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면 당한다’ 신종 공증사기 피해담

2021.02.01 11:02:19 호수 1308호

“퇴직금은 커녕 회사 빚까지 떠안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광주에 소재한 한 기업이 직원들에게 약속어음을 발행하게 한 뒤 빚쟁이로 만들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해당 회사가 똑같은 수법으로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다는 목소리마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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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월 광주의 한 설비업체에서 근무하던 A씨는 2년6개월간의 근무를 마친 뒤 퇴사를 결정했다. 이때 A씨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회사만 열심히 다녔을 뿐인데 6800만원의 빚이 생겼고 채권추심마저 들어온 것이다. 이 바람에 회사에서 근무한 마지막 달에는 월급은 구경도 못 했을 뿐더러 퇴직금도 받지 못했다.

6800만원

회사와의 소송전까지 생각하고 있는 A씨의 사연은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2016년 8월 A씨는 광주 내 설비업체로 이름이 알려진 B사에 입사했다. 건설 현장 소장으로 일을 시작한 A씨의 말에 의하면 B사에는 소장급의 인원이 30여명 정도 있었다. A씨의 업무는 현장을 담당하는 소장으로서, 설비공사 외주업체를 관리하는 직무였다. 

건설 현장에는 형틀, 전기, 설비 등 다양한 공사 분야가 존재한다. 이처럼 설비 분야도 여러 외주공사 업체와 공사 계약을 하고 일을 한다. 현장 소장은 외주업체와 1차로 계약 금액을 정한다. 2차로 B사와 외주업체가 최종계약을 마친 뒤 공사를 시작한다. 

B사가 외주업체와 공사 금액을 지불하는 방식엔 두 가지가 있다. 외주업체 소속인 일용직 근로자들에게 매달 월급을 지급하는 경우와 외주업체의 공사 진행률을 체크해 월급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3개월에 한 번씩 지급하는 방식이다.


B사는 ‘성과금’이라고 불리는 이 금액을  소장들의 계좌를 통해서만 지급하려 했다. 즉 A씨의 계좌를 통해서 외주업체의 각 팀장들에게 성과급을 지급하게 되는 셈이다. 이런 형태로 A씨는 2018년 7월18일 3000만원, 같은 달 27일 300만원, 그리고 같은 해 11월14일 800만원의 성과금을 지급했다.

A씨는 “B사 측은 내게 ‘외주업체에 성과금을 줄 테니 약속어음을 발행해 공증사무소에 가서 공증을 받아오라’고 했다. 채권자는 B사고 내가 채무자가 된 셈”이라고 말했다. 당시만 해도 A씨는 왜 번거롭게 돈을 가져야 하는지 몰랐다.

A씨를 비롯해 다른 소장들도 성과금을 줄 때가 되면 본인을 채무자로 한 다음 약속어음을 발행했다. 당시 A씨는 찝찝한 마음이 들었지만 약속어음을 작성하지 않으면 자신이 관리하는 외주업체에 공사대금을 줄 수 없어 회사에서 시키는대로 했다고 한다. A씨는 빈 종이 몇 장과 공정증서라는 문서에 지장을 찍었다.

그때만 해도 A씨는 공정증서가 어떤 힘이 있는 문서인지 알지 못했다. 

2019년 10월 A씨는 B사 태도가 수상하다는 것을 느꼈다. 전주 현장을 담당하던 A씨는 B사로부터 인천의 현장으로 옮겨달라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A씨는 전주 현장 마무리가 안 된 상태였기에 거절했다고 했다.

성과금 지급 때 약속어음 작성
해당 금액 고스란히 직원 부담

A씨는 “당시 이사였던 분에게 다른 곳으로 발령이 나면 약속어음이 어떻게 되는 건지 물어봤지만 제대로 된 답변을 받지 못했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수상함을 감지한 A씨는 동료 소장들에게 정황을 물었고, 대부분이 성과금 지급과 관련해 약속어음을 발행한 것을 파악했다. 

지난해 2월29일에 퇴사한 A씨는 시간이 지나서야 자신이 빚쟁이가 된 것임을 알아차렸다. B사 측은 공증받은 약속어음을 집행해 채무자의 자산을 압류했다. 법원 판결과 같은 효력을 갖는 공증은 중간 절차 없이 채무자의 자산을 바로 압류할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었다.

B사로부터 받은 돈을 외주업체 작업자들에게 다 줬는데 약속어음 문서로 인해 피해자가 됐다는 게 A씨의 입장이다. 현재 채권추심이 들어와 빚쟁이가 된 사람이 여러 명이 있다는 게 A씨의 전언이다.

A씨는 “지금은 퇴사했지만 나 말고도 채권추심으로 인해 힘들어하는 사람이 2명 더 있다. 나는 6800만원이지만 다른 사람은 1억4500만원, 또 다른 사람은 2억5000만원 수준의 빚쟁이가 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나와 달리 이들은 고소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변호사 비용에 현금을 공탁할 수 있는 여력이 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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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몇 년 전에 퇴사한 소장들도 나와 똑같은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그분들은 B사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는데 B사 고위직이 합의를 요구해 고소장을 취하해 줬다고 한다. 똑같은 수법으로 소장들을 피해 보게 한 B사의 악행이 괘씸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B사를 상대로 고소했던 당사자는 퇴직금 및 변호사 비용을 다 받고 합의가 되면서 고소를 취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B사 관계자는 “공사에 앞서 공사 계획 금액이 정해진다. 예를 들어 2년 동안 10억원이라고 가정했는데 9억원이 들면, 나머지 1억원의 상당의 성과금을 지불해야 한다. 문제는 모든 팀이 다 2년 동안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어떤 팀은 5개월을 할 수도 있고 또 어떤 팀은 1년을 할 수도 있게 된다. 이러다 보니 중간에 성과금을 정산한다. 이때 공사가 완료된 시점이 아니기 때문에 소장들은 약속어음을 발행한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와 소장이 정한 금액 내에 공사하겠다는 약속을 하는 것인데, 그 금액을 초과할 것을 대비해 약속어음을 발행하는 것이다. 공사가 다 종료되고 정산을 해 공사금액이 초과하지 않으면 약속어음을 소멸시키는 것이고, 초과하게 되면 돈을 빌리게 된 것이기 때문에 유효하다. 이전에 약속어음과 관련해 고소가 진행된 부분은 (제가)근무하기 전에 있었던 오래된 일이라 모른다”고 일축했다.

부정이득

아울러 “회사는 정상적으로 일한 사람들에 대해 노무비가 나온다. 일부 소장들은 노무비가 잘 나오는 점을 이용해 장난을 치기도 한다. 실제로 일을 하지 않는 사람을 근무한 것처럼 속여서 노무비로 부당이득을 챙기기도 했는데 적발된 소장들은 회사와 각서까지 쓰기도 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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