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양문석 “김용, 안산갑 와달라” 요청할 땐가?

2026.03.25 15:46:09 호수 0호

최근 ‘대출 사기 혐의’ 확정 판결로 의원직을 상실했던 양문석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에게 6·3 보궐선거 출마를 요청하면서 논란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앞서 지난 12일, 대법원은 양 전 의원에 대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징역 1년6개월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던 바 있다.



양 전 의원은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도움이 될지 안 될지 두렵습니다만, 저는 김용 전 경기도 대변인께서 안산갑의 지역위원장을 맡아주시길 간절히 바란다”며 “누구보다 경기도를 잘 알고 정치검찰의 조작 사냥에 조금의 흔들림도 없었던 김용 대변인의 복귀를 원하는 많은 목소리를 듣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안산갑 지역구를 맡아주면 어쩔 수 없이 떠나면서도 여전히 무거운, 안산시민께, 상록구민께 제가 진 빚을 조금이라도 갚을 수 있을 것 같다”고도 했다.

아울러 “다시 한번 간곡히 부탁드린다. 안산갑으로 와달라. 제가 상록구민에게 약속했다가 지키지 못했던 일들을 해결하는 데 꼭 앞장서달라”고 요청했다.

양 전 의원의 김 전 부원장 안산갑 보궐선거 출마 요구는 단순한 개인적 의사 표현으로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특히 정부여당 소속 정치인의 발언은 사적 친분을 떠나, 공당의 공천 시스템과 정치 문화의 현주소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흔히 정치를 책임과 경쟁의 영역이라고 하는데, 자신의 지역구에 대한 ‘출마 요구’에서 오는 이질감은 결코 가볍지 않다.


정당의 공천 시스템은 민주주의의 결정판으로 불린다. 유권자가 직접 후보를 고르기 이전에, 정당은 내부 경쟁과 검증을 통해 가장 적합한 인물을 내세우도록 하는 장치를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 이 과정은 투명성과 공정성을 생명으로 삼는다.

그런데 특정 인물이 특정 인물에게 공개적으로 출마를 요구하는 모습은, 이 같은 기존 원칙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마치 공천이 정해진 수순처럼 인식될 수 있는 여지를 남기며, 결과적으로 당의 신뢰도마저 훼손할 수 있다.

더욱이 문제의 발언이 나온 맥락을 살펴보면, 정치적 명분보다 정치적 계산이 앞선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는다. 보궐선거는 통상적으로 당의 부담이 큰 선거다. 지역 민심은 예민하고, 작은 변수에도 결과가 크게 요동친다. 이런 상황에서 특정 인물을 ‘차출’하듯 요구하는 방식은 책임 정치의 원칙과도 정면으로 충돌한다.

무엇보다 출마는 개인의 정치적 결단이자 유권자에 대한 약속이어야지, 타인의 요구에 의해 좌우될 사안이 아니다.

물론 당내에서 전략적 판단을 공유하고, 적합한 인물을 권유하는 과정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다. 모든 정당은 승리를 위해 최적의 후보를 찾고자 노력한다. 그러나 그 방식이 공개적 압박이나 특정 인물에 대한 일방적 요구의 형태로 나타날 경우, 이는 ‘전략’이 아니라 ‘강요’로 비칠 수 있다.

특히 최근 정치권 전반에 대한 불신이 높아진 상황에서, 이런 모습은 국민들에게 구태 정치의 반복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

이 사안이 더욱 민감하게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민주당이 그동안 ‘시스템 공천’을 강조해 왔기 때문이다. 시스템 공천은 계파나 개인의 영향력을 최소화하고, 객관적 기준에 따라 후보를 선출하겠다는 약속이다. 하지만 이번 논란은 그 약속이 실제로 얼마나 지켜지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던진다.

만약 특정 인물의 발언 하나가 공천 구도를 흔들 수 있다면, 시스템은 형식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정치는 결국 신뢰의 문제다. 유권자는 정당이 어떤 과정을 거쳐 후보를 결정하는지 지켜보고,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가치와 태도를 평가한다. 공정한 경쟁 대신 ‘누가 누구를 밀었는가’가 더 중요해 보이는 순간, 정당 정치의 기반은 흔들린다. 특히 청년층과 무당층 유권자들은 이 같은 구태적 모습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들에게 정치는 이미 멀어진 영역인데, 이런 장면은 그 거리를 더욱 벌릴 뿐이다.


이번 출마 요구 논란은 특정 인물의 발언을 넘어, 민주당이 앞으로 어떤 정당으로 남을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공천이 여전히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좌우되는 구조라면, 아무리 개혁을 외쳐도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반대로 이번 일을 계기로 공천 과정의 투명성과 자율성을 강화한다면, 오히려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결국 출마는 요구가 아니라 선택이어야 하며, 그 선택은 철저히 검증되고 공정한 경쟁을 통해 평가받아야 한다. 정당이 해야 할 일은 특정인을 ‘지목’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는 장을 만드는 것이다. 그 위에서 유권자의 선택을 받는 것이 민주주의의 기본이다.

민주당이 진정으로 변화와 쇄신을 말하고자 한다면, 이번 논란을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 공천을 둘러싼 모든 과정에서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를 없애고, 원칙에 기반한 시스템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출마 요구’라는 말 한마디가 남긴 파장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 정당 정치에 대한 깊은 불신으로 이어질 것이다.

정당 정치의 품격은 절차에서 드러나는데 무시될 경우, 정치에 대한 기대도 함께 무너진다. 이번 출마 요구 논란이 민주당에 던진 메시지는 ‘공천은 권유가 아니라 경쟁이어야 하며, 요구가 아니라 선택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기본조차 지키지 못한다면, 어떤 명분도 지역구 유권자들을 설득할 수 없다.

<kangjoomo@ilyosisa.co.kr>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