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꽃이 아닌 꽃’ 김선형

2025.05.15 00:00:00 호수 1531호

푸른 정원으로의 초대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 종로구에 자리한 갤러리마리에서 작가 김선형의 개인전 ‘GARDEN BLUE, 꽃이 아닌 꽃’을 준비했다. 이번 전시는 갤러리마리에서 열리는 김선형의 세 번째 전시이자 갤러리마리 창립 10주년 기념 기획전이다.



정마리 갤러리마리 대표는 “갤러리마리는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조용하고 단단하게 예술의 길을 걸어왔다”며 “작가에게 의지할 수 있는 언덕이 돼주고 관람객에게는 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며 성장해 왔다”고 말했다.

깊은 시

그러면서 “‘예술은 무엇이고 우리는 예술 앞에 어떤 존재로 서 있는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시작으로 김선형의 전시를 기획하게 됐다”며 “갤러리마리는 이 질문으로 김선형과 함께 새로운 사유의 장을 열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전시 제목인 ‘꽃이 아닌 꽃’, 이 역설적인 표현은 언어로 규정할 수 없는 실재에 관한 질문이다. ‘도가도 비상도(道可道 非常道)’ 즉 이름 붙일 수 있는 도는 영원한 도가 아니라는 노자의 가르침처럼 김선형의 회화는 이름과 형상 이전의 본질을 추적한다.

김선형은 익숙한 형상인 ‘꽃’을 거부한다. 꽃을 그리지 않으면서 ‘꽃이 아닌 것’을 붓질과 색, 여백과 흐름으로, 말할 수 없는 것으로 표현하려 했다. 존재는 말하는 순간 원래의 상태서 멀어진다. 김선형은 이름 붙이기 이전의 감정, 언어화되지 않은 존재 상태를 포착하려 시도했다.


갤러리 창립 10주년 기념
‘예술 앞에 어떤 존재인가’

김선형의 회화는 장자의 ‘소요유(逍遙遊)’처럼 정해진 목적이나 형식 없이 자유롭게 유영한다. 밑그림 없이 그린 즉흥적인 붓의 움직임은 무위자연의 흐름을 따른다. 그의 그림은 어떤 완결도 선언하지 않고 ‘이미 꽃이면서도 아직 꽃이 아닌 것’의 경계에 머물러 있다.

김선형의 GARDEN BLUE(푸른 정원)는 실재하는 공간이 아니다. 그곳은 우리가 잊고 살았던 잠재된 기억, 정서의 깊이, 마음의 진동이 머무는 무형의 공간이다. 울트라마린의 짙은 파랑은 색이 아니라 감각이고 시간이며 감정이다. 이 푸른색은 단일한 색조가 아닌 시간과 움직임을 담은 색이자 감정의 진폭을 보여주는 안료이며 사유 그 자체다.

갤러리마리 관계자는 “김선형의 그림은 <도덕경>이 말하는 ‘현묘지문(玄之又玄 衆妙之門)’, 즉 이해할 수 없을 만큼 깊은 세계로 들어가는 문 앞에서 머무는 감정의 풍경이다. 그의 회화는 깊은 시이면서 그 자체로 철학이다. 동시에 우리 마음의 어느 푸른 정원을 향한 초대다. 그 정원서 우리는 다시금 묻게 된다”고 설명했다.

철학 자체

이어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닌 시대, 이름 붙인 모든 것이 진실이 아닌 시대에 ‘꽃이 아닌 꽃’ 전시는 보이지 않는 것을 느끼는 감각, 말하지 않은 것에 귀 기울이는 마음, 형상화되지 않은 존재를 향한 겸허한 응시를 제안하며 질문을 던진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이 푸른 정원서 자신만의 사유의 바다를 헤엄치다 내 안의 본질, 진실을 마주하길 바란다”고 부연했다. 

<jsjang@ilyosisa.co.kr>

 

[김선형은?]

1963년 서울서 태어나 휘문고등학교를 졸업했다.

1988년부터 현재까지 서울·부산·대구·인천·안양·도쿄·교토·타이중 등에서 100회 이상 개인전을 열었다.

국립현대미술관 주최 ‘89 청년작가전’ ‘90 젊은모색전’ ‘작은 미술관’ ‘움직이는 미술관’ ‘국현 서울관 개관 기념 정원전’ 등에 참여했다.


국립중앙박물관 주최 2015년 ‘조선청화, 푸른빛에 물들다전’에는 김환기, 이우환과 함께 회화작가 3인 중 한 사람으로 작품을 소개했다.

에꼴드서울 ‘서울미술대전’, 호암미술관의 전신인 호암갤러리에서 1988~1990년 3년 연속 동·서양화 작가 50인의 ‘현대한국회화전’에 최연소 작가로 초대받아 참여하는 등 현대한국화단의 한 축에서 동양적 회화관에 입각한 다양한 실험적 표현으로 300여회 단체전서 작품을 발표했다.

‘GARDEN BLUE’라는 타이틀의 파란색 위주의 작업은 2006년 이후로 지속해 오고 있으며 이번 전시는 갤러리마리에서 여는 세 번째 개인전이다.

1994년 이후 현재까지 국립 경인교육대학교 미술교육과 교수로 재직하며 작품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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