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본사, 준비기간 부족·낯선 업종에 무모한 도전
“창업자 물 먹이고, 제1브랜드까지 먹칠”
올해도 수많은 새로운 브랜드들이 창업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지만 ‘제2브랜드’가 성공하기 쉽지 않다는 창업시장의 법칙을 깰 수 있을지 우려가 앞서고 있다.
브랜드 중에는 신생 가맹본사의 브랜드도 있지만, 유명 브랜드를 운영중인 가맹본사의 ‘제2브랜드’가 더 많다. 경기불황에 새롭게 사업에 뛰어들 엄두가 나지 않는 새로운 사업자보다 한 번 브랜드를 성공시켜본 경험을 갖춘 이들이 많은 것도 당연해 보인다.
이처럼 브랜드를 성공시켜본 이들이 창업시장에서 실패의 고배를 마시는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 종사자들 사이에서는 부실한 브랜드 출시가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가맹본사들이 신규 가맹점 개설 외에 별다른 수익을 기대하지 못하면서 경쟁력을 갖춘 브랜드를 출시하기보다 당장 가맹점을 개설할 수 있는 그럴듯한 브랜드 만들기에 열을 올린다는 것.
솔레미오 신석순 대표는 “대표적으로 외식업 브랜드가 만들어지는 과정이 부실한 때가 많다”며 “음식, 소비자 분석 등에서 아무런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가맹본사가 단 몇 개월 만에 브랜드를 만든다”고 지적한다.
그 과정에서 유명 브랜드의 요리메뉴를 흉내 내거나, 인테리어 콘셉트 등을 따라하지만 가맹사업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매장 운영 데이터가 쌓이지 않아 창업시장에서 외면받기 일쑤라는 것이다.
이에 더해 PC방처럼 서비스업 브랜드를 운영하던 가맹본사가 우동, 치킨 등 전혀 생소한 외식분야에 뛰어들면서 부진에 빠지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이는 가맹사업을 단순히 인테리어 및 시설제공 사업으로 오해하는 일부 몰지각한 가맹본사들로 인한 폐해다.
분식전문점 김가네김밥으로 잘 알려진 (주)김가네는 지난 1년여 동안 두 번째 브랜드 쭈가네의 시장성을 면밀히 분석해왔다. 같은 한식 메뉴이면서도 안주주점과 분식점의 시스템 차이에 적응하기 위해 수많은 조사와 시도를 병행해 올해 가맹사업을 본격화했다.
(주)김가네 이준희 과장은 “같은 한식에서도 창업 아이템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돌발변수는 얼마든지 있어 이에 대한 세세한 조정과정은 필수”라며 “2~3개월 만에 만들어지는 브랜드에 가맹본사가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반문했다.
물론 같은 외식업종 브랜드를 운영하는 가맹본사라면 물류, 수퍼바이징 등에서 충분히 시너지를 누릴 수 있다. 문제는 가맹본사의 지나친 자만심이 브랜드 준비에 필요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도록 하는 점이다. 첫 번째 브랜드에 쏟아 부은 노력의 절반만큼의 시간과 공만 들여도 성공 노하우를 기반으로 더 나은 브랜드를 만들 수 있다는 것. 따라서 가맹사업 개시 전 본점을 운영하는 것은 필수라는 말도 나온다.
새마을식당, 해물떡짐0410, 본가, 한신포차 등 브랜드를 운영중인 더본코리아에서는 가맹사업 개시 전 2년의 직영점 운영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이곳에서는 서울 논현동 본사가 위치한 영동시장 골목에만 총 13개의 직영점을 운영중이다. 이미 내년에 출시할 브랜드는 지난해에 영업을 시작했다. 이곳에서는 1000개 가맹점을 보유한 브랜드 한 개를 운영하기보다 100개 가맹점을 보유한 10개 브랜드 운영이 효과적이라고 보고 있다. 가맹점이 100개를 넘어서면 내부경쟁으로 수익성이 떨어져 가맹본사가 관리책임이 더 무거워지고 그에 따른 효과를 점차 떨어진다는 분석에서다.
더본코리아 김용희 기획본부 팀장은 “B급 이하의 입지에서 브랜드 경쟁력을 시험해보지 않는다면 어떤 브랜드도 장기적으로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며 “성급하게 브랜드를 출시하면 가맹점 관리 능력을 키우지 못한 상태에서 경쟁 브랜드의 난립을 초래할 수 있어 가맹사업, 창업자들에게 독이 된다”고 주장한다.
또 다른 지적은 가맹본사들이 처음부터 다양한 브랜드를 운영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제2브랜드’를 출시해 기존 브랜드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브랜드 한 개를 운영하는 능력과 두 개 이상을 운영하는 능력의 차이를 간과한 셈이다.
불황에 많은 가맹본사가 새로운 브랜드를 내고 있지만 예비창업자들의 이목을 끌 뿐 내실에 대한 검증이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수많은 ‘제2브랜드’들이 첫 번째 브랜드의 명성에 먹칠을 할 수 있어 창업시장의 눈과 귀가 모이고 있다. 이에 따라 예비창업자들의 브랜드 검증능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