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검풍 중간점검> ‘검(檢) 타깃’ 15인 현주소

2009.05.06 11:04:33 호수 0호

MB정부 출범 이후 검찰 사정작업 전체적으로 ‘꽝’
대부분 집행유예·보석…수사 과정서 자체 접기도



이명박(MB) 정부 출범 직후 시작된 검찰의 사정 작업을 놓고 재계의 표정이 상반되고 있다. 검풍에 시달린 각 기업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검찰의 ‘올인’ 선전포고에 여전히 초긴장 상태인 기업이 있는 반면 변죽만 울린 검찰의 헛발질에 안도의 한숨을 쉬는 기업도 있다. 하지만 검찰이 전체적으로 이렇다 할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정치권 안팎에서 ‘소문난 잔치’ ‘소리만 요란한 빈 수레’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재계에 ‘신 검풍’이 불어 닥친 지 1년3개월째다. 현재까지 ‘스코어’를 종합해 봤다.

검찰은 새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대기업 비리 의혹에 날 선 칼날을 들이댔다. 기업의 고질적인 병폐인 ‘검은 돈’을 집중적으로 털어냈다.

검찰은 부인하지만 특정인을 솎아내는 데 비자금만 한 통로가 없다. 비자금이 곧 정·관계 로비로 연결되는 탓이다. 검찰이 전 정권 특정인사를 표적삼아 기업들을 정조준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은 여기서 출발하고 있다.

검찰발 ‘사정 폭탄’
 돌고 돌아 봉하마을로

실제 재계를 향한 검찰의 수사는 ‘친노 기업’에 초점이 맞춰졌다. 검찰은 김대중 정부에서 노무현 정부까지 10년 동안 불거진 각종 비리와 비자금 조성, 특혜·로비 의혹 등 구린내 나는 사건을 다시 꺼내들었고 이 시기 기형적으로 덩치를 키운 기업들의 급성장 배경도 캐고 있다.


검찰은 ‘전 정권 표적설’에 대해 “특정 인물을 겨냥한 수사가 아니다”라고 딱 잡아뗐지만 ‘사정 폭탄’은 시나리오대로 돌고 돌아 결국 ‘봉하마을’로 투하된 모양새다.

정대근 전 농협 회장과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 등 친노 기업인들이 재물이 됐다. 구 정권 검은 고리를 여기저기 쑤시던 검찰의 예리한 칼끝이 당초 노리던 표적을 제대로 겨눈 셈이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검찰 안팎에선 전 정권과 관련이 있든 없든 무수한 기업들이 도마에 오르내렸고, 지금까지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MB정부 출범 이후 검찰 수사선상에 오른 기업인은 15명 정도다. 이들은 모두 노무현 전 대통령과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다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매번 전형적인 권력형 비리란 말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1년3개월이 흐른 현재 이들의 표정은 상반된다. 우선 검찰에 꼬리가 잡힌 기업인은 조영주 전 KTF 사장, 남중수 전 KT 사장, 백종헌 프라임그룹 회장, 채형석 애경그룹 회장, 김석원 전 쌍용그룹 회장 등이다. 이들은 대부분 집행유예나 보석으로 풀려난 상태다.

조영주 전 사장은 납품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납품업체로부터 24억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해 10월 구속됐다. 남중수 전 사장은 조 전 사장으로부터 납품업체 선정이나 인사청탁 명목으로 수년간 매달 200만∼500만원씩을 차명계좌로 받고 하청업체에서도 현금 수천만원을 받는 등 3억3000만원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지난해 11월 기소됐다.

같은 혐의로 ‘은팔찌’를 찬 이들의 운명은 1심에서 갈렸다. 지난 2월 조 전 사장은 징역 3년에 추징금 24여 억원을 선고받은 반면 남 전 사장은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 추징금 2억7000여 만원을 선고받아 석방됐다.
백종헌 회장과 채형석 부회장은 구속 수사를 받다 보석으로 풀려나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백 회장은 지난해 11월 400억원대 횡령과 배임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가 불과 한 달 만인 지난해 12월 보석으로 석방됐다. 보증보험 증권으로 2억원을 납부하는 조건이었다.

채 부회장도 지난해 12월, 회사 공금 20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구속됐다가 역시 한 달 만인 지난 1월 보석으로 풀려났다. 채 부회장은 지난달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 사회봉사 80시간을 선고받았다.

계열사에 1600억원을 부당 지원하고 회사돈 7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됐던 김석원 전 쌍용그룹 회장도 지난해 7월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지 50여일 만인 지난해 9월 보석금 1억원을 공탁하고 석방됐다.
김 전 회장은 지난 1월 배임과 횡령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한 1심과 달리 횡령 혐의만 유죄로 인정돼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구린내만 풍기다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사건도 적지 않다. 검찰은 지난해 10월 UTC인베스트먼트가 허위공시를 통해 수백억원의 시세 차익을 남긴 정황을 포착했다.

이 회사는 임창욱 대상그룹 회장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임 회장의 부인 박현주씨가 이사로 등재돼 있는 창업투자회사다. 따라서 검찰은 임 회장 일가가 주가조작에 개입했는지 집중 조사했지만 지난 3월 “범죄가 될 만한 혐의가 발견되지 않았다”며 사건을 무혐의 내사 종결했다.

‘구린내만 풍기다…’
구속 한 달 만에 자유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도 사정은 비슷하다. 2007년 말부터 “증권거래법상 증권사 임직원이 주식을 거래할 수 없음에도 현대증권 비상근 고문으로 재직하면서 70억원대 주식을 거래했다”는 증권거래법 위반 의혹을 받은 현 회장은 지난달 검찰로부터 최종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검찰은 “현대증권에서의 직함이 없었던 현 회장을 ‘임원’으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구택 전 포스코 회장도 개운치 않은 무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지난해 12월부터 이 회장 등이 포스코 세무조사 무마 의혹에 연루된 정황을 파헤쳤지만 지난 1월 무슨 이유에선지 수사를 서둘러 마무리했다. 이 회장은 검찰의 수사 종결 발표 3일 전 돌연 사퇴해 또 다른 의혹을 낳기도 했다.

검찰이 야심차게 들이댄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은 직접 ‘먼지’를 털어낸 케이스다. 현 회장은 법정관리 중이던 한일합섬을 인수합병(M&A)하는 과정에서 배임 등 혐의로 지난해 9월 불구속 기소됐다. 새 정부 들어 검찰이 처벌한 첫 재벌그룹 총수였다.

그러나 이도 잠시, 현 회장은 지난 2월 1심에서 재판부로부터 “검찰의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죄를 받아냈다. 현재 이 사건은 검찰의 항소로 2심이 진행 중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셋째 사위인 조현범 한국타이어 부사장이 포함된 재벌가 자제들의 ‘주식 장난’사건은 흐지부지 끝나는 형국이다.

검찰은 지난해 12월부터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거래를 했다는 혐의를 받아온 조 부사장에 대해 “증거나 정황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지난 3월 무혐의 처분을 내리고 사건을 종결했다. 조 부사장은 미공개 내부 정보로 4억원의 주식거래 차익을 챙겼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지난해 초부터 재벌가 2∼4세들의 주가조작 의혹을 수사한 검찰의 첫 타깃이었던 LG가 방계 3세 구본호씨는 허위공시를 통해 수백억원 상당의 부당이익을 챙긴 혐의 등으로 지난해 7월 구속기소됐지만 같은 해 12월 보석으로 풀려났다. 구씨는 지난 1월 징역 3년에 벌금 172억원의 실형을 선고받았으나 보석으로 풀려난 점이 감안, 법정구속되지는 않았다.

투자한 회사의 시세차익을 통해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는 의심을 받은 재벌가 로열패밀리도 10여 명에 달했다. 하지만 검찰의 예봉이 닿은 사람은 두산가 4세 박중원씨, 한국도자기 3세 김영집씨뿐이었다. 나머지는 검찰 조사를 받았지만 정상적으로 돈을 투자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이 쥐고 있는 사건의 수사 속도가 더딘 경우도 있다. 검찰의 사정 작업이 전체적으로 지지부진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MB정부의 사정기관이 권력형 비리, 부정부패 사건을 다룸에 있어 한없이 관대한 ‘봐주기’ ‘감싸기’수사로 일관하고 있다”며 “이명박 정권 1년여 동안 깃털만 만지작거리다 전광석화처럼 덮었거나 굼벵이 수사로 지지부진한 대형 부정부패비리 사건들이 수두룩하다”고 비판했다.



이 대통령의 사돈인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이 받고 있는 효성그룹 비자금 의혹 수사는 검찰이 사건을 접수한 이후 1년 넘게 이렇다 할 성과가 없는 상태다.

검찰은 “효성그룹 일본 현지법인 수입부품 거래과정에서 납품단가를 부풀리는 방법으로 200억∼300억대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내부자 제보에 따라 지난해 2월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지난달 효성그룹 비자금 중 일부가 조 회장의 개인용도로 사용된 단서를 포착했다고 밝혔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수사속도 지지부진
이대로 가다 덮나

이외에 ▲구본무 LG그룹 회장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등도 비자금 또는 로비, 특혜 등 각종 의혹으로 검찰이 수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지만 마찬가지로 감감 무소식이다.

구본무 회장은 1조원대의 부동산 시세차익을 거둔 곤지암리조트 특혜 의혹을 받고 있다. 참여정부와의 연관성이 관건이다.

조남호 회장은 비공개 정보를 이용해 자사주를 매입, 400억원의 시세차익을 누린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해 5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사건을 의뢰받은 검찰은 조 회장이 2007년 5월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다는 내용을 발표할 것이란 사실을 미리 알고 같은 해 1월과 4월 법인과 개인 명의로 한진중공업 주식 100만 주가량을 매입해 차익을 얻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재현 회장은 지난해 9월 조폭이 연루된 살인청부 사건에서 불거진 비자금 의혹으로 구설수에 올랐으나 이내 잠잠해진 형국이다. 검찰은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그룹 전·현직 임직원 명의의 차명계좌로 상속재산 등 개인재산을 관리해 온 이 회장에 대해 조세포탈 혐의를 적용해 소환조사 뜻을 밝혔지만 지금까지 ‘꿀 먹은 벙어리’신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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