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민주당 대표 <특별인터뷰>

“5대 악법 통과 저지에 사활 걸겠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가 뿔났다. 정 대표는 야권의 실력저지에도 한나라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 단독 상정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리더십에 손상이 가면서 정 대표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 대표가 리더십을 발휘, 공룡여당에 끌려 다닌다는 이미지를 불식시킬 필요가 있다. 따라서 이번 입법전쟁은 정 대표의 정치 생명에 중대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정세균 대표는 한나라당이 시도하고 있는 한미 FTA 법안을 비롯해 5대 악법 저지에 사력을 다하겠다고 천명했다. 따라서 연말 정기 국회는 입법전쟁터가 될 전망이다. 다음은 정 대표와의 일문일답.

- 한미 FTA 비준안이 단독 상정되었다.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 생각인가.
▲ 민주당은 한미 FTA 자체를 반대하는 게 아니라 졸속비준을 반대하는 것이다. 충분히 대책을 세우면서 FTA 비준에 임하자는 게 당의 기본입장이다. △ 소 사육 직불금 등 농 축산업대책 △ 파생상품에 대한 규제 감독 강화 △ 중소기업의 사업전환대책 △ 제약분야 보호대책 △ 영화 등 문화산업 전반 지원대책 등을 피해대책의 핵심내용으로 꼽고 정부에 대해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FTA 비준을 위해 질서유지권 발동을 밥먹듯 하고 있다. 국회에 한나라당만 존재하고 야당이 필요없다면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모든 걸 결정하지 왜 국회가 존재하겠나. 미국 행정부가 의회에 내년 후반기에나 비준안을 보낼 예정인데, 미국이 준비될 때까지 국익차원에서 보조를 맞추고 피해대책을 잘 세워야 한다.

- 한나라당은 무조건적인 반대라고 주장하는데.
▲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대화를 하자면 충분히 논의하겠지만 근본적으로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부분에 대해선 원천봉쇄할 수밖에 없다. 여야 합의를 거쳐 한미 FTA 비준안을 상정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약속을 뒤집었다. 우리가 집권당(열린우리당)이었던 시절에도 지금의 한나라당처럼 야당의 의견을 전혀 반영하지 않는 짓은 하지 않았다. 거대여당은 대화와 타협 없이 그냥 밀어붙이겠다는 생각인데 야당이 아무런 역할을 할 수 없다면 헌법상 정당 체제의 존재 자체 의미도 없어지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원내 제1당으로서 좀 더 성숙하고 스케일 큰 행보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처럼 일방적으로 계속 강경 행보를 이어 나갈 경우 일방통행은 허용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이 민주당의 분명한 입장일 수밖에 없다. 여당의 일방적인 독주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 5대 쟁점 법안 강력 저지 방침을 밝혔다. 사안별 대책은. 
▲ 법안별로 분석하면 우선 경제 분야의 경우 한나라당은 금산분리 관련 법안인 금융지주회사법, 은행법 및 자총액제한제도 폐지를 내용으로 하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 규제완화 법안을 `무조건 처리’ 법안 목록에 포함시켜 놓고 있다. 민주당은 출자총액제한제 폐지는 대기업 위주 정책이고 금산분리 완화도 은행이 산업에 종속되면 대기업의 사금고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결코 용인할 수 없다. 사회 관련 분야에선 무엇보다 집회시위 피해 구제를 위한 이른바 떼법 방지법(불법집단행위 집단소송법) △ 과거사위 통폐합법 △ 집회, 시위에서 복면 착용을 금지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법 개정안 등 한나라당 신지호 의원이 발의한 것이다. 절대 용인할 수 없는 법안이다. 재정경제위 소위에서는 폐기된 불법시위단체 보조금 지원을 금지하는 내용의 보조금의 예산 및 관리법 개정안의 경우 재발의가 추진중에 있다. 미디어 관련법의 경우 신문·방송 겸영 허용을 골자로 한 신문법 및 방송법 개정안, 사이버모욕죄 신설을 골자로 한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이 상정이 될 예정이다. 이념 관련법 중에선 국정원 업무범위를 포괄적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국정원법 개정안이 법안으로 상정된다.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가 양보를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민주당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할 지는 미지수다. 대북 전단 살포 단체 지원 등 내용을 포함한 북한인권법은 우리 민주당이 절대 받아들이지 못할 법안이다. 복지관련 분야에선 교육세법 폐지를 한나라당이 조속히 처리할 방침이지만 교육재정 안정성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고 국민연금법 및 공무원연금법 개정 범위와 관련해 한나라당과의 의견 조율이 아직 안 되고 있는 상태다. 5대 쟁점법안과 관련 우리 민주당은 우리가 옳다고 보는 것, 우리에게 주어진 책무를 실천하겠다는 확고한 결심을 해야 할 때이기 때문에 강력 저지할 수밖에 없다. 민주당이 흩어지면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나. 서로 화합해야 한다. 우선 각 상임위부터 원내지도부가 요청하는 사항에 대해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임해 악법 통과를 철저히 차단해야 한다고 소속 의원들에게 당부했다.

- 종부세 폐지반대와 부가세인하 여론 조성에 적극 나서 좋은 성과를 거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종부세 폐지반대와 부가세인하 국민서명에 265만 명이 참여해 상당한 성과가 있었다고 자부할 수 있다. 265명이라면 1000만 명에 비하면 4분의 1 수준이지만 민주당이 추진한 일중에 전례 없는 성과다. 종부세가 부자감세 중 중요한데 그 목표가 6조였다. 우리가 저지한 것이 2조260억이었다. 이는 3분의 1을 성공시킨 것이다. 또 부가세 3%를 돈으로 환산하면 12조인데 부가세율은 만지지 못했지만 서민감세를 달성한 금액이 3조3천5백억이다. 이번 서명운동이 가치가 있었던 것은 당이 혼자 한 것이 아니라 직능단체 분들이 같이 했다는 것이다. 정당이 민간단체와 함께 같은 목적을 가지고 상당한 성과를 냈다는 것은 대한민국 정당사에 기록될 수 있는 의미 있는 일이다.

- 한나라당의 내년도 예산 단독 처리를 막지 못했는데.   
▲ 1997년 시작된 IMF 위기로 실업이 큰 문제였을 당시 당 정조위원장으로 실업대책 만들고 논의할 때 말보다 실제 행동이 어려웠다. 예산을 효율적으로 쓰고 국민 동의를 받는 예산 집행이 되게 하는 것이 야당 입장에서 매우 어렵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민주당을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과 당원 여러분께 죄송하게 생각한다. 한나라당의 일방처리에 의해 위기극복 예산이 만들어지지 못한 점에 대해 무한한 책임감을 느낀다. 사실 예산안 처리를 놓고 약식 의원총회를 할 때 내가 제일 강경했다. 당시 김형오 국회의장이 통과시키자고 하는데 ‘나는 반대다’라면서 세 번이나 의견을 물었다. 하지만 의원들이 찬성한 것이다. 바깥에 계신 분들은 사정을 잘 몰라서 그런 비판을 하는 것 같다. 당 안에서는 그런 것을 알고도 모르는 척하는 것인지, 의도적으로 그러는지 의구심이 간다. 회의에 적극 참여해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굴러가도록 주체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나중에 남의 일을 품평하듯 하면 안 된다. 내년도 예산안에 실업, 비정규직, 일자리 창출 등에 대한 예산 반영을 주장했는데 성과가 미약해 지금도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

- 한나라당의 직권 법안 상정 사례가 늘어나면서 육탄전 사례가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다.
▲ 직권상정의 내용이 너무 광범위하고 급속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은 국회사에 오점으로 남게 될 것이다. 일방적으로 법안을 처리하는 것에 대해 제1야당으로서의 역할에 소홀할 수 없다. 의회 독재가 자행되고 있고, 이런 쿠데타가 다시 시도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민주당은 철저히 끝까지 투쟁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흩어지면 아무 일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1996년말 노동법 날치기의 후예다운 의회독재, 의회쿠데타의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각 상임위 소속의원들이 원내지도부의 요청대로 하는 사항에 대해 한 치의 흔들림 없이 대응할 수밖에 없다. 국민들도 이제 실력 저지 등 몸으로라도 막아 독재적 의회주의를 막는 것을 실천해보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라도 몸으로라도 대응할 것이다. 내가 야당도 해보고 여당도 해봤지만 이렇게 편협하고 자기중심적이고 일방통행식의 여당이 과거 대한민국에는 없었다. 한나라당의 전신인 신한국당이 여당일 때도 이러지는 않았다.

- 관련 예산 국회통과에 따라 4대강 사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 일반 국민은 물론 전문가들까지 대운하로 의심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이명박 대통령이 입장을 밝혀야 한다. 이번 예산안의 가장 큰 문제는 형님은 형님예산 챙기고, 대통령은 대운하 예산을 챙겼다는 점이다. 대운하를 할 것인지 안 할 것인지 대통령 답변을 요구할 시점이 됐다. 만약 대통령이 밝히지 않으면 당 차원의 대운하 저지 대책위라도 띄워야 하는 상황이다.

한나라당 질서유지권 발동 ‘밥먹듯 한다’… “국회 필요없다는 얘긴가”
“떼법 방지법·과거사위 통폐합법 등 절대 용인할 수 없는 법안” 강조
 4대강 정비 사업 대운하 의심…“대통령 입장 확고히 밝혀야 한다”
당 효율성 강조 위한 체제·정체성 강화 만전…“당 화합해야 한다”

- 너무 무기력하고 선명성도 떨어진다는 분석이 있다. 당 지지율 10%대는 국민 대표성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 당 내외에서 그런 식으로 비친 면이 있다면 당 효율성 강화를 위한 체제와 정체성을 강화하는 데 만전을 기할 것이다. 구성원 한 사람이 보수적이거나 진보적이거나 그것이 문제가 아니다. 민주당이라는 정당이 최소한 1987년 체제 이후 가져온 정체성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 선명성이 부족하다는데 대안 없이 반대만 하면 잠시 어필할 수 있겠지만, 수권정당으로 인정받지는 못한다. 우리는 집권 경험이 있는 정당으로, 집권 안 해 본 정당과 비교해서는 안 된다.

- 이명박 대통령과 단독 회동 한 번 한 이후 청와대 초청에 응하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 중소기업 지원과 환헤지 파생상품 키코(KIKO) 대책 마련은 지켜졌다. 당시 공안정국을 조성하지 않도록 강력히 요청했고, 이 대통령은 긍정적 이야기를 했는데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그래서 그 뒤 두 차례 회동하자는 데 응하지 않았다. 이 대통령이 지금까지 한 방식을 그대로 고집하면 업적을 남기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면 본인도 성공하기 어렵고 국민들에게도 바람직하지 않다. 일대 쇄신을 해야 한다. 인적 쇄신을 포함한 국정 쇄신을 해야 한다.


- 한나라당 지도부는 중점 추진 중인 122개 법안을 이번 국회에서 처리할 방침임을 밝혔다.
▲ 예산안을 대하는 야당 태도와 이런 법안들을 대하는 야당 태도는 분명히 달라야 한다. 반민주 악법에 대해 국민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다. 국민의 뜻을 받들어 제 1야당의 책무를 다할 것이다. 재벌에 특혜를 주는 입법안과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반민주악법은 절대 통과시키지 않을 것이다.
 
- 경색된 남북문제와 관련 대안이 있다면.
▲ 한반도에서 평화는 곧 경제이며 미래다. 세계적인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서도 남북관계의 개선은 절실히 요구된다. 남북 관계 진전을 위해서는 이명박 정부가 △ 6·15 공동선언, 10·4 정상선언 이행의지 선언 △ 개성공단의 차질 없는 추진 △ 대북 인도적 지원사업 재개 △ 남북 당국간 대화 개재 등 4대 혁신안 실천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언론장악 7대 악법 저지를 위해 언론단체 대표들과 만나 한나라당 언론법 저지에 공동 대응해 나갈 방침을 밝혔다.
▲ 언론장악 7대 악법은 민주질서 수호 차원에서 맞설 수밖에 없다. 지난 12월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 5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미디어행동 등 언론 단체 대표들과 만났다. 이날 나는 ‘(언론법은) 국가의 문제이고 국민의 문제다. 이것은 당의 이해를 훨씬 뛰어 넘어서 대한민국 민주주의와 국가 경쟁력과도 직결된다. 이명박 정권 출범 1년도 안 돼 20년, 30년 후퇴시키는 상황을 어떻게 우리가 좌시할 수 있나. 확실한 문제 의식이 있고 싸울 것이다. 의석수는 작지만 80석이 넘는 제1야당이다. 공동전선을 통해 언론장악 7대 악법을 저지할 운명적 상황에 같이 처한 상황이고 민주당과 언론인 여러분들 생각이 같으니 함께 손을 잡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민주당은 앞으로 이들 전국언론노동조합, 미디어행동 등 언론단체 대표들과 만나 한나라당 언론법 저지에 공동 대응해 나갈 방침이다.

- 한나라당의 일방독주와 관련해 의회독재라고 비평했다.  
▲ 오늘 일방적 법안처리 행보와 이를 막기 위한 민주당의 살신성인의 모습에 국민들의 눈이 국회로 쏠려 있을 것이다. 우리 국민은 눈과 귀를 열어 놓고 국회에서 어떻게 선량들이 국민의 아픔을 어루만지고 국가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노력하는가를 지켜볼 것이다. 언론과 정치권 일각에서 의회독재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지금 172석 거대여당의 지도자들이 하는 얘기나 국회를 운영하거나 정치를 해나가는 모양을 보면 의회독재로 흐를 위험이 대단히 많다. 국회의장이 16건에 달하는 여건도 마련되지 않은 법안들에 대해 심사기일을 지정하는 등 의장의 국회 운영 행태, 그리고 여당이 야당을 대하는 모습 등이 그것이다. 대화와 타협을 통해 운영되는 것이 의회주의인데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의회독재로 흘러가는 전주곡이 나오는 것은 아닌가 걱정스럽다. 우리는 이런 기도를 절대 그냥 방관하지 않을 것이다.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서 의회주의를 지켜내고 여야가 공존하면서 국민의 이해를 대변하는 공당으로서의 역할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사진 송원제 기자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