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40년 손커피 장인 문병익

2014.08.25 10:54:43 호수 0호

“은은한 커피향에 행복을 담죠”

[일요시사=경제팀] 박효선 기자 = 어디를 가나 커피 전문점을 볼 수 있다. 커피는 우리에게 한 잔의 여유이자 활력이다. 그런데 어떤 사람에게 커피는 직업이자 삶이다. 커피 박사로 불리는 문병익 닥터빈스 사장이 그렇다. 그에게서 커피를 통해 얻는 행복을 들어봤다.
 


“쓴 맛, 단 맛, 과일 향, 꽃향기…커피 안에 모든 것이 들어 있죠.” 19일 비 오는 오후 분당 판교를 찾았다. 조용한 거리 사이로 커피숍 ‘닥터빈스’가 눈에 들어왔다. 닥터빈스에 들어서자 매장은 커피향으로 가득했다. 매장은 갈색 커피콩이 담겨 있는 병들과 커피자루로 빽빽했다. 이곳에서 문병익 사장(58)은 커피를 내리고 있었다. 
평균의 맛은 없다
  
“커피에는 평균의 맛이 없어요. 각자의 맛이 담겨있죠. 같은 재료, 같은 시간 안에 열 사람이 커피를 내려도 열 사람의 커피는 모두 다르게 나오거든요. 그날 기분에 따라 또 달라져요. 내가 기분 좋은 날, 내가 힘든 날, 내가 급한 날, 그날의 기분이 커피 속에 녹아들죠”
 
문 사장은 평생을 커피 연구에 쏟았다. 지금도 그는 커피를 공부한다. 문 사장의 스마트폰과 수첩은 커피에 대한 메모로 빼곡했다. 그는 하루에 커피 20잔 이상을 마신다. 
 
물리지 않냐고 묻자 그는 “1개를 알고 나니 10개가 궁금해졌고, 10개를 알고 나니 100개가 궁금해졌으며, 100개를 알고 나니 무한대로 궁금해졌다”고 답했다. 커피의 맛은 알아 갈수록 다양해서 지겹다고 말할 수 없다고 문 사장은 말했다.
 

가장 터득하기 어려웠던 기술은 손으로 내리는 핸드드립이다. 문 사장은 “(커피를) 볶는 것도 어렵지만, 커피 내리는 기술을 알아가는 데 시간이 가장 많이 걸렸다”며 “커피콩은 다공질 구조로 돼 있는데, 커피콩을 볶아 적당히 조직을 파괴시키면 작은 구멍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그는 “작은 구멍을 낸 커피콩을 기계로 억지로 밀어 빼서 커피를 만드는 게 아니다”라며 “커피 스스로 물을 빨아들여 내려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질 좋은 커피콩, 적당한 볶음, 타이밍, 물을 붓는 속도 등 모든 게 맞아떨어져야 제대로 된 핸드드립 커피가 나온다. 
 
커피콩은 문 사장이 직접 들여온다. 에티오피아, 콜롬비아, 멕시코, 하와이 등에서 오는 모든 커피를 바로 닥터빈스에 공수해온다. 그는 “커피는 3개월만 지나면 신선도가 떨어진다”며 “중간 업체를 거치면 어떤 커피가 들어올지 믿을 수 없고 시간이 너무 많이 지나 버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어떤 사람·어떤 날에 따라 커피맛 달라져
모든 게 맞아떨어져야 제대로 된 핸드드립
 
가게에서 볶은 원두는 문 사장이 직접 커피로 추출해 손님에게 제공한다. 취급하는 커피 콩 종류만 100여가지가 넘는다. 커피 중에서 세계 최고 경매가를 기록한 파나마 스페셜티 ‘게이샤’ 커피도 맛볼 수 있다. 게이샤 커피는 1kg에 100만원을 호가해 ‘신의 커피’라고 불린다.
 
아울러 문 사장은 닥터빈스 신촌 본점과 홍대점에 이어 판교점에서도 바리스타 교육을 한다. 핸드드립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 뿐 아니라 커피 전문점 사장들도 그에게서 핸드드립을 배우기 위해 닥터빈스에 모인다. 문 사장은 교육생들에게 핸드드립을 강의하듯 가르칠 수 없다고 했다. 핸드드립 커피에는 각자의 개성이 담기기 때문에 주입식으로 가르칠 수 없다는 부연이다. 
 
 
커피를 배우는 교육생들 역시 커피에 평균 맛이라는 것은 없다고 입을 모았다. 최근 핸드드립 커피를 배우기 시작했다는 한 교육생은 “핸드드립 커피 맛을 알아가면서 풍성한 행복감을 느낀다”고 표현했다. 그는 “예컨대 케냐 커피를 만드는 날이면 케냐의 기후와 지형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며 “그동안 바쁘게만 살아 왔는데 핸드드립 커피를 배우면서 역사 뿐 아니라 나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문 사장이 오래 걸려도 기계가 아닌 핸드드립을 고집하는 이유다. 커피의 깊은 맛은 사람의 손으로만 만들 수 있다. 기계는 핸드드립 커피의 미세한 맛을 따라잡지 못한다고 문 사장은 강조했다. 미세한 미각의 매력은 손으로 내려 마시는 핸드드립 커피에서만 느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손으로 내려 마시는 커피를 많이 마셔봐야 합니다. 어떤 음식보다 커피의 맛 스펙트럼(맛의 다양성)이 다양하거든요. 커피는 부어라 마시는 음료나 술과 달라요. 커피를 알면 의식주 중에서도 ‘식’의 행복이 무엇인지 알 수 있죠” 
 
문 사장은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에서 나는 커피콩을 최고로 꼽았다. 에티오피아는 커피의 생육조건이 가장 뛰어난 곳이다. 신의 커피라 불리는 게이샤 커피콩도 에티오피아 서남쪽 카파지역에 위치한 게이샤 숲에서 자란다. 이곳에서 커피공장을 차리는 게 문 사장의 마지막 꿈이다. 


에티오피아산 최고
 
행복에 대해 그가 말했다. 
“평생 한 가지만 했어요. 주전자 돌리는 것 하나 해왔지만 돌이켜보면 재밌게 살았어요. 어렸을 때 아버지가 ‘이런 것도 알아야 진짜 멋쟁이 되는 거야’하시며 원두커피를 권해주셨는데 그때부터 커피에 빠져 살았죠. 사람들도 바쁘고 피곤해서 먹는 커피 말고 핸드드립 커피 맛을 알아가며 작은 행복을 느끼며 살았으면 좋겠어요. 마음먹기에 달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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