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6시. 출근을 하기에는 다소 이른 시간이지만 민주당 이춘석 의원에겐 하루를 맞이하기 위해 국회로 출발하는 시간이다. 지난밤의 피곤이 덜 풀렸을 법한 시간이지만 각종 현안 등을 처리할 뿐 아니라 지역주민·국민들의 목소리를 듣는 시간으로 아침을 맞이하고 있다고 한다. 국민들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매우 적극적인 모습이다. 세계 경제 위기론이 대두되면서 경기침체의 긴 터널을 빠져나가기 위해서는 강만수 경제팀을 교체해야 된다고 강하게 주장하는 이 의원을 만나 향후 정치적 청사진을 들어봤다.
쌀 직불금 부당 수령 파문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감사원 고위급 인사 12명이 일괄 사의를 표명했던 것. 더욱이 쌀 직불금 불법 수령에 대한 국정조사가 오는 11월10일부터 12월5일까지 26일 동안 실시됨에 따라 정치권에 한바탕 회오리바람이 몰아칠 것으로 보인다.
이춘석 의원은 “국정조사를 실시하더라도 농민들이 원하는 방향으로는 갈 수 없다. 오히려 ‘책임 공방전’으로 국정조사가 이뤄질 것”이라며 “국정조사를 하기로 한 만큼 책임을 묻는 게 아니라 정확한 실태 파악을 통해 제도 개선을 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 의원과의 일문일답.
- 10대1 경선 경쟁을 뚫고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 아무것도 모르고 덤볐다. 정치가 ‘정도’, ‘원칙’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전개될 때 오기와 승부욕이 생겼다. 더욱이 현역의원 2명이 버티고 있어 정당정치를 해보지 않은 나로서는 정말 힘들었다. 그렇지만 불과 4개월 만에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는 자체만으로도 ‘행운아’라고 생각한다.
- 초선의원으로서 18대 국회에 임하는 각오는.
▲ 서민·소외계층을 대변해주는 대변인 역할을 하고 싶다. 뿐만 아니라 일자리가 없어서 고향을 떠나는 이들이 많다. 이를 시급히 해결하기 위해 신성장 동력을 하루 빨리 찾아서 일자리 창출에 혼신의 힘을 쏟겠다. 그게 이뤄질 때 고향을 떠났던 사람들이 다시 고향으로 되돌아올 것이라 굳게 믿는다.
- 일부 상임위에서 피감기관의 자료 협조가 잘 되지 않고 있다는 말이 회자됐는데.
▲ 일부 상임위에서는 공기업 등에서 자료 협조를 해 주지 않아 많은 애를 먹은 것으로 안다. 다행히 법제사위원회는 언론에 보도된 사건 등을 종합해 국감을 진행했다. 책임 공방전이 펼쳐지기도 했지만, 중간 이상은 한 것 같다. 작년 국감에서는 BBK 사건 등으로 인해 싸움밖에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 감사원이 ‘코드 맞추기’를 해왔다고 주장했다.
▲ 대통령 산하 기관으로서 정책 보존은 당연하다. 그러나 감사원은 집권자 비유를 맞추고 있다. 실제로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되기 전에 ‘통신사업자 불공정행위 규제 실태’에 대해 감사를 해놓고 인수위원회에 보고했다. 독립적 감사를 해야 할 감사원이 ‘정권의 시녀’ 역할을 하는 것 같다. 감사원은 하루빨리 쇄신해야 된다.
- 첫 번째 국정감사를 마친 소감은.
▲ 개인적으로 봉사활동을 할 때는 정치인이 되면 소외계층에 대해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양날의 칼이라고 했던가. ‘내 자신이 정치인인가’라는 것에 의문을 던지게 된다. 국감을 통해 정치인으로 새롭게 탈바꿈하고 내 역할을 찾아가고 있는 반면 다른 정치인들을 닮아가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 연말 개각설이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기존 인물들이 대거 등용할 것이라는 말도 있다.
▲ 이명박 대통령은 중립성·객관성을 통해 챙겨야 될 사람을 챙겨야 한다. 개각을 단행할 시 능력 위주, 위기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인물을 뽑아야 한다. 자기 식구들만 챙길 경우 개각할 필요가 없다.
- 한국 경제 위기설이 대두되고 있는데.
▲ 이명박 대통령은 반성도 전혀 없고, ‘위기가 아니다’고 말한다. IMF 예비국으로 선정된 만큼 이미 위기다. 적어도 정책 수립을 하는 데 있어서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 위기를 밖으로 노출하더라도 얼마든지 순화해서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그렇지 않아 보인다.
- 강만수 경제팀 교체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 강만수 경제팀의 경제정책이 문제다. 감세정책, 재정지출을 늘리는 정책 등 가장 좋은 정책만 다 모아왔다. 그런데 감세정책을 추구할 경우 재정지출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강만수 경제팀은 좋은 정책만 다 모으면서 갈팡질팡하고만 있다. 이를 입증하듯 민주당이 내부적으로 강만수 장관에 대한 평가를 했다. 결국 공개하지는 못했다. 강 장관에 대한 불신이 너무 높게 나왔기 때문이다. 또 이명박 정부는 집값을 떨어뜨리지 않고 건설 경기 활성화 정책을 펴고 있다.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면 건설사들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같은 정책이 바람직한 것인지 의문스럽다. 마치 현대건설 사장 시절의 ‘건설사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 이명박 대통령의 리더십이 흔들리는데.
▲ 안일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국민을 설득·교육시켜서는 안 된다. 실제 라디오 연설도 국민과의 소통이 아닌 일방통행일 뿐이다. 따라서 이명박 대통령은 소통하려는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 정부의 종부세 완화 정책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
▲ 종부세는 유지되어야 한다. 여야간의 정체성이 확실히 구분된다. 물론 종부세 기준이 지나치다는 점에서 약간 고칠 필요는 있지만 만약 한나라당이 종부세 폐지 등을 강행할 때에는 민주당은 몸싸움까지 치를 태세다.
- 이 의원의 의정활동 목표는.
▲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생활 정치’를 하고 싶다. 헌법 개정, 내각제 등은 일반인들의 삶의 문제는 아니다. 따라서 일반인들의 구체적인 삶을 어떻게 개선하느냐에 초점을 맞추겠다. ‘장애인 시설 확충’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춘석 의원 프로필
▲2001년 한솔종합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2004년 원광대학교 법학과 겸임교수
▲2007년 제17대 대선 중앙선대위 조직위 부위원장
▲2008년 제18대 국회의원, 원내부대표
법제사위원회로 배정된 사연
이춘석 의원은 당초 지식경제위원회를 희망했다. 지역 발전과 일자리 창출을 통해 신성장 동력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이 의원은 뜻하지 않게 법제사위원회로 상임위를 배정받았다.
이 의원은 “민주당내 법조인 출신 의원이 없었다. 변호사 출신으로서 당이 필요로 해서 지식경제위원회를 포기하고 법제사위원회로 가게 됐다”며 “오히려 이번 계기를 통해 세금·경제 등 모든 분야에 공부를 할 수 있었을 뿐 아니라 전방위로 큰 틀을 볼 수 있는 시각이 생겼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