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인물> 새누리 러브콜 받은 강봉균

뼛속까지 DJ맨? 미련없이 짐쌌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공천 내홍을 빚고 있는 새누리당이 4·13총선 중앙선거대책위원장으로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장관 영입을 추진하고 있다. 강 전 장관은 이를 수락했다. 야당에서만 3선 의원을 지낸 뼛속 야당 인사 중 한 사람이다. 새누리당의 ‘강봉균 카드’는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의식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새누리당이 야권 거물급 인사인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장관에게 20대 총선을 이끌 중앙선거대책위원장직을 제안했다. 김대중정부 재경부장관을 지내고 현 야당 소속으로 16∼18대 3선 의원을 지낸 강 전 장관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에 대한 대항마로 거론된다.

5년 만에…
한자리 하나

강 전 장관과 김 대표 모두 ‘경제통’으로 꼽히며 교차 영입이다. 김 대표는 한때 박근혜 대통령의 멘토였으나 더 민주행을 선택했고, 여권의 러브콜을 받은 강 전 장관은 야권 출신이지만 새누리당으로 둥지를 옮겼다.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지금 경제적으로 매우 엄중한 상황이고 위기인 만큼 경제전문가를 영입해 선대위원장으로 모시자는 논의가 이어져 왔다”며 “강 전 장관과 어제 조찬을 함께 하며 중앙선대위원장직을 맡아달라고 정식 요청했다”고 밝혔다.

김무성 대표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전에 조율이 됐다. (강 전 장관) 본인이 수락하면 확정된 것으로 보면 된다”고 했다.


김 대표는 지난 14일, 강 전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선대위원장직 수용을 간곡히 부탁했고, 이틀 뒤인 16일 원 원내대표가 강 전 장관을 만나 최고위의 의사를 전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최고위에서는 강 전 장관이 야당 인사로 분류되지만 평소 새누리당 경제정책과 인식이 일치하는 부분이 많아 선대위원장으로 영입하는 데 전원 찬성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강 전 장관은 새누리당의 제안에 대해 “내가 정치적 사심이 있어서 그런 직책을 맡는 것처럼 오해받기 싫다는 것이 고민의 첫 번째 포인트”라고 말했다. 이어 김 대표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이 됐든 새누리당이 됐든 어려운 경제를 살리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 포퓰리즘에 빠진 정책으로 국민을 헷갈리게 하는 데 반대한다”고 말했다.

새누리 선대위 맡으면…김종인 맞불
야권 인사지만 경제관 보수적 평가

강 전 장관은 1943년 8월13일 전라북도 군산에서 태어났다. 1961년에는 군산사범학교를 졸업하고 3년간 초등학교 교사를 한 후, 1964년 서울대학교 상과대학에 입학했다. 1969년 대학을 졸업하면서 행정고시에 합격해 경제기획원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20년 넘게 경제기획원을 거쳐 1993년 노동부차관이 됐다. 경제기획원 활동 도중에도 학업을 계속해 1972년에서는 미국 윌리엄스대학에서 경제학 석사, 1989년에는 한양대학교에서 〈한국의 경제개발 전략이 소득분배구조에 미친 영향〉이라는 논문으로 경제학 박사를 취득했다.

1994년 후반부터 국무총리 행정조정실장, 1995년 말에 이수성 전 국무총리를 보좌했다. 1996년 8월8일부터 정보통신부장관이 되어 김영삼 전 대통령 임기가 끝나는 1998년 초까지 자리를 지켰다.

이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되고 정책기획수석으로 발탁됐다. 얼마 후에는 경제수석으로 자리를 옮겼으며, 1999년 5월에 재경부장관이 되어 2000년 1월까지 활동했다. 장관에서 물러난 이후 2000년 4월에는 16대 총선 경기도 성남시 분당갑에 새정치국민회의의 후보로 출마했으나 한나라당의 고흥길 후보에게 패배했다.


2001년 3월부터 2002년 6월까지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으로 있다가 2002년 7월1일 전북 군산의 강현욱 의원이 전북도지사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사퇴함에 따라 보궐선거를 통해 제16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돼 2004년까지 활동했다.

새천년민주당, 열린우리당, 대통합민주신당, 통합민주당 등 민주당계 당적을 이어온 강 전 장관은 18대총선까지 3선 의원을 지냈으며, 열린우리당 정책위의장과 중도통합민주당의 원내대표를 지냈다.

19대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은 시민통합당과의 합당 이후 민주통합당으로 재창당됐다. 강 전 장관은 민주통합당으로 당적을 바꾸게 된다. 그러나 19대총선을 앞두고 민주통합당 지도부는 현역 물갈이론을 내세워 강 전 장관을 공천하지 않았다.

19대 총선 때
물갈이 휩쓸려

특히 호남지역의 다선 의원은 ‘민주당 텃밭’임을 감안해 현역의원에 대한 교체에 대한 목소리가 거셌다. 이 와중에 강 전 장관은 본인과 아들의 병역문제와 보좌관 비리가 확산되면서 공천에서 탈락하자 탈당과 함께 불출마 선언을 했다.

하지만 2013년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의 경제자문을 맡으면서 정치를 다시 시작했다. 2014년 정계은퇴 선언을 번복하고 새정치민주연합 전북도지사 예비후보로 등록했지만 송하진 전 전주시장에게 경선에서 패했다.
 

강 전 장관에게는 몇 가지 흑역사도 있다. 재경부장관으로 있을 당시 ‘400만 신용불량자들 양산’ 비판을 받고 있다. 경기부양을 위해 추진한 신용카드 활성화 정책으로 인해 수백만 신용불량자를 양산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강 전 장관이 재임하던 시절 ▲신용카드의 현금서비스 사용한도 폐지 ▲길거리 카드회원 모집 ▲신용카드 매출전표 복권제도 등을 도입하며 신용카드 규제를 완화했다.

이때 카드사는 노숙자도 카드를 만들 수 있도록 유도했다. 카드사가 높은 이자율로 고리대금업에 가까운 영업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기도 했다. 그 결과 1998년 193만명이던 신용불량자의 숫자가 2004년 382만명으로 폭등했다.

특히 규제완화로 한해 카드사용자가 100만명씩 증가했고 이들의 80%가 신용불량자가 됐다. 정부가 앞장서 국민들에게 과소비와 사치를 조장해 신용불량자를 만들었다는 지적을 받았다.

전북 출신 DJ정부 재경부장관 지내
우리·민주당 등 더민주 전신서 3선

이로 인해 2004년 신용카드 특검이 이루어졌는데, 강 전 장관은 자신에게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많은 경제학자들과 시민단체들은 강 전 장관의 책임론을 주장했다. 당시 참여연대는 성명서를 통해 “경제정책을 주도했던 강 전 장관은 국민 앞에서 사과해야 한다”고 책임을 촉구하기도 했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는 병역비리로 강 전 장관과 아들의 병역문제를 다루며 논란에 불을 지피기도 했다. MC몽 병역비리 브로커였던 김모씨가 병무청 직원들에게 돈을 주고 강 전 장관의 아들을 보충역으로 처분해줬다고 진술했다.


2002년 7월6일 <오마이뉴스> 기사에도 강 전 장관의 부인이 병무청 직원에게 돈을 주고 아들의 병역 감면 청탁을 했다는 병무청 직원의 검찰 진술 보도가 소개됐다. 서울지검은 당시 병역문제를 수사하며 강 전 장관의 아들과 관련된 '병역비리 혐의' 내용을 확인했지만 공소시효가 지나 더 이상 수사를 진척시키지 않았다고 밝혔다.

강 전 장관 아들의 병역문제 혐의를 진술했던 서울병무청의 한 관계자는 김 전 청장 뇌물수수와 관련해 뇌물공여자 중의 한 사람으로 검찰에 소환된 바 있다.

이 때 병무청 직원은 “강 전 장관의 아들이 지난 93년 서울병무청에서 실시한 신검과정에서 천식이라는 병명으로 보충역 또는 면제를 받으려고 시도하다가 실패했다”며 “얼마 뒤 강 전 장관의 부인이 서울병무청에 근무하는 나에게 1000만원을 주며 천식으로 4급 보충역 판정을 받게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진술했다.

강 전 장관의 아들은 94년에 유학을 떠나 지금까지 20여년간 해외에 거주하며 대한민국 국적을 포기하고 미국여성과 결혼해 영주권을 취득했다.

신용불량 양산
병역비리 의혹

지난 2005년 강 전 장관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들은 이제 만31세가 됐다. 우리 나이로 서른두살이다. 학부를 마치고 대학원을 진학하기 위해 현재 비즈니스 커리어를 쌓고 있다. 공부를 마친 후에 병역의 의무를 다할 것”이라고 답변했지만, 아들은 귀국하지 않았고 더불어 병역소집기간을 넘기고 이혼함으로써 위장결혼 의혹까지 제기됐다.


강 전 장관 본인도 병역기피 의혹이 있다. 1964년 병역기피 이후 입영했다가 결핵 판정으로 귀가조치됐다. 1967년 입영연기된 이후 1968년 갑종 판정을 받았는데, 1969년 행정고시를 합격하며 갑자기 보충역으로 편입된다. 미국유학을 다녀온 후인 1974년에는 고령으로 병역이 면제됐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는 강 전 장관에 대해 전형적인 병역기피 패턴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min1330@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총선 필승카드' 여야 경제공약 비교

4·13총선을 앞두고 여야의 경제 관련 ‘필승정책’이 눈길을 끌고 있다. 새누리당은 ‘일자리 창출’이 1순위 정책으로 꼽힌다. 더불어민주당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중심으로 한 ‘경제민주화’ 공약이다.

지난 1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개한 각당 총선 10대 정책·공약에 따르면 새누리당과 더민주, 국민의당은 공통적으로 ▲일자리 문제 해결 ▲가계부채 대책 마련 ▲사교육비 부담 경감 ▲서민경제 살리기 등을 목표로 한 공약을 내놨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새누리당의 다른 이름은 일자리 창출 정당”이라고 규정한 만큼 10대 공약 중 첫 3가지가 내수산업 활성화를 통한 일자리창출, 미래성장동력 육성을 통한 일자리창출, 국민맞춤형 일자리창출 다짐을 담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대졸자부터 만 34세까지 청년을 대상으로 취업보장을 위한 청년희망아카데미 전국 확대, 경력단절여성 재취업 기회 확대,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어르신 일자리 매년 10만개씩 확대 공급 등이다.

더불어민주당 김 대표는 “경제민주화를 제대로 구현할 수 있는 정당이 국민 선택을 받을 것”이라며 ‘김종인식 경제민주화’를 띄우고 있다. 경제민주화로 경제질서 정상화를 추진하고 대·중소기업의 균형적 발전을 이루겠다는 포부다.

일부 재벌대기업의 문어발식 골목상권 진출, 부당한 중소기업 착취 관행 등을 고치기 위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하도급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대중소기업상생협력촉진법 등 관련법 개정 및 제정으로 제도개선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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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악’ 쿠팡 개인정보 유출 막전막후

‘역대 최악’ 쿠팡 개인정보 유출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사회상을 반영하는 표현으로 ‘○○ 공화국’을 쓰곤 한다. OECD 국가 중 극단적 선택률 1위를 놓치지 않는 우리나라를 ‘자O 공화국’이라고 하거나 연예인에게 지나치게 높은 관심을 보이는 모습에 ‘연예인 공화국’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최근 또 하나의 공화국이 세워졌다. 바로 ‘쿠팡 공화국’이다.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 창업자 김범석 의장이 제시한 쿠팡의 비전이자 슬로건이다. 국민의 일상에 깊숙하게 파고들겠다는 의지로 읽혔다. 실제 쿠팡은 전 국민의 생활을 차례로 잠식했다. ‘로켓배송’을 무기로 이커머스 시장을 장악했고 ‘쿠팡이츠’로 배달업계를 흔들었다. ‘쿠팡플레이’로 OTT 업계에도 진출했다. 생태계 잠식 대체재 없다 쿠팡의 위력은 이번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서 더욱 뚜렷하게 증명됐다. 지난달 29~30일 쿠팡 이용자에게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가 발송됐다. 문자메시지에 따르면 유출된 정보는 이름, 이메일 주소, 배송지 주소록, 주문 정보 등이다. 쿠팡은 결제 정보와 로그인 관련 정보는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이용자에게 문자메시지가 도착한 시기가 주말이어서 혼란은 배가 됐다. 특히 배송 과정에서의 편의를 위해 적은 공동현관 비밀번호, 최근 주문 내역 등이 유출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불안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유출된 정보를 조합하면 가족 구성을 알 수 있는 상황이라 교묘하게 제작된 스팸 문자 등으로 피해를 볼 가능성도 있었다. 개인정보가 유출된 고객의 수는 무려 3370만명에 달했다. 올해 기준 우리나라 인구(5168만명)의 65%에 이르는 숫자다. 여기에 개인정보 유출이 지난 6월24일, 무려 5개월여 전부터 시작됐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소비자의 분노가 폭발했다. 또 해킹 등으로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겪은 다른 업체와 달리 쿠팡 사건은 내부 직원의 소행으로 알려지면서 충격이 가중됐다. 중국 국적의 직원이 해외에서 개인정보를 빼돌렸다는 것이다. 앞서 쿠팡은 지난달 20일 개인정보 유출 피해 고객 계정이 4500개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열흘 새 3370만명이라고 다시 공지하면서 신뢰를 잃었다. 쿠팡의 프로덕트 커머스 부분 활성고객(구매 이력이 있는 고객)은 2470만명인데 피해 고객은 이보다 900만명 많다. 최근 3개월 간 구매 이력이 없는 고객까지 포함한 수치다. 사실상 전체 고객의 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보인다. 2010년 소셜커머스 시작 로켓배송 도입 날개 달아 이번 쿠팡 사태의 규모는 지난 2011년 해킹으로 약 3500만명의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싸이월드·네이트 사례와 맞먹는다. 올해 4월 발생한 SK텔레콤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약 2324만명)를 상회한다. 당국의 조사 과정에서 피해 규모가 더 커진 선례를 보면 쿠팡 역시 피해 범위와 규모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도 자의로든 타의로든 쿠팡을 놓지 못하는 이용자가 상당하다는 사실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 사태 이후 보고서를 통해 “쿠팡은 한국 시장에서 비교할 수 없는 지위를 갖고 있다”며 “한국 소비자는 데이터 유출 이슈에 상대적으로 민감도가 낮아 고객 이탈은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쿠팡이 독점하고 있기에 이번 사태가 일시적인 충격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는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에 걱정을 표하면서도 막상 탈퇴하긴 어렵다는 글이 보인다. 당장 내일 가게 문을 열어야 하는데 쿠팡이 아니면 재료를 조달할 방법이 없다는 글도 있다. 김범석 의장이 지향하던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가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에 문제가 생겼을 때 현실화한 셈이다. 쿠팡은 어떻게 한국을 지배하게 됐을까. 전문가들은 쿠팡이 ‘틈새시장’을 기가 막히게 파고들었다고 분석했다. 다만 그 틈새를 만든 건 쿠팡이 아니라 정부였다는 것이다. 정부가 골목상권을 살리겠다는 취지로 대형마트를 규제하자 소비자는 전통시장을 찾는 대신 온라인으로 눈을 돌렸다. 그 결과 2010년 소셜커머스로 출발한 쿠팡은 현재 대적할 상대가 없는 ‘유통 공룡’으로 성장했다. 2012년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이 시행됐다. 정보 털려도 쓸 수밖에… 유통법에는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은 오전 10시부터 밤 12시까지만 영업 가능 ▲대형마트 월 2회 의무 휴업일 지정 ▲의무휴업일과 영업 제한 시간에는 온라인 주문 배송 서비스 금지 ▲전통상업보존구역 반경 1km 내 출점 불가 등의 내용이 담겼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발 묶인 사이 이커머스 시장이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쿠팡이 2014년 도입한 로켓배송은 그 틈새를 절묘하게 파고든 ‘신의 한 수’였다. 쿠팡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투자금을 등에 업고 심야, 새벽 배송 시장을 완전히 장악했다. 쿠팡이 공격적으로 물류센터를 늘릴 때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지적이 나왔지만, 지금은 그 물류 센터가 지역 배송의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에서 택배기사의 건강권을 위해 심야 새벽 배송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소비자는 물론 택배기사 사이에서도 민주노총의 주장에 반발이 나왔다. 소비자는 오후에 주문해도 아침이면 집 앞에 물품이 도착하는 데서 오는 편리함, 택배기사는 경제적 이익, 노동권 등을 이유로 제시했다. 실제 민주노총의 주장은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쿠팡의 배송 시스템이 국민 생활에 얼마나 깊이 들어와 있는지를 보여준 단적인 예다. 소비 트렌드가 완전히 온라인 중심으로 바뀌면서 쿠팡의 영향력은 더욱 거대해졌다. 저녁 식사 재료를 사기 위해 퇴근 후 마트나 슈퍼로 뛰어가는 모습은 드라마에서도 과거 회상 장면에나 나온다. 이제는 시도 때도 없이 스마트폰을 통해 물건을 주문하며 불과 몇 시간 만에 집 앞에 배송된 택배 상자를 안고 들어가는 게 일상이 됐다. 가족끼리 대형마트나 백화점 등에서 쇼핑을 하는 일은 생활을 위한 게 아니라 이른바 ‘여가’가 됐다. 규제 업고 틈새 노려 방점을 찍은 건 코로나19였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비대면 소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커머스 시장은 배달업계와 함께 끝 모르고 성장했다. 이 시기 대형마트는 의무 휴업일이나 심야 시간에 온라인 배송을 할 수 있도록 규제를 일부 풀어달라고 호소했지만 먹히지 않았다. 예나 지금이나 규제에서 자유롭던 쿠팡은 또다시 소비자의 선택을 받았다. 그 결과 쿠팡은 2023년 창사 이후 첫 흑자를 냈다. 당시 쿠팡은 6조2000억원을 투자해 전국 30개 지역에 100여개 이상의 물류센터를 지었다. 영업손실은 2021년 1조7097억원에 달했지만 2022년 1447억원으로 줄었고 2023년에는 결국 흑자로 돌아섰다. 2023년 기준 쿠팡의 매출은 32조원에 이른다. 당시 쿠팡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2023년 4분기 실적보고서에 따르면 쿠팡의 영업이익은 6174억원이다. 매출, 영업이익 모두 전통 유통기업을 제친 1위다. 쿠팡은 흑자 전환의 비결로 고객의 충성도를 꼽았다. 이들이 쿠팡에서 씀씀이를 늘리면서 쿠팡 전체 이익이 늘었다는 것이다. 특히 2018년 쿠팡이 도입한 ‘쿠팡 와우’ 멤버십의 증가가 영업이익을 이끌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쿠팡 와우는 월 4990원(현재 7890원)을 내면 쿠팡에서 구매하는 대부분 물건을 무료로 배송받을 수 있다. 또 쿠팡플레이라는, 쿠팡이 론칭한 OTT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당시 쿠팡은 쿠팡 와우 멤버십, 즉 유료 가입자가 2021년 900만명에서 2023년 1400만명까지 늘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쿠팡 매출은 41조원까지 뛰어올랐다. 전체 대형마트 판매액(37조1779억원)을 뛰어넘는 수치다. 영업이익은 6023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억은 전년 대비 소폭 증가했는데 매출이 30%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쿠팡 와우 멤버십에 가입한 고객은 지난해 말 기준 1500만명가량으로 추정된다. 소비트렌드 변화·코로나19로 쐐기 2023년 흑자 전환해 전체 매출 1위 눈여겨볼 대목은 쿠팡 와우의 가격이 지난해 3000원가량 올랐는데도 불구하고 고객이 이탈하기는커녕 되려 대거 늘었다는 점이다. ‘쿠팡 생태계’가 이미 공고해졌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른바 충성 고객층이 이전보다 두꺼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구독료 인상분보다 쿠팡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가치가 더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성장 배경은 다르지만 쿠팡을 카카오와 비교하기도 한다. 카카오는 ‘카카오톡’이라는 국민 메신저를 배경으로 각종 사업에 진출했다. 메신저 애플리케이션 중 90% 이상의 점유율을 가진 카카오톡은 카카오가 골목상권에 침투하는 데 훌륭한 ‘씨앗’ 역할을 담당했다. 쿠팡 와우 가입자를 위한 ‘로켓배송’이 심야·새벽 배송 시장을 잠식하는 데 혁혁한 역할을 한 것과 비슷하다. 대체재가 많지 않은 것도 닮았다. 카카오는 최근 카카오톡 업데이트 문제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카카오가 카카오톡을 SNS처럼 바꾸려는 시도를 한 것이다. 이용자들이 카카오톡 앱에 더 오래 머무를 수 있는 방도를 찾다가 고안한 방법이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하지만 이용자의 반발이 거셌다. 카카오톡 앱 평점은 1점대로 떨어졌고 조롱이 줄이었다. 결국 카카오는 가장 많은 비판이 나왔던 ‘친구탭’을 원래대로 되돌리겠다고 발표했다. 이후에도 카카오톡 변화를 지적하는 목소리는 계속 나왔지만 결론적으로 이용자 이탈은 많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카카오톡을 대체할 만한 메신저 앱이 마땅치 않았던 게 문제였다. ‘네이트온’이 노를 저어봤지만 역부족이었다. 카카오톡 업데이트를 주도한 홍민택 최고제품책임자(CPO)도 내부 게시판에 올린 글에 ‘트래픽, 다운로드는 줄지 않았다’고 쓰기도 했다. 당시 홍 CPO의 해명에 비판이 쏟아졌지만 글 내용만 봐서는 카카오톡 자체에 타격은 크지 않았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과징금에 주저 앉나 그러면서도 카카오의 현 상황을 봤을 때 쿠팡도 당국 조사가 진행되다 보면 타격이 상당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일단 이재명 대통령이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대해 과징금 강화, 징벌적 손해배상 등을 언급한 점이 눈에 띈다. 벌써부터 역대 최대 과징금(1347억원)을 받은 SK텔레콤의 사례를 넘어 1조원대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