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영풍그룹 내부거래 실태

2017.01.25 14:18:53 호수 1098호

정부 으름장에도…대놓고 몰아주기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정부의 으름장도 소용없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칼을 뽑은 지 2년이 다 되어가는데도 기업들의 내부거래는 여전하다. 배짱도 이런 똥배짱이 없다. 영풍그룹이 그 중 한곳이다.



<일요시사>는 2011년 4월부터 2013년 12월까지 기업들의 내부거래 실태를 연재한 적이 있다. 이에 따르면 문제성 거래가 가장 많이 발견된 기업 가운데 한 곳이 바로 영풍그룹이다. 지금은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면 큰 개선이 이뤄지지 않았다.

속 보이는 지원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본격 시행된 건 지난 2015년 2월. 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의 총수 일가가 지분 30%(비상장사 20%)를 넘게 보유한 기업이 200억원, 또는 매출의 12% 이상 내부거래를 할 경우 규제대상에 포함된다.

영풍그룹 역시 규제를 피해갈 수 없다. 그러나 영풍그룹은 적법한 절차를 거쳐 규제를 벗어나는 데 힘쓰기보단 아예 무시하는 듯한 행태를 보여주고 있다. 더구나 영풍그룹 몇몇 계열사의 과도한 내부거래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오너 일가 지분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계열사에서 내부거래를 통해 회사를 키우는 방식이 여전히 통용된다. 가장 논란이 될 법한 계열사는 내부거래 비중이 95%에 육박하는 비상장 계열사 '영풍개발'이다.


1989년 설립된 영풍개발은 건설관리 및 건물관리용역제공을 주 영업목적으로 하는 회사다. 영풍그룹 계열사 제무재표를 분석한 결과 영풍개발은 지난해 매출의 93.8%를 내부거래를 통해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마저도 약간이나마 개선된 수치다. 2013년과 2014년 영풍개발의 내부거래 의존도는 각각 94.4%, 95.5%에 달했다.
 

이처럼 숱한 비난 속에서도 그룹 차원의 영풍개발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는 변함이 없다. 공교롭게도 영풍개발은 오너 일가의 지분 비중이 큰 계열사다.  

순환출자 핵심 영풍개발
매출의 94% 계열사 일감

영풍그룹의 지배구조는 여느 재벌그룹과 맥을 달리한다. 최기호·장병희 공동창업주가 1949년 의기투합해 그룹을 일군 후 영풍그룹의 ‘한 지붕 두 가족’ 체제는 2대 째 계속되고 있다. 장씨 일가는 지주사 격인 영풍과 코리아서키트 등 전자 계열사를, 최씨 일가는 고려아연을 중심으로 한 비철금속 계열을 맡고 있다.

다만 영풍개발서 두 집안의 영향력은 엇비슷하다. 영풍개발은 부모세대가 26.4%, 자녀세대가 33% 등 오너 일가 지분 비중이 59.4%에 달한다.

부모세대 지분을 살펴보면 최씨 일가인 최창걸 고려아연 명예회장, 최창영 고려아연 명예회장, 최창근 고려아연 회장, 최창규 영풍정밀 회장이 각각 6.6%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33.0%의 지분을 가진 자녀세대는 모두 장씨 일가다. 장세준 영풍전자 부사장, 장세환 서린상사 대표, 장혜선씨가 각각 11.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게다가 영풍개발은 그룹 지배구조에서 고리역할을 하는 계열사다. 영풍그룹은 ‘영풍→영풍문고→영풍개발→영풍’으로 이어지는 출자구조를 띠고 있다. 경영승계 차원에서라도 영풍개발의 지분은 엄청난 가치를 지닌다. 2015년 말 기준 매출 28억원에 불과한 이 회사를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할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익만 추구?

시민단체 관계자는 “총수일가 지분율과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업종에서의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부의 이전 등 사익추구행위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며 “비상장사의 내부거래가 횡행하는 점을 정밀하게 감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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