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공기업 직원이야” 펜션 투숙객, 폭언·협박 입길

2025.08.19 13:55:29 호수 0호

2차례 경찰 출동 중재
퇴실 때도 사과 없었다

[일요시사 취재2팀] 김준혁 기자 = 최근 한 펜션에서 투숙객이 자신을 공기업 직원이라고 주장하면서 펜션 업주에게 폭언과 욕설을 퍼부었던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7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경찰, 공기업 다니는 사람들이 이래도 되는 건가요?’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작성자 A씨는 자신이 펜션을 운영 중이라며 자신이 겪은 일을 공유했다.

A씨에 따르면 새벽에 위층에서 쿵쿵거리는 소음에 양해를 구하기 위해 전화를 걸었다. 그러자 해당 투숙객 B씨는 업주에게 느닷없이 욕설을 퍼부었고 얼마 있지 않아 펜션 사무실로 내려왔다.

사무실 앞에서 B씨는 온갖 욕설과 함께 “나와라. 왜 시비를 거느냐? 고소하겠다”면서 “펜션 리뷰에 악평을 써서 가게 망하게 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그는 자신이 공기업 직원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A씨가 경찰에 신고하자, 결국 B씨는 “죄송하다. 기분이 상하셨다면 사과드린다”며 돌연 태도를 바꿨다.

그러나 상황은 마무리되지 않았다. 약 10분 뒤 B씨는 다시 전화를 걸어 폭언을 퍼붓고, 사무실 현관문을 발로 차는 등 난동을 부렸다. 경찰이 재차 출동한 후에야 사태는 진정됐다.


A씨는 “당시 아내도 옆에서 함께 욕설을 들었지만, 다른 객실 손님들에게 피해가 갈까 봐 (맞서지 않고) 가만히 당하고만 있었다”며 “B씨가 난동을 부리는 동안 그의 일행들은 방관만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찰이 돌아간 뒤에도 심장이 두근거리고 손이 떨려 잠을 이루지 못했다”며 “너무 수치스럽고 억울하고, 자존심도 상했다”고 토로했다.

논란은 퇴실 과정에서도 이어졌다. B씨는 사과 한마디 없이 오히려 웃으면서 나갔고, 일행 중 한 명은 “사실 저희는 경찰들이다. 죄송하다”는 말만 남긴 채 떠났다.

A씨는 “울고 있는 아내를 보니 너무 마음이 아프고, 자괴감이 든다. 23년 장사하면서 온갖 진상을 다 겪어봤지만 이번 경우는 정말 너무 속상하다”며 “나랏일 하는 사람이 가족 앞에서 협박과 욕설을 하는 건 아니지 않느냐”며 한탄했다.

그는 “녹음 파일도, CCTV도 다 있는데 정식으로 사건 접수를 할까 고민된다”며 “(다만) 괜히 몇 사람 인생 망치는 꼴일까 봐 겁나기도 한다”고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

사연을 접한 보배 회원들은 “이 정도면 사건 접수 해야 된다” “참으면 병 된다. 참지 말고 할 수 있는 조치 다 하시라” “저런 사람들은 금융치료가 답” “그들이 정말 경찰이라면 공론화해 파면시켜야 한다” “너무 이기적이고 민폐를 가하는 사람이다. 공론화돼야 반성할 것으로 보인다” “그들도 사장님 펜션 망하게 하겠다고 위협했으니 똑같이 해줘야 한다” 등 B씨와 일행들의 행동에 공분했다.

또 다른 회원들은 “타인들 있는 곳에서 욕하고 발길질 했으면 모욕죄, 협박죄 성립이 가능하다” “그 사람들이 경찰이 아니면 그것도 (사칭죄 등) 문제가 된다” “해당 기관 감사과에 민원 넣으면 품위 유지 위반으로 징계를 받는다” “녹음, CCTV 증거 있으니 경찰에 제출하라” “형사 고소와 민사 손해배상을 같이 진행하는 게 좋다” 등 법적 대응 방안을 조언했다.

다음날 A씨는 “많은 분들의 댓글과 응원에 정말 너무 감사드린다. 아내가 힘들어하면서 떠는 모습을 보니 이건 그냥 넘어가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며 “또 이들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생각에 용기를 얻어 사건 접수를 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시 상황을 처음부터 다 봤던 고객분들이 감사하게도 ‘연락주시면 증언을 도와주겠다’고 한다”며 “어디서부터 어떻게 진행해야 될 지 아직은 잘 모르지만, 제보든 고소든 차근차근 시작해보겠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선 B씨의 행위가 모욕죄와 협박죄에 해당될 소지가 있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형법 제311조 모욕죄는 ‘공연히 사람을 모욕한 경우’ 적용되는데, 당시 상황을 지켜본 투숙객들의 증언을 통해 ‘공연성’이 입증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형법 제283조 협박죄는 ‘상대방에게 공포심을 일으킬 목적으로 신체, 재산 등에 해악을 고지한 경우’ 성립하는데, B씨의 “가게를 망하게 하겠다”는 발언과 반복된 욕설이 이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일각에선 회원들 사이에서 언급된 ‘사칭죄’ 적용은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제기된다. 일반적으로 사칭죄라고 불리는 형법 제118조 ‘공무원 자격의 사칭’은 공무원이 아닌 사람이 공무원의 직권을 행사했을 때 적용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B씨의 주장대로 공기업 직원이라면 공무원 신분이 아니므로 해당 혐의가 성립하지 않고, 일행이 “경찰”이라고 말했더라도 단속 등 직권을 행사한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신분을 위장해 영업을 방해한 혐의 등은 정황에 따라 문제가 될 수도 있으며, B씨가 실제 공기업 직원 혹은 경찰 신분으로 확인될 경우 품위 유지 의무 위반 등 내규에 따른 징계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19일 <일요시사>는 A씨에게 녹음 파일, CCTV 영상 등 증거 자료 요청 및 당시의 상황에 대해 자세한 취재를 위해 연락을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

<kj4579@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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