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인물> 새누리 러브콜 받은 강봉균

뼛속까지 DJ맨? 미련없이 짐쌌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공천 내홍을 빚고 있는 새누리당이 4·13총선 중앙선거대책위원장으로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장관 영입을 추진하고 있다. 강 전 장관은 이를 수락했다. 야당에서만 3선 의원을 지낸 뼛속 야당 인사 중 한 사람이다. 새누리당의 ‘강봉균 카드’는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의식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새누리당이 야권 거물급 인사인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장관에게 20대 총선을 이끌 중앙선거대책위원장직을 제안했다. 김대중정부 재경부장관을 지내고 현 야당 소속으로 16∼18대 3선 의원을 지낸 강 전 장관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에 대한 대항마로 거론된다.

5년 만에…
한자리 하나

강 전 장관과 김 대표 모두 ‘경제통’으로 꼽히며 교차 영입이다. 김 대표는 한때 박근혜 대통령의 멘토였으나 더 민주행을 선택했고, 여권의 러브콜을 받은 강 전 장관은 야권 출신이지만 새누리당으로 둥지를 옮겼다.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지금 경제적으로 매우 엄중한 상황이고 위기인 만큼 경제전문가를 영입해 선대위원장으로 모시자는 논의가 이어져 왔다”며 “강 전 장관과 어제 조찬을 함께 하며 중앙선대위원장직을 맡아달라고 정식 요청했다”고 밝혔다.

김무성 대표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전에 조율이 됐다. (강 전 장관) 본인이 수락하면 확정된 것으로 보면 된다”고 했다.


김 대표는 지난 14일, 강 전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선대위원장직 수용을 간곡히 부탁했고, 이틀 뒤인 16일 원 원내대표가 강 전 장관을 만나 최고위의 의사를 전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최고위에서는 강 전 장관이 야당 인사로 분류되지만 평소 새누리당 경제정책과 인식이 일치하는 부분이 많아 선대위원장으로 영입하는 데 전원 찬성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강 전 장관은 새누리당의 제안에 대해 “내가 정치적 사심이 있어서 그런 직책을 맡는 것처럼 오해받기 싫다는 것이 고민의 첫 번째 포인트”라고 말했다. 이어 김 대표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이 됐든 새누리당이 됐든 어려운 경제를 살리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 포퓰리즘에 빠진 정책으로 국민을 헷갈리게 하는 데 반대한다”고 말했다.

새누리 선대위 맡으면…김종인 맞불
야권 인사지만 경제관 보수적 평가

강 전 장관은 1943년 8월13일 전라북도 군산에서 태어났다. 1961년에는 군산사범학교를 졸업하고 3년간 초등학교 교사를 한 후, 1964년 서울대학교 상과대학에 입학했다. 1969년 대학을 졸업하면서 행정고시에 합격해 경제기획원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20년 넘게 경제기획원을 거쳐 1993년 노동부차관이 됐다. 경제기획원 활동 도중에도 학업을 계속해 1972년에서는 미국 윌리엄스대학에서 경제학 석사, 1989년에는 한양대학교에서 〈한국의 경제개발 전략이 소득분배구조에 미친 영향〉이라는 논문으로 경제학 박사를 취득했다.

1994년 후반부터 국무총리 행정조정실장, 1995년 말에 이수성 전 국무총리를 보좌했다. 1996년 8월8일부터 정보통신부장관이 되어 김영삼 전 대통령 임기가 끝나는 1998년 초까지 자리를 지켰다.

이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되고 정책기획수석으로 발탁됐다. 얼마 후에는 경제수석으로 자리를 옮겼으며, 1999년 5월에 재경부장관이 되어 2000년 1월까지 활동했다. 장관에서 물러난 이후 2000년 4월에는 16대 총선 경기도 성남시 분당갑에 새정치국민회의의 후보로 출마했으나 한나라당의 고흥길 후보에게 패배했다.


2001년 3월부터 2002년 6월까지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으로 있다가 2002년 7월1일 전북 군산의 강현욱 의원이 전북도지사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사퇴함에 따라 보궐선거를 통해 제16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돼 2004년까지 활동했다.

새천년민주당, 열린우리당, 대통합민주신당, 통합민주당 등 민주당계 당적을 이어온 강 전 장관은 18대총선까지 3선 의원을 지냈으며, 열린우리당 정책위의장과 중도통합민주당의 원내대표를 지냈다.

19대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은 시민통합당과의 합당 이후 민주통합당으로 재창당됐다. 강 전 장관은 민주통합당으로 당적을 바꾸게 된다. 그러나 19대총선을 앞두고 민주통합당 지도부는 현역 물갈이론을 내세워 강 전 장관을 공천하지 않았다.

19대 총선 때
물갈이 휩쓸려

특히 호남지역의 다선 의원은 ‘민주당 텃밭’임을 감안해 현역의원에 대한 교체에 대한 목소리가 거셌다. 이 와중에 강 전 장관은 본인과 아들의 병역문제와 보좌관 비리가 확산되면서 공천에서 탈락하자 탈당과 함께 불출마 선언을 했다.

하지만 2013년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의 경제자문을 맡으면서 정치를 다시 시작했다. 2014년 정계은퇴 선언을 번복하고 새정치민주연합 전북도지사 예비후보로 등록했지만 송하진 전 전주시장에게 경선에서 패했다.
 

강 전 장관에게는 몇 가지 흑역사도 있다. 재경부장관으로 있을 당시 ‘400만 신용불량자들 양산’ 비판을 받고 있다. 경기부양을 위해 추진한 신용카드 활성화 정책으로 인해 수백만 신용불량자를 양산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강 전 장관이 재임하던 시절 ▲신용카드의 현금서비스 사용한도 폐지 ▲길거리 카드회원 모집 ▲신용카드 매출전표 복권제도 등을 도입하며 신용카드 규제를 완화했다.

이때 카드사는 노숙자도 카드를 만들 수 있도록 유도했다. 카드사가 높은 이자율로 고리대금업에 가까운 영업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기도 했다. 그 결과 1998년 193만명이던 신용불량자의 숫자가 2004년 382만명으로 폭등했다.

특히 규제완화로 한해 카드사용자가 100만명씩 증가했고 이들의 80%가 신용불량자가 됐다. 정부가 앞장서 국민들에게 과소비와 사치를 조장해 신용불량자를 만들었다는 지적을 받았다.

전북 출신 DJ정부 재경부장관 지내
우리·민주당 등 더민주 전신서 3선

이로 인해 2004년 신용카드 특검이 이루어졌는데, 강 전 장관은 자신에게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많은 경제학자들과 시민단체들은 강 전 장관의 책임론을 주장했다. 당시 참여연대는 성명서를 통해 “경제정책을 주도했던 강 전 장관은 국민 앞에서 사과해야 한다”고 책임을 촉구하기도 했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는 병역비리로 강 전 장관과 아들의 병역문제를 다루며 논란에 불을 지피기도 했다. MC몽 병역비리 브로커였던 김모씨가 병무청 직원들에게 돈을 주고 강 전 장관의 아들을 보충역으로 처분해줬다고 진술했다.


2002년 7월6일 <오마이뉴스> 기사에도 강 전 장관의 부인이 병무청 직원에게 돈을 주고 아들의 병역 감면 청탁을 했다는 병무청 직원의 검찰 진술 보도가 소개됐다. 서울지검은 당시 병역문제를 수사하며 강 전 장관의 아들과 관련된 '병역비리 혐의' 내용을 확인했지만 공소시효가 지나 더 이상 수사를 진척시키지 않았다고 밝혔다.

강 전 장관 아들의 병역문제 혐의를 진술했던 서울병무청의 한 관계자는 김 전 청장 뇌물수수와 관련해 뇌물공여자 중의 한 사람으로 검찰에 소환된 바 있다.

이 때 병무청 직원은 “강 전 장관의 아들이 지난 93년 서울병무청에서 실시한 신검과정에서 천식이라는 병명으로 보충역 또는 면제를 받으려고 시도하다가 실패했다”며 “얼마 뒤 강 전 장관의 부인이 서울병무청에 근무하는 나에게 1000만원을 주며 천식으로 4급 보충역 판정을 받게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진술했다.

강 전 장관의 아들은 94년에 유학을 떠나 지금까지 20여년간 해외에 거주하며 대한민국 국적을 포기하고 미국여성과 결혼해 영주권을 취득했다.

신용불량 양산
병역비리 의혹

지난 2005년 강 전 장관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들은 이제 만31세가 됐다. 우리 나이로 서른두살이다. 학부를 마치고 대학원을 진학하기 위해 현재 비즈니스 커리어를 쌓고 있다. 공부를 마친 후에 병역의 의무를 다할 것”이라고 답변했지만, 아들은 귀국하지 않았고 더불어 병역소집기간을 넘기고 이혼함으로써 위장결혼 의혹까지 제기됐다.


강 전 장관 본인도 병역기피 의혹이 있다. 1964년 병역기피 이후 입영했다가 결핵 판정으로 귀가조치됐다. 1967년 입영연기된 이후 1968년 갑종 판정을 받았는데, 1969년 행정고시를 합격하며 갑자기 보충역으로 편입된다. 미국유학을 다녀온 후인 1974년에는 고령으로 병역이 면제됐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는 강 전 장관에 대해 전형적인 병역기피 패턴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min1330@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총선 필승카드' 여야 경제공약 비교

4·13총선을 앞두고 여야의 경제 관련 ‘필승정책’이 눈길을 끌고 있다. 새누리당은 ‘일자리 창출’이 1순위 정책으로 꼽힌다. 더불어민주당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중심으로 한 ‘경제민주화’ 공약이다.

지난 1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개한 각당 총선 10대 정책·공약에 따르면 새누리당과 더민주, 국민의당은 공통적으로 ▲일자리 문제 해결 ▲가계부채 대책 마련 ▲사교육비 부담 경감 ▲서민경제 살리기 등을 목표로 한 공약을 내놨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새누리당의 다른 이름은 일자리 창출 정당”이라고 규정한 만큼 10대 공약 중 첫 3가지가 내수산업 활성화를 통한 일자리창출, 미래성장동력 육성을 통한 일자리창출, 국민맞춤형 일자리창출 다짐을 담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대졸자부터 만 34세까지 청년을 대상으로 취업보장을 위한 청년희망아카데미 전국 확대, 경력단절여성 재취업 기회 확대,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어르신 일자리 매년 10만개씩 확대 공급 등이다.

더불어민주당 김 대표는 “경제민주화를 제대로 구현할 수 있는 정당이 국민 선택을 받을 것”이라며 ‘김종인식 경제민주화’를 띄우고 있다. 경제민주화로 경제질서 정상화를 추진하고 대·중소기업의 균형적 발전을 이루겠다는 포부다.

일부 재벌대기업의 문어발식 골목상권 진출, 부당한 중소기업 착취 관행 등을 고치기 위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하도급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대중소기업상생협력촉진법 등 관련법 개정 및 제정으로 제도개선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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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