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삼의 맛있는 정치> 정당, 강성 당원의 휘둘림서 벗어나야

2024.04.30 10:43:38 호수 0호

정당 민주화 위한 대안

이번 4·10 총선 공천에 대한 주요 언론들의 평가는 혹독했다. 정당의 당내 민주주의가 유명무실해진 느낌이다. 더불어민주당 공천에서는 그간 당내 공천 잡음과 관련해 ‘시스템 공천’이 이뤄졌다고 했으나 ‘부실 시스템’이라는 꼬리표를 달게 됐다.



심지어 민주당이 강북을 선거구 공천 과정서 전국 권리당원 70%와 강북을 권리당원 30%를 합산한 배경에 대해 ‘전국적 관심사가 된 선거라서 전국 권리당원이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은 다소 설득력이 떨어진다.

하위 10% 통보를 받은 현역 의원들이 이유를 밝혀 달라고 했지만, 민주당 공관위는 답변을 피했다. 국민의힘 공천은 ‘돌려막기 공천’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지역 일꾼으로 뽑아놓은 인물을 아무런 설명도 없이 타 지역으로 옮겨 놓는다면 표를 행사했던 유권자들과 지역을 위해 몸 바치겠다던 후보 모두 당혹스럽기는 매한가지다.

국회의원과 유권자의 관계를 두고 기속위임 또는 자유위임 논란은 있지만, 유권자에게 있어 의원의 당적 변경만큼이나 혼란스러운 일은 없다. 국민의힘이 돌려막기에 나선 배경은 무소속 출마 혹은 제3지대 신당 합류를 최대한 막아보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비단, 정당의 당내 민주주의 문제는 공천제도 및 공천 과정의 문제만은 아니다. 극단적 팬덤에 의한 당내 의사결정 구조가 와해된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오늘날 정치 과정의 주요 특징 중 하나가 당내 정치 팬덤으로 불리는 적극적 활동가들로 인해 당내 공론 채널이 막혔다는 점이다.

실제로 최근의 정당정치는 강력한 ‘팬덤 정치’에 의해 위협받고 있다. 미국도 같은 경향이 나타났다. 에즈라 클라인은 그의 저서 <우리는 왜 서로를 미워하는가?>서 공화당 엘리트들이 트럼프의 극단적 선동을 막을 수 없는 현실을 두고 “당파성은 강해졌지만, 정당은 약해졌기 때문”이라는 답을 제시한다.


‘약한 정당과 강성 당원’으로 인해 선동가가 정치판을 장악하고 휘두를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약한 정당과 강성 당원’ 현상은 한국서도 미국을 능가할 정도로 극심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평이다(강준만 2024).

과거에도 팬덤과 같은 지지 세력은 있었으나, 정치인들이 지지층에 반해 본인 소신대로 의사결정을 하기도 했으나 오늘날엔 강성 지지자들에 의해 당이 끌려가는 형국이다. 민주당의 ‘개딸(개혁의 딸들)’이나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의 ‘태극기 부대’ 등 강성 지지층이 정당 활동의 공론장을 막고, 정치인들이 여기에 끌려다니는 모습이다.

그렇다 보니 중도층의 외연 확장이 어려워지고, 무당층 유권자의 정치적 무관심은 더 커지며, 정당 정책도 외연 확장보다는 지지층 결집에 초점이 맞춰지게 된다.

왜 강성 당원이 지배하는 정당 됐나!

지난 대선은 정당 공천이 극단적 성향의 지지자들로부터 크게 영향을 받으면서 ‘비호감 대선’으로 불리는가 하면, 중도층을 포함한 외연 확장에도 이바지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내 경선 과정서 당원들의 후보자 선출권은 여론조사에 응답할 권리로 대체되는 등 실질적인 참여가 보장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정당은 자질을 갖춘 후보들을 내세우는 데 있어 문지기의 역할(gate-keeping)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실정이었다.

실제로 당원들이 제도적으로 참여할 공간은 거의 없다. 당직, 공직 후보 선출 과정에 상향식으로 참여할 제도적 장치가 부재한 가운데 당원은 지역이나 직능 단위서 활동할 공간이 없다.

정치 참여가 매우 활발해진 오늘날 당원들이나 활동적인 당원들의 참여 채널은 온라인 당원투표 외엔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팬덤들의 견고한 지지가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고, 지도부도 지지층의 결집만을 원하기 때문에 중도나 무당파를 염두에 둘 필요가 없게 되는 것이다.

정당들이 정책적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으면 외부의 극단적 목소리에 포지션이 휘둘리지 않을 것이다. 적극적 팬덤을 갖고 있는 정치인의 목소리가 정당을 장악할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팬덤은 말 잘 듣지 않는 정치인에 융단폭격을 가하는 식으로 의정활동을 제한하고 결국 당내 민주주의는 사라지면서 사당화의 길을 걷게 된다. 특히, 소셜미디어의 활성화와 함께 미디어 환경이 변화됨에 따라 소위 ‘렉카’로 불리는 유튜버들을 중심으로 팬덤 문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정치인들이 본인의 소신대로 행동하지 못하고 강성 팬덤이나 유튜버들에게 이끌려 가게 되는 결과가 초래된 것이다.

당직 및 공직 후보 선출 과정의 제도화

극단적인 팬덤 정치의 폐해를 극복하고 정당정치를 복원하기 위한 첫걸음은 정당의 당직 및 공직 후보 선출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다. 방향의 핵심은 정당의 각 주체가 공천 과정에 고르게 역할을 하면서 균형잡을 수 있도록 해나가는 것이다.

정당 조직의 3주체인 중앙당, 시·도당, 당협(지역위원회)서 공천 권한이 균형이 있게 배분되며, 당내 구성원인 당 엘리트, 대의원, 당원들도 공천 과정에 고르게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존 국민 참여 경선 중심의 후보 선출 과정에서는 당 내부 프로세스가 생략되거나 대폭 축소됨으로써 정당 내부의 숙의 과정이 제도화되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 앞으로는 국민선거인단이 구성되거나 여론조사 경선이 시행되더라도 당내 절차를 거친 후에 복합적인 합산 방식을 통해 최종 결정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당내서 이뤄지는 첫 번째 단계에서는 상설기구인 중앙당 후보 자격심사위원회가 다방면에 걸친 평가를 통해 국회의원으로서 갖춰야 할 기본적인 도덕성과 자질을 심사하고, 해당 시도의 지역구 사정에 밝은 대의원들이 다음 단계서 실제 경선 대상자를 압축하는 역할을 하도록 하는 식이다.

최종 후보자 선정은 선거구별로 당원들이 모임을 통해 다양한 자료를 바탕으로 후보자들의 정견발표, 토론 등을 들은 후 충분한 숙의를 거쳐 민주적 투표 행위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물론, 정당의 판단에 따라 추가로 일반 국민의 의사를 최종 후보자 선정에 반영하고자 한다면 국민선거인단을 구성하거나 여론조사를 시행하고, 그 결과를 당원들의 투표와 합산해 경선을 결정짓는 복합적인 방식을 채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핵심은 중앙당의 소수 세력에 의해서가 아닌, 정당의 당원을 비롯한 각 층위의 구성원들에게 예측할 수 있고 균형잡힌 권한을 다양하게 부여하도록 하는 데 있다.


대의원 선출의 민주화

다음으로 당원들의 손으로 대의원을 직접 선출하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당 조직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집단은 대의원이지만, 한국 정당의 경우 그동안 대의원이 말 그대로 당원들의 뜻을 대신하는 사람들로 선출되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었다.

대부분 당협위원장(지역위원장)으로부터 지명받은 사람들이 당협(지역위) 운영위원회 회의서 만장일치의 박수로 추인되는 형태를 취해왔다. 이처럼 당원들이 대의원을 직접 선출할 수 없었기 때문에 정당의 대의기구서 당원들의 뜻이 모일 수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당의 활동가인 대의원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함으로써 ‘조직으로서의 정당’은 약해지고, 그런 빈 곳을 당내의 특정 계파가 장악하거나 외부의 극단 세력들이 당을 흔들고 형해화시키는 결과를 유발한다.

따라서 정당정치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당협(지역위) 단위서 대의원을 당원들이 직접 선출할 수 있게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소위 극단적 성향의 강성 당원 문제는 그들이 전국 단위의 의사결정 과정을 좌지우지하기 위해 단단하게 뭉쳐 있는 것에서 기인하는 바가 크므로, 지역구 단위의 대의원 선출을 통해 하부 조직으로 힘을 분산시키면 극단적인 영향력 과시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정책 결정 과정의 당원 참여 활성화

오늘날 정당에서는 당원으로 가입해도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으로 정당 활동에 참여할 기회가 거의 없다. 따라서 당원들이 특정 정치 지도자가 주도하는 이슈 중심의 논의가 아닌, 당원들이 공감하는 실생활 중심의 정책적 관심이 자연스럽게 정당 활동으로 이어지는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정당은 당원들의 자발적인 정책 모임에 대해 지원이나 인센티브를 제공하면서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

특히, 당원협의회나 지역위원회 등 기초지자체 수준서 일상의 생활공간을 함께하는 당원들이 중심이 되도록 하고 온·오프라인 병행의 소모임 형태로 이뤄지게 한다면 보다 좋은 효과를 도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명삼 대기자
<hntn11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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