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지귀연 판결과 재판소원제의 충돌

2026.02.19 17:59:09 호수 0호

수사는 허용되고 재판은 멈추는가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는 전직 대통령 윤석열에게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그리고 판결 과정에서 지귀연 재판장은 “재직 중인 대통령이라도 수사 자체는 허용된다”는 한 문장을 남겼다. 이는 판결보다 더 큰 질문을 남겼다.



이에 대해 많은 국민은 내란죄이기 때문에 가능한 말 아니냐고 받아들였다. 그러나 지귀연의 발언을 단순히 내란죄와 연결하는 것은 절반만 본 해석이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의 ‘소추’를 제한한다. 다만 내란과 외환은 예외로 둔다. 여기서 핵심은 ‘예외 조항’보다 ‘소추’라는 단어다. 재판부가 건드린 지점은 예외가 아니라 단어의 경계였다.

만약 논리가 “내란죄라서 수사가 가능하다”였다면, 오늘의 판결은 윤석열 사건에만 적용되는 특수한 판단으로 끝났을 것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헌법은 소추를 금지했을 뿐 수사를 금지한 적은 없다는 구조였다. 즉 내란 여부와 무관하게 대통령도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일반론을 꺼낸 셈이다.

이 차이는 작아 보이지만 정치적 파장은 결코 작지 않다. 내란이라는 극단적 범죄에 한정된 판단이라면 헌정사적 사건으로 기록되고 끝난다. 그러나 대통령의 형사 절차를 ‘기소’와 ‘수사’로 분리하는 해석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 순간 이 논리는 모든 현직 대통령에게 적용 가능한 기준이 된다. 그리고 그 기준은 곧바로 현재 권력으로 향한다.

그래서 시선은 자연스럽게 현직 대통령 이재명의 재판 문제로 옮겨간다. 이미 기소되어 진행 중이던 사건은 대통령 취임 이후 어떻게 되는가. 재판은 정지돼야 하는가, 아니면 계속되어야 하는가. 헌법 제84조의 보호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오늘 재판부의 문장은 이 질문에 직접 답하지 않았지만 분명한 방향을 제시했다.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사건은 이미 대법원에서 한 차례 판단을 거쳤고, 대법원은 이를 파기환송했다. 즉 사건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고, 다시 하급심으로 내려가 재판이 이어지는 구조다. 그런데 대통령 취임과 동시에 재판 절차는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여기서 쟁점은 단순하다. 파기환송심은 ‘이미 시작된 재판’인가, 아니면 ‘재직 중 소추에 해당하는 절차’인가?

만약 재판 계속이 가능하다는 해석이 힘을 얻는다면, 대통령이라 하더라도 법정에 서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반대로 재판이 정지돼야 한다면, 대통령 임기 5년은 형사 책임이 사실상 유예되는 시간이 된다. 이것은 단순한 개인 사건이 아니라 권력구조의 문제다. 권력이 법 위에 일정 기간 올라설 수 있는가를 묻는 질문이다.

이 지점에서 민주당은 재판소원제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확정 판결이라도 헌법소원으로 다툴 수 있도록 하자는 구상이다. 표면적으로는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확대하자는 취지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이를 두고 이 대통령 사건과 연결해 해석한다. 파기환송 이후 이어질 법적 불확실성을 헌법재판으로 끌어올리려는 포석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재판소원은 법원의 재판 자체가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헌법재판소에 구제를 요청하는 절차를 말한다. 이는 단순히 법 적용의 잘못을 다투는 상소가 아니라, 판결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점을 문제 삼는다는 점에서 성격이 다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사법권의 최종심을 대법원이 맡고 있다는 이유로 원칙적으로 인정되지 않고 있다.

재판소원제는 오랫동안 논쟁의 대상이었다. 법원의 확정 판결까지 헌법재판소가 취소할 수 있도록 허용할 경우, 사법 체계의 최종심 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 헌법재판소가 사실상 4심 역할을 하게 되는 셈이다. 그래서 대법원은 강하게 반대해 왔다. 사법 체계의 안정성과 권한 분립의 원칙이 무너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재판소원 문제는 대법원과 헌법재판소가 공개 문건으로 정면 충돌하면서 급물살을 타고 있다. 헌재가 13일 FAQ를 통해 재판소원의 헌법적 근거를 강조하자, 대법원은 18일 Q&A 자료로 맞받았다. 이는 단순한 보도 대응이 아니라 사법 최고기관 두 곳이 공개적으로 권한의 경계선을 놓고 싸우는 이례적 장면이었다.

헌재는 헌법 제111조를 근거로 헌법재판권은 헌재에 귀속되며 재판소원은 헌법심의 본질에 부합한다고 주장했고, 4심제라는 비판은 헌법적 통제의 성격을 왜곡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잘못된 재판을 바로잡는 것이 분쟁의 신속성보다 우선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대법원은 헌법 제107조를 들어 구체적 사건의 사법권은 법원에 있으며 헌법 해석 권한을 법원과 헌재가 분립적으로 행사하도록 한 것이 우리 헌법의 설계라고 반박했다. 즉 재판소원 도입은 사법권을 포함한 국가 권력을 헌재에 집중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결국 지금 벌어지는 논쟁은 세 갈래다.

첫째, 대통령의 형사 절차는 어디까지 허용되는가. 둘째, 이미 시작된 재판은 임기 중에도 계속 가능한가. 셋째, 확정 판결을 다시 뒤집을 수 있는 통로를 열 것인가. 윤석열 판결은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방향을 제시했다. 그리고 그 방향은 자연스럽게 두 번째와 세 번째 질문으로 이어진다.


윤석열 판결은 과거 권력의 종결이었지만 동시에 현재 권력에 대한 헌법적 경고이기도 했다. 내란이어서 가능한 판결이 아니라, 대통령도 예외가 아니라는 원칙을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만약 이 해석이 축적된다면, 앞으로 어떤 대통령도 ‘직무 중이니 모든 형사 절차가 멈춘다’고 주장하기는 어려워질 것이다. 그리고 재판소원 논쟁 역시 단순한 제도 논의로 머물지 않을 것이다.

정치는 빠르게 움직인다. 민주당은 기본권 확대를 말하고, 국민의힘은 권력 방탄이라고 비판한다. 그러나 헌법은 정치의 속도를 따라가지 않는다. 헌법은 문장의 정확성으로 판단된다. 소추와 수사를 분리하는 오늘의 해석은 대통령 재판 정지론에도 같은 잣대를 들이댈 가능성이 있다.

결국 문제는 단순하다. 대통령은 ‘기소’만 유예되는 존재인가, 아니면 ‘책임’ 자체가 유예되는 존재인가. 헌법은 소추를 제한했지 책임까지 면제하지는 않았다. 오늘 재판부의 문장은 그 구분을 다시 선명히 했다. 그리고 그 선은 이제 이 대통령 사건 위에도 그어지고 있다.

윤석열 사건은 하나의 시대를 닫았으나 그 판결문 속 해석은 새로운 시대의 기준을 열었다. 대통령이라는 직함은 권력의 절정이지만 면책의 요새는 아니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긴장, 재판소원 논쟁, 파기환송심의 향방은 모두 같은 질문으로 수렴한다. 대통령은 수사 대상인가, 재판 대상인가, 아니면 일정 기간 법적 판단을 유예받는 존재인가?

이제 그 답은 정치 구호가 아니라 판결문으로 남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판결문은 다음 권력에게 경고가 된다. 권력은 유한하지만 헌법 해석은 축적된다. 오늘 우리는 한 전직 대통령의 형을 들었다. 내일은 현직 대통령의 법적 지위가 시험대에 오를 것이다. 헌법 제84조의 한 문장이, 대한민국 권력 구조의 균형을 다시 쓰기 시작했다.

이제 문제는 대통령의 시간이 헌법 위에 서는가 아니면, 헌법의 시간이 대통령 위에 서느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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