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쌈 신화’ 놀부 몰락 풀스토리

2020.12.02 09:45:37 호수 1299호

팔고 싶어도 못 판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보쌈 신화’를 일으켰던 놀부의 추락이 계속되고 있다. 잘나가던 2011년 사모펀드에 인수된 후부터 매출과 영업이익은 꾸준히 하향세를 그렸고 부채비율과 차입금 의존도는 대폭 상승했다. ‘매각설’이 꾸준히 돌고 있지만 계속 악화되는 실적에 그마저 여의치 않은 상황. 놀부는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
 

▲ 놀부 본사 ⓒ네이버 지도


놀부는 1987년 3월 ‘골목집’이라는 작은 보쌈집으로 시작했다. 가게를 확장하며 놀부보쌈이라는 상호를 사용했고 놀부부대찌개, 놀부옛날통닭 등을 새로 론칭하며 놀부 브랜드를 완성시켰다. 놀부의 사업을 번창시킨 주역은 오진권 창업주와 그의 부인 김순진 전 대표였다. 하지만 두 사람은 지난 2000년, 결혼생활에 종지부를 찍었고 오 창업주는 김 전 대표에게 보유하고 있던 주식 25%를 모두 넘기고 놀부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보쌈집부터
연이은 성공

2000년부터 김 전 대표의 단독 체제 하에 놀부는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놀부의 매출액은 2001년 229억5500만원을 기록했다. 이후 놀부의 매출액은 매년 상승곡선을 그리며 2010년 1112억9600만원을 기록했다. 불과 10년만에 3배가 넘는 매출을 달성한 것이다.

같은 기간 17억7900만원이었던 영업이익도 80억8000만원으로 4배 이상 늘어났다. 

승승장구하던 놀부에 전환점이 찾아왔다. 2011년 놀부가 사모투자 전문회사 모건스탠리 프라이빗에쿼티아시아(이하 모건스탠리PE)에 1114억원으로 매각된 것. 잘나가던 놀부의 매각에 업계 관계자들을 포함한 많은 이들이 의구심을 표했다. 


업계에선 김 전 대표가 회사 규모를 키우기 위해 모건스탠리PE를 끌어들인 것으로 추측했다. 놀부 측 관계자도 “매각은 글로벌 시장을 적극 공략하기 위해 이뤄졌다”며 “장기전략 차원에서 선진 경영기법과 세계적인 투자 네트워크를 보유한 모건스탠리PE를 새 대주주로 맞이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놀부는 2012년 감사보고서에서 “기대되는 시너지 효과, 수익증대, 향후 시장성 등으로 862억원의 영업권을 계상했다”며 모건스탠리의 인수·합병과 관련한 장밋빛 전망을 밝혔다. 하지만 합병 이후 놀부는 뚜렷한 매출 호조세를 보이지 못했다. 

구멍가게로 시작 유명 브랜드로 성장
한창 잘나갈 때 외국계 자본에 매각

합병 첫 해인 2012년 매출액 794억1500만원, 영업이익 13억원을 기록했다. 합병 직전인 2011년(1084억원)의 매출액과 비교하면 26.8% 줄어든 수치다. 영업이익 또한 2011년(112억원) 대비 88.4%나 줄어들었다. 

당시 놀부 측은 실적 악화와 관련해 “통상적으로 합병이 진행될 때는 재무회계 컨설팅을 많이 받는다”며 “합병 관련 비용이 많이 들었고 조직 및 사업 재편 등 미래를 위한 투자를 단행, 이익이 일시적으로 줄었다”고 설명했다.

인수 후 2016년까지 놀부의 매출액은 미미하게나마 상승곡선을 그렸다. 하지만 2017년 매출액이 1015억4400만원으로 감소했고 2018년 867억1200만원을 기록하며 인수 후 처음으로 1000억원 아래로 떨어졌다.

2019년에는 716억3400만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꾸준히 감소했다. 2016년 44억7100만원이었던 영업이익은 2017년 –32억3100만원으로 첫 적자를 기록했다. 2018년(-14억1100만원)에도 적자는 계속됐고 2019년 간신히 1억1600만원을 기록했지만 100억원을 넘겼던 2011년(112억8900만원)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팔자마자
매출 하락

영업이익과 매출 하락의 영향으로 영업이익률도 곤두박질쳤다. 2017년 적자로 전환된 이후 2019년 다시 0.1%로 올라오긴 했지만 여전히 처참한 수준이다. 


놀부의 가맹점 감소가 실적악화에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파악된다. 놀부가 공정거래위원회 정보공개서에 등록한 브랜드는 모두 10개다. 3년 전인 2017년과 비교해 모든 브랜드의 가맹점 수가 줄어들었다. 

특히 주력 브랜드의 가맹점 감소는 심각한 수준이다. 2017년 421개였던 놀부부대찌개 가맹점은 2019년 323개에 그쳤다. 또 다른 프랜차이즈인 놀부보쌈족발의 가맹점은 2017년 229개에서 2019년 162개로 줄었다.
 

▲ ▲ 안세진 놀부 대표 ⓒ놀부

이와 관련해 놀부 측은 “기존 놀부보쌈, 놀부부대찌개의 경우 오프라인 매장에서 배달로 외식 트렌드가 변화하고 코로나로 인해 외식시장 전반의 침체가 지속적으로 이어짐에 따라 다소 감소했다”며 “현재 전체 매장 수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으며 올해 10월 총 1133개로 올해 초 대비 5% 수준 상승했다”고 말했다.

수익성 악화와 더불어 빚도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로 인한 부채비율의 증가는 재정건전성 악화를 초래할 가능성을 불러왔다.  

2019년 놀부의 총자산(총자본+총부채)은 662억8100만원으로 2016년(1157억2100만원) 대비 46%가량 줄어들었다. 이는 큰 변화가 없는 총부채에 비해 2016년 633억3500만원이던 총자본이 58% 가량 감소한 데 따른 것이다.

가맹점 감소
빚에 허덕

자본의 하락은 부채비율(총부채/총자본)에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했다. 놀부의 부채비율은 인수 이후부터 2016년까지 줄곧 80% 초반으로 안정권을 유지했다. 하지만 2018년(129.2%) 결국 100%를 넘어섰고 2019년 150.4%까지 치솟았다. 

통상 부채비율은 200% 이하를 적정 수준으로 인식해 아직 큰 문제라고 볼 수 없지만 최근 3년간 2배에 가까운 수치로 증가했다는 점은 눈여겨볼만하다.

놀부의 차입금의존도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다. 놀부는 인수 이후 한 번도 적정 차입금의존도(30%) 밑으로 내려간 적이 없다. 가뜩이나 높았던 차입금의존도는 2019년 45.9%를 넘어섰다. 이는 2017년과 비교했을 때 10%나 상승한 수치다. 


놀부의 순손실이 누적되며 생긴 결손금도 문제다. 2017년 68억7400만원이었던 당기순손실은 2018년 220억3100만원까지 크게 증가했다. 2019년 –75억7400만원으로 계속해서 적자를 이어나가고 있다.

2012년부터 생긴 117억3700만원의 결손금은 2019년 530억4600만원까지 불어난 상태다. 

급격한 매출 감소…영업이익 마이너스
매각설 계속 돌지만…떨어진 기업가치

놀부 측은 “부채비율은 현재 매우 안정적인 수준이며 현금 지출이 없는 영업권 상각 등의 이유로 약간 증가했다”며 “외형보다는 수익성 개선에 집중하면서 자산이 감소해 차입금의존도가 증가한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 차입금은 감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019년 말 단기차입금과 유동성 장기부채 약 60억원은 만기가 연장된다. 차입금의존도를 줄여나가기 위해 상환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올해로 모건스탠리PE가 놀부를 인수한 지 8년이 지났다. 현재 놀부는 모건스탠리PE가 인수할 당시보다도 기업가치가 하락한 상황이다. 재매각 시점이 왔음에도 매각이 쉽지 않아 보인다. 사모펀드는 기업을 인수하고 기업가치를 높인 뒤 대개 5년이 지나면 매각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한다. 
 

투자업계에선 놀부의 기업가치가 추락한 주된 원인으로 모건스탠리PE가 사업전략으로 내세운 사업 다각화 카드를 거론하고 있다. 놀부의 사업다각화 전략은 그간 8년간의 실적이 보여주듯 실패로 끝났다.

일각에선 사모펀드가 인수한 후 기업 가치를 높여 주식시장에 상장하거나 되팔아 이익을 챙기려다 실패한 전형적인 케이스라는 지적도 나온다.

팔고 싶어도…
타개책 있나?

놀부 관계자는 “코로나 이전의 실적 변동치는 수익성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로 재편하고 트렌드에 맞게 리빌딩함에 따라 매출 감소가 발생한 부분”이라며 “놀부는 코로나로 인한 시장의 어려움 극복을 위해 언택트 외식의 핵심인 배달전문점을 적극 육성하고 있으며 다양한 신규 배달전문점을 오픈해 성과를 내고 있다”고 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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