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형래 <디워2> 투자유치 진실 혹은 거짓

“액수는 몰라도 입금 받은 것은 사실…”

[일요시사 취재1팀] 신상미 기자 =  영화감독 심형래(58)씨 측이 지난달 19일 베이징에서 중국의 영화제작사와 <디워2> 제작발표회를 갖고 “5억위안(약 900억원)을 지원받았다”고 밝히면서 배경에 뒷말이 무성하다. 심씨는 과연 900억원이란 거금을 지원받은 것일까. 약간의 ‘입금’을 받았다는 말도 들리고 영화제작의 특성상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있다.

심형래씨 측은 지난 19일, 베이징 탕라호텔에서 ‘화인글로벌영사그룹’과 손잡고 내년 여름 전 세계 개봉을 목표로 <디워2 (D-WAR 2, 龍之戰 2)> 제작에 들어간다는 내용의 제작발표회를 가졌다고 언론에 일제히 보도자료를 보냈다. 이에 따라 복수의 언론들이 보도자료 상의 내용과 사진으로 앞다퉈 속보를 냈다.

투자자 제작실적 전무

이후 심씨는 지난 3월 말 복수의 매체와 인터뷰를 갖고 “할리우드 제작 시스템으로 영화를 만들겠다”면서 “화인그룹의 이신 회장이 <디워2>라면 40억위안(약 7200억원)을 돌파할 수 있다고 했다”고 발언했다.

이에 따라 한화 900억원이라는 ‘통 큰’ 지원을 결단한 화인글로벌영사그룹이라는 중국기업에 국내 영화계의 시선이 쏠렸다. 화인그룹 측은 스스로도 <디워2>가 전세계에 배급하는 자신들의 첫 영화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일요시사> 취재 결과 화인그룹은 영화제작 실적이 전무한 실체가 불분명한 회사로 보인다. 국내 포털의 영화 카테고리에서 해당 기업으로 검색을 해보면 아무런 정보도 나오지 않는다. ‘바이두’ 등 중국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해도 TV, 미디어, 영화 등의 컨텐츠를 제작하는 그룹이라고만 간략한 소개가 나올 뿐 중국 내에서 제작한 콘텐츠가 전혀 없는 회사다.


여러 편의 히트 영화를 제작한 유명 영화제작자 A씨는 <일요시사>에 “중국 지인에게 물어봤는데 영화제작 실적이 전혀 없는 회사라고 하더라”며 “실체가 없는 회사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어 A씨는 “말이 900억이지 중국에 아무리 돈이 흘러넘친다고 해도 적은 돈도 아니고 심정적으론 과연 그 큰 돈을 투자했을까 라는 의문이 드는 것은 사실”이라며 “현업에서 일을 하다보면 900억은커녕 9억도 투자 받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영화제작 경험이 전무한 회사가 중국 국내 개봉도 아닌 월드 와이드 릴리즈(World Wide Release) 개봉을 하는 영화를 제작·투자·배급할 수 있을지 의문이 가는 대목이다. 무엇보다 화인그룹 측은 <디워2>의 제작·투자·배급에 직접 5억위안을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5억위안의 ‘펀드’를 조성해 투자하기로 한 것도 미심쩍다.

영화피디 B씨는 영화계의 좋지 않은 해묵은 관행을 언급했다. 그는 “또 다른 투자를 받기 위해 낚시를 던지는 것이 있다”라며 “말로 투자하겠다는 것과 실제로 투자가 들어오는 것은 다르다. 기사는 나오는데 실체는 모르겠다”고 조심스럽게 밝혔다.

B씨가 언급한 관행은 투자를 받기 위해 영화 관계자가 이미 거액을 투자 받았다거나 유명 배우가 출연한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내 영화계 내외에서 투자자를 끌어 모으는 행위를 일컫는다. 영화계 내의 거대 투자사들은 이러한 행위에 관심을 두지 않지만 영화를 잘 모르는 일반인들은 이것을 보고 영화에 투자할 수도 있다는 것. 막상 영화제작이 중단되면 초기에 문외한이 투자한 자금들은 고스란히 돌려받을 수 없게 되고 만다. 

영화평론가 C씨는 “현재는 심형래 감독이 준 자료만 갖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전제한 뒤 “중국에서 하는 걸 여기서 보도자료를 내는 등 이벤트 할 필요가 없다. 중국에서 활동하는 감독이나 제작자들이 많지만 그 활동을 굳이 국내에서 떠들지 않는다. 한국시장을 타깃으로 하는 작품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평론가는 “공개적으로 나오는 말은 아니지만 페이퍼 거래가 많아서 지금 상태에선 성과가 있다고 언급할 수 없을 거 같다. 앞으로 국내 영화제 정도는 가야 신빙성이 있을 거 같다”고 조심스럽게 밝혔다.


지난 2011년 9월 영구아트무비 직원 4명은 기자회견을 열고 “<디워>를 만든 직후인 2008년 때 외주를 쉽게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서 “투자하겠다는 사람이 많았는데 그때 관리를 안하고 다른 데를 다녔기에 때를 놓친 거다. 그래서 (위기가) 야기됐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당시 직원들은 <디워>의 성공 이후 심씨가 강원도 정선카지노에서 도박으로 회사공금을 탕진했다고 주장했다. 20억원의 제작비를 150억원으로 부풀려 청구하기도 했다. 당시 심씨는 “이렇게 해야 직원들 월급을 줄 수 있다”고 직원들을 설득했다고 한다. 정관계 로비설도 사실이라고 시인했다. 한번 카지노에 가면 회사에 전화해 최소 1000만원에서 1억원까지 송금해 달라는 요구를 했다고도 했다. 가스총을 실탄을 쏠 수 있는 권총으로 개조해 성능실험까지 했다고 밝혀지기도 했다.
 

당시 직원들의 임금이 1인당 수천 만원대로 체불됐던 것은 2010년 미국에서 개봉한 <라스트 갓파더>의 수익이 좋지 않았고 특수촬영과 관련해 수주가 거의 없었던 것도 원인으로 풀이된다.  

중국 영화제작사 5억 위안 투자설
실체도 없는 회사가 거금을 투자?

그후 심씨는 170억원에 이르는 부채를 감당하지 못하고 결국 파산신청을 통해 빚을 탕감 받았다. 2014년 <디워2> 제작을 알리면서 당시 100억원을 투자받고 촬영에 들어간다고 했지만 후속은 전혀 없었다.

심씨는 지난해 11월 한 종편방송에 출연해 “임금체불사건 당시 극단적인 생각을 한 적도 있다”며 “이혼소송을 비롯해 경매, 파산까지 들어오는 등 쓰나미처럼 일이 있었다”고 말했다. “<디워2>를 통해 재기한 뒤 직원들에게 월급을 주겠다”고도 했다. 2011년께에 불거진 임금체불 문제가 당시까지도 해결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그간의 구설과는 달리 <일요시사>가 접촉한 복수의 영화계 관계자들 사이에선 심씨에 대한 평판은 박하지 않았다. 앞서의 제작자 A씨는 심씨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난 심씨와 일면식도 없다. <디워>를 만들 당시 CG제작사에 CG를 맡기면 되는데 자기가 직접 차려서 그동안 번 돈을 다 잃은 거다. 투자사가 붙어서 한 것도 아니고 오로지 무대포식 돈키호테 정신으로 쫓아다니면서 <용가리>도 만들고 <디워>도 만들고 한 것”이라며 “그렇게 만든 영화가 미국서 전국 개봉을 했는데 돈은 하나도 못 벌고 다 배급업자에게 빼앗겼을 거다. (심씨는) CG와 특수촬영 분야에서 큰 업적을 남긴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이 제작자에 의하면, 심씨가 ‘영구아트무비’라는 CG회사를 설립했을 당시 영화계 내에선 심씨만이 벌일 수 있는 무모한 일이라는 반응이 컸다. 대형 스튜디오를 차리고 수십 명의 직원을 고용해 매달 월급을 줄만큼 국내 영화계가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무모한 시도 덕분에 한국의 특수효과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발전했다. 현재 미국과 중국 등 드라마·영화시장에서 한국영화계가 오더를 받거나 직접 현지에 업체를 차려 진출하고 있는데, 현재 특수효과 분야의 실력자들은 모두 영구아트무비 출신이라는 것이다.

A씨는 “심씨 덕분에 결과적으로 한국 스튜디오 특수촬영과 CG는 엄청난 기술향상을 이뤄냈다. 여러 해 동안 월급을 주고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한 뒤 직원들 개개인의 역량이 향상되면서 전문가로 키운 거다. 선수들은 다 안다”고 강조했다.

앞서 영화피디 B씨는 “파이낸싱, 기획, 제작자로서는 재능이 있다. 이번에도 본인이 연출을 안하고 제작만 하는 걸로 알고 있다. 워낙 독특한 사람이고 영화피디로서 볼 땐 대단한 사람”이라고 평했다.


이어 그는 “알아보니 얼마인지 정확한 금액은 알 수 없지만 이번 영화와 관련해 실제로 입금이 됐다고 한다”고 조심스럽게 밝혔다. 

심씨는 국내 투자가 어려워지자 중국 및 베트남 해외 투자자들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심씨의 정재계 인맥이 다수 있지만 개그맨 출신이라 영화계 인사들 중에 심씨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중국에서 영화제작이 활발하고 심씨가 보유한 특수효과 콘텐츠와 그간의 영화제작 경험을 높게 평가하는 투자자가 있을 수 있다.  

앞서 영화평론가는 “중국은 예산이 움직이는 게 크다 보니 가능하다고 생각되면 투자가 크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자가) 지분을 정확히 받아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육영수나 이승만의 전기영화를 만든다고 떠들썩하게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등 이벤트를 하고 초기에 투자를 많이 받았지만 다 엎어졌다. 하지만 보수 쪽에서도 <크로싱>이나 몇몇 탈북인이 연출한 잘 만든 영화처럼 만듦새를 잘 다듬으면 보수파도 엄청나게 펀딩을 한다. 꼭 거액의 투자가 아니어도 소액 후원하는 사람이 많을 수 있다. 객관적 평가와 일반인의 심형래에 대한 인식은 다르다”며 심씨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영화계 내부는 호평

앞서의 A씨는 “투자자를 모으려고 뭐라도 해보는 것이다. 중국서도 영화를 만들어서 미국에서 개봉한 걸 다 알지 않나. 심형래라는 인물 자체에 대해선 존재감이 있는 거다. 아무 것도 없는 상태서 재기하려고 하는 것을 보니 측은지심이 생긴다”면서 “스타는 대중 앞에 있을 때 스타다. 무대 뒤 사람으로 살고 싶지 않은 거다. 잊혀지기 두렵고 아직까지 자기가 살아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은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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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