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공수 전환’ 바리케이드 친다

‘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4·10 총선이 범야권의 승리로 끝났다. 집권여당은 참패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집권 3년차인 윤석열정부는 국정운영의 동력을 잃게 생겼다. 레임덕을 넘어 데드덕이라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치 인생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한 윤 대통령의 다음 행보는 엇일까? 속사정이야 어떻든 숫자만 놓고 봤을 때 이견이 없는 결과가 나왔다. 범야권은 192석을 얻어 ‘반윤 거야’ 전선을 형성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161석, 민주당의 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 14석, 조국혁신당 12석, 개혁신당 3석, 새로운미래 1석, 진보당 1석 등을 모두 합친 수치다. 국민의힘은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의석(18석)을 포함해 108석을 얻는 데 그쳤다. 완벽한 참패 식물 대통령 선거를 진두지휘한 각 당 대표의 희비도 엇갈렸다. 사법 리스크를 안고도 선거를 승리로 이끈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정국의 주도권을 잡게 됐고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정치 생명에 큰 타격을 입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실제 선거를 뛴 선수보다 더 큰 영향을 받게 됐다. 윤 대통령은 임기 내내 의회 주도권을 야당에 내준 상태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다고 해도 여당의 이탈표를 걱정해야 한다. 총선이 끝나면서 권력의 무게추가 당으로 기울어지는 모양새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미 거부권을 9차례나 사용한 이력이 민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각 당은 이번 총선서 ‘정권 심판론’을 정면에 내세웠다. 민주당은 윤석열정부 심판, 국민의힘은 ‘이조(이재명-조국) 심판’ 프레임으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국민은 범야권에 의석을 몰아주면서 정부 심판의 손을 들어줬다. 윤석열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에 ‘낙제점’을 준 것이다. 윤석열정부는 당장 밀어붙이고 있던 정책에 차질을 빚게 됐다.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골자로 하는 의료개혁이 대표적이다. 윤 대통령은 총선 패배 메시지를 통해 의료개혁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지만 추진력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카르텔 타파’라는 국정기조도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총선 결과와 관련해 첫 육성 메시지를 내놨다. 총선 참패 후 엿새 만이다. 민정수석실 폐지 대선공약 민심 청취 명분 부활 예고 윤 대통령은 “총선을 통해 나타난 민심을 우리 모두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올바른 국정의 방향을 잡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국민들께서 체감하실 만큼의 변화를 만드는 데 모자랐다”며 “큰 틀에서 국민을 위한 정책이라 해도 세심한 영역서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윤석열정부서 추진하고 있던 개혁은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노동, 교육, 연금 등 3대 개혁과 의료개혁을 계속 추진하되, 합리적인 의견을 더 챙기고 귀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국회와의 긴밀한 협력을 말했지만 야당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야권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대해 “개탄스럽다”며 “오만, 독선, 불통 정치를 계속하겠다는 마이웨이 선언”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이번 총선서 확인한 민심은 국정기조 전면 전환과 민생경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제시해 달라는 주문”이라며 “윤 대통령은 국정 실패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민생경제의 잘못을 인정하고 실질적 대책과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총선 패배에 대한 목소리를 내면서 이후 내놓을 쇄신안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 국무총리와 대통령비서실장 인선과 관련한 하마평이 나오는 중이다. 지난 17일에는 대통령실서 국무총리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비서실장에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을 고려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일단 대통령실에서는 “검토한 바 없다”고 대응한 상태다. 3대 개혁 밀어붙인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현재 비서실장 아래에 있는 공직기강비서관실과 법률비서관실을 관장할 ‘법률수석비서관실(가칭)’이 신설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민심 청취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민정수석이 존재할 당시 폐해로 여겨졌던 사정 기능은 제한하고 민심을 읽는 방향의 조직을 만들 것이라는 구체적인 언급도 나오고 있다. 이 과정서 사실상 민정수석실이 부활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민정수석실 폐지는 윤 대통령의 대선공약 중 하나였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앞으로 대통령실 업무서 사정, 정보 조사 기능을 철저히 배제하고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과거 사정기관을 장악한 민정수석실은 합법을 가장해 정적, 정치적 반대 세력을 통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고 세평 검증을 위장해 국민 신상 털기와 뒷조사를 벌여왔는데 이런 잔재를 청산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윤석열정부 출범 직전 대통령실은 2실(비서실·국가안보실) 5수석(경제·사회·정무·홍보·시민사회) 체제로 개편됐다. 당시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대통령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청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윤석열정부 출범 3개월 만에 정책기획수석이 신설되면서 2실6수석 체제가 됐다. 민정수석실서 맡고 있던 공직기강 업무와 인사검증 업무는 법률비서관, 법무부 등으로 이관됐다. 특히 법무부에 공직자 검증 업무를 전담하는 인사정보관리단이 신설되면서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에 권력이 지나치게 집중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사정 기능 제한한다? 지난해 11월 윤 대통령은 정책실장을 신설하는 등 대통령실 직제를 3실6수석 체제로 개편했다. 개편 과정서 기존 수석들을 물갈이하면서 대통령실 2기 체제의 출범을 알렸다. 이때도 민정수석실 관련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총선 패배 이후 대통령실 쇄신안에 법률수석이 거론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민심 청취는 표면용일 뿐 결국 윤 대통령이 사정정국을 조성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민정수석실 폐지’라는 대선공약을 파기하고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하기 위한 자구책이라는 설명이다. 여기에 야당서 예고한 특검을 방어하려는 선제적 조치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당초 민정수석실은 민심 청취 기능과 무관하게 운영됐다. 오히려 폐지 가능성이 나오고 있는 시민사회수석실이 민심을 듣는 역할을 해왔다. 민정수석은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 국정 관련 여론 수렴, 고위공직자 복무 동향 점검, 대통령 친인척 관리, 사정기관과 소통 등의 업무를 주로 했다. 하지만 역대 정부서 가장 부각됐던 기능은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국세청, 감사원 등 5대 사정기관을 관리하는 것이었다. 실제 2000년 김대중정부서 폐지되기 전까지 이른바 ‘사직동팀’이 청와대 하명수사를 전담했다. 사직동팀은 경찰청 형사국 조사과를 일컫는 말이다. 윤 대통령 역시 당선인 시절 대통령 인수위원회 첫 과제로 민정수석실 폐지를 밀어붙이며 “사직동팀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대통령실은 법률수석을 신설하더라도 사정 기능은 제한하겠다는 뜻을 비쳤지만 의심의 눈초리는 여전하다. 김건희·채 상병 특검법 대기 신임 수석 검찰 출신 될 듯 민주당 고민정 최고위원은 지난 1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법률수석 신설은 앞으로 들이닥칠 영부인에 대한 특검 등을 방어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이제 와서 법률수석비서관실을 신설한다는 것은 사법 리스크 방어 차원”이라고 주장했다. 21대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서도 여소야대 정국이 유지되면서 민주당 등 범야권은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별검사법(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을 예고했다. 국민의힘서도 채 상병 특검법 수용과 관련해 의견이 갈리는 만큼 국회 통과 가능성이 제기된다. 윤 대통령은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한 차례 거부권을 행사한 상태다. 192석을 확보한 범야권은 21대 국회서 채 상병 특검법이 좌절된다고 해도 22대 국회서 재추진한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고민정 최고위원도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채 상병의 죽음 앞에 정치권이 더는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민주당서도 의지가 충분히 있고 국회서 당장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도 22대 국회 개원 전후로 다시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12석을 확보한 조국혁신당은 아예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공언했다. 민주당과 개혁신당 등이 조국혁신당에 동의한다는 뜻을 보인 만큼 추진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 국민의힘 내부서도 수용 여부에 대한 의견이 갈리고 있어 향후 상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정기관 잡고 흔드나 범야권이 다수 의석을 무기로 특검 정국을 예고하면서 윤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압박 수위가 높아지는 모양새다. 법률수석을 새로 만들려는 의도가 ‘방어’로 읽히는 분위기도 윤 대통령이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심지어 총선이 마무리되면서 국민의힘에 대한 윤 대통령의 지배력 역시 작아진 상태라는 점도 법률수석 신설의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보이는 레임덕을 최대한 늦추기 위한 궁여지책이라는 말도 나온다. 신임 법률수석을 누가 맡게 될지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하마평이 돌고 있다. 검찰 출신들로 채워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jsjang@ilyosisa.co.kr>

용산 독박 씌울 민주당 꽃놀이패

양손에 쥐고 있는 9개 카드

용산 독박 씌울 민주당 꽃놀이패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특검 정국의 포문을 열었다. 용산을 둘러싼 방패막은 얇기만 하다. 민주당은 각종 특검법과 함께 임기 단축을 위한 개헌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22대 국회 개원까지 한 달이 남았지만 벌써 압박 수위를 최대치로 끌어 올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22대 총선서 과반 의석을 차지했다. 민주당은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의 의석수를 포함해 175석을 지켜냈다. 범야권을 합하면 192석까지 늘어난다. 여당 프리미엄을 누리지 못한 국민의힘은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를 다 포함해도 108석에 그쳤다. 21대 국회와 마찬가지로 여소야대 국면이 유지될 전망이다. “정부는 응답하라” 이번 총선은 정권 심판론의 압승이었다. “야당을 심판해야 한다”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의 외침이 무색하게 국민은 민주당의 손을 들어줬다. 민주당은 국민의 뜻에 따라 정부·여당이 각종 특검에 응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총선이 끝난 이후 민주당은 여러 논평을 통해 “이번 총선이 국민 심판의 끝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라며 “국민의 심판은 이제야 시작됐다는 것을 명심하기를 바란다”고 경고했다. 민주당은 그야말로 ‘특검 열차’에 올라탄 듯 질주에 나섰다. 민주당이 첫 번째로 내민 카드는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인 이른바 ‘채 상병 특검’이다. 지난해 7월 해병대 채모 상병이 집중호우로 인한 실종자 수색 도중 순직했는데, 이를 수사하는 과정서 ‘대통령실과 국방부가 사건 축소를 위해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규명하는 걸 골자로 한다. 해당 특검법은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돼 지난 3일 본회의에 자동 부의됐다. 민주당은 5월29일 21대 국회가 문을 닫기 전 빠르게 법안을 처리하겠단 방침이다. 지난 15일 국회 소통관에 마련된 기자회견장이 분주했던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날 민주당 소속 21대 의원과 22대 당선인 약 50명이 채 상병 특검법을 촉구하기 위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민주당 소속 116명 의원들도 서명서를 제출하면서 머릿수로 정부를 압박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국민께서는 이번 총선으로 윤석열정부와 국민의힘을 매섭게 심판하셨다”며 “그 심판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채 상병 사망사건”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대한민국 장병의 억울한 죽음과 수사외압 의혹, 거기에 핵심 피의자 이종섭 전 장관의 주호주대사 임명과 도피성 출국, 이후 25일 만에 사퇴까지, 국민께서는 대한민국의 상식이 무너지는 장면을 똑똑히 목도하셨다”며 국민의힘을 향해 “여야 합의로 특검법을 통과시키자”고 소리 높였다. 벼랑 끝 윤, 보이지 않는 탈출구 22대 국회 문턱서 치열한 기싸움 민주당 주장에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은 독소조항이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현재 진행 중인 수사기관의 수사를 먼저 지켜봐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특검은 전제 조건과 최소한의 공정성이 담보돼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윤 원내대표는 “특검법을 민주당이 단독으로 처리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하면서 “22대 국회서도 계속 이런 식으로 민주당이 특검을 발의한다면 소수당 입장에서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도 고려해달라”고 호소했다. 같은 날 민주당은 이태원참사 특별법도 재점화했다. 채 상병 특검법과 마찬가지로 21대 국회가 끝나기 전 이를 매듭짓겠다는 것이다. 이태원참사 특별법은 윤 대통령이 한 차례 거부권을 행사했던 만큼 두 안건은 21대 국회의 마지막 쟁점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국민의힘이 총선서 참패한 만큼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도 브레이크가 걸릴 전망이다. 지난 2년 동안 9차례 거부권을 행사했던 윤 대통령의 특검법 수용 여부가 ‘총선 민심 수요 여부’의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특검을 받아들인다면 정부·여당에 화살이, 반대한다면 민심이 들끓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채 상병 특검법·이태원참사 특별법 외에도 민주당은 전세 사기 특별법 등 각종 법안을 쏟아내겠다며 으름장을 놨다. 지난 18일에는 야당이 제2양곡관리법 개정안과 세월호 참사 지원특별법 등 5개의 법안을 본회의에 직회부하면서 단독으로 처리했다. 특히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대장동 50억 클럽 뇌물 의혹 특검법을 담은 이른바 ‘쌍특검’은 민주당이 벼르던 법안인 만큼 재상정 여부가 주목된다. 쌍특검은 지난해 야당의 주도로 국회를 통과했지만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폐기된 법안이다. 당시 국민의힘에서는 민주당의 행동을 두고 “총선을 겨냥한 악법”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한 민주당 관계자는 “절반이 넘는 국민이 쌍특검을 원했는데 윤 대통령의 손짓 하나로 법안이 폐기됐다”며 “민심을 거스른다는 것 말고는 표현할 방법이 없다”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민주당 내부서 쌍특검을 22대 국회에 다시 올리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겠다고 한다”며 “추가로 드러난 김 여사의 의혹을 몽땅 집어넣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심상치 않은 여당 반란표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과 서울-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 등이 여기에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로써 민주당이 21대 국회를 거쳐 22대 국회까지 쥘 수 있는 법안은 9개에 달한다. 총선 참패로 민심을 확인한 국민의힘이 지난 국회처럼 쉽게 반대표를 던지지 못할 것이란 게 범야권의 공통된 시각이다. 이미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몇몇 의원들이 채 상병 특검에 찬성해야 한다는 여론을 형성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경기 성남분당갑서 당선된 국민의힘 안철수 당선인은 한 라디오서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개인적으로 찬성한다”며 “본회의 표결 시 찬성표를 던지겠다”고 밝혔다. 조경태 부산 사하을 당선인도 “우리 당이 민주당보다 먼저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국민의힘 김경율 전 비상대책위원을 비롯한 김재섭 서울 도봉갑 당선인과 한지아 국민의미래 비례대표 당선인도 비슷한 취지로 발언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총선의 결과가 정권 심판인 만큼 쏟아지는 특검법을 정부·여당이 수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몇몇 특검은 수사 진행에 따라 칼날이 용산까지 들이닥칠 수 있는 만큼 신중할 수밖에 없다. 특히 채상병 사건과 관련해 항명 및 명예훼손 혐의를 받는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무죄가 나올 경우 탄핵 사유에 해당한다는 해석까지 나온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같이 주장하며 “박정훈이라는 제복 군인의 명예를 그냥 대통령 권력으로 짓밟은 것”이라며 “젊은 세대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김 여사를 겨냥한 특검법에 대해서도 “현재 수사가 만족스럽지 못하면 당연히 특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집권 여당의 총선 패배에 “민심을 경청하겠다”며 낮은 자세를 취했지만 특검법 수용 여부를 비롯한 야당과의 관계에 대해선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여당이 총선서 참패했음에도 민심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역풍이 우려되는 지점이다. 특검 정국을 예고한 민주당은 다른 한쪽서 대통령 임기를 4년으로 하는 중임제 개헌 논의를 띄우면서 용산을 압박하고 있다. 개헌 카드 만지작∼ 총선 직후 개헌 논의를 띄운 건 범보수로 꼽히는 개혁신당이다. 개혁신당 천하람 비례대표 당선인은 개헌 필요성을 설명하면서 정부의 결단을 촉구했다. 개혁신당은 총선 공약으로 ‘대통령 4년 중임제’ ‘결선투표제’를 포함하는 헌법 개정을 발표한 바 있다. 민주당의 쇄빙선을 자처한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검찰 독재 조기종식’을 강조하고 있다. “3년은 너무 길다”는 슬로건을 내세워 국회에 입성한 만큼 선명성을 유지하겠단 뜻으로 풀이된다. 범보수인 개혁신당과 비례정당인 조국당과 달리 민주당은 탄핵과 관련해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제1야당으로서 중도층을 포섭해야 하는 입장인 만큼 현 정권의 조기종식은 정치적 부담이 된다는 우려에서다. 범야권을 등에 업은 민주당이 22대 국회 중반에 접어들 때 즈음 개헌을 주장할 것이란 의견에 힘이 실린다. 총선 이전부터 개헌을 요구한 이들도 있다. 광주광역시 광산구을서 재선에 성공한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이다. 민 당선인은 지난달 31일 공약으로 ‘광주·전남 에너지 메가시티 추진’과 더불어 윤 대통령 임기 단축을 포함한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을 중앙 공약으로 내세웠다. 민 당선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윤 대통령의 임기가 2027년 5월까지인데 이를 1년 단축해 2026년 지방선거와 조율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민 당선인에 따르면 중임제는 2007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원포인트 개헌’으로 제안했지만 무산됐다. 이후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18년 개헌안을 발의했지만 야당의 반대로 자동 폐기됐다. 번번이 실패를 거듭한 만큼 22대 국회에서는 반드시 개헌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재명 대표도 기자회견 등을 통해 “현행 대통령 5년 단임제를 4년 중임제로 바꿔 책임정치의 실현과 국정의 연속성을 높여야 한다”며 개헌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다만 민주당 박지원 당선인은 개헌에 찬성 입장을 밝히면서도 “윤 대통령이 임기를 단축하는 일은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번 총선서 해남·진도·완도에 당선된 박 당선인은 한 라디오를 통해 “윤 대통령이 5년 임기를 4년으로 단축하고 중임제 개헌을 한다는 의미서 ‘내 임기 1년을 포기하겠다’는 건 본인이 결정할 문제지만 국민에겐 ‘헌정 중단’으로 들릴 소지가 있다”며 “헌정 중단이라는 불행은 없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탄핵 대신 개헌 띄운다? 법사위 뜨거운 쟁탈전 민주당 안팎의 상황을 종합해보면, 대통령 임기 단축과 관련해서는 여러 의견이 오가고 있지만 개헌에 관해서는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동안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했던 권력구조 개편과 임기 단축 등의 합의를 마친 순차적인 개헌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개헌 저지선인 100석 이상을 지켜낸 만큼 개헌이 논의 수준에 그칠 것이란 시각도 존재한다. 개헌과 대통령 탄핵은 재적 의원 과반수 발의에 3분의 2 이상 찬성해야 통과된다. 국회를 통과해도 국민투표 절차가 필요한 만큼 야권의 의석수만으로 밀어붙일 수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국회의 고삐를 꽉 쥐고 있는 민주당이 특검으로 승부수를 띄우고, 다른 한쪽서 개헌으로 압박하는 것만으로도 용산의 힘을 뺄 수 있다. 이른바 ‘심리적 탄핵’에 처하게 된 정부가 스스로 레임덕을 자초할 것이란 주장이 앞다퉈 나오는 이유다. 윤 대통령은 총선을 9일 앞둔 지난 1일 의료개혁과 관련해 대국민 담화를 했지만 여론을 뒤집는 데 실패했다. 지난 16일에는 국무회의서 총선 패배에 대해 “더 낮은 자세로 민심을 경청하겠다”고 밝혔지만 막상 국민에 대한사과를 비공개로 진행하면서 오히려 상황은 악화됐다. 여기에 대통령실 인사 과정에 혼선이 빚어지면서 그야말로 용산이 고립되는 상황에 처했다. 민주당 고민정 최고위원은 윤 대통령의 인적 쇄신 과정을 두고 “‘레임덕이 여기서부터 시작되는구나’ 저는 그게 보인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 자리를 사수하겠다며 벌써 포석을 깔고 있다. 22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잇따라 특검을 발의할 예정인 만큼 법사위원장의 자리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엎치락 뒤치락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22대 국회 상임위원장 배분과 관련해 “법사위와 운영위는 이번에는 꼭 민주당이 갖는 게 맞다”고 거듭 강조했다. 지난 21대 국회서 여당이 법적 절차나 입법 과정을 지연시키는 등 방해 공작을 펼쳐 국회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국민의힘 김기현 전 대표는 “민주당이 앞에서는 점잖은 척 협치 운운하더니, 뒤로는 힘자랑하느냐”며 “여당을 국정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오만한 발상이자, 입법 폭주를 위한 모든 걸림돌을 제거하겠다는 무소불위의 독재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한술 더 뜨는 조국혁신당 총선의 열기가 채 사그라들기도 전에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데드덕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조국당 조국 대표는 지난 15일 SNS를 통해 “차기 서울중앙지검장 자리를 놓고 대통령실과 검찰 내부서 긴장이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법조계와 정치권 일각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김건희 여사의 명품 수수 사건 등을 들여다보고 있는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의 경질설이 제기되자 이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 대표는 윤 대통령과 김 여사를 한 번에 겨냥해 “데드덕이 될 운명”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뻔뻔한 방패 역할을 하고, 정적에 대해서는 더 무자비한 칼을 휘두를 사람을 찾고 있다”며 “국정운영 능력이 ‘0’에 가까운 윤 대통령의 관심은 이제 온통 자신과 배우자의 신변 안전뿐”이라고 지적했다. <박>



[일요초대석] 국민의힘 참패 예견한 유준상 상임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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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국회의원 릴레이 인터뷰] 민주당 영입 1호 의정부갑 박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