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보험대리점 ‘꼼수’ 판매의 함정

2022.07.21 10:10:48 호수 1384호

“수수료 나눠가질래?”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법인보험대리점(GA) 소속 설계사의 보험사기 가담이 심각하다. 거짓 입원과 시술 내용 조작은 물론이고 대형 보험사 대비 보험금 불법 수령 규모도 억대를 넘어섰다. 주변 지인을 포섭하는 행위도 잦았다.



보험대리점은 보험업법 제2조 제10호에 따라 보험회사를 위해 보험계약의 체결을 대리하는 역할을 한다. 개인보험대리점과 법인보험대리점으로 구분된다. 1996년 4월 손해보험업계에 이어 1997년 4월 생명보험업계도 두 개 이상의 보험회사를 대리해 보험계약 체결이 가능한 독립대리점 제도를 도입해 현재의 법인보험대리점(이하 GA) 채널로 자리 잡았다.

사칭과 거짓

이런 가운데 유명 GA로 알려진 A 재무설계센터의 보험 판매가 사칭과 거짓으로 이뤄졌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제보자는 “보험 판매는 ‘영업자’와 ‘섭외자’가 한다”고 폭로했다.

제보자 B씨에 따르면 ‘섭외자’는 대기업 또는 공공기관의 임직원이라고 사칭하며 전국에 있는 하청업체에 전화를 돌려 “업체 직원을 대상으로 좋은 내용을 안내하려 한다”며 날짜와 시간 약속을 잡는다. 그러면 ‘영업자’ 즉, 보험 판매 영업자가 해당 업체를 방문한다.

영업자는 A 재무설계센터에 소속돼있으나 KDB생명, KB생명, 신한생명 등 생명보험사에 소속된 팀장이라며 가짜명함을 건넨다. 업체에 방문한 영업자는 업체 직원들을 모아놓고 보험 영업에 들어간다. 업체 대표를 만나 업체 재무 상태를 봐준다면서 대화를 유도하기도 한다.


이때 영업자들이 쓰는 대표적인 방식은 대표 가족들 중 하나에게 보험설계사 자격을 취득하게 하는 것이다. 

영업자는 “가족에게 보험을 드게 되면 수수료를 나눠 받을 수 있고, 5년 후 해약하면 원금을 받을 수 있다”고 거짓으로 알려준다. 하지만 5년 후 해약 시 원금은 받지 못한다. 보험대리점에서는 이를 ‘경영자 컨설팅’이라 부른다. 기업들을 대상으로 “세금을 절감할 수 있다”며 상품을 권유하는 영업방식이다. 

문제는 애초 계약 당시부터 영업자들이 “5년이라는 기간만 유지해달라”는 조건으로 수수료를 부당하게 나누는 방법을 안내한다는 점이다. 실체는 보험 모집 수수료를 리베이트처럼 나눠주는 형태여서 법인의 탈세나 배임으로까지 번질 위험성이 크다.

제보자 B씨는 “A 재무설계센터 직원들은 이렇게 보험 판매를 하지만 A 재무설계센터는 오롯이 돈벌이에만 신경 쓰고 있어서 알면서도 이 같은 관행을 계속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A 재무설계센터가 이런 관행을 계속 하고 있는 이유는 각각의 생명보험사에서 나오는 수수료가 일반 사람들은 상상할 수 없는 고액이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그는 “완전판매가 아닌 불완전판매, 생명보험사 소속 사칭, 가짜 명함 사용 등으로 보험 소비자들을 속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유명 보험사 직원인 척…가짜 명함 배포
교묘해지는 수법…“제도적 장치 필요”

B씨는 “금융감독원과 각 생명보험사, 생명보험협회에서는 A 재무설계센터와 같은 생명보험사 대리점 소속 보험독립법인들이 이 같은 형태로 보험 판매를 하는 것을 알면서도 별다른 손을 쓰지 않고 있다”며 조사를 촉구했다.

소비자고발센터에는 종신보험을 저축성 보험처럼 속여 판매하거나 보험대리점 설계사로부터 약관에 대해 제대로 설명을 듣지 못했다는 피해 사례가 적지 않다.

피해자 C씨는 “설계사의 실명도 알고 있는 것과 달랐고 유명 금융회사 이름을 내세우면서 본사 직원인양 사칭해 가입을 유도했다”고 증언했다. 또 다른 피해자는 D씨는 “저축 및 보험상품에 대해 잘 알지 못해 가입을 결심했지만 이후 가입한 상품이 사망해야 보험금을 수령할 수 있는 종신보험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대리점에 항의했지만 담당 설계사는 모르쇠로 일관했다”고 토로했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로 경제활동이 어려워진 일부 설계사의 일탈이라는 입장이다. 또 최근 보험금 청구 이슈가 커지면서 약관 인지가 능한 설계사 특성상 범죄 가담이 손쉬운 것으로 보인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대리점을 통한 불완전판매로 소비자 피해가 많은 것은 사실”이라며 “GA들의 불완전판매 유형과 방식이 갈수록 교묘해져 이를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형 GA에는 보험사에 준하는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클린보험서비스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주요 보험대리점 20곳의 생명보험 불완전판매 비율은 최대 0.98%다. 보험상품 가입자 100명 중 1명꼴로 불완전판매 계약을 맺었다는 소리다. 특히 A 재무설계센터 불완전판매율은 0,32%로 조사됐다.

금감원과 보험업계는 보험사기 대응을 위해 ‘포상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보험사기 의심 신고는 금감원 인터넷 홈페이지 보험사기방지센터 및 각 보험사에서 가능하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내부 부정사례를 근절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부정사례와 정도 영업을 주제로 예방교육을 실시하는 등 보험사 자체점검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사기로 인한 공영 및 민영보험의 재정 누수 등 국민의 피해를 막기 위해 보험사기 신고를 적극 활용할 것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느는 피해

한편, 현재 GA는 금융상품 판매대리·중개업자로 분류돼있어 불완전판매를 해도 손해배상 책임을 금융상품 직접판매업자인 보험사가 떠안는다. 보험사는 보험업법 제102조 ‘모집을 위탁한 보험회사의 배상책임’에 따라 1차 손해배상을 지고 이후 GA에 구상권을 행사한다.


<ktikt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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