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경기도지사 특별인터뷰

“세계적인 기업 경기도 유치 확대시킬 것”


세계 500대 기업 선정, 맞춤형 투자 유인 정책 시행 중
미래 대비 정책 추진…일자리 창출·재정 조기집행 확충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연초부터 바쁘다. 국내 기업의 투자를 늘리고 세계적인 외국기업을 적극 유치하기 위해서다. 실제 김 지사는 “경기도에 대한 수도권 규제가 대폭 완화되고 SOS 지원센터 운영을 강화해 기업의 어려움을 찾아다니며 살피고 도울 것”이라고 향후 행보에 대한 개인적인 견해를 드러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2009년에는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도민들을 돌보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이다.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보다 진전된 수도권 규제 개혁이 있어야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다음은 김 지사와의 일문일답.

-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해 어떤 방식을 채택하고 있나.
▲ 경기도에서는 <포춘>지 선정 세계 500대 기업을 타깃으로 선정해 맞춤형 투자 유인책을 만드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500대 기업 중 중국에는 480개, 싱가포르에는 300곳이 넘게 진출했지만 현재 한국에는 263개밖에 들어오지 않았다. 500대 기업 중 300개가 넘는 곳이 한국에 들어와야 진정한 세계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경기도는 지난 2004년부터 연간 5억원 규모의 예산을 편성, 경제적 파급효과와 투자이행을 위한 노력도 등을 감안해 유공자들에게 포상금을 지급하고 있다.
 
- 경기도가 새해 추진할 중점사업과 2009년 도정 운영 방향은.
▲ 새해에 들어선다 해도 경제전망이 밝지 않고 세수 감소 및 재정난 가중이 예상된다. 당면한 경제위기 극복과 서민생활 안정에 도정을 집중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아울러 차세대 성장 동력 육성과 대내외 환경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미래 대비 정책 추진이 긴요하다. 당면한 경제위기 극복과 재도약 기반 마련을 위해 △기업애로 해소 및 성장역량 강화 △투자유치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재정 조기 집행 △차세대 성장 동력을 확충해 나갈 것이다.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속적인 규제 개선을 위해 △정부발표 규제완화 정책의 후속조치 이행 및 미반영 정책 반영 건의 △수요자 중심의 규제 발굴 및 지속 개선을 추진할 것이다. 서민생활 안정과 취약계층 지원을 위해 △재래시장 안정화 및 지방물가 안정 등 민생경제 안정시책 추진 △사회안전망 구축 및 복지서비스 역량 강화 위기가정 취약계층 지원을 강화할 것이다. 미래 환경 변화의 능동적 대응을 위해 △신·재생에너지 △FTA △통일 △기후변화 △저출산 고령화 사회에 대한 철저한 대비다.
 
- 지역경제를 뛰어넘어 경기도가 앞으로 추진할 복지 정책 청사진은.
▲ 경제위기 극복과 재도약 기반 마련을 위해 기업애로 해소 및 성장 역량 강화, 투자유치 활성화, 일자리 창출, 재정 조기 집행, 차세대 성장 동력을 확충해 나갈 것이다.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한 규제 개선을 위해 정부의 규제완화계획 후속조치 이행, 수요자 중심의 규제개혁을 지속 추진할 것이다. 서민생활 안정화 및 취약계층 지원 강화를 위해 민생 경제 안정, 사회안전망 구축 및 취약계층 지원에 힘쓸 것이다. 쾌적한 주거 공간 조성 및 편리한 교통망 구축을 위해 살기 좋은 도시 쾌적한 주거환경, 사통팔달 교통망 구축, 고객중심의 교통체계 확보에 전력을 기울일 생각이다. 안전하고 건강한 생활환경 구현을 위해 안전한 생활환경, 재난 재해대책 강화, 식품 안전성 확보, 공공보건의료를 강화할 것이다. 선진 교육 가족여성 문화 여건 조성을 위해 교육인프라 확충, 여성인적자원 개발 및 보육지원, 문화 인프라 구축에 전력을 기울일 생각이다. 미래 대내외 환경 변화에 대한 능동적 대응 차원에서 신·재생에너지, 한미 FTA, 통일, 기후변화, 저출산 고령사회 등에 대비할 것이다.
 
- 그동안의 대북사업 운영내역과 앞으로의 대북사업 전망을 밝혀 달라.
▲ 경기도는 세계유일의 분단현장이자 분단도로서 남북관계에 가장 영향을 받는 곳이며 통일시대를 대비, 그 역할이 매우 중요한 곳이다. 그동안 북한이 자립할 수 있도록 인프라 지원 원칙을 가지고 북한주민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인도적 지원 사업을 추진해 왔다. 2002년부터 농업·보건 분야 지원 사업을 시작으로 2004년 평양 당면 가공공장 설치 사업, 2006년 강남군 당곡리 농촌현대화사업 등을 추진해 왔다. 2008년에는 북한주민의 무분별한 벌목으로 훼손된 산림을 복원하기 위하여 개성시 개풍동에 9ha 규모의 양묘장을 5월13일에 준공하여 묘목을 생산하고 있다. 파주, 연천과 북측 개성 지역에서 매년 발생하고 있는 말라리아 매개 모기의 퇴치를 위하여 2008년 6월부터 9월까지 남북이 공동으로 집중 방역을 실시했다. 앞으로도 그동안 남북교류 협력 사업으로 쌓아온 북측과의 상호 신뢰 및 협력관계를 바탕으로 인도적 지원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경기도내 민간단체의 남북교류협력사업을 지원하고 중앙정부와 긴밀히 협조하여 남과 북이 상생할 수 있는 경제협력사업도 발굴하여 추진할 계획이다.



- 수도권 규제완화에 대한 논란이 일어나고 있는데.

▲ 경기도의 인구밀도는 서울시의 6.4%에 불과함에도 서울과 똑같은 수도권 규제를 받고 있다. 연천, 가평, 양평, 여주군과 동두천시 지역을 수도권으로 묶어두고 역차별을 하고 있다. 경기 동북부 지역은 30~50년간 국가안보와 물 공급을 위해 희생하면서도 중첩된 규제로 전국평균에도 못 미치는 낙후지역으로 전락했다. 수도권 규제는 기업의 해외이전 가속화와 선진 기술 유출, 일자리 감소 등 부작용을 초래해 국가경쟁력 약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수도권 규제로 인해 주요 대기업의 33%가 해외투자를 희망했다. 중국, 일본 등 우리의 경쟁국들은 과감한 규제개혁을 통해 세계 경제의 중심으로 도약하고 있으며, 우리에게는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경제를 살리는 방법이 바로 규제완화다. 정부가 보다 과감하고 신속한 규제개혁을 추진해 주기를 기대한다. 싱가포르는 중국의 14분의 1, 두바이는 3분의 1에 불과하지만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유치원부터 국회의원과 협력하여 현행 수도권 규제의 근원적 철폐를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지속적으로 펼쳐 나갈 것이다. 기 발표된 수도권 규제 합리화 대책은 후속조치를 조기에 마무리하고 중장기 제도개선 과제로 지방 발전기반 조성과 연계하여 현 수도권 관리 방식의 근본적 개편 방향을 마련해야 한다.

- 경기도의 수도권 규제개선 과제 내역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 정부의 의지만으로 가능한 과제와 국회의 의결이 필요한 과제 두 가지 과제로 나눌 수 있다. 우선 정부의 의지만으로 가능한 과제는 다음과 같다. 낙후지역 4군(연천, 가평 양평, 여주), 1시(동두천)로 수정법 시행령 개정을 요한다. 성장관리권역내 공업지역에서의 공업 신설 허용은 산집법 시행령이 개정(국경위안은 산업단지 내에서만 신설을 허용하고 있다)되어야 한다. 수도권 내 공업용지 물량규제 폐지(고시개정), 자연보전권역 중복규제 완화(공업용지조성(현행 6만m 이내 확대), 첨단공장(1천m 이내) 신 증설확대(수정법 시행령 개정), 하이닉스 이천공장 증설(국제적 수준의 구리농도 배출기준 마련(고시개정)), 군사시설 밀집지역(동두천 국책사업추진) 등이다. 국회의 의결이 필요한 과제는 군사밀집지역에 대한 합당한 보상 추진(군사시설 주변지역 지원 특별법 제정), 정비발전지구제도 도입(공공기관 이전적지), 낙후지역 등(수정법 개정), 팔당 7개시 군 댐용수 사용료 면제 및 수질관리 지자체 일원화(댐 건설법 개정), GB 관리제도 개선(특별정비지구 도입) 등이다.

- 현재까지 법령 제·개정 추진 상황은.
▲ 추진 대상은 수정법 등 12개법 17개 법안이다. 진행상황별로 보면 입법조사처 검토중(1개), 서명중(4개), 국회 상임위 회부(9개), 상임위 소위원회 심의(3개) 등이다.

- 군포·안양 수리산도립공원 조성을 공약으로 내세웠는데 사업 추진 현황은
▲ 수리산은 경기도 서남부(군포, 안양, 안산)의 도심에 위치하고 있는 녹지 섬으로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는 지역이다. 수리산은 남한산성, 연인산에 이어 3번째로 지정되는 도립공원으로 개발을 지양하고 최소한의 공원을 설치하는 등 도심 속의 녹지를 보전하는 데 중점을 두고 조성할 계획이다. 사전환경성검토, 도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등의 행정절차를 이행하여 2009년 5월에 수리산을 도립공원으로 지정하고 방문자센터 만남의 광장 등 공원시설 설치 공사를 2011년에 완료할 계획이다. 수리산 도립공원이 자연보전 학습체험을 기본 컨셉으로 조성하면 남한산성은 문화 역사 탐방, 연인산은 산림휴양 숙박으로 도내 도립공원간 상호 보완적인 공원이 될 것이다.   
 
- 경기 과학고가 과학영재학교로 선정됐다. 한국 최고의 과학고로 발전시킬 청사진은.
▲ 경기과학고가 과학영재학교로 선정되어 도민들의 기대에 부응하게 된 것을 대단히 기쁘게 생각한다. 그동안 경기도의 우수한 한생들이 타 지역에 유숙하면서 공부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과학영재학교는 경기도의 브랜드 가치를 높일 뿐만 아니라 글로벌 인재를 양성하고 국가 경쟁력 창출을 위해서 절대로 필요하다. 경기과학영재학교는 대한민국 영재교육의 위상을 높일 것이며 대한민국 영재교육의 비전을 제시할 것이다. 맞춤식 교육과정, 미래지향적인 리더십 함양, 우수교원 확보, 국내외 유수대학과의 네트워크 구축을 통한 진로지도, 과학영재교육의 메카로서 인적, 물적 인프라 구축, 글로벌 과학영재 육성을 위한 행·재정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다. 과학영재학교가 대한민국을 넘어 명실상부한 세계최고의 인재양성 산실이 되도록 교육청, 수원시와 협의하여 적극적으로 지원해 나가겠다.
 
- 그동안 중단되었던 경인운하사업을 재추진키로 결정하였다. 이에 대한 소감은.
▲ 경인운하는 이미 경제성, 환경문제 등이 국제적으로 검증된 사업이다. 그동안 중단됐던 경인운하 민자 사업을 공공사업 형태로 전환하여 추진한다는 정부의 결정을 적극 환영한다. 경인운하사업은 김포, 부천, 고양, 파주 등 경기도와 인천시의 부평·계양, 서울 강서구 지역 등 한강 유역 150만 주민의 고질적 상습홍수 피해를 해결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경인 운하 사업은 분단으로 막힌 한강하구의 물길을 황해로, 세계로 여는 역사적인 사업이며 경제 불황을 극복하고 신규 일자리 3만개를 창출하는 한국판 신 뉴딜정책이다. 

- 민선 4기 해외투자 유치 현황과 외국 투자 기업에 대한 배려 사항은. 
▲ 민선 4기 투자유치 성과는 총 55건 111억4950만 달러다. 주요투자 유치의 구체적 내역은 다음과 같다. 프롤로지스(믹구 물류) 10억 달러, 린데코리아(독일, 산업용 가스) 1억8000만 달러, TESCO(영국 물류) 100만 달러, HOYA(일본, 디스플레이) 100만 달러, 텔리오솔라(미국, 태양전지) 5000만 달러, FCI(대만, R&D센터) 3000만 달러 등이다. 민선 4기 출범 당시 북핵문제, 경제성장 둔화, 수도권 규제 등 국내외 불리한 투자유치 여건 속에서도 축적된 노하우와 민간 전문성을 적극 활용하여 열심히 뛰었다. 법률, 노사관계, 금융 등 전폭적인 원스탑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기업에 대한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수도권의 토지이용규제, 공장설립에 따른 복잡한 인허가 절차 등으로 투자 유치에 어려움이 많은 실정이다.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보다 진전된 규제개혁이 있어야 한다.


- 끝으로 경기도민에게 신년 메시지를 남겨달라.
▲ 유례없는 경제위기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묵묵히 제 할일을 다하는 소처럼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한다면 반드시 원하는 꿈도 미래도 이룰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새해에는 일자리를 구하는 사람에게 좋은 일터가 생기고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편안한 쉼터가 생기길 기대한다. 우리나라의 저력을 믿고 있다. 우리는 식민지와 전쟁, 분단의 역경을 딛고 한강의 기적을 이룬 강인한 민족이다. 지금이 새로운 역사를 다시 한 번 쓸 기회다. 새해는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역전의 한 해가 되어 대한민국이 선진일류통일국가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는 해가 될 것이다. 경기도 모든 공무원들도 대한민국의 희망찬 미래를 열어가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김문수가 걸어온 길
▲1994 노동인권회관 이사
▲1996~1997 신한국당 대표 특별보좌관
▲1998~2000 한나라당 노동위원장
▲2000~2001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
▲2002~2003 한나라당 기획위원장
▲2003~2004 한나라당 대외인사영입위원장 공천심사위원장
▲1996~2006 15·16·17대 국회의원
▲2006~현재 제32대 경기도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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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발 ‘채 상병 특검’ 파장

야당발 ‘채 상병 특검’ 파장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순직 해병 진상규명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채 상병 특검법)이 야당 주도로 지난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난해 7월19일 사건 발생 10여개월 만이다. 국민의힘은 표결에 반발하며 퇴장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할 것으로 관측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날 본회의서 ‘이태원참사특별법’을 합의 처리된 뒤 ‘의사일정 변경 동의안’을 제출하며 채 상병 특검법 상정을 요구했다. 채 상병 특검법은 해병대 채수근 상병이 실종자 수색 작전 중 순직한 사건을 초동 조사하고 경찰에 이첩하는 과정서 대통령실·국방부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특검이 수사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경찰 이첩 개입 의혹 김진표 국회의장이 이를 수용해 의사일정 변경동의안에 대한 표결이 이뤄졌고, 재석 168명 전원 찬성표로 가결됐다. 표결에는 야당만 참여했고, 국민의힘은 반발해 사실상 표결에 불참했다. 민주당은 원래 본회의 안건에 없었던 채 상병 특검법을 처리하기 위해 의사일정 변경을 우선 시도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의힘은 이번 본회의에 합의되지 않은 법안이 올라가는 것 자체를 반대해 왔다. 당초 김진표 의장도 여야가 합의해 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양당 원내대표를 의장석으로 불러서 마지막으로 중재를 시도했지만 5분 뒤 김 의장은 여러 가지로 고려한 끝에 의사일정 변경 동의의 건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양당의 마지막 협상도 결렬됐고, 국민의힘에서는 유일하게 자리에 남았던 김웅 의원만 찬성표를 던졌다. 당시 방청 중이었던 해병대 예비역연대 법률 자문, 김규현 변호사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노년의 해병대 예비역들도 연신 눈물을 흘렸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은 이날 야당이 강행 처리한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윤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로텐더홀서 규탄대회를 열고 “그간 우리 당은 이태원참사특별법에 합의 처리하는 조건으로 의사일정에 동의했다. (민주당과 김 의장이)채 상병 특검법을 애초에 처리하겠다고 했으면 저희는 오늘 본회의 의사일정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모처럼 이태원법 합의 처리를 통해 협치 분위기가 조성되고 의회정치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있는데 오늘 의사일정 변경까지 해서 채상병법을 처리하겠다는 것은 정치 도의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채 상병 특검법 표결 시 본회의장을 퇴장하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채 상병이 의사일정으로 상정되는 것 자체를 반대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규탄대회 뒤 거부권 행사 건의와 관련한 질문에 “입법 과정과 법안 내용을 볼 때 거부권을 건의할 수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국힘 퇴장 속 야당 전원 찬성 조각난 협치···대통령 또 거부?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 의사일정 변경안을 제출한 상태다. 이날 본회의는 이태원특별법 처리를 위해 여야 합의로 잡은 일정인 반면, 여당이 채 상병 특검법에 반대하는 상황서 입법을 강행하기 위해 의사일정을 변경해 본회의 부의를 시도하겠다는 의도였다. 대통령실은 이날 야당의 강행 처리 예고를 예의주시하면서도 공수처 수사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정진석 비서실장은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서 “민주당이 오늘 국회 본회의서 채 상병 특검법을 의사일정까지 바꿔가면서 일방 강행 처리한 것은 대단히 유감”이라며 “엄중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입장 표명은 특검법에 대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실장은 “채 상병의 안타까운 죽음을 이용해서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하려는 나쁜 정치”라며 “공수처와 경찰이 이미 본격 수사 중인 사건인데도 야당 측이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특검을 강행하려고 하는 것은 진상규명보다 다른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여권에선 채 상병 특검법 자체의 법리적 문제점을 지적하는 동시에 이미 수사 중인 사안에 특검을 도입하는 배경에 정쟁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바라봤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서 진행 중인 수사가 끝난 다음, 그 과정이나 결과를 토대로 특검 도입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순리라는 것이다. 야당이 특검을 당장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대통령실은 무엇보다 2021년 군사법원법 개정으로 해병대수사단에 수사권이 없어졌기 때문에 야권이 주장하는 ‘수사외압’ 논리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해병대수사단이 기초 조사는 할 수 있겠지만, 관계자 수십명을 소환하고 연루자가 몇 명이고 하는 것은 법에 규정된 권한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당시 박정훈 해병대수사단장의 ‘월권’ 가능성을 지적한 셈이다. “정치적 의도” 대통령실 발끈 또 과거 공수처 설치와 군사법원법 개정을 주도했던 민주당이 특검을 추진하는 모순을 거론하며, ‘참사의 정쟁화’를 시도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는 분위기다. 이날 정 실장은 “현재 공수처와 경찰서 철저한 수사를 진행 중이므로 수사 당국의 결과를 지켜보고 특검을 도입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공수처와 경찰이 우선 수사해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특검 도입 등의 절차가 논의되고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공수처는 민주당이 패스트트랙까지 동원해 설치한 기구다. 당연히 수사 결과를 기다려보는 것이 상식이고 정도”라며 “지금까지 13차례 특검이 도입됐지만 여야 합의 없이 이뤄진 사례는 단 한 차례도 없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야당이 단독으로 주도한 이유도 있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과정서 윤 대통령,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이시원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 등이 수사를 왜곡하고 은폐하려 했다는 관련 정황은 이미 상당 부분 나왔다. 국방부는 사단장 등 고위 지휘관들의 혐의를 축소하려 했고, 경찰에 넘긴 수사기록도 매끄럽지 않은 과정을 통해 회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통령실과 국방부 관계자들이 전화와 문자메시지 등으로 조율한 흔적도 엿보였다. 국민의힘은 특검법 협상에 나서지 않으면서 “공수처 수사가 우선”이라는 주장이다. 다만, 공수처 수사가 1년 가까이 진척을 보이지 않으면서 야권서 반발이 터져 나왔다. 과거 대통령실이 채 상병 순직 사건을 ‘조그마한 사고’라고 언급한 사건도 국민적 분노를 유발했다. 지난 3월22일 채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한 매체와 인터뷰서 ‘조그마한 사고’로 표현하고 “전 지휘관이 법적인 문책을 받는 건 부적절하다”는 취지로 실언한 바 있다. 더구나 공수처는 지난해 8월 고발장을 접수한 이후 인력 부족, 수사 의지 등을 핑계로 현재까지 ‘수사 진행 중’이라는 변명만 되풀이했다. 해병대를 비롯한 국민 여론도 특검에 찬성하는 분위기다. 눈물 흘린 해병들 왜? 해병대예비역연대는 지난 2일,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국민의힘 당사를 찾아 채 상병 특검법 상정과 통과를 강하게 요구하기도 했다. 해병대를 상징하는 붉은 옷을 입은 이들은 이날 오후 1시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 앞에 모여 “채 상병 특검법 통과, 박정훈 대령 탄압 중지”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채 상병 특검법에 반대하는 국민의힘 같은)이런 세력들이 우리나라의 집권여당이라고 말할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을 대표해 마이크를 잡은 정원철 해병대예비역연대 회장은 “국민의힘이 진정으로 이 나라의 안보를 생각하는 사람들인가. 국민의힘과 대통령은 민심을 외면하지 말고 채 상병 특검법을 수용하길 바란다”고 외쳤다. 해병대예비역연대에 법률자문을 하고 있는 해병대 출신 김규현 변호사는 “(국민의힘은)처음엔 ‘독소 조항이 있다’고, 지금은 ‘공수처와 경찰이 수사 중이니 그 수사가 끝난 다음에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과거 특검 때에는 (앞서)경찰·검찰이 수사를 안 했는가”라고 되물었다. 사실상 가장 신속하게 사건을 처리할 방법은 법정 수사 기간을 최대 3개월로 정해놓고 있는 특검밖에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해병대 측은 이날 “3개월이 지나면 우리 군은 본연의 임무로 돌아가 안보에 전념할 수 있고, 정치권도 채 상병 문제를 일단락하고 지금 산적한 안보, 민생 정책을 논의할 수 있게 된다”며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는,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수사를 기다리며 이 정권이 끝날 때까지 채 상병 문제로 정쟁을 계속하겠다는 것인가. 지금이라도 국민의힘은 오후 2시에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 전원 참석해 채 상병 특검법을 통과시켜 달라”고 요구했다. 집회를 마친 해병대 예비역 연대 회원 45명은 채 상병 특검법의 상정·통과 여부를 보기 위해 곧장 국회 본회의장으로 이동했다. 앞서 채 상병 특검법은 지난해 10월 민주당 주도로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후 18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지난달 3일 본회의 자동 부의 요건을 충족했다. 여야는 지난 1일 이태원 참사 특별법 처리에는 합의했지만, 채 상병 특검법과 전세 사기 특별법 개정안에는 합의하지 못했다. 민주당의 채 상병 특검법을 처리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통한 것이다. 1년 가까이 진척 없는 수사 역풍 뻔한데···용산 선택은? 특검법 통과에 대해 대통령실은 야당을 향해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해석했다. 다만, 수세에 몰린 대통령실이 야당을 지적할수록 부정 여론만 키우는 분위기다. 더구나 대통령실은 스스로가 수사 대상이 되는 사안서 ‘협치’를 운운할 자격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 대통령이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는 있으나, 이로 인해 역풍을 맞게 되는 형국이다. 당장 여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용산의 뜻을 따를지 의문이다. 윤 대통령이 어렵사리 여당 의원들을 단속하더라도 다음 달에 시작하는 22대 국회에서는 궁지에 내몰릴 것이 분명하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에 신중한 모습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거부권을 행사할지는 예단하기 어렵다”며 “김진표 국회의장은 합의 정신을 존중하는 분”이라고 일축했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 여야 합의 없이 거대 야당이 일방적으로 처리한 법안들에 대해선 ‘과도한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며 거부권을 행사해 왔다. 그러나 ‘젊은 병사의 죽음’과 관련된 민감한 사안인 데다 야권과 언론이 국가안보실과 공직기강비서관실 등 대통령실 연루 의혹을 잇달아 제기한 상황이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여당의 총선 참패 한 달여 만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도 윤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이다. 국회 재표결 시 여당 이탈표도 우려해야 하는 부분이다. 윤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용산 대통령실 회담서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채 상병 특검법의 적극적인 수용을 요구한 데 대해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은 것도 복잡한 상황을 반영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채 상병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가운데, 공수처는 특검 출범 여부와 별개로 ‘채 상병 순직 사건 조사 외압 의혹’과 관련된 핵심 인물들을 불러 조사하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방부가 채 상병 사건을 회수하고 재조사하는 과정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대통령실 등 ‘윗선’으로부터 외압이 있었는지 의혹을 풀어줄 핵심 인물들을 중심으로 소환조사가 이뤄지는 모양새다. 수사는 진행 중 공수처 수사4부(부장검사 이대환)는 지난 2일 오전 9시25분쯤 박경훈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 직무대리를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날 공수처는 박 전 직무대리를 상대로 국방부 조사본부가 채 상병 순직 사건을 재조사한 후 혐의자를 축소해 경찰로 넘기는 과정서 외압이 있었는지 등을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