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20대 마약사범 현주소

2019.06.24 11:10:32 호수 1224호

부모 돈으로…뽕에 취한 청춘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마약사범 관련 보도가 하루가 멀다 하고 나오고 있다. 2030대 연예인들이 다수 연루돼있다는 소문도 파다하다. 마약청정국은 이미 옛말이 됐다. 영화 속 범죄조직의 전유물처럼 여겨왔던 마약이 우리 생활 속으로 속속 스며들고 있다.
 



버닝썬 게이트가 불거진 이후 연일 마약사건이 언론을 타고 있다. 특히 재벌가 자제, 연예인 등의 마약 공급·투약 소식이 전해지면서 사회가 들끓었다. 마약청정국이라는 우리나라의 위상은 이미 2016년에 깨진 지 오래다.

일반인도 쉽게

UN은 인구 10만명당 마약사범이 20명 미만인 국가를 마약청정국으로 분류한다. 우리나라의 마약사범 수는 인구 10만명당 25.2명꼴로 이미 마약청정국 기준을 넘어섰다. 이마저도 검거 인원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실제 마약사범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버닝썬 게이트 이후 마약류 관련 범죄 집중단속에 나섰다. 경찰이 지난 225일부터 524일까지 3개월 동안 마약류 등 약물 이용 범죄 근절을 위한 단속에 나선 결과 3994명을 검거, 이 중 920명이 구속됐다.

이 과정서 가수 박유천과 남양유업 창업주의 외손녀 황하나, SK와 현대그룹 오너 일가 3세 등 연예인 및 재벌가 4명을 검거하고 구속했다. 또 버닝썬 클럽 등 대형 유흥업소 148곳을 단속해 성매매사범 615명을 검거(7명 구속)했다.


유형별로는 마약류 범죄가 가장 많았고 약물을 이용한 성범죄, 약물을 이용한 불법촬영·유포가 뒤를 이었다. 이번에 경찰에 검거된 마약사범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약 144.3%, 구속 인원은 84.6% 늘어난 수치다.

문제는 3개월간 4000여명의 마약사범이 검거될 정도로 실생활에 마약범죄가 깊숙이 들어와 있다는 점이다. 마약 유통과 투약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처벌 규정을 강화하는 등 마약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지만 공급 과정은 날로 교묘해지고 있다.

특히 SNS를 통한 마약 공급이 활성화되면서 인터넷 사용에 능숙한 2030대의 마약 접근성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 이번 경찰 단속서 검거된 마약사범은 2030대 젊은 층이 가장 많았다. 30대와 20대는 각각 26.8%, 26.6%로 과반이었다. 40(21.4%), 50(14.9%)가 뒤를 이었다.

경찰 3개월간 4000명 검거
20∼30 대 젊은 층 50% 넘어

더 큰 문제는 2030대의 마약에 대한 인식이다.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이하 마약퇴치운동본부)는 지난해 12‘2018 마약류 심각성에 대한 국민인식도 조사결과 보고서를 내놨다.

조사는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국민인식도는 마약에 대한 인식(인식도)과 마약에 대한 사회적 관심 등(공감도), 마약 폐해 직면 시 도움 요청 의향 등(실천도)을 각각 조사해 평균을 내는 방식으로 산출했다.

그 결과 마약에 대한 국민들의 심각성 인식 정도(국민인식도)는 평균 75.7(100점 만점 기준)으로 나타났다. 조사 기준에 따르면 75점 이상은 마약의 위험성을 대체로/어느 정도 인식하는 수준이다.

눈에 띄는 부분은 2030대의 국민인식도다. 2030대의 마약에 대한 국민인식도는 각각 68.0, 73.7점으로 평균을 밑돌았다. 40(76.5), 50(81.1), 60대 이상(77.7)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5075점은 마약의 위험성을 중간 수준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다. 직업별로는 학생의 국민인식도가 65.3점으로 가장 낮게 나타났다.
 

▲ 가수 박유천

2018년 국민인식도(75.7)201774.5점에 비해 1.2점 높아졌다. 20122017년까지 6년 평균(71.2)과 비교해도 4.5점 높아진 수치다. 그에 반해 2030대의 국민인식도는 역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황의 원인으로 젊은 층이 주로 이용하는 클럽 문화의 발달, SNS를 통한 마약 거래 활성화 등을 들고 있다. 마음만 먹으면 어디서든 마약을 구입할 수 있을 정도로 진입장벽이 낮아진 것이다. 특히 비대면 마약 구입, 이른바 던지기 수법이 널리 퍼지면서 마약 유통이 급격하게 확산되고 있다.


던지기 수법은 마약 구매자가 돈을 입금하면 판매자가 사전에 약속한 제3의 장소에 마약을 감춰놓고 직접 찾아가도록 하는 방식이다. 구매자와 판매자가 서로 만날 필요 없이 비밀스럽게 거래하는 수법이다. 경찰 수사가 이뤄져도 판매자와 구매자에 대한 신원 확인이 어렵다.

SNS와 던지기 수법이 결합된 방식은 현재 마약사범들 사이서 널리 유행하고 있다. 마약 투약 혐의로 구속 기소된 황하나는 지난 23월 던지기 수법을 이용해 필로폰을 3차례 매수해 옛 연인이었던 박유천과 함께 팔에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아직 심각하지 않다?”
SNS+던지기 수법 유행

방송인 로버트 할리 역시 던지기 수법을 이용해 마약을 구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4월에는 SNS를 통해 구매한 대마초를 함께 피운 7명이 경찰에 잡혔다. 친목 모임의 선후배 사이인 이들은 지난 1월 서울 일대서 SNS를 통해 접촉한 외국인에게 대마초 2g를 구매한 뒤, 충남 천안의 한 사무실에 모여 피운 혐의를 받고 있다.

캄보디아서 필로폰을 몰래 들여와 국내에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는 50대 한모씨의 경우도 던지기 수법을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는 한씨의 선고 공판서 징역 15년의 중형을 내렸다. 재판부는 개인과 사회 전반에 중한 악영향을 끼치는 죄질이 매우 불량한 범죄로 엄벌의 필요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기존 대면 방식으로 이뤄지던 마약 거래가 온라인 루트로 바뀌면서 일반인의 마약 접근성이 높아졌다. 과거 마약사범들의 은밀한 거래는 이제 일반인들에게까지 그 범위를 넓혔다. SNS를 통한 불법 온라인 마약류 광고는 폭증했다. SNS가 마약 거래의 온상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대검찰청의 <2017 마약류 범죄 백서>에 따르면 인터넷 마약류 범죄 모니터링시스템에 적발된 불법 게시물과 사이트는 2017년 기준 7890건에 달했다. 4년 전 345건과 비교하면 22.9배 늘어난 규모다. 2017년 이전 수작업 모니터링을 실시해 적발 건수의 차이가 있을 수는 있지만, 동일한 방법으로 진행한 2016년과 비교해도 4배 이상 늘어났다.

SNS가 온상


마약 거래 방식은 시간이 지날수록 고도화, 첨단화되고 있다. 마약을 직접 제조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실제 마약사범은 적발 건수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검찰이나 경찰, 식약처나 관세청 등의 유기적인 공조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또 마약사범을 검거하는 것과는 별개로 투약사범을 위한 재활치료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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