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노인만 노리는 ‘조계종’ 정체

2025.09.08 13:51:55 호수 1548호

버스 태우고 쌈짓돈 눈탱이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달리는 관광버스 안, 낯선 트로트 가락이 흘러나온다. 흥겨운 음악에 취한 노인들은 이미 저마다 ‘약속’을 한 채 자리에 앉아 있다. 노인들을 태우고 도착한 곳은 사찰. 밖으로는 ‘대한불교조계종’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있지만, 그 정체는 바로 ‘유사 조계종’이다.



대한불교조계종(이하 조계종)은 한국 불교를 대표하는 최대 종단이다. 1962년 창종 이후 전국에 약 3000여개 사찰을 두고 있다. 조계종은 오랜 불교 전통을 계승하면서 포교와 사회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교묘한 꼼수

조계종은 등록된 사찰만 ‘대한불교조계종’ 명칭과 로고를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종단의 상징 문양과 글씨는 소속 사찰임을 나타내는 공식 표식으로, 정식으로 등록되지 않은 사찰은 사용할 수 없다. 그러나 전국에는 이와 비슷한 명칭을 내세우며 운영되는 ‘유사 조계종’ 단체들이 존재한다.

<일요시사>의 취재 결과, 대구·경산·강원 일대에 조계종을 사칭하면서도 실제로는 정식 조계종으로 등록조차 되지 않은 사찰들이 곳곳에서 활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사찰 입구에 놓인 비석, 포교원, 공식 사이트 등에서 ‘대한불교조계종’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었다.

언뜻 보기엔 정식 조계종 사찰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조계종의 명칭은 띄어쓰기 없이 ‘대한불교조계종’으로 표기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해당 사찰들이 표기한 명칭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마크와 글자가 변형되거나 추가돼있다. ‘대한불교조계종(○○○)’ ‘대한○○계종’과 같은 식이다. 이같이 글자를 교묘히 변형해 신행 생활을 하는 사람들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문제는 이 사찰들이 조계종을 사칭하며 조계종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제보에 따르면, 대구의 한 사찰은 포교원을 통해 노인들을 대상으로 거액의 시주를 받고 있었다.

시내 곳곳에는 이 사찰과 연결된 포교원들이 운영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의 사찰은 대구 도원동과 평리동 등에 포교원을 두고 있었다. 건물 외부에는 종교시설임을 알리는 간판조차 없어 일반인은 알아채기 어려웠다. 제보자는 “금방이라도 정리하고 이동할 수 있는 형태”라고 말했다.

포교원에는 ‘문화위원장’ ‘포교원장’ 등 직함을 가진 간부들이 있었고, 주로 40~50대 남성이 지도자로 활동했다. 이들은 신도들을 ‘반’ 단위로 편성해 관리했다.

“시주 약속한 사람만 사찰 데려가”
사찰 행사에서 술 마시고 노래판

내부에서는 정상적인 종교활동이라고 보기 어려운 모습이 이어졌다. 노래자랑을 열어 상금을 걸거나, 온누리상품권·선풍기·베개 등 생활용품을 나눠주며 노인들을 끌어들였다.

제보자는 “시주를 100만원 하면 쌀을 챙겨줬다”며 “정상적인 종교활동이 아닌 금전 유도가 중심”이라고 주장했다. 처음에는 소액 시주를 유도한 뒤 점차 반복적으로 고액 시주로 이어가는 방식이었다는 것이다.

그는 “시주하지 않는 회원은 정리하고, 계속 시주하는 사람들만 남긴다”는 운영 방침도 있었다고 했는데, 이는 일명 ‘떴다방’과 유사한 방식이다.

이런 식으로 노인들의 돈을 갈취하는 포교원은 이전부터 존재했다. 해당 포교원과 연계된 사찰들은 “포교원의 단독 행동일 뿐 이런 실태는 몰랐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실제 사찰을 직접 방문한 회원은 “모를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제보자는 “부처님오신날 같은 큰 행사 때면 관광버스를 타고 포교원 신도들이 단체로 본 사찰을 찾았다”며 “포교원에서 시주를 약속한 회원만 행사에 동원됐다”고 설명했다. 버스 안의 사람들은 대부분 70대 이상의 노인이었다.


버스에서 내린 후 목격한 광경은 충격적이었다. 제보자는 “사찰 건물마다 시주자 이름을 새긴 비석이 빽빽하게 늘어서 있었고, 2층에는 고액 시주로 봉안된 불상들이 수십 개 있었다”며 “단순 계산만으로도 억대가 넘는 규모였다”고 말했다.

납골당 가격도 매우 높은 수준이었다. “납골당은 700만원대라고 들었고, 대들보·기둥·나무틀에 이름을 새겨주는 ‘각자’는 100만~150만원대라고 들었다”고 전했다.

이어 “150만원짜리 대들보 시주를 하면 이름을 황금색으로 새겨주는데, 대들보 하나에 이름이 가득했다”며 “일부 2층 불상이 모여 있는 곳에는 ‘도원동’ ‘평리동’ 같은 포교원의 지부도 구역 별로 적혀있었다”고 설명했다. 사찰에서 고액 시주가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모를 수가 없는 대목이다.

“해당 사찰은 조계종 미등록”
조계종, 법적 대응 진행 중

수상한 점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해당 사찰의 행사는 일반적인 불교 행사 운영과는 달랐다. 사찰에서는 행사 후 노인들에게 술과 음식을 제공했다. 제보자는 “행사 마무리로 술과 음식을 제공하는 것을 보고 정식 절이 아니라고 확신했다”고 장담했다.

고액 시주로 인한 피해자 증언도 이어졌다.

실제 한 회원은 “처음에 500만원을 시주했고, 이후에도 100만원 단위로 냈다”고 주장했다. 같은 포교원에 다니던 노인에게서는 “억대 시주를 했다”는 말까지 나왔다. 심지어 신도들에게 “가족에게 시주 사실을 숨기라”는 요구까지 받았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포교원 인근 건강원과의 연계 의혹도 제기됐다. 제보자는 “건강원에서 무료 안마와 쿠폰을 제공했고, 내부에서만 쓸 수 있는 상품권을 나눠줬다”며 “포교원 신도와 건강원 이용자가 겹쳤다”고 말했다.

실제로 해당 건강원 외부에는 임대 현수막이 걸려 있어 정식 영업시설로 보기 어려웠다. 건강원은 무료 체험을 미끼로 노인을 끌어들인 뒤, 일정 횟수 이상 방문하면 자체 상품권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이 상품권은 해당 건강원에서만 사용할 수 있었다.


제보자는 “그곳에서 의료기기도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시설은 의료기기 판매업으로 신고돼있지 않은 상태였다.

대한불교조계종 호법부는 해당 사찰이 종단 소속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조계종 호법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해당 시설은 우리 종단 소속 정식 사찰이 아니”라고 답했다. 추가로 확인한 다른 지역의 사찰들에 대해서도 “해당 사찰들 또한 조계종에 등록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떴다 포교원

조계종 명칭 무단 사용에 관해서는 “조계종 명칭이나 마크를 변형해 사용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아울러 “조계종에서는 그런 식의 행사는 진행되지 않으며, 그렇게 많은 포교원을 두지도 않는다”며 “해당 사찰은 이미 고발이 진행된 상태며, 법적 대응 중”이라고 전했다.

<imshar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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