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권력지형 변화…‘깨지는 친이 뭉치는 친박’


한나라당 내 권력지형에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 친이명박계(이하 친이계)와 친박근혜계(이하 친박계)를 양대 산맥으로 하는 기본틀이 바뀐 것은 아니다. 그러나 친이계 내부적으로 권력을 잡은 이상득계와 소외된 이재오·정두언계 갈등 구조화 속에서 미묘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 또한 친박계가 날로 세력을 넓혀가는 것도 친이계의 위기의식을 키우고 있다. 특히 초선그룹을 중심으로 ‘계파 이동’의 조짐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아직 판도가 뒤바뀔 것이라 단언하긴 이르지만 향후 당내 역학관계, 멀리는 차기 대권구도에도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와 귀추가 주목된다.

최근 정치권 일각에서는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의 거취 논란 파동을 이재오계 정두언계 세력 vs 이상득계 박근혜계의 힘겨루기로 풀이해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달 16일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이재오계 의원들의 홍준표 원내대표에 대한 분위기는 강경했다. 그러나 친박계 의원들은 이와 대조적으로 홍 원내대표를 적극 엄호하고 나섰다. 이와 관련 정치권 일각에서는 총선 이후 ‘주류 내 비주류’로 밀려나 기회를 엿보고 있던 이재오 정두언계 의원들이 이번 추경안 사태를 맞아 홍준표 체제를 집중 공격했다. 이를 놓고 정치권에서는 이상득 의원에 대한 간접 공격, 즉 친이 그룹간의 내부 다툼이라고 보고 있다.

친이재오계 진수희 의원은 “홍 원내대표 외에 대안이 없다는 것은 패배주의적 발상이고, 원내대표가 잘못을 했으면 다시 선출하는 게 상처를 치유하는 일일 뿐더러 집권당으로서 국민을 안심시키는 일”이라고 거침없이 성토했다.

연이어 발언에 나선 김영우·정태근·권택기·김용태 의원 등도 홍준표 사퇴론을 주장했다.

친이계 3개 세력으로 분화
친박·이상득계 전략적 연대

홍 원내대표 사퇴론을 주장하는 친이재오계 의원 10여 명은 9월16일 저녁 모임을 갖고 “당내 새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홍 원내대표 퇴진에 의견을 모았다.

반대로 친박계는 홍 원내대표 엄호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인기·손범규·박종희·이정현 등 친박계 의원들은 위기를 기회로 삼아 심기일전하자며 홍 원내대표를 엄호했다.

친박계인 이정현 의원은 “한나라당을 생각해 반대했다”며 “홍 원내대표 외에 대안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 의원은 의총장에서 유임론을 주장했다. 이 의원은 “사퇴론을 주장하는 사람들보다 홍 원대대표가 정권 창출에 더 기여했다”고 말했다. 사퇴론자들이 정권 창출을 이야기하면서 이 대통령의 개혁 입법에 적극적으로 앞장서야 한다는 주장에 대한 반박인 셈이다.

비주류인 친박계 의원들은 이번 의총에서 홍 원내대표를 적극 보호하고 나섬으로써 이상득 의원 쪽 손을 들어줬다. 이를 두고 일부에선 친박계와 이상득계의 전략적 연대로 풀이하고 있다.

당 안팎에서는 이번 사퇴론의 배후로 이재오계를 주목했다. 이재오계인 권택기 의원은 “이재오계가 뜻을 모은 것은 아니다”면서 “이 문제로 따로 만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권 의원은 “홍 원내대표 측이 이재오계가 홍 원내대표를 몰아내려 한다며 이 상황의 본말을 전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친박계나 이상득계 쪽에서는 이재오계에 여전히 의심의 눈길을 주었다. 한 친박계 의원은 “사퇴를 주장하는 의원들을 보면 뭔가 일사불란함이 느껴진다”면서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반이상득(SD)계’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총선을 앞두고 벌어진 이상득 의원 불출마 촉구의 2탄이라는 것이다. 당시 불출마를 촉구한 55명의 공천자 명단에는 사퇴론을 주장하는 의원들의 대부분이 포함돼 있다. 이때 불출마 촉구에 나선 한 의원 측은 “어디에서인지 모르지만 사퇴에 동조하자는 동료 의원의 전화가 왔었다”고 말했다.

이번 사퇴론은 홍 원내대표를 둘러싸고 이상득계와 친박계가 단일 대오를 형성하고 반대편에 이재오·정두언계가 맞서고 있는 형국이다. 당 안팎에서는 이재오 전 의원의 복귀시기를 주목하고 있다. 홍 원내대표의 사퇴 주장이 사전에 이 전 의원의 정치적 입지를 넓히려는 것과 맞물려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홍 원내대표의 사퇴 문제가 사실상 끝난 것이 아니냐는 시각에 대해 정두언계에 속하는 조해진 의원은 “말 그대로 유보가 됐을 뿐 모든 것이 끝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여권에서는 이번 홍 원내대표의 진퇴를 둘러싼 여권의 갈등이 봉합이 아니라 계파 간 힘겨루기의 전초전이라고 보고 있다. 권택기 의원은 “정권 출범 후 지금까지 참아왔다”고 말했다.

이 말의 의미는 지금부터 한나라당내 본격적인 힘겨루기가 시작될 것이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나라당내 친이계 그룹은 이상득계·이재오계·정두언계 그리고 비주류에 속하는 친박계 등의 계파 간 힘겨루기가 이뤄질 전망이다.

한나라당 1백70여명의 의원 가운데 1백10명에 달하는 친이계 그룹 중 최근 가장 눈에 띄는 그룹은 이재오계다. 또 초선들을 가장 많이 장악하고 있고, 당내 주요 당직을 접수하며 몸집을 키우고 있다. 더욱이 친이 그룹의 좌장 역할을 해온 이 전 의원이 미국으로 건너간 뒤에도 측근을 통해 분명한 메시지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전 의원과 가까운 일부 의원들은 지난 7월 15일 ‘함께 내일로’라는 모임을 만들었다. 심재철·공성진·진수희 의원 등 17대 국회에서 이 전 의원과 함께 ‘국가발전연구회’에서 활동한 멤버들이 주축이 됐다. 이 모임에는 권택기·현경병·이춘식·정미경 초선 의원 등 40명이 넘는 친이재오계 의원들이 참여하고 있다.

친이계 중 이재오계가 활발
계파 확장에 나선 친박계

친이재오계 의원들은 총선 직후 미국으로 떠난 이 전 의원이 언제쯤 귀국할지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전 의원이 귀국할 경우 모임의 결속력과 규모가 더 커지면서 명실상부한 당의 구심체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다. 일각에선 “친이 계파 내부에서 이 전 의원의 귀국과 정치적 움직임을 감안한 사전 정치작업이 이미 시작됐다”는 말도 나온다.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으로 막후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상득계는 ‘정두언 의원 파동’ 이후 물밑 행보를 거듭하고 있지만 영향력은 오히려 커졌다는 관측이다. 당내에서는 상대적으로 소수지만 영향력은 가장 크다는 것이 정설이다.

박영준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이 물러났지만 청와대 주요 비서관이 이 의원의 측근들로 채워져 있고 당내에서는 ‘상왕(上王) 정치’ ‘형님 정치’의 상징성으로 대적할 맞수가 없다는 평가다. 아울러 이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을 중심으로 박희태 대표 등 원로 그룹을 장악하고 있는 것도 당내 입지를 강화하는 데 한몫하고 있다.

현재 이상득 의원 주변에는 이병석 의원 등 주로 경북 출신 의원들이 포진해 있고, 친이상득계로 분류되고 있는 초선은 고승덕·이철우 의원 등이다.

정두언계는 친이재오계와 함께 ‘반 이상득 라인’을 형성하고 있지만 별도 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정두언 의원 등 지난 대선 기간 안국포럼에 참여했던 멤버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모든 현안에서 한 발 비켜나 있으며 목소리를 거의 내지 않고 있다. 이 의원을 겨냥한 여러 차례의 공세를 주도했으나 이에 실패한 후 당내 입지가 좁아지면서 ‘자숙의 기간’을 갖고 있다. 이런 와중에 백성운?강승규?조해진?이춘식 의원 등 친이 직계 20여명이 ‘아레테(그리스어 ‘탁월함’이라는 의미)’라는 모임을 결성하고 ‘이명박식 개혁’을 국회에서 뒷받침하겠다며 본격적인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

 

그리고 대선과 총선을 거치면서 친이계와 치열하게 각을 세워온 박근혜계는 친박 복당 조치 이후 차기를 관망하며 서서히 계파확장에 나서고 있다. 대략 60여명 내외의 세력을 형성한다. 그 어떤 계파보다도 결속력이 높다는 게 당 안팎의 평가다. 최근 유정복 의원이 만든 정책연구모임인 ‘선진사회연구포럼(선사연)’은 친박 의원들의 사랑방 구실을 하고 있다. 공부 모임을 표방하고 있지만 친박계를 결집하는 친목 모임이라고 할 수 있다.

또 최근 복당한 친박계 의원들이 중심이 되어 활동하는 ‘여의도 포럼’이 있다. 김무성 의원이 주축이 된 이 모임에는 박대해·김세연·정해걸·홍장표 등 친박 초선의원들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그리고 친박계 초선의원들은 박근혜 경선 캠프 출신인사들의 모임인 ‘엔빅스’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여기에는 김선동·이정현·현기환·구상찬 의원 등의 초선의원들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친박계는 무소속 친박 인사들의 복당으로 당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고 초선들에 대한 흡인력도 강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친박계 초선 의원인 김선동 의원이 “당내에 박 전 대표를 따르고 싶어 하는 의원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 의원은 “이번 18대에서 정치권에 진입한 분들이 많은데 나 같은 경우에도 박 전대표의 비서실 부실장을 한 경력 때문에 밥이나 한 번 먹도록 주선을 해달라는 요청을 많이 받는다”며 박 전대표의 당내 위상을 설명하기도 했다.

이는 지난달 4일 나경원 의원이 “요즘 당내에서 박근혜 의원 쪽으로 옮기는 분들이 많다는 얘기가 들린다”고 발언한 바와 같이, 최근 당내 박근혜 쏠림 현상을 단적으로 시사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더욱이 최근 한나라당 내 권력지형에 변화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친이계가 구심점 없이 원심력으로 움직이고 있는 반면 친박계는 특유의 응집력을 바탕으로 저변을 넓히고 있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친이계 내에서 ‘계파 색’을 지우려는 움직임의 일환으로 친박계 의원들과 접촉을 늘려나가려는 움직임이 눈에 띈다.

‘친이’에서 ‘친박’으로
권력지형 변화 움직임

특히 변화의 움직임이 상대적으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지역은 영남권이다. 박 전 대표가 영남권 장악력이 워낙 큰 데다 이 지역에서 지난 18대 총선 때 ‘박풍’(박근혜 바람)의 위력이 집약적으로 나타났던 영향이 크다. 그만큼 영남권 친이계 내지 중도성향 의원들의 친박계로의 ‘쏠림 현상’이 뚜렷하다.

박 전 대표는 최근 대구 경북 의원 모임에 적극 참여하는 등 ‘지역 챙기기’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25일 지역구인 대구에서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들과 간담회를 나눴다. 이미 오래전부터 박 전 대표의 ‘안방’격이었던 대구 경북도 ‘친박 일색’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물론 앞서 23일에는 당내 여성 초선의원들과 만나는 등 당내 인사들과 스킨십을 강화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대부분 상대가 먼저 만나기를 청하고 박 전 대표는 그에 응하는 형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최근 여의도 정가에는 “대구 경북뿐 아니라 부산 경남도 박근혜에게 넘어간 것 같다”라는 말이 나돈다. 지난달 12일 박 전 대표가 부산을 방문했을 때 12명의 국회의원이 행사에 참석했던 일이 오르내리고 있다. 부산 경남에서는 박근혜계의 좌장으로 불리는 김무성 의원이 중심이다. 김 의원과 쌍벽을 이루었던 권철현 전 의원이 국회에 진출하지 못하면서 부산의 정치 판도는 김 의원이 좌우하는 상황이 되었다. ‘박근혜 주가’가 오르면서 덩달아 김 의원을 만나려는 이들도 늘었다고 한다.

정치권 한 인사는 “대선 때 선진국민연대에 줄 섰던 인사들이 지금은 박 전 대표 쪽에 서려고 한다. 최근 만난 국회의원은 박 전 대표에게 어떻게 하면 다리를 놓을 수 있을까 고민하더라”라고 전했다. 청와대 한 관계자도 “흐름이 그런 것 같다”라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박 전 대표의 한 측근은 “국회의원들로부터 만나자는 요청이 오면 박 전 대표는 일정이 허락하는 한 거절하지 않고 만나고 있다”면서 “지역을 챙기는 것에 대해서는 대구 경북 지역이 특히 어려워 경제를 살리는 쪽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느끼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최근 정가에는 박 전 대표측이 이른바 ‘친박 인사’들을 점검했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정치적인 이득을 얻기 위해 ‘친박계’를 표방한 것인지 아니면 정말 박 전 대표와 뜻을 같이하는 것인지 파악했다는 것이다. 사실 여부를 떠나 이런 얘기가 나도는 것 자체가 박 전 대표 측이 무언가 큰 틀을 새롭게 짜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는 관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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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