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필리핀 도박왕’ 은닉 재산 추적

감쪽같이 사라진 400억 “본부인 뒤지면 나온다”

<단독> ‘필리핀 도박왕’ 은닉 재산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필리핀 도박왕’ 김모씨가 송환된 지 8개월이 지났다. 하지만 범죄수익 환수는 아직 진행되지 않았다. 수사기관은 차명계좌와 가상화폐를 가지고 있는 두 번째 부인에 집중했지만 <일요시사>는 범죄수익을 현물로 들고 있는 첫 번째 부인에 집중했다. 온라인 도박장을 운영하며 1조3000억원의 매출을 올린 ‘필리핀 도박왕’ 김모씨가 검거됐지만 범죄수익은 아직 환수되지 않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사정기관에서는 수사 중이라고 하지만 김모씨의 부인인 양모씨는 꾸준하게 부를 축적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인터폴 적색수배 김씨의 도박사이트 운영은 2014년 10월부터 이뤄졌다.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2019년 9월 국가정보원으로부터 김씨가 필리핀서 사무실을 마련하고 불법 온라인 도박사이트를 운영한다는 결정적인 첩보를 입수했다. 경찰은 관련 첩보 자료를 국정원과 함께 분석한 뒤 김씨를 포함해 22명에 대한 국제형사경찰기구(이하 인터폴) 적색수배를 발부받고, 국정원·필리핀 수사 당국과 2년간 이들의 행방을 쫓았다. 김씨는 최고급 리조트에 거주하며 마이바흐 등 고가 외제차량 10대를 타는 초호화 생활을 하고 있었다. 평소 무장 경호원들도 대동하고 있어 검거하기도 쉽지 않았다. 지난 2021년 9월18일, 경찰과 필리핀 코리안데스크 담당관, 필리핀 이민청 도피사범 추적팀 FSU, 현지 경찰특공대 등 30여명으로 꾸려진 검거팀은 김씨의 거주지를 급습해 그의 신병을 확보했다. 그러나 필리핀 형사사법체계를 잘 아는 그는 현지서 형사사건에 엮이면 재판 종결 전까지는 한국으로 추방되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해 국내 송환을 계속 미뤘다. 이에 경찰은 주필리핀 한국대사관을 통해 필리핀 법무부에 조기 송환 협조를 요청했다. 경찰은 지난해 7월부터 필리핀 법무부와 매주 실무회의를 열었고, 양국 간 공조로 필리핀 법무부의 추방 결정을 끌어냈다. 그는 막판까지 국내 송환을 늦추려고 발버둥 쳤다. 추방 결정이 난 뒤에도 다시 제3자로 하여금 자신을 위조수표 사용 등 조세법 위반 혐의로 고소하게 한 것이다. 필리핀 법무부가 추방 결정을 번복하자 이 같은 사실을 보고받은 이상화 필리핀 주재 한국대사는 송환 협조를 재차 강력하게 요청했다. 결국 필리핀 법무부가 이 대사의 요청을 받아들이며 그의 시도는 불발됐다. 결론적으로 경찰은 김씨와 2020년부터 필리핀에 체류 중이던 조직원 20명 중 16명을 국내로 송환했다. 서울청 마약범죄수사대를 중심으로 국내 조직원 177명 중 166명을 검거해 사실상 범죄조직을 와해시켰다. 김씨는 지난해 8월 말 송환돼 구속 기소된 것으로 확인됐다. 1조3000억 매출에 40억만 추징? 콘도 300여채·골프장 회원권도 수사기관서 김씨의 조직을 와해시켰지만 아직 범죄수익 환수는 이뤄지지 않았다. 법원이 필리핀서 함께 검거된 조직원들에게 평균적으로 2억원의 추징금을 선고했으며 검찰은 총책인 김씨에게 단 40억원만 특정했을 뿐이다. 김씨에게 구형된 40억원의 추징금이 인용되더라도 1조3000억원 중 80억원은 매우 적은 금액이다. 당초 수사기관들은 김씨의 범죄수익을 환수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필리픽 길거리 환전소서 대량으로 환전하는 일명 ‘환치기’, 가상화폐 계좌에 수익을 넣었다가 빼는 방식, 차명계좌 등의 방식으로 수익을 은닉해 환수가 쉽지 않았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코인 거래소와 환전소, 대포통장 추적은 어려운 편”이라며 “범죄수익환수를 담당하는 수사관들이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수사기관은 당초 김씨의 두 번째 와이프 A씨가 차명계좌, 가상화폐 계좌 등을 관리하고 있다고 봤다. 마땅한 직업도 없고 집안이 좋지 않은데 필리핀의 청담동으로 꼽히는 곳에서 생활하고 자녀를 사립국제학교에 보내며 호화생활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요시사>는 김씨의 첫 번째 와이프에 주목했다. 김씨의 첫 번째 와이프인 양씨가 김씨의 검거 이후에도 김씨와 생활하던 초고급 주택서 경호원을 대동하고 골프를 치러 다니는 것이 필리핀 현지서 매우 유명하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또 양씨는 김씨가 검거된 이후에도 홍콩, 대만, 싱가포르 등 해외여행을 지속적으로 다녀왔으며 최소 10여명의 경호원을 데리고 시내를 누비고 다니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양씨는 김씨의 범죄수익을 이미 현물화해 둔 상황인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필리핀 마닐라에 콘도 300여채, 골프장 회원권을 구매했으며 필리핀 법인도 운영 중이다. 양씨는 김씨와 자신의 친척, 직원들의 명의, 필리핀 차명 등을 이용해 콘도를 매입해 왔다. 해당 콘도의 평균적인 공시지가는 500만페소(23일 기준 한화 약 1억1700만원)이다. 다시 말해 양씨가 차명 등으로 매입한 콘도의 총가격은 한국 돈으로 351억원에 달한다. 양씨는 해당 콘도들을 임대하면서 부가적인 수입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씨가 가지고 있는 콘도들은 마닐라서도 부촌에 꼽히는 지역에 몰려 있다. 필리핀은 부촌과 외곽지역의 월세가 많이 차이 나는 편이다. 환치기 숨겼다 마닐라의 부촌으로 꼽히는 타기그에 있는 보니파시오 글로벌시티의 경우 가구가 냉장고와 에어컨 정도만 구비돼있는 콘도 한 유닛의 월세가 필리핀 돈으로 13~15만 페소(약 304만~351만원)에 달한다. 필리핀은 주차장도 주인이 따로 있기 때문에 주차장을 포함하면 월세도 10만원서 15만원 정도 더 늘어나게 된다. 같은 도시의 원룸 형식의 콘도도 5만5000페소(약 128만원)에 달한다. 양씨가 매입한 콘도는 모두 부촌에 발코니까지 있는 대형 콘도로 평균 가격이 13~15만페소의 임대료를 받고 있다. 즉 양씨는 범죄수익으로 매입한 콘도 임대료로만 4500만페소(10억5345만원)를 달마다 벌어들이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해당 콘도의 SPA(Special Power of Attorney)를 모두 양씨가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SPA는 우리나라로 치면 전권위임장으로 해당 콘도서 나오는 임대료는 물론 매매 등 행위의 전권을 모두 SPA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위임된다. 다만 필리핀서도 한 사람이 여러 개의 부동산을 가지고 있는 것은 매우 부담이 심한 편이다. 그래서 양씨는 필리핀에 부동산 대행 업체를 설립해 해당 콘도들을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양씨는 필리핀서 최고급 골프장에 프리미엄 회원권 3장을 갖고 있는데 사우스 우드, 하이랜드CC 등 3곳으로 파악된다. 필리핀 골프장 회원권 중계사이트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하이랜드CC의 회원권은 300만페소(7035만원)에 거래 중이다. 사우스 우드는 A와 B로 나뉘어 있는데 A 회원권은 550만페소(1억2897만원), B 회원권은 600만페소(1억4070만원)이다. 썬벨리CC의 경우 국민 골프장 답게 40만페소(937만원)에 팔리고 있다. 두 번째? 첫 번째! <일요시사>가 파악한 바로는 양씨는 사우스 우드나 하이랜드 정도의 골프장 회원권을 2장 정도 더 갖고 있었으나 최근 일어난 골프붐에 맞춰 더 많은 가격을 받고 팔기도 했다. 그는 콘도 및 골프장 회원권으로 범죄수익 354억4939만원을 현물화했으며 골프장 회원권 (약 1억원으로 산정)매매가 2억원과 최소 10억5345만원을 달마다 번 것으로 계산된다. 김씨가 송환됐을 때부터 계산하더라도 양씨는 범죄수익 439억7499만원가량을 운용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지점은 양씨는 이미 국내 법원서 김씨의 범죄수익은닉을 도운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상태라는 것이다. 이미 범죄수익은닉죄로 구속영장이 청구됐지만 버젓이 범죄수익을 통해 수익을 얻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통상 범죄수익은닉의 공범의 재산은 동결된다. 한 예로 화천대유자산관리의 대주주 김만배씨가 대장동 개발 수익을 숨기는 데 가담한 측근과 가족 등의 재산이 동결된 바 있다. 재산 동결은 보통 수사했던 검찰팀서 법원에 공범에 대한 추징보전을 신청하고 법원서 인용돼야 한다. 하지만 김씨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이지만 해당 절차는 전혀 진행되지 않았다. 수사기관은 추가 범행 정황이 포착돼 신중을 가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수사기관에 따르면 필리핀 현지에는 아직 붙잡히지 않은 김씨의 조직원들이 다시 온라인 도박장을 개설해 운영 중이다. 양씨가 범죄수익을 운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조직원들이 운영하는 온라인 도박장에 대한 수사를 위해 신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구속영장 발부에도 수사 스톱 “김씨 보석되면 추적 어려워” 사정기관 관계자는 “양씨의 경우 필리핀서 한인식당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등 소재지가 분명하다”며 “다만 조직원들이 운영 중인 온라인 도박장에 대한 정보는 아직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한 경찰 관계자는 “해당 범죄수익과 온라인 도박장 운영 모두 수사 중인 사안”이라며 “자세한 내용은 수사 중인 사안이라 자세히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검 관계자는 “필리핀에 수사관이 2명 나가 있는 것은 맞지만 해당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파견됐는지에 대한 것은 답변이 불가하다”고 말을 아꼈다. 하지만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아직 수사기관들은 필리핀 현지 경찰이나 이민청과 공조 등을 하지 않고 있으며 그저 범죄수익은닉으로 구속영장만 청구된 상황인 것이 드러났다. 필리핀 이민청 관계자는 “양씨는 현재 해당 범죄 전력으로 장기간 타국가 체류가 불가능하다”며 “다만 출국금지 등의 조치는 아직 취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찰 국제공조팀 관계자도 “현재 양씨에 대한 국제공조는 아직까지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김씨가 온라인 도박장을 운영하며 1조3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면 순이익은 최소 3000~4000억원이 된다”며 “하지만 양씨가 운용한 범죄수익은 400억도 되지 않는 상황서 수사기관은 해당 정보를 알고 있더라도 처음 수사 방향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A씨가 가지고 있다는 차명계좌나 가상화폐를 추적하는 것은 더욱 시간이 많이 드는데 확실한 범죄수익을 환수하고 계속 수사를 진행하는 것이 더 나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들에 대한 정보나 노출돼있는 범죄수익도 놓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김씨가 보석을 신청했기 때문이다. 이미 현물화 시간이 없다 한 서초동 변호사는 “김씨는 필리핀 감옥서부터 감옥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며 “김씨가 기소된 범죄 혐의는 국민체육진흥법 위반, 범죄단체조직뿐이라 형량이 낮게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인 만큼 김씨가 형량 3분의 2 이상 구속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 김씨가 보석 신청을 했으니 이번엔 인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김씨의 구속이 풀리면 지금 현물화된 범죄수익도 자취를 감출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3월7일 김씨의 보석 청구를 기각한 바 있다. 당시 김씨 측 변호인은 도주나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며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게 해 달라고 요구했다. 반면 검찰은 김씨가 필리핀서 검거된 뒤에도 허위 사건을 만들어 송환을 지연시키는 등 또다시 해외로 도피할 우려가 있다고 반박했다. <kcj5121@ilyosisa.co.kr>



[창간특집 인터뷰] 미일중 전문가 3인 꼬인 외교를 풀다 ‘중국통’ 강준영 교수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봄을 지나 여름이 오고 있다. 한국과 중국의 관계도 꽃이 필 수 있을까? 여름의 시작점에 있는 한·중·일 정상회담서 꽃망울이 활짝 만개하길 바라지만, 그러기 위해선 한국이 준비해야 하는 것이 있다. 먼저는 ‘안보’, 그다음은 ‘경제’다. 한‧중‧일 정상회담이 곧 개최된다. 중국과 한국 사이에 얼어 있던 관계가 녹일 수 있는 기회지만, 북한, 미국, 대만 등 사이에 낀 관계가 많아 만만치 않다. 하지만 이런 관계 속에서도 다시 대화해야 한다. <일요시사>는 지난 14일, 한국외국어대학교서 강준영 한국외국어대학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를 만나 한중관계가 풀어야 할 숙제를 들어봤다. 강 교수는 “관계 속 긴장감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경제적인 부분이 풀어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래는 강 교수와의 일문일답. -한중 외교장관회담이 6개월 만에 개최됐다. ▲우리나라는 한·중·일 정상회담의 주최국으로 당연히 중국과의 조율이 필요하다. 양국이 새로운 분위기를 만들어야겠다는 공감대가 있었다고 보는데, 이런 상황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중국은 한국에 대해 한·미·일 3국은 중국을 견제하는 데 앞장서는 것 아니냐며 미국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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