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 전쟁… 국민들 뿔났다 (2) 국민도 ‘부글’ 기업은 ‘여유’ 실태

‘버티면 산다?’
먹는 음식에 장난을 치는 기업의 두둑한 ‘배짱’이 도마에 올랐다. ‘먹거리 파문’관련 해당업체의 늑장 대응이 화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식품업계는 그동안 이물질 사태가 벌어지면 즉각 수습에 나서지 않고 뭉그적대다 달랑 사과문만 발표하는 데 그쳤다. 이번 멜라민 파문도 마찬가지다. 팔짱을 끼고 ‘버티기’로 나오다, 이제 ‘배째라’식이다. ‘나몰라라’하는 업체들의 수수방관에 소비자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일이 터질 때마다 반복되고 있는 기업의 늑장 대처 실태를 되짚어봤다.

일단 버티기…그리고 호미 대신 가래로

1982년 10월 미국 시카고. 유명 진통해열제 ‘타이레놀’을 복용한 환자 7명이 갑자기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이 발생하자 제조사인 존슨&존슨의 시장점유율은 30%대에서 10% 아래로 곤두박질쳤다.
그러나 이 회사는 머뭇거리지 않고 즉각 원인 규명에 나섰다. 언론 매체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타이레놀을 복용하지 말라”고 알리는 동시에 미국 전역에서 판매되고 있는 타이레놀을 모두 회수해 폐기처분했다. 그 비용만 무려 2억5천만달러(약 2천7백억원)에 달했다.
당국의 조사 결과 제품 제조와는 전혀 상관없는 한 정신병자가 타이레놀을 몰래 훔쳐 독극물을 투입한 후 진열대에 다시 갖다 놓은 것으로 밝혀졌지만, 이물질을 넣지 못하도록 용기를 새로 제조하고 모든 정보를 공개하는 등 존슨&존슨의 자구책은 계속됐다. 그 결과 존슨&존슨은 추락한 명성을 회복했고, 시장점유율도 순식간에 이전 수준으로 올라섰다. 이 사건은 타이레놀 제품은 물론 존슨&존슨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를 높이는 계기가 됐다.
지난달 일본. 농약 성분이 남아 있는 오염된 공업용 쌀이 식용으로 유통된 것으로 조사되자 이를 납품받은 회사들은 우왕좌왕했다. 일본 정부는 건강문제를 일으켰다는 보고가 들어오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맥주업체 1위인 아사히맥주는 재빠른 대응에 나섰다. 문제의 쌀로 만든 자사의 소주 제품 전량을 자진 회수한 것.
아사히맥주는 지난 6월 출고된 ‘카노카’ 등 4가지 상표 65만병을 회수했으며, 회수비용으로 15억엔(약 1백67억원)을 쏟아 부었다. 아사히맥주 측은 “자체 조사 결과도 살충제가 남아있다는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신뢰 회복 위해 자진리콜을 실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1995년 3월 구미. 삼성전자 구미사업장에서 ‘불량제품 화형식’이 진행됐다. 당시 불량 휴대전화가 유통되고 있다는 보고가 올라오자 이건희 전 회장은 “전량 회수하라. 그리고 공장 사람들이 전부 보는 앞에서 태워 없애라”고 지시했다.
삼성전자는 곧바로 제품 회수에 들어갔고, 5백억원대의 제품이 한순간에 잿더미로 변해버렸다. 이 일화는 삼성전자를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케 한 원동력이 됐다.
‘신뢰·윤리 경영’의 사례들이다. 글로벌 경쟁시대에 신뢰와 윤리는 기업 운명을 좌우할 만큼 선택이 아닌 필수다. 국내 굴지의 식품회사들이 먹거리 파문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요즘 신뢰·윤리 경영은 더욱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근본적인 대책과 해결보다 사건의 본질을 숨기는데 급급한 실정이다.
끊이지 않는 ‘분유 파동’이 대표적이다. 2006년 9월 국내 분유업체 제품에서 대장균의 일종인 ‘사카자키균’이 검출, 한바탕 소동을 겪었다. 이 제품들을 전량 회수한 각 업체들은 다른 제품에서 사카자키균을 완전히 제거했다고 떠들어댔다. 그러나 지난해 4월 이유식 제품에서 또다시 사카자키균이 검출된데 이어 9월 한 업체의 조제분유에서 역시 사카자키균이 검출되기도 했다.
앞서 2000년 8월 중국산 ‘납 꽃게 파문’때도 업체들의 늑장 대응이 도마에 올랐다. 당시 해양수산부는 “전량 회수해 폐기하겠다”고 발표했지만, 회수까지 3달이나 걸렸다. 논란이 증폭되는 사이 중국산 납꽃게가 수입업자들의 은폐로 대량 유통되는가 하면 중국산 꽃게의 회수 및 폐기처분 조치 직후에도 여전히 판매돼 충격을 더했다.
지난해 2월 ‘식용유지 파문’도 상황은 비슷했다. 식약청은 옥수수유와 참기름, 들기름 등 10여개 제품에서 발암물질로 알려진 ‘벤조피렌’이 허용 권고기준을 초과, 해당업체에 자진 수거를 요청했으나 수거율은 지지부진했다. 업체들이 강제로 수거할 의무가 없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나중에 일부 제품은 회수되지 않은 채 시장에서 팔린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식약청도 자진 회수 권고 사실을 공개하지 않고 벤조피렌 발생을 자율적으로 줄이도록 촉구하는 선에서 사건을 넘겼다.
올 들어 먹거리 비상등에 불을 켠 ‘생쥐깡’과 ‘칼날 참치’파문도 기업들의 안이한 대처가 화를 키웠다. 지난 3월 농심은 1971년 첫 선을 보인 이후 ‘국민 간식’으로까지 불리며 오랫동안 국민적 사랑을 받았던 새우깡에서 생쥐머리로 추정되는 이물질이 검출돼 창립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 문제는 사건을 ‘쉬쉬’한 농심의 태도다.
농심은 이물질이 나온 사실을 알고도 한달 동안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2월 말 충북의 한 소비자가 슈퍼마켓에서 산 새우깡에서 1.6㎝ 크기의 털이 난 이물질을 발견하고 회사 측에 통보했지만, 농심은 최근 식약청이 이 문제를 발표한 뒤에야 내부조사 사실을 털어놨다. 어이없는 사고를 터트리고도 이를 은폐하려다 위기를 자초한 셈이다.
‘칼날 참치’생산업체인 동원 F&B도 2006년 11월 참치캔에서 커터 칼날이 나왔다는 소비자 불만신고를 받았지만,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고 사건을 덮으려 했다. 동원 F&B는 이를 신고한 소비자에게 참치 선물세트를 주며 사태 무마를 시도했다. 제품 수거조치도 없었다. 동원 F&B는 지난 3월 참치에서 또다시 칼날이 나왔으며, 이후에도 여러 제품에서 잇달아 이물질이 발견돼 진땀을 흘렸다.

유해물질 식품업체 안이한 대응 도마…사건 때마다 반복
‘나몰라라’수수방관에 소비자 속수무책 “불신만 키운다”
“국민들은 음식과 걱정 같이 먹는다”

더욱이 이 두 제품은 대부분 회수되지 않은 채 소비·유통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새우깡과 참치캔의 회수율은 각각 7.2%와 36.4%에 그쳤다. 특히 농심은 행정기관이 명령한 회수량도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생쥐깡’회수량은 지난 4월 식약청이 시행한 ‘위해식품 회수지침’시행 이전의 평균 회수율인 10.8%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같이 국내에서 ‘위해’판정을 받은 식품 회수율은 극히 저조하다.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손숙미 의원이 공개한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위해 식품 회수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 6월까지 수입산 과자류 제품 가운데 8백64.5t이 위해 식품으로 분류돼 회수 조치가 내려졌지만 회수 물량은 9.9%에 불과했다. 미 식품의약청(FDA)의 위해식품 회수율은 평균 36% 정도다.
올해의 경우 6월까지 위해 식품으로 적발된 수입 과자 81.3t이 유통됐지만 회수량은 1.2%(1t)에 그쳤다. 올해 적발된 과자류 가운데 캔디와 캐러멜 등에서 발암물질 논란이 있는 ‘시클라메이트’가 검출된 경우도 38.6t에 달했지만 회수량은 0.7t에 머물렀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먹는 음식에 장난치는 업체들은 국민 건강은 뒷전이고 어떻게든 사태 수습에만 급급하다”며 “제조회사가 진솔하게 경위를 파악하고 문제가 있으면 리콜 등으로 적극 대응해야 소비자들의 신뢰가 회복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멜라민 파동’에 휩싸인 식품업계의 대응도 별반 다르지 않다. 멜라민 검출 제품이 늘어나면서 전국이 들썩거리고 있는데 반해 업체들의 느슨한 위기관리가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는 것.
해태제과 등 업체들은 멜라민 파문 초기 “자사 제품은 문제가 없다”고 하나같이 발뺌했다. 그러다 국내 식품에서도 멜라민이 검출되자 돌연 입장을 바꿨다. 손을 놓고 있다가 뒤늦게 전량 회수에 나선 것. 해태제과는 3천5백여명의 전 직원을 동원해 제품을 거둬들여, 9월말 현재 98% 정도 물량을 회수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대형마트 등을 제외한 영세 점포 등엔 아직도 버젓이 팔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제과도 당초 “중국산 제품은 1개뿐”이라며 멜라민 식품 유통 사실을 숨기다 식약청의 판매금지 품목에 일부 제품이 포함되자 슬그머니 말을 바꿨다.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업체들은 관련 제품 생산을 중단하고 유통 물량도 회수해 폐기하고 있지만, 그전에 판매된 제품들은 이미 소비자의 입속에 들어간 상태”라며 “업계의 ‘쉬쉬 관행’이 반복되자 소비자들은 해당업체가 생산하는 다른 제품에도 의심의 눈초리를 보낼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이에 따라 위해 식품 관련 법·규정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1일 한나라당 이종혁 의원이 위해식품사범에 대한 벌칙을 강화하고 시급히 회수를 하도록 식품위생법 개정안을 발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식약청은 위해 우려 식품으로부터 국민의 먹거리 안전을 위해 권장규격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법적 규제력은 없다.
이 의원이 발의한 식품위생법 개정안에 따르면 식품회수 위반 및 허위보고에 대해 현행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형에서 최대 10년까지 징역형을 받을 수 있게 했으며 벌금도 2억원으로 늘렸다. 이 의원은 “현재 식품안전사고를 일으킨 업체에 대해서 벌금이나 행정처분 등을 관대하게 처벌하는 것이 대부분이여서 식품안전사고의 재범률이 높다”며 “식품안전사고가 끊이지 않는 것은 관련 법상 사전규제와 사후 징벌 모두 미약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식약청도 저조한 회수율을 높이기 위해 신속한 회수시스템의 구축 등 이물사태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을 내놓았다. 식약청은 “위해 우려 식품을 회수하지 않거나 은폐한 영업자에 대한 행정처분과 형사고발을 강화할 것”이라며 “위해식품의 원인규명과 신속한 회수를 위해 식품이력추적제도와 회수대상 식품을 정부가 직접 회수해 폐기처분하고 그 비용을 영업자에게 청구하는 행정대집행제도의 도입도 추진된다”고 설명했다.
‘먹거리 쇼크’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식품업계를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불신 또한 되풀이되고 있다. 그동안 먹거리 사고가 터지면 그때뿐이었다. 언제까지 국민들은 음식과 걱정을 같이 먹어야 할까.


‘불량품 쉬쉬’쪽박찬 회사들
“소비자 우롱은 폐업 지름길”
자사의 불량품을 쉬쉬하다 한순간에 쪽박 찬 회사들도 하나 둘이 아니다.
일본 미쓰비시자동차는 2000년 일부 차량의 결함을 알고도 소비자들의 리콜 요구와 클레임을 감춰오다 내부 고발로 이런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미쓰비시는 무려 76만여대 리콜을 실시했다. 그러나 이는 판매 부진으로 이어져 2000년 3천6백억엔 적자를 기록했고, 주가도 40%나 폭락했다.
2004년 6월엔 주력 승용차와 트럭·버스 등의 차량 결함 은폐 사실이 들통 나기도 했다. 그해에만 일본 내 판매가 40%나 줄어들었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게 된 셈이다. 미쓰비시의 부도덕한 위기관리는 기업 이미지를 크게 훼손시켰고, 고객의 신뢰도 한순간에 무너뜨렸다.
일본의 햄·소시지 시장의 80% 가량을 차지했던 유키지루시식품회사는 2002년 문을 닫았다. 호주산 쇠고기를 일본산으로 속여 팔다 적발됐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등을 돌리자 파산을 면치 못했다.
1990년대 초반 급부상한 미국의 엔론 역시 분식회계를 일삼은 대가로 2001년 12월 문을 닫았다. 이 회사는 이익 부풀리기를 통한 분식회계와 이를 숨기기 위한 정·관계로비 등으로 시장의 신뢰를 잃어 결국 파산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사고를 숨기기에 급급해 잘못을 은폐하다 더 큰 위기를 자초하는 경우가 일어난다”며 “이런 안이한 조치는 소비자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결국 매출에도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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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