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세태> 이태원 환각파티 천태만상

대낮부터 약에 취해 거리 활보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이태원과 강남 일대서 ‘공짜 마약’에 손을 댔다가 중독자로 전락한 사람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피의자들 대부분 초범이며, 평범한 회사원들이었다. 이들은 클럽 종업원과 우연히 만난 마약 브로커들이 공짜로 건넨 마약 때문에 헤어나올 수 없는 늪에 빠졌다.

헬멧을 쓴 오토바이 운전자가 도로에서 정지신호를 보고 멈춰 섰다. 잠시 뒤, 형사 3명이 달려와 오토바이 운전자를 덮친다. 이 남성은 지난해 4월부터 서울 이태원 클럽 6곳과 강남 일대에서 벌어졌던 환각 파티에서 마약을 공급했던 용의자다.

마약 청정국 흔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해 4월부터 지난달까지 서울 강남과 이태원의 클럽 6곳에서 손님들에게 대마와 필로폰을 판매한 혐의(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위반)로 김모(36)씨, 최모(34)씨, 허모(35)씨 등 3명을 구속했다고 지난 8일 밝혔다. 김씨 등에게 마약을 구입해 투약한 김모(22·여)씨 등 여성 12명과 남성 15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조사결과 전직 영어강사 허씨는 김씨에게 필로폰 10g을 360만원에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필로폰은 0.03g당 15~20만원선에서 거래된 것으로 나타났다. 김씨는 허씨에게 구입한 필로폰을 주거지에 보관하며 판매하고 제모씨(28) 등 10명과 함께 클럽에 모여 수차례에 걸쳐 상습적으로 투약하거나 판매했다.

클럽 종원업인 최씨도 외국인에게 SNS로 대마와 허브(중독·환각성이 있는 화학물질을 뿌린 식물류)를 각각 100g씩 사들였다. 최씨는 마약을 보관하면서 판매하고 정모씨(24) 등 8명과 함께 대마를 수차례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클럽 화장실에서 대마를 피고 홀이나 룸에서 샴페인에 타서 마시는 방법으로 대마를 소비했다.


김씨와 최씨 등 판매책들이 강남과 이태원의 클럽들에서 퍼뜨린 필로폰과 대마는 각각 38g과 310g에 달한다.

이들은 클럽을 찾은 여성 고객에게 마약을 공짜로 건네며 “투약하면 성관계 때 쾌감이 좋아진다. 피로가 없어진다”며 접근했다고 경찰조사에서 진술했다. 이들은 손님들을 일단 중독시켜 나중에 마약을 비싼 값에 판매하려는 생각으로 여성들에게는 무료로 마약을 권했다고 경찰 조사에서 털어놨다. 남성들에게도 초반에는 싼값에 마약을 판매했다.

이들은 여성 고객들을 먼저 마약에 중독시킨 뒤 시가보다 가격을 높여 파는 수법으로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마약을 산 여성들은 평범한 회사원에서 유흥업소 종사자까지 다양했다. 실제로 이들에게서 마약을 건네받아 투약했다가 검거된 투약자 대다수는 마약 관련 전과가 없는 초범들이었다.

투약자들 일부는 클럽 종업원이 마약을 판다는 소문을 듣고 종업원에게 직접 마약을 사려고 시도한 사례도 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마약중독을 호소하던 판매책 김씨의 진술을 토대로 판매 일당을 붙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도심 한복판 클럽에서 마약류가 거리낌 없이 유통되는 등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에 착수했다”며 “클럽이라는 공간 특성상 다수가 이를 모방하려는 심리가 있는 만큼 이를 막는 데 전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시내 한복판 판치는 ‘공짜 마약’
“피로 풀리고 섹스 때 좋아” 유혹

최근 한국사회는 마약범죄가 급증하면서 ‘마약 청정국’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실제로 지난 2월 자택에 대마 재배 시설을 갖추고 상습적으로 흡연한 외국인 대학 교수 등 마약사범 42명이 무더기로 경찰에 적발됐으며, 100억원 상당의 필로폰을 국내에 밀반입하던 운반책이 검거되기도 했다.


마약류를 투약·거래하다 적발된 사람이 5년 사이 30%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인터넷을 통한 마약거래가 성행한다고 보고 상시 모니터링을 강화하기로 했다. 지난 7일 대검찰청 강력부(박민표 검사장)에 따르면 지난해 적발된 마약사범은 1만1916명으로 2011년 9174명에서 29.9% 늘어났다.

마약사범 적발 건수는 2012년 9255명, 2013년 9764명, 2014년 9984명으로 해마다 증가하다가 작년에 처음으로 1만명을 넘어섰다. 지난해 압수한 마약은 9만3591g으로 2014년 8만7662g보다 6.8% 많았다.

청소년과 조선족을 중심으로 한 중국인 마약사범 증가세가 눈에 띈다. 청소년 마약사범은 2011년 41명에서 지난해 128명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중국인 마약사범도 2011년 104명, 지난해 314명으로 비슷하게 늘어났다. 지난해 중국인 마약사범에게 압수한 필로폰만 2만6878g에 달한다. 0.03g씩 89만6000명이 동시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대검은 나이나 국적에 상관없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인터넷에서 마약류를 쉽게 구할 수 있게 된 탓으로 분석했다. 대검은 이날 전국 마약수사 전담검사 회의를 열어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검찰은 서울중앙지검을 중심으로 운영하던 인터넷 마약거래 모니터링 시스템을 지난달 인천·수원·광주·대구·부산 등 전국 6대 지검으로 확대하고 전담 마약수사관을 배치했다.

마약사범 급증

마약 관련 단어가 포함된 게시물을 자동으로 검색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마약거래를 24시간 감시할 방침이다. 검찰은 마약류 확산을 선제적으로 막기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함께 마약류 유통 목적의 인터넷·전화·유인물 등 광고를 금지·처벌하는 법 규정 신설을 추진하기로 했다. 검찰 관계자는 "상시 모니터링으로 마약사범을 특정하고 입법조치도 병행할 경우 더욱 강력한 조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min1330@ilyosisa.co.kr> 

 

[마약-대마 차이] 

일반인들은 마약과 향정신성의약품, 대마를 구분하기 어렵다. 마약·향정신성의약품·대마 등을 모아 ‘마약률’로 부른다. 정확한 표현은 마약이 아니라 ‘마약류’인 셈이다. 대검찰청이 펴낸 마약류 범죄백서에서는 제조 방법 기준으로 마약·향정신성의약품·대마 등으로 나눈다.  

마약은 마약원료인 생약으로부터 추출하는 천연마약과 추출알칼로이드, 화학적으로 합성하는 합성마약으로 분류된다. 천연마약은 양귀비, 아편 등이 있다. 아편은 생갈색 덩어리로 ‘생아편’이라고 한다. 민간에서는 아편의 진통효과 때문에 응급질환 등에 사용했다. 추출알칼로이드는 모르핀, 코데인 등 의약품 종류와 코카인 등을 의미한다. 합성 마약으로는 페티딘, 메타돈 등이 있다. 모르핀은 아편으로부터 불순물을 제거하고 일정한 화학반응을 거쳐 추출한 강력한 진통성 알칼로이드를 의미한다.  

향정신성의약품은 약리작용에 따라 환각제, 각성제, 진정제 등으로 나뉜다. 이른바 히로뽕으로 불리는 메트암페타민(필로폰)이 대표적인 각성제다.  

대마는 마약이나 향정신성의약품과는 별도로 분류되는 마약류다. 대마의 잎과 꽃이 흡연용으로 쓰여 대마초로 사용된다. 한국에서 대마초가 흡연용으로 전파된 것은 월남전이 벌어지던 1965년 이후라고 한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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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공개> 검찰 수사기록으로 본 12·3 내란 사태 전말 ⑥좌파 14명 체포 실패 내막

[단독 공개] 검찰 수사기록으로 본 12·3 내란 사태 전말 ⑥좌파 14명 체포 실패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12·3 계엄 당일 내란 주동자들은 정치인과 판사 등 자신들이 반국가 세력으로 지칭한 14명의 체포를 위해 서둘렀다. 하지만 준비가 된 것은 각 군의 사령관들뿐이었다. 계엄사령부와 합동수사본부의 설치는 훈련 상황서도 24시간가량 걸리는데 이를 간과한 것이다. 미리 계엄을 준비했다는 증거가 계속해서 나오는 상황에 실무진에게 준비시키지 않은 점이 의문점으로 남아있다.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내란 주도자들이 정치인과 판사 등 ‘좌파세력’이라고 지칭한 14명의 체포를 시도했지만 무산됐다. 그 내막에는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이하 합수본)의 미설치가 있다. 진술 나오자 다른 전략 <일요시사>가 검찰 진술 조서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계엄이 시작된 계기와 14명의 체포 미수 및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불법 점거의 실패 이유로 ‘합동수사본부 미설치’를 꼽았다.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하기 이전 국회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대립은 심각했다. 과반 의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야당은 자기들끼리 뭉쳐서 법안을 통과시켰고 윤 전 대통령은 재의요구권을 사용했다. 또 야당은 이진숙 방통위원장과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를 수사한 검찰들에 대한 탄핵을 시도하고 김건희씨와 관련한 특검법을 계속 발의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검찰 진술조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27일경, 윤 전 대통령이 관저 식사 자리서 “수사받다가 마음에 안 든다고 검사를 탄핵하고, 재판받다가 마음에 안 든다고 판사를 탄핵하고, 헌법재판소가 마음에 안 들면 정족수를 자르고, 이게 나라냐.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국가 세력의 준동에 관해 청주간첩단 및 창원간첩단 사건과 관련해 수사 과정서 잡은 인원들을 판사 기피 신청이 들어오면 단기간에 결정하는 것이 상식인데 6개월이나 결정을 하지 않아 간첩들의 구속 기간이 끝나 다 풀려나 돌아다니는데도 이런 것을 방치하고 있는 상황이니 나라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미래 세대에 제대로 된 나라를 만들어주기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비상계엄)이 필요하겠다”고 강조했다. 일주일이 지난 후 윤 전 대통령은 김 전 장관에게 “야당의 패악질로 나라의 미래가 없다. 국가 비상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고 이들은 비상계엄 관련 논의를 했다. 이때 체포 명단인 이른바 ‘좌파 세력’ 14명의 명단과 군대를 어떻게 투입할지 등을 확정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들은 체포 명단의 사람들의 신병을 확보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게다가 내란 주동자들은 검찰 진술과 형사 법정 등에서도 체포하려 하지 않았다고 진술하고 있다. “합수부 미설치로 체포 불가” “합수부 없어 시작부터 위법” 김 전 장관은 검찰에 “주요 정치인 등에 대한 검거를 시도한 바 없다. 혐의가 있어야 검거를 시도하지 않겠냐”며 “언론에 나오는 위치 추적 등은 포고령에 따라 정치활동이 금지되고 있는 상황이니 주요 정치인 몇 분과 부정선거 등과 관련해 사회서 의혹이 제기되는 사람들의 위치를 미리 파악하라고 이야기한 것일 뿐”이라고 진술했다. 하지만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과 작전에 투입된 군인들의 진술로 체포 명단이 실제로 존재했으며 체포를 지시하고 시도했다는 것마저 모두 드러났다. 체포 시도가 있었다는 진술이 계속해서 나오자 내란 주동자들은 다른 전략을 세우게 된다. 바로 ‘합동수사본부 미설치’다. 김 전 장관은 검찰 진술서 합수본이 미설치돼 체포가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는 “계엄사령부와 합수본이 설치되는 과정이라 검거가 불가능하다”며 “합수본이 설치되려면 검찰과 경찰의 협조가 필요한데 아무런 대비도 없이 체포부터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진술했다. 김 전 장관의 진술은 계엄 직후 선관위에 국군 정보사령부 부대원들을 보내 선거인 명부 관리 서버를 장악하고 선관위 당직자들에 대한 통신 제한(휴대전화 압수)과 감금이 위법한 수사 활동임을 나타내고 있다. 계엄이 터지면 통상적으로 합수본 역할을 맡는 국군 방첩사령부 관계자도 검찰 진술 당시 선관위 투입은 잘못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영희 방첩사 비서실 1과장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방첩사 소속 군인들로 하여금 중앙선관위 서버를 꺼내오도록 지시하거나 계엄 해제 이후 관련 증거를 제거하도록 시킨 것은 자신들의 정당한 권한 범위를 넘어선 것”이라고 말했다. 불법성 미리 알고? 박성하 방첩사 기획조정실장은 “현장에 나가 있던 소위 체포조에 대해서 당시에는 알지 못했다”면서도 “하지만 전시에도 방첩사가 일부 범죄에만 수사권이 있기 때문에 전시나 계엄 상황이라도 관할권이 없는 선관위나 정치인 등 체포나 점거는 경찰의 협조가 필요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게다가 합수본(방첩사)은 직접 수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통합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야 하는데 지역 합수단서 해야 할 일을 방첩사 인원으로 진행한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한 군검찰 출신 변호사는 “합수본은 계엄사령관이 임명하는 군사경찰 관리, 경찰공무원, 국가정보원 직원 중 사법경찰 관리의 직무를 수행하는 자, 그 밖에 사법경찰 관리의 직무를 수행하는 자로 구성된다”며 “또 합수본은 계엄사령관이 지정한 사건의 수사와 정보기관 및 수사기관의 조정·통제업무를 관장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선관위로 투입된 인원들은 계엄사령관으로부터 임명을 받지도, 임무를 하달받지도 않았다”며 “게다가 합수본까지 설치되지 않았다고 한다면 시작부터 위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보사와 방첩사 모두 계엄사령군(군사경찰)이 아니기에 정당한 절차가 없었다면 반란군이라고 볼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여기서 의문이 드는 점은 계엄 업무를 해본 김 전 장관이 왜 무리수를 뒀는지다. 김 전 장관은 대한민국 합동참모부서 작전본부장을 역임한 바 있다. 합참 작전본부에는 계엄과가 편제돼있기 때문에 김 전 장관이 계엄군과 합수본 지정 및 운용 등을 몰랐다고 보기 힘들다. 합참 계엄과서 편찬하는 계엄실무편람에도 잘 나와있기 때문이다. 김 전 장관은 논란을 줄이기 위해 계엄이 선포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전군주요지휘관회의를 화상으로 개최하면서 박안수 전 육국참모총장을 계엄사령관으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을 합동수사본부장으로 임명했다. 하지만 일부 사령관 등에게만 공유됐던 12·3 계엄 작전은 계엄사령부가 설치되기도 전에, 합수본이 설치되기도 전에 끝났다. 사령부만 알았다 <일요시사>가 확보한 검찰 진술 조서에 따르면, 김 전 장관은 전군주요지휘관회의서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부 사령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부 사령관에게 국회와 선관위 출동을 하면서 방첩사에 합동수사본부를 구성해서 임무 수행을 하라고 지시했다. 김 전 장관이 방첩사에 지시한 임무는 경찰과 국방부 조사본부에 100명씩 인원을 요청하고 선관위로 먼저 투입된 국군 정보사령부가 접수한 선관위 서버를 꺼내오라는 지시였다. 국방부 조사본부와 경찰에 인원 요청을 한 것은 정치인, 판사, 등 민간인 체포를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조사본부는 방첩사가 요청한 수사관 지원 요청을 4차례 거절했다. 조사본부 한 관계자는 검찰 조사 당시 “지난 3일 계엄령 선포 이후 방첩사로부터 수사관 100명 지원을 네 차례 요청받았지만, 근거가 없다고 판단해 응하지 않았다”며 “이후 합수본 실무자 요청에 따라 시행 계획상 편성돼있는 수사관 10명을 지난해 12월4일 오전1시8분 출발시켰다”고 진술했다. 방첩사의 수사관 파견 요청에는 불응했고, 계엄 시행 이후 방첩사를 중심으로 꾸려지는 합수본 요청에는 응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수사관이 파견된 시간은 이미 계엄 해제 의결이 이뤄진 뒤였다. 합수본이 계엄 해제와 비슷한 시기에 모양새라도 갖춘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김 전 장관이 계엄 직후 전군주요지휘관회의서 여 전 사령관에게 합수본 설치를 지시했지만 설치가 늦어진 이유가 있다. 방첩사에 내려진 지시는 좌파세력 체포와 합수본 설치, 검찰과 경찰 및 국방부 조사본부 등에 협조 요청 등으로 내란 주동자들에게는 어느 것 하나 미룰 수 없는 일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박 기획조정실장은 “부대에 도착해보니 OOO회의실에 여 전 사령관이 이경민 참모장, 이창엽 비서실장과 같이 있었다”며 “합수본 설치 지시를 받으려 사령관에 물어봤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여 전 사령관이 다른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는데 ‘합수본부장으로 임명됐다. 우리 대원들은 다 나가 있다’고 말하며 통화에만 집중했을 뿐 합수본 설치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계엄 6개월 전부터 준비 실무진만 ‘닭 쫓던 개’ ‘비상계엄이 선포되면 국가적으로 엄중한 상황이 될 텐데 방첩사는 계엄 선포 예정 사실을 알고 준비하지 않았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계엄이 선포되면 합수본을 설치해야 하는 사람이 나다. 하지만 나는 해당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체포조를 운영한 수사단장도 해당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답했다. 그는 “방첩사 비상소집이 완료된 시간이 지난해 12월4일 오전 1시4분”이라며 “합수본은 기본 시설도 갖추지 못한 상태서 계엄이 해제됐다”고 말했다. 방첩사 인원들이 전원 소집되는 시간에 이미 계엄은 해제된 것이다. 방첩사의 작전 계획상에는 상황실 설치에 8시간, 합수본 설치에 24시간을 예정하고 있는데 비상계엄이 3시간 만에 해제됐다. 본부 설치에만 24시간이 걸리며 계엄사령관으로부터 임명을 받아 합수본을 완전히 구성하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한 군사학과 교수는 “계엄 선포에 대해 사령관과 참모진 외에 실무자에게도 공유가 됐다면 미리 합수본 설치를 준비하고 있다가 계엄이 선포된 후 바로 체포를 진행했을 것”이라며 “이번 계엄의 패착은 이전 계엄과 달리 빠르게 대처한 국회를 막지 못한 것과 계엄사령부부터 합수본까지의 실무자들이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방첩사 사령부에서는 미리 계엄 준비를 해왔던 것으로 보인다. 방첩사 소속 간부 A씨는 검찰 조사에서 “방첩사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체결한 MOU에 언급된 ‘합동수사본부’는 계엄 시 설치되는 합수부가 맞다”고 진술했다. 방첩사와 국수본은 지난해 6월28일 ‘안보범죄 수사 협력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합동수사본부 설치 시 편성에 부합하는 수사관 등을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검찰은 이를 근거로 방첩사가 계엄을 오래전부터 준비한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지휘부에서 최초에는 지난해 5월 초순경 3주안에 체결하라는 지시를 했다”며 “보통 미국 국방정보국(DIA) 등 해외정보수사기관과 이런 MOU를 맺고, 국내 기관은 관련 법령이 있어 MOU를 맺지는 않는다. 국내 기관과 MOU를 맺은 건 이번이 처음이고, 굳이 이런 MOU를 맺는 게 의아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다만 조지호 경찰청장은 해당 MOU에도 불구하고 계엄 당일 수사관 지원 요청을 이행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조 청장은 지난 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긴급 현안 질의에 나와 “방첩사 주관으로 수사본부가 꾸려질 수 있으니 경찰서 필요한 인력을 지원해줬으면 좋겠다고 해서, 제가 준비하겠다고 했다”고 밝혔으며 계엄 당일 수사관 81명이 방첩사 요청으로 대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두환과 구상 흡사 내란 주동자들은 경찰력을 대거 방첩사로 파견해 합동수사본부를 꾸리고 정치인 체포 작전을 벌일 계획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1979년 비상계엄하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 피살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이 만든 합수본과 흡사한 구상이다. 당시 합수본은 정권에 반대하는 정치인에 대한 정보 기능을 도맡아 12·12 군사 반란의 수괴인 전두환씨가 권력을 장악하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됐다. <kcj512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계엄 사령부 구성도 완전 실패 <일요시사>가 확보한 검찰 진술조서에 따르면 계엄사령부는 구성조차 못했다. 권영환 전 대한민국 합동참모본부 계엄과장은 계엄이 선포된 후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으로부터 ‘계엄사령부 설치를 도와라’라는 지시를 받았다. 이에 그는 육군 본부 참모진들이 올라올 때까지 계엄사 상황실 구성 준비를 했다. 계엄이 선포되면 계엄사에는 2실(비서실, 기획조정실) 8처(정보처, 작전처, 치안처, 법무처, 보도처, 동원처, 구호처, 행정처)를 구성하도록 돼있으나. 권 전 과장이 계엄사 상황실을 구성하고 있을 당시 국회에서는 ‘비상계엄해제 요구결의안’이 가결됐다. 당시 권 전 과장이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에게 “(계엄해제 요구안이 가결됐으니) 법률상 지체 없이 계엄을 해제하도록 돼있다”고 말하자 박 전 총장은 “그런 것을 조언할 것이 아니라 일이 되게끔 만들어야지 일머리가 없다”며 “올해 연습을 두 번이나 했다고 하면서 구성을 왜 빨리 못하냐”고 꾸짖었다고 한다. 이는 내란 주동자들이 2차 계엄을 생각하고 있었으며 계엄사 구성의 역할이 합참에 있었다는 것을 내포하는 대목이다. <철>