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박근혜 갈등 해소 위해 주변 인물 노력 중
“이재오 전 의원 입각 땐 MB정부 큰 부담될 것” 경고
현기환 의원은 요즘 가볍게 술을 한잔씩 한다. 같은 당 의원들과 당내 문제 등을 허심탄회하게 얘기하고 국민들과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서다. 솔직한 자리에서 서로가 ‘공자’처럼 점잖게 앉아있다면 서로간의 소통이 막혀 갈등이 확산될 소지도 있다는 것. 현 의원의 ‘소통 정치’에 대한 열정이 누구보다도 높다는 점을 단번에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추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6일, 의원회관에서 현 의원을 만나 18대 현안에 대한 얘기를 심도 있게 나눠봤다.
“국방부가 15년 동안 제2롯데월드 신축 허용 ‘불가’에서 하루아침에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웃기는 일이다. 성과주의에 빠졌다.”
현기환 의원은 제2롯데월드 신축 허용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점을 지적했다. 국방부가 신축 허용을 한 것에 대한 토론 과정 등이 필요했었는데 ‘민주주의 절차를 생략한 것은 잘못’이라는 우려를 피력한 것이다. 현 의원은 “마음이 급하면 토론·홍보 등을 생략한 채 단기성과를 남기려는 데 치우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현 의원과의 일문일답.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스타일은 어떻다고 보는가.
▲신뢰·정도보다는 ‘필요의 정치’를 하고 있다. 경제에 맞는 정책이 필요하면 그에 걸맞는 대안을 내놓는다. 또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면 누군가에게 요청을 한다. 실제 지난 대선 과정에서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가 대선 후보로 나섰을 당시 이 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표를 ‘동반자’로 추켜세우기도 했다.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 간의 현재 관계는.
▲현재까지는 이 대통령이 마음을 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정치는 변화무쌍하다. 어느 순간 서로 다가서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간의 갈등해소를 위해 주변에서도 열심히 노력 중이다.
-이상득-박근혜 연대설 등이 나오고 있는데.
▲박 전 대표는 정치를 필요에 의해 하지 않는다. 사실무근이다.
-개각에 대한 얘기가 정치권의 최대 화두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친박계가 적극 나서야 되지 않겠느냐고 말한다.
▲우선 박 전 대표가 이명박 정부 성공을 위해 도와주지 않은 것이 무엇인지 오히려 반문하고 싶다. 부정할 수 없지만 박 전 대표는 차기 대권 주자다. 차기 대권 주자로서 여권·이명박 정부 성공을 위해 ‘뒷전’에서 도와주는 역할을 충실히 할 것이다. 개각을 단행할 시 이 대통령이 쓰고 싶은 사람을 써야 한다. 쓰고 싶지도 않은 사람을 쓸 때에는 국정운영에 적잖은 어려움이 발생할 것이다.
-박 전 대표의 법안 발언을 놓고 친이-친박 간의 전쟁이 시작됐다는 해석이 많다.
▲중대한 고비 때마다 얘기를 안 한 적이 없다. 정치 소신을 얘기한 것뿐이고 한나라당 당원으로서 이명박 정부가 성공하기를 바란다는 의미에서 한 말이다. 확대·재생산하는 것은 옳지 않다.
-법안을 놓고 ‘빠른 시일 내 협의 처리’, ‘합의 처리를 위해 노력한다’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다.
▲이는 중요하지 않다. 국회 내에서 야당은 여당을 견제한다. 때문에 끊임없이 대화하고 타협해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여당이 통과시키는 법안에 대해서는 책임을 질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 절차가 잘못됐다면 국민들이 엄중히 심판할 것이다.
-국회폭력방지특별법을 놓고 여야 간의 신경전이 치열하다.
▲집단 폭력은 근절해야 된다. 모범을 보여야할 국회의원들이 그렇지 못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폭력을 근절하고 엄중히 처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번 법안 전쟁에서 여당 원내지도부는 어렵고 힘든 결정을 내렸지만 ‘참 잘했다’고 생각한다.
-이재오 전 의원의 귀국이 가시화되고 있는데.
▲YS시절 권력실세였던 최형우 민자당 사무총장의 아들이 경원전문대에 부정입학한 사실이 폭로됐었다. 그 당시 최 사무총장은 자숙기간을 거친 뒤 내무장관으로까지 발탁됐다. 이재오 전 의원도 ‘그럴 때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친이-친박 불화핵심 인물로서 처신을 신중하게 할 필요가 있다. 국민들이 이 전 의원을 필요로 하는지는 본인이 직접 판단해야 할 것이다. 이 전 의원이 복귀할 경우 당·정·청 위기론이 가중될 뿐 아니라 입각설까지 현실화될 때에는 이명박 정부에 큰 부담이 될 것이다.
-미네르바로 알려진 박씨가 최근 구속됐다.
▲조금 과한 것 같다. 잘못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되 구속은 하지 말아야 한다. 국민을 믿게 했던 만큼 박씨가 떳떳하게 30대 백수라고 밝혔다면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미네르바로 인해 사이버 모욕죄 대한 논쟁이 펼쳐질 것으로 보이는데.
▲미네르바와 사이버 모욕죄는 엄연히 관계가 없다. 그러나 반대 여론에 부딪힐 것으로 보여 여러 가지로 우려스럽다. ‘반의사 불벌죄(피해자가 신고를 하지 않아도 신고가 가능하되 처벌은 피해자의 의사에 따른 것)’를 빼면 전파 속에서 광범위하게 피해 받는 이들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현기환 의원님이 바라는 정치상은.
▲원칙을 가지고 국민들과의 약속을 반드시 지키는 정치를 하고 싶다. 신뢰·정도의 정치가 바로 그것이다.
[현기환 의원 프로필]
▲한국노동조합총연맹 대외협력본부 본부장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대외협력단 부단장
▲제18대 한나라당 국회의원
현기환 의원이 추진하고 싶은 법안?
현기환 의원은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상정했다. 현재 전국적으로 도시공원은 1,179㎢가 지정되어 있으나 이 중 조성된 곳은 419㎢(35.5%)에 불과하다. 게다가 대부분 복잡한 절차와 자치단체의 열악한 재정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 의원은 “도시공원 조성과 확충을 위한 절차를 대폭 간소화하고 장기 미조성 공원에 대한 필요성을 5년마다 재검토하며 민간자본을 통한 공원조성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 도시 내 공원녹지의 조성과 확충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고자 발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 의원은 저소득층 서민들을 위한 법안에도 관심이 많다. 그는 “사회적 약자를 위한 사회안전망을 확충할 수 있는 법률안을 마련해 이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당찬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