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 돌았지만…결국엔 47석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2024.02.13 13:27:25 호수 0호

내 한 표 어떤 결과로 귀결되나?

다가오는 4·10 총선도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치러지게 됐다. 지난 20대 총선서 비례대표 선거 참여 정당이 21개였다가 준연동형으로 변경되면서 21대 총선에선 35개로 늘었다. 이번 22대 총선은 준연동형 비례제로 치르는 두 번째 선거인 만큼 이를 노린 군소정당들의 대대적인 비례대표 출마가 예상된다.



또 지난 21대 총선과 마찬가지로 비례대표 개표는 투표지 분류기를 사용하지 않는 ‘완전 수동 개표’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준연동형 유지로 인해 지난 총선과 같이 비례정당이 난립하는 상황이 재연될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졌기 때문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현재 선관위에 등록된 정당은 50개, 창당준비위원회는 12개에 달한다. 이 정당들이 모두 비례대표 후보를 낼 경우, 비례대표 선거 투표용지는 80.5cm에 달해 지난 21대 총선과 같이 비례정당 개표는 완전 수동 개표로 진행할 수밖에 없다.

‘병립형 비례대표제 회귀’와 ‘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 사이서 유불리를 따지고 갈팡질팡한 더불어민주당의 애매한 입장이 유권자들을 혼란스럽게 했지만 그래도 ‘내가 행사한 한 표 어떻게 된다는 거야?’라는 유권자의 의문이 조금은 풀리는 분위기다.

하지만 워낙 ‘준연동형 비례제’ 자체가 각 세대층 유권자에게 생소하고 이재명 대표가 쓴 ‘준 위성정당’ ‘통합형 비례정당’ ‘민주개혁 선거 대연합’ 같은 표현은 또 어떻게 봐야 할지 복잡하기만 하다.

우선 4년 전, 21대 총선 때처럼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적용될 것은 확실시된다. 다만, 지난 총선에서는 한시적으로 비례 47석 중 30석에 대해서만 준연동형제가 적용됐는데, 이번 총선에서는 47석 모두 연동할 것으로 보인다.


즉, 전체 의석 300석 중 지역구 253석을 뺀 나머지 47석이 준연동형 비례제가 적용될 전망이다.

4년 전에도 ‘준연동형 완벽 정리’ 영상이 SNS나 유튜브를 통해 많이 게재됐는데 매번 봐도 혼란스럽다는 게 대다수 유권자들의 목소리다.

일단 뭘 서로 연동하느냐? 어떤 정당이 ‘정당 득표율’은 높은데 ‘지역구 당선자’가 적으면 억울하다. 이는 팀 인기투표를 해보니 득표율이 비교적 괜찮은데, 그에 반해 팀원 개인전 승리는 별로 거두지 못한 상황이라고 보면 된다.

그래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동작을’ ‘마포갑’ 같이 후보 개개인이 맞붙는 지역구서 따내지 못한 의석을 정당 득표율만큼 비례대표 의석으로 ‘가급적’ 채워주는 제도다.

예를 들어 A라는 정당이 정당 득표율 8%를 얻고, 지역구에서는 18석을 가져간 경우를 가정해 보면 정당 인기가 8%니까 300석을 정당 인기 정도만큼 나눈다고 치면 24석(300석 X 0.08)이다.

이어 지역구와 연동해 보면 지역구서 18석을 얻었으니 정당 인기와 비교할 때 지역구서 개개인의 승부는 6석(24석-18석)이 모자랐다. 그래서 6석을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따라 채워주는 것이다.

‘6석을 채워주도록 요구했지만’ ‘아, 준연동형이라고?’ 하면서 또 깎는데 ‘준=절반’이라고 보면 된다. 그래서 6석이 아니라 3석만 받을 수 있다.

정리하면, A 정당은 지역구 18석,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로 3석을 얻어 총 21석을 가진 정당이 되지만 모든 정당이 이 같은 의석 배분을 받을 수 있는 건 아니고, 정당 득표율이 3% 이상은 돼야 비례 의석 확보 자격이 있다.

다시 말해 ‘정당 인기투표로 얻어야 할 가상의 의석수’에서 ‘지역구서 따낸 의석수’만큼을 빼는 게 ‘계산의 시작점’이다 보니 지역구서도 의원을 많이 배출하는 거대 양당 입장에선 불리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기존 거대 양당은 원래 당에서는 지역구 후보만 내고, 따로 위성정당을 내세워 비례를 여기다 몰아주는 ‘꼼수’가 지난 21대 총선서 나온 것이고 이번에도 그럴 것이다. 국민의힘은 벌써 ‘국민의 미래’ 창당을 준비 중이다.


‘준 위성정당’ 표현은 어떻게 봐야 하나? 21대 총선 때 비례 위성정당과 크게 다르진 않다. 다만, 민주당이 다른 야당이나 시민·사회계 목소리까지 다 통합해서 ‘많은 야당이 참여하는 비례대표용 정당’을 만들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쉽게 말해 대놓고 우리만 챙겼던 지난 총선(더불어민주당의 더불어시민당, 미래통합당의 미래한국당)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겠다는 의지겠지만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같이 칼을 들 수는 없지만, 방패라도 들어야 하는 불가피함을 조금이나마 이해해달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총선을 불과 두 달여 남기고 준연동형으로 게임의 룰이 정해진 건 유권자로선 당혹스러운 일이고 한때 거론되던 병립형으로 퇴행하지 않은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준연동형의 문제점인 ‘위성정당 논란’은 여전히 선거제의 퇴행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비록 제한적이라도 준연동형 취지에 맞추려면 소수 정당에 대한 통 큰 양보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민주당 의석 확보에 연연해 선거연합 대의를 훼손하고 선거 막판까지 여기에 시간을 낭비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더 나아가 이 같은 중차대한 일을 앞으로 이해당사자인 국회에만 맡겨둘 일이 아니다. 차제에 의원 정수와 세비 문제까지 중립적이며 합리적인 시민,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제3의 기구가 숙의 결정하는 방안이 시급하다.

김명삼 대기자
<hntn11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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