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 전쟁…국민들‘뿔’났다 (3) 가공식품의 위험 바로 알기

멜라민이 함유된 중국산 분유의 불똥이 식품업계 전반으로 퍼지고 있다. 이 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것은 어린이들이 즐겨먹는 과자에서 줄줄이 멜라민이 검출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지난 2006년 KBS에서 과자의 위험성에 대해 방송한 이후 일어난 ‘과자파동’ 만큼이나 그 파급력이 커지고 있다. 특히 믿었던 유명 식품사의 과자에서까지 멜라민이 발견되면서 충격은 더욱 깊어만 간다. 그리고 이는 가공식품 전반의 위험성으로 번지고 있어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날로 커지고 있다. ‘뭘 먹고 살아야 하나’란 한숨 섞인 탄식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지금의 세태를 조명했다.

“제2, 제3의 과자파동 또 터질 수 있다”

멜라민 파동으로 세계가 시끌시끌하다. 중국산 분유에서 그칠 줄 알았던 이번 파동은 우리들이 일상적으로 먹는 과자, 커피 등으로 번지면서 공포감을 조성하고 있다.
이처럼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는 먹거리 파동은 잊을 만하면 터져 나와 장을 보는 주부들의 손길을 주춤하게 만든다. 특히 이번 멜라민 파동은 어린이들이 즐겨먹는 과자 등 가공식품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는 점에서 부모의 가슴을 철렁 내려앉게 만들고 있다.

지난 2006년 과자파동
다시 한번 일어날 조짐
아이들이 즐겨 먹는 과자에 건강을 해칠 수 있는 성분이 들어있다는 결과가 나와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6년 일어난 ‘과자파동’으로 어린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은 가슴을 쓸어내린 바 있다.
2년 전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든 과자파동의 시초는 KBS ‘추적60분’이 과자의 위험성에 대한 내용을 공개하면서부터다.
당시 이 프로그램은 과자 속에 들어가는 색소, 방부제, 조미료와 같은 첨가물이 아토피를 악화시키는 요인이라는 것을 보여줬다. 이 방송에서는 과자로 인해 아토피가 더욱 악화됐다고 말하는 환자들이 직접 나와 인터뷰를 하는 장면이 나와 국민들을 충격에 빠트렸다.
특히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은 그동안 아무 생각 없이 아이들에게 먹였던 과자들이 위험한 식품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공장에서 만들어진 과자를 먹이지 말자는 운동을 주도하기도 했다. 이 결과로 과자매출이 급감하는 현상과 ‘홈 메이드 쿠키 열풍’이 함께 불기도 했다. ‘내 아이가 먹을 것은 내 손으로 만들자’는 구호아래 과자 만들기 교실 등이 우후죽순 생기고 과자 굽기에 필요한 오븐이 불티나게 팔리기도 했다.
또 잊혀졌던 한과 등의 과자와 첨가물이 들어가지 않은 떡 등의 간식거리가 인기몰이를 하기도 했다.
이 같은 현상에 기름을 부은 것은 책 한 권이었다. 이 책의 저자는 과자 회사에서 16년간 근무하다가 과자의 위험성을 직접 체험한 뒤 직장을 그만두고 과자공장의 비밀을 공개한 안병수 소장(후델식품건강연구소)이다.
그는 ‘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이라는 저서를 통해 위험천만한 과자와 가공식품의 위험성을 파헤쳤다. 이 책은 가공식품이 아이의 몸을 망칠 뿐만 아니라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 청소년 범죄 등의 정신장애를 일으키고, 선천성 장애아 출산의 원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또 식품회사 이익과 소비자 이익이란 운명적인 엇박자 사이에서 우리와 우리아이들의 먹을거리를 지켜낼 수 있는 것은 결국 소비자뿐이란 사실을 기억해내야 한다고 강변하기도 했다.
당시 과자파동과 함께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극에 달하게 했던 내용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중국 발 멜라민 파동으로 2년 전 ‘과자파동’ 다시 일어날 조짐
건강 해치는 식품첨가물 들어있는 가공식품 또 한번 집중조명

▲ 세기의 최고 걸작 ‘라면’ = 인스턴트의 가장 큰 문제는 여러 종류의 첨가물을 한꺼번에 섭취하도록 고안된 점이다. 라면의 원료는 열처리 과정을 거친 ‘흰 밀가루’와 ‘첨가물’이다. 라면에 쓰이는 고열처리된 탄수화물은 입자가 작고 성글어서 소화흡수가 비정상적으로 빠르다. 혈당치를 급속히 증가시켜 우리 몸의 인슐린 분비 세포에 타격을 가하는 것이다.
▲ 식품이 아닌 식품인 ‘정크푸드, 스낵’ = 영양가는 없으면서 적은 양으로도 혈당치를 급상승시키고 공복감을 해소시키는 정크푸드. 이런 식품을 지속적으로 탐닉하면 결국 혈당 관리시스템에 빨간 불이 켜지고 만다.
 
가공식품의 무서운 실체
각종 생활습관병 만들어
▲ 충치는 빙산의 일각 ‘캔디’ = 캔디에 들어 있는 설탕과 정제물엿은 당 대사 기능에 엄청난 해악을 끼친다. 경화시킨 유지와 첨가물을 동시에 섭취하면 그 유해성은 더욱 커진다. 캔디야말로 영양분이 전혀 없는 정제당 70%와 향료, 색소, 유화제, 가소제, 향 보조제 등 첨가물 30%가 주원료다. 오직 문제 있는 물질로만 이뤄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입 청소에 가려진 껌의 진짜 모습= 껌에는 어마어마한 양의 화학물질이 들어있다. 합성물질인 껌베이스와 일반식품에 비해 향료사용 비율은 10배를 넘는다. 껌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하나에 0.1g이나 들어가는 향료다. 향료는 ppt(1조분의 1)단위에서도 활성화하는데 체중 50kg인 사람이 껌 하나를 씹으면 향료의 체내 농도는 무려 2백만ppt에 이른다.
▲ 양의 탈 쓴 이리 ‘아이스크림’ = 물과 기름을 섞어 만드는 아이스크림에 반드시 필요한 유화제는 발암물질을 비롯한 각종 유해성분을 체액에 섞이도록 돕는다. 당류와 지방질 원료가 다량 사용된다는 점도 치명적이다. 향료와 색소, 안정제, 인공감미료 등 유해 첨가물 투성이기 때문이다.
▲ 아메리칸 사료 ‘패스트푸드’ = 패스트푸드의 문제는 첨가물이란 것과 높은 지방 함량 때문에 생기는 고칼로리 등 두 가지다. 하지만 고칼로리보다 더욱 해로운 것은 튀김과정에서 함유되는 트랜스지방산이다.
▲ 허울 좋은 너울 ‘가공치즈와 버터’ = 물성을 좋게 하기 위해 유화제를 넣고 맛을 위해 조미료나 향료를 넣고, 거기에 색소와 보존료까지 넣은 가공치즈. 가공치즈에는 조미료와 향, 색소, 보존료 등 첨가물 투성이다.
▲가장 위험한 것 ‘햄과 소시지’= 햄과 소시지는 바로 ‘아질산나트륨’이 들어 있다. 아질산나트륨이 육류라면 반드시 ‘아민’ 성분과 결합해 니트로사민을 만드는 게 문제다. 동물실험에 따르면 니트로사민 0.3마이크로그램을 단 한번 투여했더니, 간암이나 폐암이 유발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노란 우유 ‘가공유’= 붕어빵에 붕어가 없듯 바나나 우유에도 바나나는 없다. 그 깊숙한 바나나 맛을 내는 수백 가지의 화학물질, 향료 속에 뇌 활동을 왜곡하는 물질, 호르몬 교란 물질, 알레르기 유발 물질들이 얼마나 들어 있는지는 모른다. 단맛은 액상과당과 백설탕으로, 노란색은 치자황색소로, 바나나 맛은 바나나 향으로 낸다. 일본 ‘식품첨가물평가일람’은 치자황색소를 ‘위험등급 3급’첨가물로 분류한다.
▲액체사탕 ‘청량음료’ = 콜라의 유해성이 두려워 사이다를 대신 선택했다면 이는 ‘호랑이를 피하기 위해 늑대 굴로 들어서는 격’이다. 액상과당, 탄산가스, 인산, 향료 등을 주원료로 하는 청량음료가 비만의 원인이라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지만, 인산 성분이 아이들의 정신건강까지 위협하는 행동 독리학상의 물질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고가의 청량음료 ‘드링크류’ = 피로회복제로 알고 있는 드링크 제품은 정제당과 향료로 맛을 내고 각성물질이나 방부제와 같은 해로운 성분을 첨가해 만든 고가의 청량음료일 뿐이다. 드링크류의 경우 카페인 못지 않게 안식향산나트륨이 문제다. 개를 대상으로, 체중 1㎏당 인식향산나트륨 1g씩을 매일 투여했더니 운동이 불가능해지고 간질성 경련을 일으키더니 2백50일만에 죽음에 이르는 것이 확인됐다.
이처럼 안병수 소장은 자신이 직접 체험했던 각종 가공식품의 위험성을 고발해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책에서 밝힌 가공식품의 위험성은 하루 종일 가공식품에 노출되어 있는 많은 이들을 긴장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잊혀졌던 과자의 위험성, 멜라민 파동으로 다시 불거져
세계적인 식품업체 제품도 위험해 소비자 불안감 커져

그러나 이 같은 파동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금세 잊어버리는 우리 사회의 특성은 과자파동에도 어김없이 발휘됐다.
또 그해 제과업체들이 과자에 들어간 식품 첨가물이 아토피성 피부염을 유발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KBS ‘추적 60분’의 보도와 관련, 제과업체가 공동으로 KBS를 상대로 수백원대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면서 과자파동은 주춤했다.
당시 롯데·오리온·크라운·해태 등 4개 제과업체가 “아토피의 정확한 원인이 규명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KBS가 마치 과자 속 첨가물을 아토피 피부염의 주범인 것처럼 보도함으로써 천문학적인 손실을 일으켰다”며 과자파동의 책임을 물었다.

세계적 식품업체도 못 믿어
“뭘 믿고 사먹어야 되나?”
그 후 많은 이들은 일상적으로 먹는 과자 등 가공식품의 위험성에 대해 잊어버렸다. 물론 업체들이 트렌스지방 등의 첨가물이 적게 들어간 제품을 만들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며 자사의 제품의 안정성에 대해 홍보한 것도 안심하고 과자를 먹는 데 일조하기도 했다.
그러는 사이 소비자들은 공장에서 만들어진 과자를 섭취함으로써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것에 무감각해졌다.
그런 상황에서 최근 맞이한 멜라민 파동이 더 큰 충격으로 다가오는 것은 말할 나위도 없을 것이다. 특히 세계적인 유명식품회사에서 만든 과자에서까지 멜라민이 검출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 충격은 헤아릴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 다국적 식품업체인 나비스코푸드가 중국에서 생산한 리츠 샌드위치 크래커 치즈에서 멜라민이 검출됐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수  많은 가공식품 중 뭘 믿고 먹어야 하나’라는 고민은 더욱 커지고 있다.
그리고 가공식품의 종류와 식품첨가물이 증가하면 증가할수록 제2, 제3의 식품파동은 계속해서 벌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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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