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끄럽고 자동화된 매개 경험에 비해서 실제 현실은 언제나 실패의 가능성이 존재하는, 혼란스러운 공간이다. 그러나 저자는 그런 현실을 옹호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 혼란과 실패가 인간적인 삶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불편함과 동시에 인간의 조건이 되는 그 현실의 경험들까지 함께 제거해나가고 있다.
책을 읽지 않고 기기에게 요약해 달라고 하는 일은 독서의 종말을, 문서 작성을 인공지능에게 맡기는 일은 생각의 종말을, 지시어만을 입력해 그림을 얻는 일은 창작의 종말을 앞당길 수 있다. 우리가 인간의 영역이라고 불렀던 모든 경험을 기술에 맡기게 된다면 우리는 인간을 어떻게 정의해야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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