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 출두’ 송영길의 진짜 속내

2023.06.13 10:48:36 호수 1431호

‘문전박대’ 알고도 가는 이유는?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또 다시 검찰청 문을 두드렸다. 지난달에 이은 두 번째 ‘셀프 출두’다. 두 번 모두 문전박대. 야당의 중진 정치인으로서 이미 체면을 구겼지만, 송 전 대표는 아랑곳하지 않고 검찰청 앞 1인 시위까지 이어갔다. 정치권에 따르면, 송 전 대표의 노림수는 두 가지다. 그의 셀프 출두는 차후 구속을 면하기 위한 ‘밑 작업’이자 친정 민주당의 지원사격을 갈구하는 ‘구조 신호’라는 해석이다.



지난 7일 9시23분경,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서울중앙지검에 발을 들였다. 송 전 대표는 곧장 청사 내부로 들어가 수사팀에 면담을 요청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는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과정서 ‘돈봉투 살포’가 있었다는 의혹을 수사 중이다. 

두 번째

현재 검찰은 무소속(당시 민주당) 윤관석·이성만 의원 등 경선 캠프 관계자들이 송 전 대표 당선을 위해 총 94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당내에 뿌렸고, 이에 송 전 대표가 관여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수사팀은 이날 송 전 대표의 면담 요청을 거부했다. 송 전 대표가 검찰에 ‘문전박대’를 당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지난달 2일에도 서울중앙지검에 방문한 바 있다.

당시 그는 “주위 사람들을 괴롭히지 말고 저 송영길을 구속시켜 달라”고 호소했지만, 검찰은 조사와 면담 요청을 모두 거절했다. 검찰은 다른 관련자 조사를 모두 마무리한 다음 송 전 대표를 소환 조사하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달 한 차례 체면을 구겼던 송 전 대표는 이번 출석을 앞두고 새로운 명분을 세웠다. 한 달간 검찰의 출석 요청을 기다렸는데, 부를 낌새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법률대리인을 통해 재차 자진 출석을 예고하면서 “만약 불발되면 즉석으로 기자회견 및 1인 시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송 전 대표는 면담이 불발된 직후 청사 입구서 미리 준비해온 기자회견문을 낭독했다. 송 전 대표는 200자 원고지 20매가 넘는 긴 회견문을 통해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촉구했다. 해당 의혹이 자신의 혐의보다 정황도 확실하고, 더 중한 죄인데 ‘살아있는 권력’이라 수사를 면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어 송 전 대표는 과거 검찰의 ‘특수비 돈봉투 만찬’ 사건과 공직선거법 공소시효를 언급하며 검찰을 향한 공세를 이어갔다. 

송영길, 두 번째 서울중앙지검 자진 출석
검찰은 반려…기자회견 후 1인 시위 시작

그는 “특수활동비는 국가 예산인데 이것을 쌈짓돈처럼 자기들 인맥 관리와 인사청탁 의혹에 돈을 쓴 것으로 사실상 횡령, 뇌물죄로 다스려야 할 사안이다. 그런데 이 사건으로 제대로 처벌받은 검사가 없고, 현 검찰총장인 당시 이원석 검사는 윤석열, 한동훈 특수부 검사 출신 패거리 찬스로 검찰총장이 됐다”고 맹폭했다.

또 “공직선거법 공소시효는 6개월이다. 그런데 2년 전 정당 전당대회 선거 때 사건이 특수부가 수사할 사안인가”라고 지적했다.

송 전 대표의 1인 시위는 지난 12일까지 이어졌다. 이날 국회에서 윤 의원과 이 의원의 체포동의안 표결이 이뤄졌다. 정치권 안팎에선 송 전 대표의 행보에 정치적 계산이 다분히 깔려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송 전 대표가 재차 자진 출석한 것은 실제로 조사를 촉구할 목적보다도 ‘보여주기’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예전부터 검찰의 수사선상에 오른 정치인들은 소환 통보 이전에 자진 출두하는 일이 잦았는데, 이 전철을 밟는다는 것. 

우선 적극적인 조사 협조 의지를 공표함으로써 향후 구속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 이를테면 다른 야당 인사인 박지원 전 국정원장과 안희정 전 충남지사는 자진 출석 전, 검찰 소환에 응하지 않아 각각 체포영장과 구속영장이 청구된 바 있다.

하지만 결국 둘은 모두 불구속 기소됐다. 늦게나마 자진 출석 형태를 취한 게 불구속 결정에 긍정적 영향을 줬을 것이란 의견이 나왔다.


구속 면하고 지지 모으려…속 보이는 행보 
“체포동의안 막아달라” 송 SOS 결국 통했

동시에 지지자들에겐 자신이 ‘당당하다’ ‘떳떳하다’는 메시지를 던질 수 있다. 송 대표가 현장서 긴 회견문을 공개 낭독한 것이 이 같은 해석에 무게를 더한다. 그 내용도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는 것보다 윤석열정부, 김건희 여사, 검찰 조직 등을 비판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민주당 핵심 지지층의 이목을 끌어모으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1인 시위는 체포동의안의 본회의 통과를 막아달라는 일종의 ‘구조 신호’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해당 표결에 관해 자율 투표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민주당은 섣불리 ‘부결’을 당론으로 삼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었다. 자칫하면 앞서 노웅래, 이재명 등 다른 의원들의 체포동의안을 연달아 부결시키면서 씌워진 ‘방탄 정당’ 이미지가 더욱 진해질 수 있다는 우려 탓이다.

더군다나 비명(비 이재명)계는 최근 불거진 의혹들과의 명확한 ‘손절’을 요구하고 있었다. 비명계 불만이 최고조에 이른 지금, 당론을 밀어붙이면 반란표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관측됐다. 

하지만 결국 민주당은 두 의원의 체포동의안을 모두 부결시켰다. 지난 12일 오후 국회 본회의서 무기명 투표로 진행된 윤 의원의 체포 동의안은 재석 293명 중 가결 139표, 부결 145표, 기권 9표로 부결됐다. 이 의원은 가결 132표, 부결 155표, 기권 6표를 받아들었다.

예상 밖의 결과가 나오면서, 송 전 대표도 한숨 덜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민주당은 이번 두 부결로 ‘방탄 정당’이라는 오명을 피할 길이 없을 전망이다. 

느는 손절

물론 송 전 대표 입장에서는 ‘무리수’를 둬서라도 두 의원의 체포를 막아야 했다. 검찰이 두 의원의 신병을 확보하면, 수사 진척이 급물살을 탈 공산이 컸기 때문이다. 가령 수사 도중 검찰이 유의미한 단서라도 확보한다면, 송 전 대표는 정치적으로나 사법적으로나 치명타를 입을 수 있었다. 

<jeongun15@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한동훈 vs 송영길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 7일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서울중앙지검에 자진 출두하려다 거부당한 상황에 관해 “마음이 다급하시더라도 절차에 따라 수사에 잘 응하면 될 것 같다”고 일침했다.

한 장관은 이날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취재진 질문에 “수사는 일정에 따라서 진행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자기 범죄를 수사하는 데 여야 균형까지 끌어들일 상황인가”라며 “국민들께선 그렇게 보시지 않을 것 같다”고 꼬집었다.

송 전 대표가 이번 사건을 검찰의 ‘돈봉투 만찬’ 사건과 동일선상에 둔 것에 관해선 “선거에서 돈봉투 돌리는 것과 이게 같아 보이나”라고 반박했다.

한 장관은 “본인이 다급하시더라도 이것저것 갖다 끌어 붙이실 게 아니라 절차에 따라 다른 분들과 똑같이 대응하시면 될 문제”라고 말을 맺었다. <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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