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안보외교서 경제외교로, 아세안부터 달래야 한다

  • 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
2023.05.30 14:36:45 호수 1429호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1년 소회를 밝히면서 한일 관계 개선, 한미동맹 강화, 한·미·일 안보 공조 등 안보·외교 분야를 가장 큰 성과로 꼽았다. 그리고 “경제를 외교의 중심에 두고 수출 확대와 해외 첨단기업 투자 유치를 위해 우리나라 영업사원 1호로 열심히 뛰겠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 1년간 다진 안보·외교를 기반으로 “집권 2년 차부턴 국제무대서 우리의 경제 역량을 맘껏 발휘해 경제외교 분야서 성과를 내겠다”는 정부의 외교전략이 함축된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필자는 윤 대통령의 취임 1년 소회를 들으면서 안보와 경제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미중 갈등 틈바구니서 외교적 균형과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했던 전 정부와 달리, 안보를 먼저 튼튼히 한 후 경제를 챙기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

전 정부나 현 정부의 외교전략 중 어느 쪽이 맞고 틀리다고 말할 순 없다. 중요한 것은 안보외교 건, 경제외교 건 그 대상이다. 지난 1년간 정부는 미국과 일본을 안보외교 대상으로 삼았다.

정부가 경제외교서도 그 대상을 미국과 일본에 국한시키는 우는 범하지 않으리라 믿는다. 궁극적으론 자국의 경제외교에 관심이 많은 미국과 일본도 한국의 경제외교 방향성을 방해하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정부가 집권 2년 차에 공들여야 할 경제외교 대상은 어딜까? 한국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이 우선 떠오른다. 그러나 중국은 미국과 대치하고 있어 한·미·일 공조로 안보외교를 다져온 우리가 중국을 새로운 경제외교 대상으로 삼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필자는 정부가 관심 가져야 할 경제외교 대상은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이라고 생각한다. 미·중·일도 아세안에 손을 내밀고 있는 마당에 우리만 정권이 바꼈다고 소극적일 이유는 없다. 

문제는 아세안이 우리 정부의 외교정책을 신뢰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11월 윤 대통령이 외교 첫 무대로 아세안 정상회의에 참석해 전 정부의 신남방정책 대신 인도·태평양 전략을 제시했을 때, 아세안은 ‘미국 쪽에 확실히 서겠다는 한국의 공개 선언’이라며 우리를 비난했다.

신남방정책은 미중 갈등이 심할 때 미국이나 중국 어느 쪽에도 치우치기를 싫어하는 아세안, 인도, 남아시아와 관계를 강화해 유럽연합 수준의 상생 공동체를 구현한다는 개념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아세안 10개국을 모두 순방하며 공들였던 외교정책이다. 

그런데 아세안 입장에선 미중 갈등의 교착점에 있는 한국이 한쪽으로 치우치기를 원치 않는 아세안과 약 4년 정도 추진해왔던 신남방정책의 틀을 깼다고 생각돼 우리 정부의 외교전략(인도·태평양 전략)을 비난할 만도 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아세안 중 우리와 가장 우호적인 베트남의 응우옌 주석을 첫 국빈으로 초대해 “베트남은 우리의 4대 교역국으로 우리나라가 베트남 내 최대 투자국으로 부상했다”며 아세안과의 경제협력을 시사한 바 있다. 필자의 눈엔 아세안을 달래기 위해 우선 베트남에 공들이는 모습으로 비쳤다. 

그리고 최근 윤 대통령은 집권 2년 차 외교 첫 무대인 G7 정상회의에 참석해 지난 19일 열린 한·베트남 정상회담을 통해 팜 밍 찐 베트남 총리에게 한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해 설명했고, 삼성·LG 등 대기업이 계속 아세안 투자를 늘려가고 있어, 아세안이 우리의 경제외교 방향성을 조금은 긍정적으로 이해할 것으로 생각된다.

물론 한국 정부도 신남방정책이 ‘기능협력’ 위주로 추진됐다고 평가절하했지만, 중국과 인도 사이에 위치해 향후 중국-인도 경제벨트를 이을 것으로 기대되고, 우리나라 제2의 교역국인 아세안을 외면할 리가 없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신남방정책을 펼 때 베트남에 가서 라이따이한 문제에 사과한 후 지지를 얻었듯이, 윤 대통령도 베트남에 가서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한 오해를 풀어주고 라이따이한 문제에 대해서도 다시 사과하며 아세안을 달래보는 것은 어떨까? 

그래야 한국의 아세안 경제외교가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기시다 일본 총리처럼 ‘전 정부의 정신을 계승한다’는 식의 어정쩡한 표현으론 아세안을 달랠 수 없다. 

안보외교서 경제외교로 이동은 중국보다 아세안부터 달래는 전략이 필요할 것 같다. 결론적으로 집권 2년 차 윤정부의 경제외교 성패는 아세안과 얼마나 경제협조체제를 잘 구축하느냐에 달렸다고 볼 수 있다. 아세안 회원국은 인도네시아, 베트남, 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브루나이, 라오스, 미얀마, 캄보디아 10개국이다.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