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의 ‘포스트 조석래’ 해법이 좀처럼 나오지 않고 있다. 물망에 오른 후보들은 하나같이 손사래를 치는 상황. 수뇌부가 머리를 맞대고 있지만 당장 순항은 어려워 보인다.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이 지난해 7월 돌연 사의를 표명한 이후 공석인 ‘재계 대통령’ 자리를 재계 총수들이 고사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전경련의 예전 같지 않은 위상 때문으로 분석된다.
전경련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작품이다. 5·16 직후인 1961년 7월 박 전 대통령의 지시로 일본의 경제단체연합회(경단련)를 모방해 조직됐다. 당시 전경련은 정부의 대형 국책공사 물량을 분배하고, 업체 간 과당경쟁을 방지하는 역할을 했다. 또 새로운 경제 정책이 나올 때마다 재벌을 대신해 정부와 협상을 벌이기도 했다. 때문에 전경련을 방패삼아 ‘등에 업고 있는 짐’을 떨쳐 버릴 심산으로 회장직을 맡은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달라졌다. 전경련은 과거 같지 않다. 주요 현안에 대해 재계 의견을 수렴해 정부에 전달하는 역할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재계엔 전경련을 조용한 절에 비유한 ‘전경사’란 신조어까지 등장했을 정도다. 당연히 총수들은 전경련 회장으로 나서는 게 별 도움이 안 된다는 인식을 가질 수밖에 없다. 실익이 없으면서 바쁘기만 한 골치 아픈 보직이란 시각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