곳의 필지, 약 1만4610㎡의 면적으로 지어졌다. 현재는 한샘은 91-117번지 매수해 총 1만8429.8㎡의 면적을 공장 부지로 사용 중이다. 등기사항전부증면서 확인 결과 한샘은 해당 부지 외 시흥 공장과 인접한 4개 필지 ▲조남동 91-163번지, 2076㎡ ▲조남동 91-165번지, 207㎡ ▲조남동 91-166번지, 109㎡ ▲조남동 산 57-1번지, 3273㎡도 소유하고 있다. 항공지도에 따르면, 한샘 시흥 공장의 정문 바로 앞을 3개의 필지 ▲조남동 91-163번지 ▲조남동 91-165번지 ▲조남동 91-166번지가 둘러싸고 있으며 산 57-1번지는 공장 뒤편 산과 맞닿아 경계를 이루는 형세를 나타낸다. 그런데, 가장 오래된 2008년 항공사진부터 지금까지 해당 필지를 야외주차장 및 자재 적재용으로 사용해 왔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점은 해당 필지의 지목이 모두 ‘임야’라는 것이다. 임야는 산림과 원야로 구성된 토지로, 공간정보관리법에서는 죽림지, 수림지, 암석지, 모래땅, 습지, 황무지, 자갈땅 등을 예로 들고 있다. 임야는 대부분 산림자원보호법에 따라 산림보호구역 또는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된다. 즉, 산림청의 허가 없이는 토지의 용도변경이나 개발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간혹 산림보호구역이나 지역이 아닌 임야도 있지만 이 역시 산림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토지의 용도변경이나 개발이 가능하다. 시흥 제1공장 주변 4필지 무단 개발 개발제한지역·공익용 산지에 해당 한샘이 야외주차장과 자재 적재용으로 사용한 필지는 모두 개발제한구역에 포함돼있다. 한샘이 산림청의 허가를 받지 않고 개발제한구역 땅을 개발해 무단으로 다른 용도로 사용했다는 의심이 드는 사안이다. 실제로 시흥시 도시정책과는 해당 필지와 관련해 많은 민원을 접수했다. 민원은 해당 필지들의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12조 위반이 주된 내용이었다.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12조에 따르면, 개발제한구역에서는 건축물의 건축 및 용도변경, 공작물의 설치, 토지의 형질변경, 죽목의 벌채, 토지의 분할, 물건을 쌓아놓는 행위(적재) 또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1항에 따른 도시·군계획사업의 시행을 할 수 없다. 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건축물의 건축 또는 공작물의 설치와 이에 따르는 토지의 형질변경 ▲개발제한구역의 건축물로서 제15조에 따라 지정된 취락지구로의 이축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제4조에 따른 공익사업의 시행으로 철거된 건축물을 이축하기 위한 이주단지의 조성 ▲건축물의 건축을 수반하지 않는 토지의 형질변경으로서 영농을 위한 경우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토지의 형질변경 등 9가지의 경우만 예외로 하고 있다. 이렇듯 한샘의 4 필지 사용은 예외 사항에 포함되지 않는다. 산림청장 허가받았나 민원을 접수한 시흥시 건축과 개발제한구역지도팀은 2020년에 해당 필지에 관한 현장조사 이후 한샘에 원상회복 행정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한샘은 이에 불복하고 행정처분 취소소송을 감행했다. 재판부는 개발제한구역 지정으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한 한샘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이행강제금 일부를 한샘에 돌려주도록 판단했다. 하지만 이는 시흥시의 행정조치가 잘못됐다는 판결이 아니었다. 법적 싸움 끝에 시흥시의 원상복구 행정조치는 진행됐다. 시흥시 개발제한구역지도팀에 따르면, 한샘은 행정소송 이후 2022년부터 2023년에 걸쳐 원상복구를 완료했다. 시흥시 개발제한구역지도팀 관계자는 “행정조치 이후 원상복구까지 불법으로 개발한 것을 모두 해체하고 폐기물 처리까지 완료해야 하는 만큼 많은 시일이 걸린다”며 “해당 필지(조남동 91-166번지와 산 57-1번지)는 지난해 11월 원상복구 이행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샘 관계자는 “해당 부지는 한샘이 소유하고 있거나 소유했던 땅으로 불법 점용한 적이 없으며, 해당 부지는 개발제한구역 지정 전과 동일한 상태로 복구를 완료한 상태”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한샘은 여전히 해당 필지들을 불법 점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시흥시가 원상복구 이행을 확인한 필지는 조남동 91-166번지와 산 57-1번지다. 하는 척 얼렁뚱땅 <일요시사> 확인 결과 조남동 91-166번지는 도로와 인접한 부분의 절반의 울타리만 철거됐으며 여전히 4~5대의 차량이 주차돼있는 상태였다. 해당 필지는 개발제한구역이면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른 지역‧지구로는 도시지역, 자연녹지지역로 구분된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해당 지역에 4층 이하의 건축물을 지을 수 있지만, 개발제한구역이므로 건축물의 건축 및 용도변경 등이 불가능하다. 시장 혹은 도지사·군수 등의 허가를 받을 경우 가능하지만, 시흥시에서는 해당 부지의 주차장 사용을 허가해주지 않았다. 행정조치 이후에도 계속 불법으로 점용하고 있는 셈이다. 산 57-1번지도 마찬가지다. 항공사진을 분석한 결과 2008년부터 해당 필지를 덮고 있던 콘크리트는 2013년에 사라졌지만 자재가 적재돼있었다. 이후 2020년에 다시 콘크리트가 덮였다가 2022년 흙밭으로 복구됐다. 하지만 여전히 자재는 적재돼있다. 게다가 <일요시사> 확인 결과 조남동 산 57-1번지와 조남동 산 57-5번지가 개발제한구역이면서 공익용 산지로 지정돼있어 보전산지로 분류되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산 57-5번지가 산지 그대로 있는 것과 다르게, 산 57-1번지는 콘트리트가 지반을 받치고 있으며 경계선에는 울타리가 쳐져 있다. 행정조치 완료? 완전 복구 안돼 한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공익용 산지를 마음대로 개발하면 산지관리법에 의해 처벌받을 수 있다”며 “해당 부지 명의가 한샘이더라도 시장 등 지자체의 허가 없이 개발하면 안되는 곳으로 구조물을 통해 공장부지와 평행을 맞추는 지반을 만드는 것도 허가가 필요한 작업”이라고 말했다. 행정조치가 진행 중인 상황에 문제가 되는 필지를 매매한 정황도 포착됐다. 한샘은 조남동 91-163번지의 필지를 1985년 매입했다. 이후 야외주차장으로 사용하던 해당 필지를 2022년 11월4일 갑자기 팔아버렸다. 2022년은 한샘과 시흥시의 행정소송이 끝나고 행정조치가 진행되던 시기였다. 현재 해당 필지는 ㈜효경개발이 매수해 크레인과 덤프트럭 등 중장비 주차장으로 이용 중이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원상복구에 많은 금액이 들어가는데 이를 피하기 위해 토지를 매매한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한 토지 전문가는 “일반적으로 야외주차장으로 사용하던 토지를 원상복구하는 데 많은 금액이 들어가지 않지만 해당 필지는 공익용 산지로 산지 조성까지 해야 해 상황이 다르다”며 “산지 조성에 들어가는 금액도 지불하지 않고 토지를 매매한 것은 이중으로 이익을 얻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한샘 관계자는 “크레인 등 장비가 있는 부지는 한샘의 소유가 아니므로 저희가 알 수 없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문제의 필지 매매한 정황 한샘 측은 이번 불법 점용 의혹에 관해 개발제한구역 지정이 공장 설립보다 늦게 이뤄져 어쩔 수 없이 불법적인 개발로 분류됐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해당 필지들은 지난 1976년 12월에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됐다. 시기상 한샘의 공장 설립 이후에 묶인 셈이다. 하지만 산 57-1번지를 제외하고 나머지 필지들은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된 이후인 1985년 매입한 땅이라 불법임을 알고도 마음대로 개발했다는 지적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