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 전쟁… 국민들 뿔났다 (2) 국민도 ‘부글’ 기업은 ‘여유’ 실태

‘버티면 산다?’
먹는 음식에 장난을 치는 기업의 두둑한 ‘배짱’이 도마에 올랐다. ‘먹거리 파문’관련 해당업체의 늑장 대응이 화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식품업계는 그동안 이물질 사태가 벌어지면 즉각 수습에 나서지 않고 뭉그적대다 달랑 사과문만 발표하는 데 그쳤다. 이번 멜라민 파문도 마찬가지다. 팔짱을 끼고 ‘버티기’로 나오다, 이제 ‘배째라’식이다. ‘나몰라라’하는 업체들의 수수방관에 소비자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일이 터질 때마다 반복되고 있는 기업의 늑장 대처 실태를 되짚어봤다.

일단 버티기…그리고 호미 대신 가래로

1982년 10월 미국 시카고. 유명 진통해열제 ‘타이레놀’을 복용한 환자 7명이 갑자기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이 발생하자 제조사인 존슨&존슨의 시장점유율은 30%대에서 10% 아래로 곤두박질쳤다.
그러나 이 회사는 머뭇거리지 않고 즉각 원인 규명에 나섰다. 언론 매체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타이레놀을 복용하지 말라”고 알리는 동시에 미국 전역에서 판매되고 있는 타이레놀을 모두 회수해 폐기처분했다. 그 비용만 무려 2억5천만달러(약 2천7백억원)에 달했다.
당국의 조사 결과 제품 제조와는 전혀 상관없는 한 정신병자가 타이레놀을 몰래 훔쳐 독극물을 투입한 후 진열대에 다시 갖다 놓은 것으로 밝혀졌지만, 이물질을 넣지 못하도록 용기를 새로 제조하고 모든 정보를 공개하는 등 존슨&존슨의 자구책은 계속됐다. 그 결과 존슨&존슨은 추락한 명성을 회복했고, 시장점유율도 순식간에 이전 수준으로 올라섰다. 이 사건은 타이레놀 제품은 물론 존슨&존슨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를 높이는 계기가 됐다.
지난달 일본. 농약 성분이 남아 있는 오염된 공업용 쌀이 식용으로 유통된 것으로 조사되자 이를 납품받은 회사들은 우왕좌왕했다. 일본 정부는 건강문제를 일으켰다는 보고가 들어오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맥주업체 1위인 아사히맥주는 재빠른 대응에 나섰다. 문제의 쌀로 만든 자사의 소주 제품 전량을 자진 회수한 것.
아사히맥주는 지난 6월 출고된 ‘카노카’ 등 4가지 상표 65만병을 회수했으며, 회수비용으로 15억엔(약 1백67억원)을 쏟아 부었다. 아사히맥주 측은 “자체 조사 결과도 살충제가 남아있다는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신뢰 회복 위해 자진리콜을 실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1995년 3월 구미. 삼성전자 구미사업장에서 ‘불량제품 화형식’이 진행됐다. 당시 불량 휴대전화가 유통되고 있다는 보고가 올라오자 이건희 전 회장은 “전량 회수하라. 그리고 공장 사람들이 전부 보는 앞에서 태워 없애라”고 지시했다.
삼성전자는 곧바로 제품 회수에 들어갔고, 5백억원대의 제품이 한순간에 잿더미로 변해버렸다. 이 일화는 삼성전자를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케 한 원동력이 됐다.
‘신뢰·윤리 경영’의 사례들이다. 글로벌 경쟁시대에 신뢰와 윤리는 기업 운명을 좌우할 만큼 선택이 아닌 필수다. 국내 굴지의 식품회사들이 먹거리 파문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요즘 신뢰·윤리 경영은 더욱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근본적인 대책과 해결보다 사건의 본질을 숨기는데 급급한 실정이다.
끊이지 않는 ‘분유 파동’이 대표적이다. 2006년 9월 국내 분유업체 제품에서 대장균의 일종인 ‘사카자키균’이 검출, 한바탕 소동을 겪었다. 이 제품들을 전량 회수한 각 업체들은 다른 제품에서 사카자키균을 완전히 제거했다고 떠들어댔다. 그러나 지난해 4월 이유식 제품에서 또다시 사카자키균이 검출된데 이어 9월 한 업체의 조제분유에서 역시 사카자키균이 검출되기도 했다.
앞서 2000년 8월 중국산 ‘납 꽃게 파문’때도 업체들의 늑장 대응이 도마에 올랐다. 당시 해양수산부는 “전량 회수해 폐기하겠다”고 발표했지만, 회수까지 3달이나 걸렸다. 논란이 증폭되는 사이 중국산 납꽃게가 수입업자들의 은폐로 대량 유통되는가 하면 중국산 꽃게의 회수 및 폐기처분 조치 직후에도 여전히 판매돼 충격을 더했다.
지난해 2월 ‘식용유지 파문’도 상황은 비슷했다. 식약청은 옥수수유와 참기름, 들기름 등 10여개 제품에서 발암물질로 알려진 ‘벤조피렌’이 허용 권고기준을 초과, 해당업체에 자진 수거를 요청했으나 수거율은 지지부진했다. 업체들이 강제로 수거할 의무가 없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나중에 일부 제품은 회수되지 않은 채 시장에서 팔린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식약청도 자진 회수 권고 사실을 공개하지 않고 벤조피렌 발생을 자율적으로 줄이도록 촉구하는 선에서 사건을 넘겼다.
올 들어 먹거리 비상등에 불을 켠 ‘생쥐깡’과 ‘칼날 참치’파문도 기업들의 안이한 대처가 화를 키웠다. 지난 3월 농심은 1971년 첫 선을 보인 이후 ‘국민 간식’으로까지 불리며 오랫동안 국민적 사랑을 받았던 새우깡에서 생쥐머리로 추정되는 이물질이 검출돼 창립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 문제는 사건을 ‘쉬쉬’한 농심의 태도다.
농심은 이물질이 나온 사실을 알고도 한달 동안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2월 말 충북의 한 소비자가 슈퍼마켓에서 산 새우깡에서 1.6㎝ 크기의 털이 난 이물질을 발견하고 회사 측에 통보했지만, 농심은 최근 식약청이 이 문제를 발표한 뒤에야 내부조사 사실을 털어놨다. 어이없는 사고를 터트리고도 이를 은폐하려다 위기를 자초한 셈이다.
‘칼날 참치’생산업체인 동원 F&B도 2006년 11월 참치캔에서 커터 칼날이 나왔다는 소비자 불만신고를 받았지만,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고 사건을 덮으려 했다. 동원 F&B는 이를 신고한 소비자에게 참치 선물세트를 주며 사태 무마를 시도했다. 제품 수거조치도 없었다. 동원 F&B는 지난 3월 참치에서 또다시 칼날이 나왔으며, 이후에도 여러 제품에서 잇달아 이물질이 발견돼 진땀을 흘렸다.

유해물질 식품업체 안이한 대응 도마…사건 때마다 반복
‘나몰라라’수수방관에 소비자 속수무책 “불신만 키운다”
“국민들은 음식과 걱정 같이 먹는다”

더욱이 이 두 제품은 대부분 회수되지 않은 채 소비·유통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새우깡과 참치캔의 회수율은 각각 7.2%와 36.4%에 그쳤다. 특히 농심은 행정기관이 명령한 회수량도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생쥐깡’회수량은 지난 4월 식약청이 시행한 ‘위해식품 회수지침’시행 이전의 평균 회수율인 10.8%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같이 국내에서 ‘위해’판정을 받은 식품 회수율은 극히 저조하다.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손숙미 의원이 공개한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위해 식품 회수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 6월까지 수입산 과자류 제품 가운데 8백64.5t이 위해 식품으로 분류돼 회수 조치가 내려졌지만 회수 물량은 9.9%에 불과했다. 미 식품의약청(FDA)의 위해식품 회수율은 평균 36% 정도다.
올해의 경우 6월까지 위해 식품으로 적발된 수입 과자 81.3t이 유통됐지만 회수량은 1.2%(1t)에 그쳤다. 올해 적발된 과자류 가운데 캔디와 캐러멜 등에서 발암물질 논란이 있는 ‘시클라메이트’가 검출된 경우도 38.6t에 달했지만 회수량은 0.7t에 머물렀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먹는 음식에 장난치는 업체들은 국민 건강은 뒷전이고 어떻게든 사태 수습에만 급급하다”며 “제조회사가 진솔하게 경위를 파악하고 문제가 있으면 리콜 등으로 적극 대응해야 소비자들의 신뢰가 회복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멜라민 파동’에 휩싸인 식품업계의 대응도 별반 다르지 않다. 멜라민 검출 제품이 늘어나면서 전국이 들썩거리고 있는데 반해 업체들의 느슨한 위기관리가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는 것.
해태제과 등 업체들은 멜라민 파문 초기 “자사 제품은 문제가 없다”고 하나같이 발뺌했다. 그러다 국내 식품에서도 멜라민이 검출되자 돌연 입장을 바꿨다. 손을 놓고 있다가 뒤늦게 전량 회수에 나선 것. 해태제과는 3천5백여명의 전 직원을 동원해 제품을 거둬들여, 9월말 현재 98% 정도 물량을 회수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대형마트 등을 제외한 영세 점포 등엔 아직도 버젓이 팔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제과도 당초 “중국산 제품은 1개뿐”이라며 멜라민 식품 유통 사실을 숨기다 식약청의 판매금지 품목에 일부 제품이 포함되자 슬그머니 말을 바꿨다.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업체들은 관련 제품 생산을 중단하고 유통 물량도 회수해 폐기하고 있지만, 그전에 판매된 제품들은 이미 소비자의 입속에 들어간 상태”라며 “업계의 ‘쉬쉬 관행’이 반복되자 소비자들은 해당업체가 생산하는 다른 제품에도 의심의 눈초리를 보낼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이에 따라 위해 식품 관련 법·규정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1일 한나라당 이종혁 의원이 위해식품사범에 대한 벌칙을 강화하고 시급히 회수를 하도록 식품위생법 개정안을 발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식약청은 위해 우려 식품으로부터 국민의 먹거리 안전을 위해 권장규격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법적 규제력은 없다.
이 의원이 발의한 식품위생법 개정안에 따르면 식품회수 위반 및 허위보고에 대해 현행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형에서 최대 10년까지 징역형을 받을 수 있게 했으며 벌금도 2억원으로 늘렸다. 이 의원은 “현재 식품안전사고를 일으킨 업체에 대해서 벌금이나 행정처분 등을 관대하게 처벌하는 것이 대부분이여서 식품안전사고의 재범률이 높다”며 “식품안전사고가 끊이지 않는 것은 관련 법상 사전규제와 사후 징벌 모두 미약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식약청도 저조한 회수율을 높이기 위해 신속한 회수시스템의 구축 등 이물사태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을 내놓았다. 식약청은 “위해 우려 식품을 회수하지 않거나 은폐한 영업자에 대한 행정처분과 형사고발을 강화할 것”이라며 “위해식품의 원인규명과 신속한 회수를 위해 식품이력추적제도와 회수대상 식품을 정부가 직접 회수해 폐기처분하고 그 비용을 영업자에게 청구하는 행정대집행제도의 도입도 추진된다”고 설명했다.
‘먹거리 쇼크’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식품업계를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불신 또한 되풀이되고 있다. 그동안 먹거리 사고가 터지면 그때뿐이었다. 언제까지 국민들은 음식과 걱정을 같이 먹어야 할까.


‘불량품 쉬쉬’쪽박찬 회사들
“소비자 우롱은 폐업 지름길”
자사의 불량품을 쉬쉬하다 한순간에 쪽박 찬 회사들도 하나 둘이 아니다.
일본 미쓰비시자동차는 2000년 일부 차량의 결함을 알고도 소비자들의 리콜 요구와 클레임을 감춰오다 내부 고발로 이런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미쓰비시는 무려 76만여대 리콜을 실시했다. 그러나 이는 판매 부진으로 이어져 2000년 3천6백억엔 적자를 기록했고, 주가도 40%나 폭락했다.
2004년 6월엔 주력 승용차와 트럭·버스 등의 차량 결함 은폐 사실이 들통 나기도 했다. 그해에만 일본 내 판매가 40%나 줄어들었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게 된 셈이다. 미쓰비시의 부도덕한 위기관리는 기업 이미지를 크게 훼손시켰고, 고객의 신뢰도 한순간에 무너뜨렸다.
일본의 햄·소시지 시장의 80% 가량을 차지했던 유키지루시식품회사는 2002년 문을 닫았다. 호주산 쇠고기를 일본산으로 속여 팔다 적발됐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등을 돌리자 파산을 면치 못했다.
1990년대 초반 급부상한 미국의 엔론 역시 분식회계를 일삼은 대가로 2001년 12월 문을 닫았다. 이 회사는 이익 부풀리기를 통한 분식회계와 이를 숨기기 위한 정·관계로비 등으로 시장의 신뢰를 잃어 결국 파산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사고를 숨기기에 급급해 잘못을 은폐하다 더 큰 위기를 자초하는 경우가 일어난다”며 “이런 안이한 조치는 소비자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결국 매출에도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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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