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제이유’ 4조원대 다단계사기사건

2008.11.25 10:29:16 호수 0호

사라진 ‘몸통’ 꺼져가는 희망의 ‘불씨’

제이유 사건을 능가하는 규모의 다단계 사기사건이 드러났지만 좀처럼 해결기미가 보이지 않아 피해자들이 애를 태우고 있다. 수많은 피해자와 수조원대의 피해금액을 낳은 다단계업체는 (주)BMC. 포털사이트에 연관검색어로 등장하는 리브, 씨엔, 티투 등도 같은 업체다. 이 업체는 대구에 본사를 둔 의료보조기구업체. 이들은 안마기 등의 기구를 구입해 모텔이나 찜질방에 설치하면 그 수익금을 배당해 준다고 속여 투자자들을 모았다. 그런데 최근 대표와 임원 등 간부급이 투자금을 들고 잠적하면서 대규모 다단계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피해자들의 절규를 들어봤다.

“욕심이 화를 부른다더니. 기구 대수 늘리기에 미쳐서 혼자 사시는 어머니 아파트로 대출 1억3000만원 받아 수익도 못 내고 어머니는 수차례 실신하시고. 엄동설한에 길거리에 나앉게 생겼네요. 아침에 눈뜨기가 무서워요.”
포털사이트 다음에 개설된 ‘BMC, 엘틴, 티투, 리브 피해자모임’이라는 카페에 한 피해자가 올린 글이다. 3000명에 가까운 피해자들이 가입한 이 카페에는 위의 피해자처럼 큰돈을 날리고 절망에 빠진 사람들이 막막한 사연을 올리고 있었다.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십억원까지 투자했다가 하루아침에 돈을 날린 피해자들은 시시각각 비상대책위원회의 대책발표를 주시하고 있다. 그러나 잠적한 회사대표의 행방은 여전히 묘연하고 설사 잡혔다고 해도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에 많은 피해자들이 절망에 빠져 있다.
이처럼 수많은 피해자를 만든 (주)BMC가 문을 연 것은 2004년 10월 대구에서였다. 이 업체는 전형적인 다단계회사로 투자자들을 모아 안마기 등 건강보조기구를 사도록 유도했다. 그리고 자신이 산 기구를 모텔이나 찜질방 등에 설치하면 그곳에서 발생한 수익금을 배당해준다는 솔깃한 광고로 투자자들을 유혹했다.
기구의 가격은 한 대당 440만원으로 업체 측은 이 기구를 사면 하루 3만5000원씩 배당금을 통장으로 입금해 준다고 했고 실제로 얼마간은 배당금을 끊이지 않고 입금해줬다. 광고한 대로 돈이 들어오자 투자자들은 안심했고 입소문을 타고 더 많은 투자자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이에 BMC측은 대구뿐만 아니라 서울, 인천, 부산 등 전국 각지에서 투자자를 모집했다. 지점도 늘어났다. 2006년까지는 10개였던 지점이 지난 10월까지는 법인 15개와 지점 50개로 증가한 것. 이들은 각 지역을 돌면서 각기 다른 이름으로 사업체를 만들었다. 엘틴, 씨엔, 챌린, 리브, 리버스 등 수많은 이름을 만들어 투자자들을 모았다.
그러나 업체 측의 설명과는 달리 실제로 건강보조기구로 벌어들이는 수익은 거의 없었다. 새로 들어온 투자자들의 돈을 기존에 투자한 사람들에게 배당금으로 나눠주는 방식으로 버티는 전형적인 피라미드식 사업을 해 나간 것. 결국 투자자들이 낸 돈을 투자자들끼리 나눠먹는 방식으로 근근이 사업이 이어졌다.
그러나 이마저도 투자자들이 줄어들자 이어지기 어려웠고 업체 측은 투자자들에게 더 많은 돈을 투자하면 거액의 배당금을 받을 수 있다며 재투자를 요구했다. 이에 현혹된 일부 투자자들은 빚까지 내가며 수억원에 달하는 돈을 쏟아 부었다.
한 피해자는 집을 담보로 한 대출금과 땅 보상금, 보험대출금 등을 합한 5억여원을 투자했다가 낭패를 봤다. 이 피해자는 배당금은 고사하고 집이라도 건졌으면 좋겠다며 눈물 섞인 하소연을 하고 있다.
5개월 전부터 투자를 하기 시작했다는 30대의 한 주부는 자신뿐만 아니라 부모와 형제들까지도 수천만원이 넘는 돈을 투자했다가 집안이 쑥대밭이 됐다고 한다.

‘역렌탈’ 방식 이용한 신종 다단계 사기로 수만명 피해자
경찰 수사 시작된 후 주요 인물 잠적해 보상받을 길 묘연

이 주부가 업체를 알게 된 것은 3년 전이라고 한다. 당시 친척이 220만원을 투자해 8개월 동안 꼬박꼬박 배당금을 받는 것을 본 이 주부는 업체에 신뢰감이 생겼고 1억6000만원이라는 거액을 투자했다. 뿐만 아니라 친정어머니와 형제들도 수천만원에 달하는 돈을 투자했다고 한다.
이같은 방식으로 업체 측이 끌어 모은 투자금은 수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특히 비상대책위 측은 7조원에 달하는 사상최대규모의 돈이 모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업체는 결국 경찰의 수사를 받게 됐다. 그러나 조희팔(51) 회장 등 ‘몸통’으로 알려진 주요 인물들이 대부분 잠적해 피해자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상황이다.

충남 서산경찰서가 수사에 착수하고 (주)리브 대표 최모(46)씨가 사기혐의로 구속되자 주범으로 손꼽히는 조 회장과 최규대 부회장 등의 주요 인물들이 종적을 감춘 것. 이들을 찾기 위해 전국 곳곳의 경찰력이 동원되고 있지만 피해자들의 속을 시원하게 해줄 답은 나오지 않고 있다.
또 이들이 잡힌다 해도 투자금을 회수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도 투자자들을 절망에 빠뜨리고 있다. 유사수신행위 등으로 처벌을 받게 되면 손해배상소송이 가능하지만 이들이 투자금을 다른 이의 명의로 빼돌렸을 가능성이 큰 만큼 투자금을 돌려받을 가능성도 희박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서산경찰서는 조희팔 회장, 황의윤 부회장, 최규대 부회장, 강태용 부사장 등 주요 인물들의 사진을 실은 공개수배전단을 배포했다. ‘다단계 유사수신 행위를 통해 수도권 및 충청권거주 다수의 피해자들로부터 1조5000억원을 편취했음’이라는 사건개요가 쓰인 공개수배전단은 피해자들에게 실낱같은 희망을 주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대구지방경찰청은 지난달 20일 이번 사건과 관련한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업체측이 대구 및 부산지역에서 최근까지 투자자들로부터 수신한 금액은 1조9445억원에 이르며 대구지역의 투자자만 1만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각 지역 센터장과 본부장급 182명 등을 통해 다각도로 수사를 펼치고 있으며 전국적인 피해규모의 윤곽이 드러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다단계판매 10계명> 피라미드에 빠지지 않으려면? 
“확인 또 확인만이 덫 피한다”

1. 합법적인 다단계판매는 제품을 판매했을 때만 이익금을 준다. 반면 불법다단계판매인 피라미드판매는 판매원을 등록시키는 행위 자체에서 수당을 챙기는 ‘사람장사’라는 큰 차이가 있다. 
2.  ‘설마 내가 피라미드 판매에 속을까’ 싶지만 업체들이 사람을 끌어들이는 수법이 교묘하고 지능적이어서 한번 발을 들여놓으면 빼기가 어렵다. 따라서 처음부터 딱 잘라 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3.  연락이 끊겼던 친구나 먼 친척으로부터 갑자기 ‘좋은 일이 생겼다’,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좋은 사업이 있다’고 연락이 오거나 함께 회사로 가자고 유인할 때 조심해야 한다. 
4.  가입을 하려고 마음먹었다면 다단계판매업 등록증 및 등록번호, 후원수당을 산정할 수 있는 전산기기가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5.  다단계판매원 등록증, 다단계판매원수첩 등을 교부하지 않거나 100만원이 넘는 고가의 내구재를 파는 경우는 피라미드판매 조직일 가능성이 높다. 
6.  가입비, 교제비 등 각종 명목으로 돈을 요구하거나 판매원 등록 또는 후원수당 명목으로 강제로 물건을 사게 한다면 이는 불법이다.
7. 후원수당을 파격적으로 주겠다는 조건을 내걸거나 하위판매원 확보를 강요해도 피라미드 판매라고 단정할 수 있다. 
8.  만약 악덕 피라미드업체로 인해 손해를 보았다면 청약철회 의사를 밝히고 구매 계약서 및 상품을 판매회사에 반송해야 한다. 상품을 돌려준 뒤 다음 영업일까지 환불이 되지 않으면 구매계약서 청약철회서 등 증빙서류를 갖춰 시·도와 검찰, 경찰, 산업자원부의 유통산업과에 고발하면 된다. 
9.  다단계판매원으로부터 상품을 사고자 할 때도 반드시 회사가 등록돼 있는지를 먼저 알아봐야 한다. 
10. 기간 안에 청약을 철회할 수 있는지 여부도 확인해야 된다. 계약서를 받은 날 또는 상품을 인도받은 날로부터 20일 이내에는 언제든지 환불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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