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덕흠 원화건설 대표가 ‘낯 뜨거운’상을 받았다. 박 대표는 최근 건설의 날 기념식에서 금탑산업훈장을 수상했는데 이를 두고 업계 일부에서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반 건설 경영인이 아닌 협회장 신분으로 최고 영예인 이 상을 받았다는 점에서 그렇다. 물론 박 대표가 건설산업 발전에 쏟은 공로로 충분히 받을 만하지만 “단체 수장을 맡고 있는 만큼 양보 좀 하지”란 뒷말도 충분히 나올 만하다.
‘건설의 날’ 금탑산업훈장 수상…선정 기준 뒷말
업계서 “협회장 신분에…양보 좀 하지” 볼멘 소리
지난달 18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건설회관 대강당에서 ‘녹색성장, 희망 대한민국! 건설이 열어갑니다’란 주제로 ‘제62회 2009 건설의 날’기념식이 열렸다. 기념식엔 한승수 국무총리,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 등 정부 인사와 건설·유관단체 기관장 등 1300여 명이 참석했다.
건설의 날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건설인 등에 주어지는 시상식. 이날 박덕흠 원화건설 대표이사와 김중구 신동아종합건설 대표이사가 각각 금탑산업훈장을 받았다.
공치사 차원?
또 박성배 일산종합건설 대표이사와 박종학 동산테크 대표이사가 은탑산업훈장을, 이상열 구백건설 대표이사가 동탑산업훈장을, 이길재 동양건설산업 사장이 철탑산업훈장을 수상했다. 이밖에 건설업계 및 유관 단체 임직원 등 모두 156명이 정부 포상과 표창을 받았다.
한 총리는 “건설산업은 그동안 우리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었으며 경제가 어려울 때마다 위기 극복의 주역이었다”며 “현재의 경제위기 극복에도 핵심적인 역할을 다해 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건설의 날(6월18일)은 건설인들의 자긍심 고취와 업계의 일체감 조성 등 건설산업 발전을 위한 행사로 1980년 ‘건설진흥촉진대회’란 이름으로 최초 제정됐다. 2002년까지 2년마다 치러지다가 ‘건설의 날’로 명칭이 바뀐 뒤 2003년부터 매년 개최로 전환됐다.
이 행사를 주관하는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이하 연합회)와 국토해양부는 건설업계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 건설산업 발전에 공로가 있는 유공자를 선정해 포상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수상식의 최고 훈격인 금탑산업훈장 선정 기준을 놓고 적잖은 뒷말이 나오고 있다. 박덕흠 대표가 협회장 신분으로 이 상을 받았다는 게 이유다.
박 대표는 현재 4만5000여 개 전문건설업체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는 대한전문건설협회(이하 협회)의 회장직을 맡고 있다. 2006년 11월 8대 협회장으로 취임한 박 대표는 협회장 임기가 3년인 점을 감안하면 5개월 정도의 임기를 남겨두고 있다.
더구나 박 대표는 건설의 날을 주최한 연합회의 부회장도 겸직하고 있다. 연합회는 대한건설협회, 대한전문건설협회, 한국주택협회 등 16개 건설 관련 단체로 구성된 조직이다.
모 건설사 대표는 “형식상으론 건설인들을 위한 행사고 포상이라지만 실질적으론 협·단체 틀 안에서 이뤄지는 그들만의 행사”라며 “최소한 협회장이라면 상을 고사하거나 다른 업체에 양보해야 되는 거 아니냐”라고 말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도 “박 대표가 그동안 건설업계를 위해 이바지한 공로는 충분히 인정할 만하다”며 “하지만 일부 금탑산업훈장 수상자들을 살펴보면 협·단체와 관계가 있는 주요 인사들에 대한 공치사 차원에서 선정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귀띔했다.
실제 건설의 날을 맞아 수상되는 금탑산업훈장이 사실상 ‘나눠먹기’란 지적도 있었다. 최근 몇 년간 수상자들을 보면 이 사실을 알 수 있다.
2002년 건설의 날 기념식에선 김이현 아티포트 대표이사가 금탑산업훈장을 받았는데 김 대표는 당시 협회장(6대)으로 있었다. 2006년에도 협회장(7대)을 맡고 있던 정장율 삼대양개발 대표이사가 금탑산업훈장을 수상했다. 이들은 모두 박 대표와 마찬가지로 임기를 얼마 남기지 않은 상태에서 영예를 안았다.
연합회 측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면밀하고 신중한 검토가 이뤄졌고, 그 결과 ‘받을 만한 사람’이 상을 받았다는 이유에서다.
연합회 한 관계자는 “박 대표가 금탑산업훈장을 수상한 것은 남다른 도전정신과 성실함으로 건설업계의 당면 과제인 우수한 전문 건설기술 인력 양성에 크게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았기 때문”이라며 “건설업에 뛰어든 지난 24년 동안 경영합리화와 투명경영을 통해 국내 건설은 물론 국가 발전에 기여한 점도 높이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한편으론 협회장으로서의 공로가 어느 정도 반영된 점도 부인하지 않았다.
‘협회장=훈장감’
이 관계자는 “금탑산업훈장은 엄연히 협회장 신분이 아닌 원화건설 대표 자격으로 주어진 것”이라며 “다만 박 대표가 협회장과 연합회 부회장으로 재임하면서 해당 전문건설업뿐만 아니라 전체 건설산업 발전을 위해 기여한 것도 빼놓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