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 강남구의 갤러리 ‘송은’이 그룹전 ‘PANORAMA’를 준비했다. 이번 전시는 재단법인 예술경영지원센터의 ‘한국 작가 해외 집중 프로모션’ 사업의 일환으로 기획됐다. 형식과 주제의 제한 없이 동시대 미술 실천을 확장해온 작가를 선정해 소개하고 이를 해외 프로모션의 출발점으로 삼아 장기적인 활동을 지원한다는 취지다.

은이 개최한 그룹전 ‘PANORAMA’는 개별 작가의 작업 세계를 응축된 형태로 보여주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작가 권병준·김민애·박민하·이끼바위쿠르르·이주요·최고은·한선우·아프로아시아 컬렉티브(최원준, 문선아) 등 총 8팀이 참여했다.
정치성
이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외부 세계를 감각하고 그로부터 생기는 간극을 회화·조각·설치·사진·영상 등 다양한 조형 언어로 풀어냈다. 익숙한 풍경과 관습을 재맥락화하거나 미술의 정치성, 사회 구조를 드러냈다. 또 시공간의 감각을 소리나 빛으로 치환한 작업을 전시 공간 전반에 배치했다.
1층 로비에는 최고은의 작품이 놓였다. 폐기된 에어컨의 몸체를 해체하고 재조합해 도시 기반 시설을 이루는 기본적인 구조로 전면에 가시화했다. 2층 전시장에서는 김민애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그가 이전에 선보였던 ‘은둔자’를 확장해 은은하게 드러냄과 동시에 감춰야만 성립될 수 있는 이중적인 존재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관람객 동선에 개입하는 장소 특징적인 설치 작품이다.
이 작품에 마주해 설치된 이주요의 ‘Love Your Depot’ 연작은 미술시장과 제도권에서 소외된 작품을 조명해 철거되거나 전시되지 못한 공공미술의 존립 방식을 재고했다. 2층 라운지에는 박민하가 빛과 공기, 기억 등 비물질적인 요소를 기하학적 형태로 표현한 회화 연작을 대칭적으로 구성해 도시 풍경에 대한 감각을 시각화했다.
3층에 들어서면 한선우의 페인팅과 조각을 마주할 수 있다. 파편화된 신체와 인공 구조가 뒤섞인 이미지를 통해 아이러니한 사실성을 드러낸 작품이다. 같은 층에 자리한 아프로아시아 컬렉티브는 아프리카와 아시아 청소년 간의 상징적 교류를 기반으로 구성한 서사를 영상과 설치, 아카이브 형태로 전개했다.
해외 프로모션 출발점
다양한 조형 언어로
이끼바위쿠르르의 설치 작품은 지하2층 보이드 공간을 채웠다. 자연과 유기적으로 호응하며 과거를 살아온 미륵의 존재가 지금, 여기에도 위치하고 있다는 감각을 환기시켰다. 권병준의 사운드스케이프 작업은 관람객이 헤드폰을 착용한 채 전시장을 이동하며 작가가 직접 채집한 서로 다른 소리를 듣게 함으로써, 사운드가 시각적 감각을 대체하는 환경을 구성한다.

외부 미디어월에서는 권혜원, 심래정, 전소정, 홍승혜 등의 단채널 영상을 상영하는 프로그램 ‘Still / Moving’이 진행된다. 송은이 새롭게 선보이는 공공미술 프로그램으로, 외부 미디어월의 특성에 호응하며 독특한 장소 특징적 맥락에 부합하는 무성 단채널 영상 작품을 소개한다.
‘Not Your Ordinary Public Art’ 시리즈 아래 도시 일상에서 유동적으로 작동하는 이 프로그램은 도시의 사운드스케이프 속에 조용히 펼쳐지는 무빙 이미지의 섬세한 개입을 통해 디지털 미디어와 도시 건축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미술이 어떻게 공공성을 획득할 수 있는지를 탐구한다.
한편 같은 기간 지하 벙커 공간에서는 새로운 전시 프로그램인 ‘Groundwork: The Bunker Room Presentations’을 선보인다. 그동안 대중에게 공개되지 않았던 송은의 전시형 수장고 ‘벙커룸’이 장소성과 맥락에 맞춰 독립적으로 기획됐다.
사회 구조
정소영 개인전 ‘HALF MOON CLUB’이 프로그램의 시작을 알린다. 지질학적 조형 언어를 감각적으로 구축해온 작가가 물질의 시간성과 존재 방식에 대한 탐구를 지속하며 설치, 조각, 영상 신작을 통해 불완전한 존재가 상호 작용하는 열린 구조의 공간을 형성한다. 전시 제목인 ‘클럽’은 폐쇄적 공동체가 아닌 서로 다른 존재가 일시적으로 교차하는 장소를 뜻한다. 전시는 오는 10월16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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