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 종로구에 자리한 호리아트스페이스에서 변웅필의 개인전 ‘아무렇지 않은 날들’을 준비했다. 2021년 개인전 ‘SOMEONE’ 이후 4년 만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변웅필이 일관되게 추구해 온 회화의 순수성을 집약적으로 감상할 수 있다.
변웅필은 자신의 작품을 ‘특별할 것 없는 그림’이라고 소개한다. 이는 겸손이 아니라 작가 철학의 핵심이다. 거창한 주제나 의미를 부여하기를 거부하고, 캔버스에 색을 배치하고 행태를 다듬는 그 자체에 몰두한다. 회화는 그에게 특별한 이벤트가 아니라 매일 반복되는 일상의 일부다.
완성이자
지난 전시에서 변웅필은 “선을 위해 형태를 빌린다”고 말했다. 그가 그리는 인물은 누군가의 얼굴이 아니라 색과 선을 실험하기 위한 화면의 구성 요소로 활용된다. 조르조 모란디(Giorgio Morandi)가 병과 꽃병으로 공간과 빛을 연구했듯 변웅필은 인물이라는 형식을 통해 회화 언어를 탐구하는 셈이다.
이번 전시에는 인물(SOMEONE)과 사물(SOMETHING)이 공존한다. 대상은 달라졌지만 접근법은 같다. SOMEONE과 SOMETHING이라는 단어는 모두 비특정적 존재를 가리킨다. 인물이든 사람이든 변웅필에게는 색과 형태를 담는 그릇일 뿐이다. 간결한 색면과 단순한 윤곽선 속에서 대상은 이름을 잃고 화면의 한 부분으로 녹아든다.
변웅필은 또 자신이 “논다”고 말했다. 철학자 요한 하위징아(Johan Huizinga)가 정의한 ‘호모 루덴스’, 즉 놀이하는 인간처럼 그에게 그림 그리기는 목적 없는 진지한 유희다. 그러나 이 놀이에는 엄격한 규칙이 있다.
2021년 이후 4년 만에
반복되는 일상의 일부
일정한 방향의 붓질, 반복되는 색 조합, 계산된 형태의 배치. 이 규칙은 누가 정한 것이 아니라 작가 스스로 놀이 과정에서 만들어낸 것이다.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캔버스 앞에 앉는 행위는 특별한 영감이나 사건이 아니라 삶의 리듬 그 자체다.
전시장에는 변웅필이 쓴 “너는 너 대로 나는 나 대로 아무렇지 않은” “마주 불어오는 바람이 아무렇지 않은” 등의 문장이 걸려있다. 이 문장은 그의 세계관을 드러낸다. 여기서 ‘아무렇지 않다’는 말은 무관심이 아니라 비위계적 공존을 의미한다.
작가 자신도, 그가 그리는 인물도 사물도 동등한 SOMEONE 혹은 SOMETHING이다. 이번 전시는 한 시기의 완성인 동시에 새로운 출발점이다. 특별하지 않기에 진솔한, 반복되기에 깊어지는 변웅필의 회화를 만날 수 있다.
김나리 호리아트스페이스 대표는 “변웅필 작가는 4년의 시간 동안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자신만의 회화 언어를 발전시켜왔다”며 “이번 전시는 작가가 SOMEONE에서 SOMETHING으로 자연스럽게 확장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중요한 전환점”이라고 말했다.
출발점
이어 “변웅필 작가의 작업을 지켜보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진정성이다. 그의 작품 앞에 서면 고요함과 동시에 묘한 긴장감을 느끼게 된다”며 “절제된 색과 형태 속에서 발견되는 작가의 손길, 그 섬세한 감각이야말로 변웅필 회화만의 특별함”이라고 덧붙였다.
<jsjang@ilyosisa.co.kr>
[변웅필은?]
▲학력
동국대학교 미술학과 서양화 전공 졸업
독일 뮌스터미술대학 순수미술 전공 석사, 마이스터 과정 졸업
▲개인전
‘SOMEONE’(2025/2024/2021/2018)
‘변웅필 개인전’(2014)
‘옥림리 23-1’(2014)
‘한 사람’(2013/2012)
‘한 사람으로서의 자화상 1&1/4’(2009) 외 다수
▲수상
뮌스터미술대학 대상
쿤스트아스텍프 미술상
아도 미술대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