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풀지 못한 ‘룰’의 굴레

2024.01.24 10:30:40 호수 1464호

의원님들 기득권에 밀린 용단

아직도 경쟁 ‘룰’을 결정하지 못한 21대 국회. 지난 2020년 5월30일부터 임기가 시작된 21대 국회는 개원 초 원내 의장단 구성부터 여·야 간 합의를 이루지 못해 무려 47일 만인 7월16일 지각 출발해 유권자인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잃었다. 



지난해 말 정기국회 운영까지 평가해 볼 때 유권자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21대 국회도 임기를 마칠 것 같다. ‘준(準)연동형 비례대표제’라는 선거제도 하에 위성정당까지 만드는 기상천외한 발상으로 총선거를 치른 후 구성된 21대 국회는 당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위성정당 비례대표까지 포함, 전체 의석 300석 중 180석이라는 절대 과반수를 차지하며 입법 독주가 다반사로 이뤄졌다. 

민생보다 정쟁

이후 2022년 3월9일 실시된 20대 대통령선거서 패해 야당이 됐지만, 국회는 여소·야대가 됐고 민주당의 입법 독주는 여전한 가운데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곳곳서 파열음이 발생, 국회는 민생보다는 정쟁의 이전투구 모습만 국민에게 보여주고 있다.

이 같은 저평가를 받는 21대 국회는 오는 4월10일 실시될 22대 국회의원 선거에 적용할 선거법 개정과 같은 기본적인 경쟁 룰도 정하지 못한 상태로 현역 의원들은 기득권 지키기에 몰두하고 있다. 

선거법 제24조의 2(국회의원 지역구 확정)에 의하면 ‘국회는 국회의원 지역구를 선거일 전 1년까지 확정해야 한다’고 규정돼있다. 따라서 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오는 4월10일에 실시됨에 따라 국회는 지난해 4월10일까지 선거구를 확정해야 했지만 스스로 만든 법을 지키지 못했다. 


국회의원 선거구 확정은 현역 의원 개개인들의 이해관계가 걸린 첨예한 문제로, 매번 국회의원 선거 때마다 선거일에 임박해서 현역 의원들의 이해관계에 적당히 맞춰 졸속으로 처리해 문제가 돼왔다.

지난 21대 국회의원 선거 시 선거일을 불과 100일 정도 앞둔 2019년 12월29일 소위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채택함으로써 위성정당까지 급조되는 선거법으로 개정됐다. 특히, 국회의원 선거구가 확정된 것은 2020년 3월7일이니, 선거일을 불과 40여일 앞둔 시점이었다.

이는 현역 국회의원들의 기득권을 최대한 향유하기 위한 정치 행위로 밖에 볼 수 없다.

공천제도는 다원주의적 민주주의의 핵심 요소로서 정당이 선거에 앞서 최우선으로 해야 할 중요한 책무의 하나며, 정당이 다른 사회집단 및 조직과 구별할 수 있도록 해주는 가장 고유한 기능이다. 이에 공천이 민주적 절차에 따라 이뤄지지 못할 경우, 정상적인 정당정치의 작동은 기대하기 어렵고 따라서 선진적인 민주정치 발전도 어렵다.

이렇듯 공천은 민주정치 발전에 필수적인 정치적 충원(Political Recruitment)의 가장 중요한 과정이다. 공천 과정을 통해 국회의원과 같은 민의를 대변하는 지도자가 충원되는 것이다. 

민주적 정당정치가 발전된 정치체제서 정당을 통해 공천받은 정치인이 선거서 선출되면 곧 국민의 대표자가 되어 국정을 운영하기 때문에, 선거 시 어떤 과정을 통해 어떤 자격요건을 갖춘 정치인이 후보자로 공천되느냐는 소속 정당은 물론 당해 정치체제 발전에 있어 핵심적 요건이다.

정당의 공천 방식은 실로 다양하다. 밑으로부터 당원들의 투표에 따른 상향식 공천, 당 지도부에 의해 결정되는 하향식 공천, 그리고 상향식과 하향식을 적절하게 배합한 혼합형 공천 등 여러 가지 방식이 있다. 

상향식 공천은 각 지역의 당원과 일반 유권자들이 후보자를 선출해 당 중앙에 추천하는 제도를 말하며, 이는 미국 등 선진국처럼 예비선거(Primary Election)로 후보자를 선출하는 것이 일반적인 형태다. 비교적 지방자치가 발전된 선진국서 정당들이 채택하는 제도다.

하향식 공천은 당 지도부가 공천의 전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선거에 출마할 후보자가 대통령 또는 당 대표의 눈치나 보면서 국민의 뜻을 저버리는 후진 정치의 공천 모델이다. 때로는 정당서 공천관리위원회를 구성하는 형태를 취하기는 하지만 공천관리위원회 자체가 당 지도부의 의견에 따르거나, 또는 당 지도부가 제공하는 정보에 따라 후보자를 평가하기 때문에 사실상 공천의 키는 당 지도부가 가지고 있다. 

선진 민주정치 출발은 공천개혁
‘완전 국민참여경선제’ 도입해야


또는 공천개혁이라는 명분으로 ‘전략공천’이라는 미명하에 특정 지역에 특정 후보를 지명하는 것도 하향식 공천의 한 방식이다. 이는 당 지도부가 임의로 공천 대상을 선정하는 것으로 지역과 아무런 연관이 없으나 명망 있는 인사를 영입, 후보로 공천하는 제도를 말한다. 

혼합형 공천은 국민경선제도를 통한 상향식 공천의 폐해와 하향식에 의한 당 지도부의 독점을 보완하는 차원서 제안된 공천 방식이다. 국민경선제도의 경우, 지역 토호들이 배타적 권력을 가지고 조직선거, 돈 선거를 통해 후보자를 선출하는 피해를 방지하겠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적이다.

정당의 공천 방식은 정치체제, 정당체계, 당내 수준 등 세 가지 수준에 따라서 채택된다. 어떤 인물이 어떤 절차를 거쳐 공천돼 국민의 지도자가 되느냐는 해당 정치체제뿐만 아니라 정당체계, 정당 내의 민주화 수준을 나타내는 중요한 지표가 될 수 있다. 

정당의 공천이 개방성, 투명성, 민주성, 대중성을 확보하는 공천 절차에 따라 이뤄지고 이런 방식에 따라서 선정된 후보자가 선거서 승리한다면 다른 정당도 이를 따를 것이며, 이 같은 선순환을 통해 해당 정치체제는 선진적 민주정치체제가 될 것이다.

그러나 한국 정당의 공천 방식은 유권자들로부터 민주적이 아니라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해당 정당 내에서도 이에 대한 불신이 상당해 선거 시 공천과 관련해 후유증으로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한국행정연구원의 ‘한국 정치 양극화와 제도적 대안에 관한 국민 인식’ 조사에 따르면 유권자 10명 중 6명이 “정당 공천이 민주적이지 않다”고 답했다. 즉, 이는 현재 정당들의 공천 과정이 비민주적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음을 드러내는 것으로, 실제로 공천 과정의 민주성이 턱없이 부족하고 특히 비례대표 후보 공천서 이 같은 비민주성은 더욱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22대 국회의원 선거일이 코앞이지만 아직도 국회는 가장 기본적인 선거법 개정은 물론 선거구 확정도 하지 못하고 있다. 여야 정당 역시 정당개혁을 위한 혁신위원회를 구성해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정당을 만들겠다고 소리만 요란할 뿐, 구체적 성과는 보여주지 않고 있다.

거대 양당인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이미 총선기획단을 설치, 총선에 임하는 각 당의 전략을 논의하고 있으나, 가장 핵심인 공천 절차에 대해서는 가장 핵심적인 공천 절차에 대해서는 공천관리위원회서 구체적으로 논의할 것이라고만 한다.

후보자 공천을 최대한 늦추면서 당 대표를 비롯한 중앙당 지도부의 영향력을 극대화하겠다는 것이다. 


주요 정당은 당헌·당규에 공천 절차가 규정돼있지만 구체적인 절차는 당 지도부 또는 공천관리위원회서 정하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각 정당의 공천 절차를 평가하기 어렵다.

하지만 한국 정당이 선진국형 민주정당이 되려면 우선 공천제도부터 개혁해야 한다. 깜깜이 공천심사로 인한 하향식 공천의 고질적인 문제점 해결을 위한 방안으로 유권자에게 후보자 공천 선출권을 주는 ‘완전 국민참여경선제’를 도입해야 한다. 

다원주의적

미국과 같은 오픈 프라이머리를 채택, 대표성, 민주성, 공정성을 확보해야 한다. 이런 공천개혁을 채택하려면 선거법 개정, 현역 의원과 원외 및 신인들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조건 마련, 현역 프리미엄 제어를 위한 선거운동 방식의 개선, 공직 후보자 선출 시기 법제화 등 전제조건이 우선 해결돼야 한다. 

공천개혁을 위해서는 여야 정당 간 합의로 선거법 개정이 선행돼야 한다. 그러나 현재와 같이 여야 정당이 사사건건 갈등하면서 정쟁만 하는 반면, 현역 국회의원들은 기득권 유지에 급급한 상황인 만큼 선진국형 민주정치로 발전하기 위한 획기적 희생과 용단을 내릴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김명삼 대기자
<hntn11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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