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생색용 ‘청년도약계좌’ 속살

2024.03.12 08:34:29 호수 1470호

“다른 데 투자하는 게 더 낫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누구보다 중요한 국정 동반자가 바로 청년들이다. 청년에게 투자하는 것이 그야말로 돈이 되는 장사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일 민생토론회서 했던 발언이다. 이날 윤 대통령은 청년도약계좌 가입 요건을 완화했다. 이런 상황에도 청년들이 청년도약계좌를 가입하려는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



청년희망적금이 청년도약계좌로 바뀌었다. 청년희망적금은 2022년 2~3월에 가입이 가능했으며, 문재인정부가 만든 2년 만기 적금이다. 기본 연이율은 5%였으며 은행에 따라 우대이율, 세금 혜택까지 포함하면 금리가 최고 10.49%에 달했으며 반응도 좋았다. 

대부분…

가입 가능 여부 조회에만 200만명이 몰리는 등 상당한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이후 원활한 업무를 위해 출생 연도별로 5부제를 시행하기도 했다. 책정된 본래 예산은 456억원으나 추가예산 책정에 들어갔다.

큰 호응을 얻은 청년희망적금 만기가 도래하자, 윤석열정부는 청년희망적금을 이어받아 ‘청년도약계좌’를 만들었다.

청년도약계좌는 윤정부의 첫 번째 청년 자산형성 지원정책으로, 납입금에 정부지원금을 보태 5년에 5000만원을 모을 수 있도록 한다는 적금상품이다. 19~34세의 청년이 달마다 최대 70만원까지 납입할 수 있으며 월 최대 2만4000원까지 지원해 준다.


1인 최대 지원금은 만기가 5년이므로 60(개월)을 곱해 144만원인 셈이다. 정부는 이에 이자와 비과세 혜택 등을 더해 5000만원을 채워줄 것을 약속했다.

금융위원회는 청년도약계좌 신청을 지난달 22일부터 조기 개시해 지난 8일까지 운영했다. 금융위는 지난달 56만6000명이 청년도약계좌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2월까지 청년도약계좌 신청자 수는 누적 188만9000명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신청자 가운데 청년희망적금 연계가입 신청자 수는 41만5000명이었다.

금융위는 청년희망적금 만기 직후 바로 청년도약계좌를 개설할 수 있게 연계가입 신청을 지난 1월25일부터 받고 있다.

청년희망적금과 분위기는 정반대다. 과거에는 조건만 맞으면 적금을 무조건 넣어야 한다는 분위기였다면, 지금은 청년들이 조건이 맞아도 계좌 개설을 생각하지 않는다. 청년도약계좌가 만들어지기 전부터 제시됐던 만기 날짜가 지나치게 길다는 목소리가 곳곳서 흘러나왔다.

지금은 청년희망적금 만기가 도래했지만 만기가 된 자금을 은행에 예치해 둔 사람들이 많다. 

‘청년희망적금’ 비교하니…
은행 카드 써야 우대금리

정부의 청년도약계좌로 갈아타기 유인책이 이어졌고 은행권의 자금 재확보 경쟁도 심화하고 있지만, 청년들은 마음을 돌리지 않고 있다. 여전히 청년희망적금 만기 자금 다수가 은행 입출금 통장에 그대로 예치돼있다.

5대 은행의 저원가성 예금인 수시입출금식 저축성예금(MMDA)를 포함해 요구불예금 잔액은 같은 기간 590조7120억원서 614조2656억원으로 23조5536억원(3.99%) 불어났다. 지난해 말 기준 616조7480억원서 1월 말까지 한 달 새 26조원가량의 자금이 빠진 것과는 반대 양상이다.

한 시중 은행 관계자는 “연말을 기점으로 회계 처리 등 목적으로 빠진 기업예금이 다시 돌아온 영향도 반영됐지만, 청년희망적금 만기액의 입출금 통장 이동으로 인한 요인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청년들이 만기액을 굴릴만한 뚜렷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결과기도 하고, 청년도약계좌가 그만큼 매력적이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선 우대금리 조건 가운데 매달 얼마 이상의 카드 실적을 채워야 한다는 점이 걸림돌다. 애당초 운영 취지와 맞지 않는 것이다.


청년도약계좌는 개인소득과 가구소득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청년만을 가입 대상으로 한다. 정부 기여금과 비과세 혜택을 모두 적용받으려면 총급여가 6000만원 이하, 가구원 소득의 합은 보건복지부 고시 기준 중위소득의 180% 이하를 충족해야 했지만 250% 이하로 완화했다.

이렇게 되면 기존에 가구소득이 낮은 청년에게 혜택을 주는 것도 아니고, 일정 이상 카드를 써야만 금리 혜택을 준다는 것도 모순적이다. 가구소득이 낮은 청년은 정해진 소득 안에서 매달 70만원을 적금으로 꼬박꼬박 붓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5대 은행 가운데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4개사가 모두 자사 카드 실적을 우대금리 조건으로 내걸었다. 예를 들어 하나은행의 경우 청년도약계좌 가입 후 월 30만원 이상, 만기 전전월 말 기준 36회 이상 하나카드(체크·신용) 결제 실적이 있으면 0.6%p 우대금리를 준다고 공시했다.

추후 변동금리 적용되면?
은행권 손해볼까 노심초사

3년간 하나카드로 최소 1080만원을 써야 우대금리 적용이 가능한 구조다.

물론 우대금리를 충족하지 않고도 가입은 가능하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기본금리는 연 3.5~4.5% 수준에 불과해 청년도약계좌가 갖는 이점이 없다. 1차로 공시된 평균 우대금리(1.8%)의 절반만 받는다고 가정하면, 5대 시중 은행의 만기 시 최대 금액은 5000만원이 채 안된다.

또 5년 만기 상품이지만 가입 후 3년은 고정금리, 이후 2년은 변동금리가 적용된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변동금리는 해당 시점의 기준금리와 고정금리 기준 중 적용됐던 가산금리를 합해 설정된다. 이 때문에 청년들 사이에선 금리가 하락하고 있는 국면서 결국 변동금리가 적용되는 시점에는 낮은 금리가 적용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중도해지 시 가입자의 사망이나 해외 이주, 퇴직 등 특별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한 정부 기여금이 지급되지 않고 이자 소득에 대한 비과세도 적용받을 수 없다.

은행권에서는 청년도약계좌 상품이 많이 판매될수록 장기적으로는 이자 부담이 커져 손해볼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다만 ‘상생 금융’에 동참해야 한다는 당국의 압박이 거센 만큼 금리를 소폭 조정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1차 금리 공시 당시 우대금리를 모두 적용받으면 가장 혜택이 좋았던 기업은행의 연 6.5% 수준이 마지노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은행별로 금리 차이가 많이 날 때 향후 주요 고객이 될 수 있는 청년들이 특정 은행으로 쏠리는 데 대한 부담도 있어서 막판까지 은행들의 눈치 싸움도 치열할 수 있다.

외면

청년도약계좌에 대해 한 20대 직장인은 “청년희망적금도 해지율이 20%가 넘었다. 그런데 70만원씩 5년을 넣는 것보다 다른 데 투자하는 것이 훨씬 이득이 아닐까 싶다. 청년희망적금은 가입했지만, 청년도약계좌는 가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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