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버락 오바마 민주당 대선 후보가 당선됐다. 진보 성향을 지니고 있는 오바마 후보가 당선됨으로써 보수 성향을 지닌 이명박 정부에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남북문제, 한미 FTA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에 대해 구상찬 의원은 “오바마·김정일이 직접 대화를 통해 북미 관계를 이끌어나갈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개인 오바마가 아닌 대통령 오바마다. 또 수십 년간 우방국으로 지내 온 만큼 독단적으로 움직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한미 FTA 비준안 중 자동차 협상은 우리 측에 매우 유리한 협정”이라며 “자동차 재협상은 절대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양국 간의 합의가 있었던 만큼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구 의원과의 일문일답.
- 교수를 역임한 뒤 정치권에 입문했는데.
▲ 원래 꿈은 교수였다. 정규 코스를 밟았을 정도다. 그러던 중 유네스코 학생회에 몸담을 당시 이세기 전 의원이 담당 교수로 있어 인연을 맺게 됐다. 이후 이 전 의원이 국회의원에 출마하고, 올림픽조직위원장을 맡으면서 나에게 도움을 요청해 정치에 입문하게 됐다. 처음에는 많이 망설이기도 했지만, 과감하게 결단을 내렸다.
- 한나라당 공천과정에서 친박- 친이 대결이 펼쳐졌다.
▲ 임삼진 청와대 비서관과 끝까지 경쟁을 했다. 그러나 임 비서관이 아닌 배용수 전 청와대 춘추관장과의 싸움으로 볼 수 있다. 당시 부담감은 없었다. 박근혜 전 대표의 측근으로서 공천을 못 받으면 ‘박근혜 탄압’이라고 볼 수 있다. 그나마 이명박 대통령이 교통정리를 해 줘 당선될 수 있었던 것 같다.
- 당내에서 중국통으로 불리고 있다.
▲ 내 스스로 중국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또 ‘중국말 못하는 중국통’이라는 별명도 있다. 다만 1992년 우리나라와 중국이 수교를 맺기 전부터 비공식 라인을 통해 중국 외교에 많은 역할을 했다. 이때부터 사귀었던 중국 인사들이 당 고위직, 장·차관, 국장직으로 성장했기 때문에 이 같은 별명이 붙여진 것 같다. 이 인사들이 많은 도움을 줬고, 박근혜·후진타오 주석과의 면담을 성사시키는데도 많은 도움을 줬다. 20여년 넘게 이들과의 관계가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신뢰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줬기 때문에 가능했다.
- 박근혜 전 대표의 측근으로서 활동하고 있는데.
▲ 박 전 대표의 측근이 아닌 근처다. 측근은 박 전 대표를 위해 일하는 사람이고, 그 사람도 박 전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반면 근처는 자기가 좋아서 따라다니는 것이다. 그게 바로 나다.
- 박 전 대표는 어떤 분이라고 생각하는가.
▲ 어딘지 모르는 ‘카리스마’가 있다. 국민들은 연약하고 가냘프다고 생각하지만 ‘강철 의지’를 지녔고, ‘거짓말을 하지 않는 분’이자 ‘뱉은 말에 책임을 지는 분’이다. 심지어 박 전 대표는 자신이 내뱉은 말이 이뤄지지 않을 때에는 잠을 못 잘 정도다. 또 박 전 대표는 산수를 못하는 분이다. 계산하지 않고 신념에 따라 행동하는 분이다. 국민들을 가장 먼저 생각하는 분이기도 하다.
- 연말·연초 전면 개각설이 대두되고 있는데.
▲ 대통령이 판단해야 될 몫이다. 개각을 단행할 때 친박·친이 계파를 막론하고 사람을 골고루 써야 한다. 말 그대로 ‘화합 개각’이 필요하다.
- 이재오 전 의원의 귀국설이 연일 제기되고 있다.
▲ 이 전 의원은 지역심판을 통해 지지를 받지 못했다. 이 전 의원 본인이 스스로 선택해서 미국에 간 것이기 때문에 귀국하는 것도 본인이 판단할 문제다. 당에서는 이재오계 인사들만이 오라고 말할 뿐이다. 반대하거나 환영하지도 않는다.
- 외교통상통일위원으로서 첫 국감을 마친 소감은.
▲ 상당히 힘이 들었지만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 그러나 피감기관에서 자료를 내놓지 않은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더욱이 통일부 장관 등의 발언이 한국 정세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모르쇠’로 일관했다. 장관의 위치에서 도가 지나쳤다.
- 국감 과정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 북한 핵문제·외교문제는 중요하다. 그러나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한 것이어서 완전히 숙지하지 못했다. 공부를 제대로 못했다. 다음 국감에서는 더 날카로운 질의 등을 통해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 세금이 정당하게 쓰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
- 국감을 통해 참여정부 실패론 등을 강조했는데.
▲ 북핵문제 등은 잘못했다는 점을 충분히 지적했다. 특히 김대중, 노무현 정부시절 북한이 핵개발과 핵무기 개발을 멈추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도 햇볕정책과 퍼주기식 대북 지원 사업을 무리하게 계속했다. 노무현 정권을 설거지하는 게 이렇게 어렵고 길고 힘든 줄은 몰랐다.
- 구 의원이 바라는 정치상은.
▲ 국민들로부터 신뢰 받는 정치인이 되고 싶다. 또 사회적 약자, 소외받은 서민을 위한 법률이나 국가를 위해 희생하신 분들이 정당한 대우와 명예를 지킬 수 있는 법률안을 만들어 이를 실천해 나가고 싶다.
구상찬 의원 프로필
▲1985~1987 문화체육부장관 비서관
▲2004 한나라당 수석 부대변인 및 시당 대변인
▲2005~2007 박근혜 전 대표 공보 특보
▲2008 이명박 대통령 중국특사
▲2008 18대 국회의원
첫 국감 마친 에피소드
구상찬 의원은 지난 8일부터 20일까지 12일간에 걸쳐 미주 현지 국감을 마치고 돌아왔다. 더욱이 살인적인 스케줄로 인해 만신창이가 됐을 정도다. 한마디로 ‘강행군의 연속’이었던 것. 그러나 일부 의원들은 해외여행을 다녀왔다는 점에서 구 의원을 부러워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구 의원은 “남미에서 LA로 이동하는 데 무려 18시간이 걸려 발에 쥐가 날 정도로 힘들었다”며 “국감 기관에 남미 여행을 다녀온 의원들이 부러워 하길래 ‘대단히 좋은 여행이었다. 한 번 가보라’”고 말했다. 구 의원의 겪었던 애로사항을 직접 체험해 보지 못한 의원들은 모른다는 이유에서 이같은 말을 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