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은 동성애 축제 딜레마

서울 한복판서 게이들이 뒤엉켜…

[일요시사 취재1팀] 신승훈 기자 = 대한민국이 동성애 문제로 뜨겁다. 동성애 문제를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올리려는 단체와 동성애를 죄악으로 여기는 단체의 첨예한 대립 속에 서울시가 진퇴양난에 빠진 모양새다. 오는 6월로 예정된 동성애축제를 놓고 벌어지는 상황을 들여다봤다.

지난해에 이어 서울광장이 다시 한 번 들끓고 있다. 오는 6월 서울광장에서의 ‘동성애퀴어문화축제’(이하 퀴어축제) 개최를 두고 찬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퀴어축제조직위원회는 오는 6월8일부터 12일까지 그리고 같은 달 26일 퀴어축제를 위한 서울광장 사용 신청을 냈다.

퀴어축제는 2000년 첫 회를 개회한 후 올해로 17년째다. 퀴어축제조직위 측은 “한국 성소수자들의 최대 명절이라 칭해지는 퀴어축제를 개최하려고 한다”며 “시민들을 위한 공간이며 한국 사회의 역사 속에서 부당한 사회의 현실에 저항해 맞선 시민사회운동의 상징인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성소수자의 목소리와 무지개 빛 물결을 뒤덮을 것”이라고 밝혔다.

단순 문화축제?

서울광장은 시민의 건전한 여가선용과 문화 활동, 공익적 행사 및 집회와 시위의 진행 등을 위해 만들어진 시민의 공간으로 신고만 하면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신고제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달 서울시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는 위원 9명 중 6명이 참석한 가운데 과반수(4명)가 ‘조례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의견을 표명하면서 사실상 행사를 허용했다.

당시 서울시 관계자는 “축제를 반대하는 입장도 전달했지만 위원들이 신청을 수용한 만큼 그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축제에서 처벌받은 사람도 없었고, 혹시 올해 문제가 있을지 모른다고 예단해 막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서울시의 입장과는 별개로 퀴어축제를 반대하는 여론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건강한 사회를 위한 국민연대’(이하 건사연)는 지난달 28일 낮 서울시청 본관 앞에서 ‘동성애퀴어축제 서울광장 사용 결정에 대한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건사연은 “동성애를 조장하는 퀴어축제는 문화적 마르크스 사회운동이지 예술축제는 아니다”면서 “박원순 시장은 ‘문화적 마르크스주의’인 동성애 조장정책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건사연은 성명서를 통해 “퀴어축제는 평등이나 인권과 상관없이 동성애를 비롯한 온갖 음란행위를 선전하는 행사일 뿐”이라며 “서울광장에서 알몸을 드러내며 퇴폐적 행위를 일삼은 일부 참가자들은 경범죄처벌법 위반은 물론 음란 축제에 반대하는 시민들과의 충돌로 인한 안전사고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건사연 뿐만 아니라 바른 성문화를 위한 국민연합(이하 바성연)도 동성애축제 반대에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달 24일 바성연은 서울시청 본관 앞에서 퀴어축제 서울광장 사용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발언자로 나선 한효관 대표는 “그 동안 치열하게 반대하면서 서울시에 그 뜻을 명확히 전달했는데도 서울광장 사용을 허가하는 것은 박원순 시장이 우리를 엿먹이는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동성애축제는 그들의 공간에서 하면 된다. 우리는 동성애에서 파생되는 여러 문화를 반대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바성연을 비롯한 68개 단체 일동은 지난달 17일 낸 성명서에서 “2009년부터 2011년 사이 3년 동안 에이즈에 감염된 10대 청소년의 57%가 동성애로 인한 것이었다”며 “동성애는 에이즈에 대하여 ‘고 위험군’이며, 불가분의 관계임을 부인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서울시가 서울광장을 허락한다면, 이는 궁극적으로 청소년과 국민들을 동성애로 유도하는 행위”라며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퀴어축제를 반대하는 입장의 선민네트워크 김규호 목사는 “작년에는 몰라서 그렇더라도 올해는 작년의 사태를 경험했기에 서울광장 사용을 허가해선 안된다. 박원순 시장은 정신 차려라. 박근혜 대통령을 보고 '불통 대통령'이라고 늘 욕하던데 대통령보다 시장이 더 불통”이라고 비판했다.

6월 행사 앞두고 찬반 대립 격화
조정 중인 서울시…광장 내주나?

이러한 동성애축제 반대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촉발된 것은 지난 2014년부터다. 2014년 6월 신촌 연세로에서 퍼레이드가 열릴 예정이었지만 서대문구가 장소사용허가를 취소했다. 당시 서대문구 측은 “세월호 침몰 사고로 인한 국가적 추모 분위기에 동참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야외행사 승인을 취소한 것뿐”이라며 취소사유를 밝혔지만 퀴어축제조직위 측은 “구청에 항의하는 사람이 많았다고 들었는데 이 때문에 취소된 것 같다”고 주장했다.


지난해에는 당초 6월13일 서울광장에서 행사를 개최하고자 했지만 타 기관의 행사로 인해 퀴어퍼레이드 일시와 장소가 변경됐다. 이후 집회신고를 위해 주최 측과 반대 측 모두 경찰서 앞에서 약 1주일간 철야를 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6월9일부터 28일 까지 20일 동안 퀴어문화축제가 진행됐다. 지난해 6월28일 열린 제16회 퀴어퍼레이드에서는 주최 측과 반대 측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퀴어퍼레이드는 서울광장에서 시작한 2.4km코스로 대규모 행렬이 2시간 가량 걸었다. 여기에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행사장을 찾아 주최 측에 힘을 실어줬다. 반면, 기독교단체들은 퍼레이드 주변에서 반대시위를 열었다. 퀴어축제조직위 사무처 관계자는 “지난해 축제기간 20일 동안 4만여 명이 동참했다”며 “재작년 기록을 보면 매년 인원이 2배씩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체측과 반대측의 입장차는 아직도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현재 서울시에 퀴어축제를 반대하는 민원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시는 “‘서울특별시 서울광장의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 제6조’(사용신고 수리)에 의거 광장 사용 신고는 수리해야 함이 원칙이며, 이는 모든 시민에게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밝혔다. 퀴어축제조직위 측은 다른 단체들과의 경합이 일자 예비적으로 6월26일 하루를 또 신청했다.

이미 예수재단 임요한 대표는 “6월26일도 다른 단체와 중복 신청돼 행사 개최가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밝힌 바 있다. 퀴어축제조직위 관계자는 축제 가능 여부에 대해 “확실하게 된다 안 된다 말씀드리기 어려운 부분”이라며 “협의 조정 과정을 마쳐 봐야 안다”고 밝힌 바 있다. 조직위 측이 타 단체와 경합한 이유는 같은 날 접수하면 시간에 관계없이 동 순위로 보는 규정 때문이다.

서울 광장의 행사 신청은 90일 전에 하는 것이 원칙이다. 조직위는 6월8일 기준으로 90일 전인 지난달 10일 신청서를 접수했지만 타 기관과 일정이 겹친 상황이다. 조직위 관계자는 “5월, 6월에는 행사들이 많아 겹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퀴어축제를 반대하는 단체에 대해 “퀴어축제는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내 자신을 보다 당당하게 드러낼 수 있게 한다”며 “사회 전체 여론이 그분들의 주장대로 되어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정치적 문제도

이어 “지금 동성애에 대한 인식의 변화 척도를 보면 변화의 속도는 빠르다”고 덧붙였다. 퀴어축제조직위 측이 서울시의 특혜를 받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특혜를 받아봤으면 좋겠다”며 “서울시는 조례상 원칙에 맞춰서 대응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절차적인 특혜나 배려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올해의 퀴어축제에 대해 “서로 같은 날에 서울광장을 사용한다고 하는 단체가 있어 협의 중에 있다”며 “다시 한 번 모여서 결정을 한다”고 말했다. 퀴어축제에 대한 서울시의 입장을 묻자 시 관계자는 “(서울시 입장은) 정치적인 문제라서 대답하기 곤란하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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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동병상련을 느낄 법한 두 사람은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전략적 제휴에 가까운 선택으로 각자의 어려움을 풀고 정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오찬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30분 동안 비공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유튜브 권력자?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여야의 수장이지만,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진영에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장 대표가 선출된 이후 줄곧 ‘무시’ 전술로 대응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 선출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공 기조를 잇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 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장 대표와 만난 것 자체가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은 여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 위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상왕으로 군림한다”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친문(친 문재인) 진영과 오랜 갈등 관계에 있었고 “민주당에서 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어준 상왕설’은 이젠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주간경향>은 지난 8일 ‘김어준 상왕설’을 다루면서 “김씨가 비판·견제가 어려운 신성불가침 영역이 됐다”는 민주당 내부 반응과 “김씨는 민주당의 고정 상수고, 당의 일부 기능이 김씨의 유튜브 채널로 이관됐다”는 일부 정치평론가 반응도 소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김씨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 날엔 “저는 ‘유튜브 권력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정치할 생각은 없다”며 “이 방송에 출연하면 공천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는 의견을 밝히셨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곧바로 반격을 받았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곽 의원을 일컬어 ‘부화뇌동 국회의원님’이라고 지칭하면서 “자존감을 좀 가지시라. 부끄럽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최 의원이 곧바로 반격한 것은 역설적으로 김씨와 이 대통령의 위상을 확인시켜 줬다. 이 대통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해체 ▲각종 외교 현안 ▲조국혁신당 성범죄 의혹 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에서 누르고 옆에서 치받고 이 대통령 앞에 수북한 난제 민주당에선 정 대표가 검찰개혁 관련 공세를 주도한다.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과 관련해 수사 기간·범위·인력 대폭 확대와 관련 재판 녹화 중계를 추진하는 특검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미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했다. 검찰을 겨냥해선 “추석 전 검찰을 해체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청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사법부를 겨냥해선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정부 내부에선 중수청의 소속 부처를 놓고 이미 갈등이 있었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알려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설치하면 민주적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사실상 ‘법무부 설치’를 주장했다. 그러자 친민주당 진영은 정 장관에게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친민주당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달 29일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정 장관도 검찰에 장악돼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과 관련해 정 대표와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이 크게 언쟁을 했다”는 설까지 불거졌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공개 발언에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장 대표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명분은 ‘견제와 균형 붕괴’였다. 장 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오랫동안 되풀이된 정치 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면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에 강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반응을 놓고 “이 대통령이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수청 소속 부처도 행정안전부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당의 의사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LG 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 구금 사태도 이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0일 후 발생한 사태였다. 안팎 모두 꼬인 실타래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15%로 확정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후 15% 관세율을 받아냈다. 그런데 일본의 관세율 15%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명문화된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 문서를 받아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300여명이 구금된 구체적인 이유는 이들이 최대 90일 동안 단기 체류만 할 수 있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해 근무한 것이었다.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해 근무한 이상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진행한 이 대통령에겐 “미국을 왕래하는 국민의 비자 문제에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과의 외교도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정상회담도 그만큼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인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자민당 다카아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 내에서 파벌 색이 짙지 않아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카이치 의원은 강경한 우익 포퓰리스트였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헌법 개정 ▲재무장 추진 ▲아베노믹스 계승 등 아베 전 총리와 거의 비슷한 정치색을 드러냈다. 지난 1994년엔 <히틀러 선거전략>이란 책의 추천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엔 “단기간에 여론을 모아 권력을 빼앗았다”거나 “긴급조치로 적을 섬멸했다”는 등의 독일 나치의 선거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설득할 수 없는 유권자는 말살한다”는 등 작전을 일본 정치인의 선거 승리 전략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국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고의로 신사 참배를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유명했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갈등하면서 지난 2012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강수를 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아베 전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으면서 대중국 외교에 공들였다.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되면, 이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 나비효과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큰 비판을 듣고 있다. 우 의장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을 2번이나 불렀음에도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해, 이 역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친서방 외교에 유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방향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내부에서 불거진 성추행·성희롱 사건도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은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문 핵심 일부가 창당했다. 이 사건은 혁신당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하면서 폭로해 외부에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은 조 비대위원장이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여파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번지고 있다. 기성세대 남성의 위선과 운동권 특유의 성 문화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친문계와 빚고 있는 광범위하면서도 조직적인 엇박자가 국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 뒷감당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장 대표도 이 대통령 못지않은 고립무원 상황에 직면했다.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도 신임받았던 김도읍 의원을 지난 1일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던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는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힘이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자유 우파 정당 4개에 양보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강경 보수 공세 친한 숙청 시동 민주당의 각종 입법 공세 방어 등 대여 공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동원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본회의 불참밖에 없었다. 3개의 특검은 이미 국민의힘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장 대표는 강경한 대여 공세를 약속하면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강경한 대여 공세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처음부터 없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 회동은 장 대표에겐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기회였다. 최소한 “이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자부할 만한 명분이 마련된 것이었다. 내부 사정도 녹록하진 않다. 장 대표에겐 지난해 12월 결별한 친한계(친 한동훈)와의 내부 투쟁도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 대표가 당선된 것 자체가 이미 친한계엔 큰 타격이었다. 아울러 친한계엔 ▲김종혁 전 최고위원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 ▲윤희석 전 대변인 ▲송영훈 전 대변인 등 국민의힘을 대표해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하는 인사들이 다수 소속돼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친한계의 이해관계를 각종 방송에서 대변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방송에서 당의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방침은 “국민의힘 몫 토론자로 출연해 친한계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방송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당내에서 양면 전선을 펼쳐놨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하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로선 여야 지도부 회동이 동병상련에 가까운 전략적 제휴였을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국민의힘의 의견을 모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뚜렷한 확답만 하지 않았을 뿐, 대통령 당선 이전 강성 이미지를 중화하려는 듯 유화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불화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 대표도 내부 반발이 있고,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해야 해서 제 코가 석 자”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중도를 지향하고자 강경파와 투쟁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분간 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회담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듯이 다음 날인 지난 9일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수북한 현안들 ‘내란’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명사가 됐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당내 강경파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정치적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마주 보고 성과를 낼수록 정 대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 대표의 제동은 “고립무원에 처한 여야 수장이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바퀴들이 삐걱대는 사이 현안은 더욱 수북이 쌓이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