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최대 보수단체 수장된 'DJ맨' 김경재

"대북 문제만큼은 DJ와 생각 달랐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김대중 전 대통령(이하 DJ)의 측근이었던 김경재 전 의원이 아이러니하게도 자유총연맹(이하 자총)의 신임 회장으로 선출됐다. 자총은 우리나라 최대의 보수단체로 과거부터 DJ의 햇볕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해왔다. DJ의 최측근이었던 그가 자총 회장선거에 도전한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달 25일 자유총연맹(이하 자총)의 신임 회장으로 선출된 김경재 전 의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하 DJ)의 최측근이었다. 하지만 지난 대선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하면서 최근까지 청와대 홍보특보를 지내는 등 핵심 친박으로 떠올랐다. 자총은 소속된 회원만 전국적으로 300만명에 달하는 우리나라 최대의 보수 관변단체다.

그런데 올해 자총 회장선거는 하필 20대총선을 코앞에 두고 치러져 더욱 치열했다. 누가 회장으로 선출되느냐에 따라 당내 경선 등 선거 판세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친박(친 박근혜)계로 분류되는 김경재 신임회장과 친이(친 이명박)계로 분류되는 허준영 후보가 맞붙은 이번 선거에선 양 후보 간 고소와 폭로가 난무했고, 회장선거관리위원회가 두 개로 쪼개지는 등 진흙탕 싸움이 벌어졌다.

특히 회장선거를 불과 이틀 앞둔 시점에 허 후보의 측근이 비리혐의로 압수수색을 당하면서 청와대 개입설도 끊임없이 제기됐다. DJ의 측근이었던 그가 자총 회장선거에 도전한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김 신임회장이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처음으로 청와대 개입설에 대해 입을 열었다. 다음은 김 신임회장과의 일문일답.

- 늦었지만 자총 회장 당선을 축하드린다. 당선소감은?
▲ 남북관계가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자총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요구에 부응해서 하루빨리 핵을 포기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앞으로 자총은 한반도 평화에 기여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자총의 위상이 설립 당시보다 많이 떨어져있다. 자총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서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다. 

- 재선의원 출신으로 청와대 홍보특보를 지내셨다. 정치권에서는 김 회장께서 20대 총선에 출마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는데, 갑자기 자총 회장선거에 출마한 이유는 무엇인가?
▲ 사실 저는 청와대 홍보특보에서 물러난 후 20대국회 비례대표를 신청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었다. 지난 1월에는 출판기념회도 열었다. 그런데 선배 한 분이 남북 상황이 엄중하니 자총의 회장을 맡아 통일운동에 매진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해왔다. 그래서 비례대표 출마를 포기하고 자총 회장선거에 도전하게 됐다.


청와대 개입설? 오비이락일 뿐
김기춘, 친박계 당선 못시켜 혼나긴 했다

- 일각에선 친박계가 총선 경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자총 회장선거에 김 회장을 투입시킨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청와대 교감설도 나오는데 박근혜 대통령의 출마 권유는 없었나?
▲ 선거과정에서 청와대 교감설이 제기될 때마다 저는 ‘청와대의 낙점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대통령과 뜻을 같이 한다. 나머지는 여러분이 판단해 달라’고 말해왔다. 이것이 저의 공식적인 입장이다. 사실 여권 일각에서 자총에 출마할 후보자를 간추려봤는데 제가 7번째 후보였다고 하더라.

5번째 후보자까지는 여당의 유력 정치인들이었는데 각자 사정이 있어 출마하지 못했고 6번째는 야당 출신의 전직 경제부총리였는데 선거를 치러본 경험이 없어 탈락했다. 해당 인사는 출마가 좌절되자 상당히 서운해 했다고 하더라. 결국 그 사람들이 7번째 후보였던 나에게 찾아와 출마를 권유한 것이다.
 

- 그 사람들이라고 하면 청와대 쪽 사람을 말하는 것인가?
▲ 여권 쪽 정치기획자들이라고 해두자. 자총 회장선거에서 특정후보를 밀어주려는 움직임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청와대가 직접 개입한 것은 아니지만 자총 같이 큰 관변단체의 회장선거는 청와대에서도 신경을 많이 쓴다.

지난 자총 회장선거에서는 이동복(친박계) 후보가 허준영(친이계) 후보에게 졌는데 당시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 말하기를 “이동복 당선 못시켰다고 VIP(대통령)에게 되게 혼났다”고 하더라. 그거 하나 당선을 못 시켰냐고.

- 한때 DJ의 측근이셨다. 자총은 DJ의 최대 업적인 햇볕정책을 비판하고 있는데 거부감은 없었나?
▲ DJ의 자유, 박애, 평화, 민주화 등의 가치는 존중하지만, 햇볕정책 등 대북정책에서 만큼은 이견이 있었다. DJ와 김정일 위원장의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기 전에 제가 밀사로 북한에 다녀왔다. 그런데 북한에 가서보니 그들은 우리가 쌀 등을 지원하는 것에 대해 조공을 바치는 것이라고 생각 하더라. 또 우리가 지원한 물품이 제대로 쓰이는지 현장에서 확인하기로 했는데 북한에서는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매번 거부했다.

그래서 돌아온 후 대통령께 햇볕정책 노선을 수정해야 된다고 진언을 드렸더니 버럭 화를 내시더라. 제가 DJ를 40년 이상 모셨다. 평소 허물없이 큰형님처럼 모셨는데 이 일에서 빠지라고 하시더라. 제 대신 들어간 사람이 박지원 의원이었다. 제가 그때 햇볕정책 수정을 요구하지 않았다면 박 의원 대신 DJ의 수행역할을 맡았을 것이다. 당시부터 저는 북한에 무조건 퍼줘서는 안 된다고 일관되게 주장해왔다.


- 김 회장께서 취임하심으로써 자총은 어떻게 달라지게 되나?
▲ 자총의 목표는 우리사회의 민주주의 정신을 더욱 함양시키는 데 있다. 자총의 전통적인 역할에 더욱 치중할 것이다. 우리 사회를 흔들려고 하는 이른바 종북세력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처할 것이다. 또 우리나라를 공산화하려는 김정은 집단이 헛된 욕망을 버리도록 국민을 단합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다.

국론이 단단하게 통합되어 있으면 북한도 감히 우리나라를 넘볼 수 없다. 이외에도 회장선거에 출마하면서 자총의 위상·실력 강화를 위한 조직 재정비, 유공자 포상확대, 중앙조직 축소, 지역 지부·지회 활성화 등을 공약했다.  
 


 
- 회장선거에 출마하면서 자총을 ‘통일운동의 선봉대’로 만들겠다고 했다. 하지만 북한의 붕괴를 전제로 하고 있어 다소 황당하다는 지적도 있다.
▲ 최근 김정은이 하는 것을 보면 저런 정권이 오래 가겠나하는 생각이 든다. 북한은 분명히 자멸을 향해 가고 있다. 북한에 균열이 일어나면 자유민주주의를 북한에 전파하고 사유재산제도, 시장제도 등을 전파하는 것이 자총이 할 일이다. 북한에 민주주의의 바람을 불어넣을 100만 정예요원을 기르려고 한다. 제 임기 내에 북한이 붕괴할지는 모르겠지만 정예요원을 육성하는 것은 언젠가 갑자가 찾아올 통일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 현재 자총이 개선해야 할 점은 없나?
▲ 자총이 한 해 100억에 가까운 정부 지원금을 받으면서도 국민들의 피부에 와 닿는 활동은 별로 없다는 비판이 많았다. 자총을 '그들만의 리그'라고도 하더라. 그래서 앞으로는 자총의 위상을 높이고 국민들에게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활동들을 많이 해나갈 것이다.

- 4·13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취임식까지 4월 중순 이후로 연기했다고 들었다.
▲ 선거를 앞두고 작은 오해도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 취한 조치이다. 저는 자총 회장에 당선된 이후 출연 예정이었던 종편 프로그램도 모두 사양했다. 또 일부 지회장이 개인적으로 선거운동을 해도 되느냐고 묻길래 선거운동을 하려면 무조건 사표를 내라고 했다. 사퇴 이후에 선거운동을 하면서도 자총의 이름을 절대 이용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저는 선거운동하는 곳에는 아예 근처도 가지 않는다.

- 진보 시민단체들은 여권 후보에 대해 다소 편파적인 낙천·낙선운동을 펼치고 있는데?
▲ 우리도 절대 국회에 입성해서는 안 될 후보가 있다면 낙선운동 같은 것도 고려해볼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전혀 계획이 없다. 저는 개인적으로 액션을 취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내부적으로 논의를 해보려고 한다.

- 경쟁상대였던 허준영 후보의 측근이 하필 자총 선거를 앞두고 압수수색을 당해 뒷말이 많았다. 허 후보 측은 배후에 청와대가 있다고 주장하는데? (허 후보는 이명박정부 시절인 2009∼2011년 코레일 사장을 맡아 친이계로 분류되는 인물. 최근 단군 이래 최대 사업으로 주목받던 코레일 주도의 용산 개발사업 과정에서 비리혐의가 불거져 조사를 받고 있다.)
▲ 오비이락이라고 하필 시기가 맞아떨어져 오해 받을 수도 있겠지만 코레일 관련 수사는 오래 전부터 시작된 것이다. 허 후보가 재보선에 출마했을 때 내가 가서 찬조연설도 해주고 그랬는데 이번 선거를 치르면서 사이가 틀어져 아쉽다.

- 지난 17대 국회 당시 자총 등 관변단체 폐지 특별법이 발의되기도 했다. 지금도 일부 진보진영에선 자총을 비롯한 관변단체 폐지 운동을 벌이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 자총은 남북이 통일되면 없어져도 된다. 하지만 지금처럼 종북 단체가 활개를 치고 있는 상황에서는 자총과 같은 보수 이념단체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에 자료를 보니 정부 각 기관에서 지원을 받고 있는 단체가 약 1만개 정도 있는데 그 중 80%가 좌파단체더라.
 

그들은 정부에게 돈을 받아 반정부운동을 하고 있었다. 저는 좌파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당연히 좌파도 필요하다. 그러나 일부 종북과 연관된 좌파를 뿌리를 뽑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단체들에 대해 대응하기 위해 자총이 꼭 필요하다.

수년 내로 북한 붕괴될 가능성 크다
100만 정예요원 육성해 통일 대비해야

- 자총 회장은 대북문제와 관련해 대통령에게 직접 조언도 가능한 자리다. 박 대통령이 북한과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는데 김정은 같이 극단적인 인물과 치킨게임을 벌이면 공멸할 가능성이 큰 것 아닌가?
▲ 언제까지 북한에 일방적으로 퍼주는 외교를 할 수는 없다. 이번에는 반드시 그런 관계를 청산하고 극복해야 한다. 북한을 가봐서 알지만 그런 관계를 청산하지 않으면 한도 끝도 없다. 그런 점에서 박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지지한다.

- 최근 한미연합훈련이 예전과는 다르게 굉장히 구체적이다. 박 대통령은 정말 전쟁까지 염두해 두고 있는 것인가?
▲ 북한은 그동안 한미연합훈련을 일종의 쇼로만 생각했다. 우리가 일전을 불사한다는 자세로 북한을 압박해야만 진정한 대화의 길이 열린다. 대통령도 전쟁으로 북한문제를 풀 생각은 전혀 없다. 하지만 북한은 계속 도발을 하는데 우린 평화 메시지만 전달하자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우리는 전쟁을 막기 위해 전쟁을 준비하는 것이다. 중국도 우리가 단호하게 대응하니까 움직이기 시작한 것 아닌가?


-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은?
▲ 매우 엄중한 시기에 자총 회장을 맡게 됐다. 북한은 수년 내에 붕괴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이런 엄중한 시기에 국론이 분열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 국민들은 올바른 역사관을 갖고 북한의 붕괴에 대비해야 한다. 국론을 모으기 위해 자총이 앞장 서 노력하겠다. 


<mi737@ilyosisa.co.kr>

 

[김경재 회장은?]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 총재 특보
▲제15∼16대 국회의원
▲제18대 대통령인수위 국민대통합 수석부위원장
▲청와대 홍보특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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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이후 새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 미묘한 시기에 사정기관의 칼끝이 문재인정부를 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 기관에 대해 ‘바람이 불기도 전에 눕는다’고 비판한다. 권력의 향방에 따라 행보를 달리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과도기’ 상황에 놓여있다.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탄핵안 인용으로 파면됐고 새 대통령은 아직 뽑히지 않았다. 헌법은 대통령 궐위 이후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존재하긴 하지만, 한정된 권한만을 행사할 수 있기에 우리나라는 이른바 ‘반쪽짜리 정부’ 상태에 있는 셈이다. 새 정부 앞두고… 대선 정국이 시작되면 국가기관에 종사하는 공무원의 움직임은 느려진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이전 정부와 180도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 보고 변화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 형태로 직에서 물러나면서 다음 정부는 여느 정부보다 ‘전 정부 지우기’에 몰두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서 새로운 정책을 펴거나 기존 정책을 발전시키는 행보는 무의미하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사정기관은 말할 것도 없다. 선거에 미칠 영향 때문에라도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편이다. 특히 유력 후보와 관련한 사건은 대선 이후로 미루는 경우도 허다하다. 자칫하다가는 ‘선거 개입’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 이번 대선은 선거 기간이 짧아 국민의 빠른 판단이 필요하다. 작은 사건이 대선에 나비효과를 일으킬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검찰과 감사원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후보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전 대통령이 표적이 됐다. 이전부터 해온 수사와 조사의 결과를 내놓는다고 하기엔 시기가 미묘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24일 검찰은 문재인 전 대통령을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2021년 12월 시민단체 고발 이후 3년5개월여 만이다.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의 사위였던 서모씨의 항공사 특혜 채용 의혹 등을 수사해 왔다. 서씨가 취업했던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의원도 뇌물공여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문 전 대통령의 딸인 다혜씨와 서씨는 기소유예 처분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다혜씨, 서씨와 공모해 이 전 의원이 실소유한 이스타항공의 해외법인 격인 타이이스타젯에 서씨를 임원으로 채용하도록 했다. 서씨는 2018년 8월 취업 이후 2020년 3월까지 타이이스타젯에서 급여로 약 1억5000만원, 주거비 명목으로 6500만원을 받았다. 집값 통계 조작 결과 발표 청와대 외압 정황도 나와 검찰은 서씨의 취업으로 문 전 대통령이 그간 다혜씨 부부에게 주던 생활비 지원을 중단한 점을 들어 문 전 대통령이 이 금액만큼 직접적인 경제적 이익을 봤다고 판단했다. 문 전 대통령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 직후 기자회견을 열었다. 윤 의원은 “터무니없고 황당한 기소”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보복성 기소”라는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을 전했다. 윤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문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린다. 그는 “법정서 진실을 밝히는 것을 넘어 검찰권이 얼마나 어처구니없이 행사되고 남용되고 있는지 밝히는 계기로 삼겠다”며 “수사권 남용 등 검찰의 불법행위에 대해 형사 고소하는 것은 물론, 검찰을 개혁하는 기회로 여기겠다”는 발언도 내놨다. 검찰 기소에 앞서 감사원도 문정부에 대한 감사 결과를 내놨다. 문정부 임기 동안 부동산 등 국가 통계를 광범위하게 조작했다는 내용이다. 특히 청와대와 정부가 통계 작성 기관 등에 압박을 가한 사실도 드러나 충격을 안겼다. 지난달 17일 감사원은 ‘주요 국가 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감사보고서를 공개했다. 전국 주택가격 동향 조사(주택통계), 가계동향 조사(소득통계), 경제활동인구 조사(고용통계) 등을 감사한 자료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대통령비서실(11명)·국토교통부(7명)·한국부동산원(7명)·통계청(6명) 등 총 31명에 대해 징계 요구(14명)·인사자료 통보(17명) 등 엄중 조치하는 한편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와 통계청 등에 통계의 정확성·신뢰성 제고 방안을 마련하고 향후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제도개선 통보 및 주의 요구를 처분했다. 검찰 기소 왜 지금? 감사원은 2023년 9월 대통령비서실·국토부·통계청·한국부동산원(이하 부동산원) 소속 22명 가운데 일부 주요 관련자에 대해서는 검찰에 수사 의뢰한 바 있다. 당시 장하성·김수현·김상조·이호승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 및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 황덕순 전 일자리수석, 홍장표 전 경제수석, 강신욱 전 통계청장 등이 수사 의뢰 대상에 포함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청와대와 국토부는 주택 가격에 대해 부동산원에 ‘통계 결과를 미리 알고 싶다’며 사전 제공하도록 지시했고 이 자료를 바탕으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통계 결과를 임의로 수정하고 통계 개선 명목으로 표본 가격을 조작하는 등 통계 왜곡을 은폐했다. 이렇게 집값 관련 통계 수치를 조작한 사례는 감사원 확인 결과 102건에 달했다. 청와대와 국토부가 부당한 외압을 행사한 구체적인 정황도 드러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외압은 2018년 1월 서울 양천, 성남 분당의 주택 매매 가격 주간 변동률 왜곡 등에 처음 시작됐고, 2018년 하반기 부동산시장이 요동치자, 객관적 근거도 없이 특정 지역 개발계획 철회 등 정부 발표 내용이 시장 안정에 효과를 준 것처럼 통계에 반영토록 요구했다. 감사원은 “국회·언론은 국정감사 등에서 주택 가격 동향 조사 변동률 등이 시장 상황 및 민간 통계 등과 다르다며 통계의 정확성·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으나 개별 표본 가격 등 구체적인 통계자료는 공개되지 않아 표본 가격이 시장가격과 격차가 벌어진 사실은 외부에 드러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감사원 감사 결과 문정부가 핵심 정책의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통계를 조작한 사실도 드러났다. 문정부는 출범 때부터 ‘소득 주도 성장’을 일관되게 밀어붙였다. ‘양질의 일자리 만들기’도 정부 주도로 진행했다. 문제는 그 효과를 정부 차원에서 왜곡했다는 점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통계청은 2017년 각각 2·3·4분기 가계소득을 가집계한 결과 전년 대비 감소로 확인되자, 정당한 절차 없이 표본 설계에 없는 가중값을 임의로 적용해 가계소득을 증가시켰다. 부동산·고용 다 건드렸다 소득 불평등과 관련해서도 ‘마사지’가 들어갔다. 청와대는 2018년 1분기 소득5분위 배율이 역대 최악(5.95)으로 나타나자 통계청에 개인정보 등이 포함된 통계자료를 사전 제공하도록 부당한 지시를 했다. 또 한 노동연구원에 ‘최저임금 인상으로 개인별 근로소득 불평등 개선’으로 보고·발표하도록 지시했다. 통계청은 청와대 지시에 따라 통계자료 제공 관련 보도 설명 자료 등을 사실과 다르게 작성·발표했다. 감사원 결과가 나온 이후 정치권은 들끓었다. 국민의힘은 ‘국기 문란 범죄’라고 주장했고 민주당은 감사원의 ‘표적 감사’라고 맞섰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이 모든 실패를 통계 조작으로 감추고 국민의 고통 위에 거짓의 탑만 쌓아 올렸다. 거짓의 탑이 무너지려고 하자 최재해 감사원장을 탄핵했다”며 “한술 더 떠서 이재명은 감사원을 민주당 자신들이 장악한 국회 아래로 이관해 손아귀에 틀어쥐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표본도, 지수 작성 방식도, 자료 수집 방식도 다른 통계를 동일선상에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 상식 중의 상식”이라며 “이미 전 정권이 돼버린 윤석열정권의 잔당들이 전 정권(문재인정부)의 숨통을 기어이 끊어놓겠다는 의지가 부른 희대의 사건”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감사원이 감사 결과를 발표한 시기도 지적했다. 한 최고위원은 “윤석열정부 출범 4개월 만에 착수한 감사를 새 정부 수립을 불과 47일 앞둔 때에 마무리한 저의가 대체 무엇인가”라며 “대통령선거에 개입하겠다는 저열한 의도가 있지 않고서야 이런 짓을 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감사원이 의도를 가지고 움직이고 있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북한 GP 파괴 두고도 수사 요청 민주 “해체 준하는 개혁” 반발 감사원은 지난달 24일에도 문정부 당시 군 인사 6명을 수사해달라 요청했다. 이들은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북한이 파괴한 북한군 최전방 감시초소(GP)에 대한 우리 측의 불능화 검증을 부실하게 진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정경두·서욱 전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국방부·합동참모본부 관계자들이 수사 요청 대상자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은 2018년 체결한 9·19 군사 합의에 따라 비무장지대(DMZ) 내 GP 10개씩을 파괴하고 1개씩은 원형을 보존하면서 병력과 장비를 철수시킨 뒤 상호 현장 검증을 실시했다. 당시 군 당국은 북한군 GP 1개당 총 7명씩 총 77명으로 검증단을 파견해 현장 조사를 한 뒤 북한군 GP가 완전히 파괴됐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북한군 GP 지하시설의 존재 가능성이 제기됐다는 점이다. 우리 군 당국이 이 부분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나왔다. 전직 군 장성 모임인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은 지난해 1월 이 내용을 포함한 북한군 GP 불능화 검증 부실 의혹에 대한 공익 감사를 청구했다. 그 결과가 이번 감사원의 수사 요청인 셈이다.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와 감사원의 연이은 문정부 ‘공격’에 민주당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검찰과 감사원이 노골적으로 대선에 개입하며 ‘신 관권선거’를 주도하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지난달 25일 국회 소통관서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을 기소하고 감사원이 북한의 GP 파괴 관련 결과를 내놓은 이후다. 조 수석대변인은 “권력기관이 이제 대통령선거에까지 사실상 개입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따름”이라며 “마지막까지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의 졸개이기를 자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은 내란 세력이 벌이는 최후의 저항을 국민과 함께 막아내고 내란 세력을 철저히 뿌리 뽑아 국민 주권을 돌려 드리겠다”고 강조했다. 대세 영향 미칠까? 앞서 민주당은 집값 등 통계 조작 관련 감사원 발표 이후 ‘해체에 준하는 개혁 대상’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민주당 전 정권 탄압대책위원회의 기자회견서 나온 발언이다. 민주당은 “독립 기관이라는 존재 가치를 상실한 채 내란 옹호 기관이라는 오명을 안은 감사원에 닥칠 결말은 하나뿐”이라고 말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도 문정부 표적 감사, 윤정부 부실 감사 등을 이유로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헌재가 탄핵안을 기각해 최 원장은 직무에 복귀했으나 감사원장이 국회로부터 탄핵 소추당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